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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Cetera, Et Cetera, Et Cetera

리먼 사태 때 미국과 지금 한국의 공통점

한국은행은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이자율을 낮게 유지함으로써 갚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까지 쉽게 대출을 받게 만듦으로써 부동산의 거품을 일으켰다. 나는 이런 부동산 거품의 붕괴가 필연적으로 올 것으로 이미 알고 있고 대비하고 있었는데 막상 붕괴가 시작되어 경제가 파탄되고 나니 한국은행 총재는 이런 대 붕괴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하고 있다. 심지어는 붕괴가 시작되고 나서도 한동안은 대통령, 지식경제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도 이 붕괴가 어느 정도 규모일지도 감을 못 잡고 결국은 국민의 혈세로 은행권에 구제금융을 투입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 될 때까지 방치하고 있었다

만약 이런 글이
2013년쯤 누군가에 의해서 쓰여진다면 참으로 공감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 글은 사실은 2010 4 3일에 뉴욕타임즈에 기고된 신경과 의사이자 싸이언 캐피털이라는 헷지펀드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라는 사람의 글을 요약해서 미국의 연준을 한국은행으로만 바꾸어서 써 본 것입니다. 싸이언 캐피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에 투자해서 미국 경제의 대 붕괴가 있었던 2007년 한 해에만 6천억 투자(1달러 = 1,000원으로 계산) 75백억을 벌었고 그 전인 2000년에서 2006년까지는 주로 숨겨진 가치주에 투자하여 미국주가지수(S&P500) 2% 상승하는 동안 무려 726%의 수익을 거둔 바가 있습니다. 경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원문을 한번 읽어볼 만 하기에 아래 링크를 겁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이미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된 마이클 루이스의 빅 숏’ <The big short>에 나와 있습니다.)

I saw the Crisis coming, why didn’t the Fed?

(나는 위기가 오는 것을 알았는데 왜 연준은 몰랐나?)

흔히들 미국의 서브프라임 경제위기를 예언