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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

현대 제네시스 미국 일년 얼마나 팔았나?

작년과 올해는 전 세계의 자동차업체에게 아주 혹독한 시기로 기록될 것입니다. 오랫동안 세계 자동차업계 1위로 군림해오던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New GM으로 거듭났고 미국 3위의 크라이슬러도 비슷한 운명을 밟으며,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의 빅 3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빛난 단 1개의 메이저업체라고 한다면 단연 현대기아차 그룹입니다. 우리나라 뉴스만 보아서는 현대기아차가 정말 외국에서 잘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외국에서 잘한다는 이야기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잘 못하고 있을 때도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인 것처럼 판단을 흐리는 애국적인 보도가 많이 나와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를 보면 현대차는 확실히 장사를 잘 했습니다. 인도에서도 잘했고 중국에서도 잘했고 미국에서도 잘했습니다. 물론 세계의 메이저시장이지만 발도 못 붙이고 있는 일본 같은 특수한 시장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당히 빛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지난 일년 제네시스 판매량

그 현대의 선방 속에서도 유독 주목을 끌었던 것은 미국에서의 제네시스의 데뷔였습니다. 작년만해도 현대가 4만 불이 넘는 고가의 차를 판다는 자체가 기적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어쨌거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상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 일년간 미국시장에서 제네시스가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결산을 해보려고 합니다. 아래의 표는 2008 7월부터 지난 달까지 약 일년의 기간 동안 미국에서 제네시스가 얼마나 팔렸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시면 데뷔 초기에 수급이 좋지 않았던 판매 첫 달인 2008 7월을 제외하면 매달 1000대 이상의 판매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표에서 올 3월부터 급격하게 제네시스 판매량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제네시스 쿠페가 판매에 합산이 되었기 때문인데 제네시스 쿠페만의 판매량은 매달 약 700대 가량으로 제네시스의 판매만으로는 현재까지도 1,200대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 한국에서 제네시스는 한달 평균 2,600대 정도가 팔렸습니다. 한국에서 판매량을 생각해보면 미국에서 판매량은 일견 적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시장에 왕좌를 잠깐 내어주어서 그렇지 한동안 부동의 세계 1위 시장이었던 미국 시장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더욱 이런 느낌이 날지 모릅니다. 작년을 기준으로 한국 자동차시장이 연간 100만대를 조금 넘는 규모라면 미국은 1,300만대의 시장입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올해 1,500만대 정도를 팔기를 희망하는 것 같은데 어쨌거나 10배 이상 큰 시장에서 제네시스를 겨우 내수판매량의 반밖에 못 팔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대는 한국에서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고 미국에서는 5%가 되지 않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현대
, 기아차를 합친 목표가 5%였을 정도입니다. (지난 달은 현대차만으로 미국서 4.5%의 시장 점유율을 당성했으니까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성장한 것이긴 합니다.) 결국은 일년에 60만대 파는 시장에서 한달 2600대를 파는 것과 40만대 파는 시장에서 1,200대 파는 것을 비교해야 하는데 이렇게 놓고 보면 이 판매 대수가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 것을 아실 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야 현대차가 판매나 품질로 도요타 급 취급을 받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지금은 엄청난 인식의 개선이 있었음에도 아직도 일부에서는 쓰레기 같은 품질의 자동차의 대명사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미국의 자동차 칼럼니스트들이 현대차의 질적 성장을 보고 나서 이제 현대를 가지고 농담하면 안되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럼 제네시스의 판매 대수는 경쟁자들과 비교해서는 어떤 성적일까요
? 일단 제네시스의 경쟁자가 과연 누구인가가 매우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 입장에서야 BMW5시리즈, 인피니티 M, 렉서스 GS, 아큐라 RL 등을 경쟁자로 삼고 싶겠지만 가격대로 보면 도요타의 아발론, 닛산의 맥시마, 렉서스 E350, 인피니티 G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도요타/렉서스와 판매 비교

일단 도요타 아발론이 얼마나 팔렸는지 지난 6월달을 기준으로 비교해보겠습니다. 아래 표에서 다섯번째 항목에 아발론 판매 대수가 보이실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아발론은 2009년 6월 달에 2,133대가 팔렸고, 연간누계로는 13,804대가 팔렸습니다. 표에는 없지만 통계를 보니 제네시스는 같은 기간에 1,066대를 팔았고, 연간누계로는 7,308대를 팔았습니다. 도요타의 좋은 이미지, 아발론의 검증된 상품성 외에도 광범위한 판매망을 고려한다면 아발론이 더 많이 팔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제네시스의 판매가 그리 왜소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같은 표에서 아랫부분에 보이는 렉서스도 비교해보면 GS의 경우 제네시스보다 훨씬 적은 454대를 팔았고 누계로는 3,556대를 팔았습니다

source; automotive news 렉서스의 ES350

반면에 ES 3,918대를 팔았고 누계로는 20,363대를 팔았습니다. 제네시스의 판매는 크기와 성능상 경쟁자인 GS보다는 한참 잘했고 가격대상 경쟁자인 ES에는 한참 못 미치는데 각각의 차가 워낙 다른 차라서 비교하기가 까다롭습니다만 전륜구동인 중형차 캠리를 베이스로 한 ES의 경우는 꽃 단장한 캠리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데 이렇게까지 잘 팔리는 것을 보면 도요타가 장사에는 고수임에 틀림없습니다. 이게 바로 현대가 별도의 럭셔리 디비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을 뒷받침하기도 합니다.

닛산/인피니티와 판매 비교

닛산의 맥시마는 제네시스의 4배나 되는 4,560대를 팔았고, 누계로 23,418대를 팔았습니다. 과거 SM5 SM7의 베이스가 되었던 것으로 많이 알려진 이 차는 일부에서 중형차인 알티마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많지만 중형차를 조금 더 스포티하면서도 약간 럭셔리하게 만들어서 판매에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차입니다

source; automotive news 닛산 맥시마

하지만 전륜구동이라는 약점 때문에 제네시스와 직접 비교를 하기 어렵게 하기도 하지만 3만 불에서 옵션을 붙이면 4만 불에 이르는 가격대는 제네시스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가격대이라서 비교대상으로 올렸습니다.

현대입장에서야 제네시스가 맥시마보다 못한 것이 없는데(최근 모델이 바뀐 맥시마의 신차효과도 있습니다만) 1/4밖에 못 파는 것이 많이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구매에는 여러 가지 감성적인 요소가 개입하느니만큼 왜 차는 좋은데 몰라주냐고 소비자 탓을 하지 말고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좀 위안이 되는 것은 같은 닛산 계열의 인피니티의 경우 M 제네시스보다 훨씬 적은 682대를 팔았고 누적으로 4,950대를 팔았습니다. 가격은 비슷하고 크기는 작은 G 두배 가량 더 많이 팔았는데 2,714대를 팔았고 누적으로 15,079대를 팔았습니다. 제네시스의 판매는 M에게는 이기고 G에게는 진 결과입니다. 

혼다/어큐라와 판매 비교

혼다는 직접 경쟁자가 없고 풀 옵션의 어코드 V6가 경쟁자라고 할만한데 그래도 중형차와 비교하기는 좀 어려우므로 혼다의 럭셔리 디비전인 어큐라와 비교해보겠습니다. 중형 모델은 TL인데 다른 어큐라가 다 그렇듯이 전륜구동이라는 치명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혼다의 명성을 업고 꽤 잘나가는 차입니다. 역시 가격대가 제네시스와 비슷합니다

한 달에 3.018대를 팔았고 누계로 17,536대를 팔았습니다. RL은 크기는 제네시스와 비슷한데 혼다 경영진의 특유의 고집으로 8기통 엔진이 없는 비운의 플래그쉽(기함) 모델입니다. 가격은 4만불 후반에서 5만불 후반에 분포해 있고 한때 경쟁자였던 렉서스 LS 6만불 중간에서 10만불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참 초라한 가격대입니다. 어쨌든 이 RL은 팔리기도 참 안팔려서 겨우 135대가 팔렸고 누계로 1,061대가 팔린 것으로 나옵니다. 판매량에서는 인피니티와 비슷하게 TL에게 지고 RL에게 이겼다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갈 길이 먼 절반의 성공

이외에도 뷰익, 크라이슬러, 링컨 등 미국 메이커와 각종 유럽 메이커에도 가격대로 경쟁할 만한 차종이 많이 있는데 일단 일본 메이커들과만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각 메이커의 마케팅, 판매망과 자동차의 상품성, 역사, 이미지 등이 복합되어 판매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쉽게 승패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판매를 비교해본 소감은 그래도 현대라는 배지를 단 럭셔리 차로는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추세는 전반적으로 경쟁자로서 가격이 훨씬 비싼 차들보다는 더 팔렸고 가격이 비슷하거나 싼 차들 보다는 덜 팔렸다는 것인데 이 부분이 조금 뼈아픕니다. 어큐라 TL, 렉서스 ES, 닛산 맥시마의 고객층이 상당히 두터운데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훨씬 나은 상품성을 가진 차를 가지고 이런 비슷한 가격대의 자동차를 고를 수 있는 소비자들을 더 끌어 들이지 못하는 부분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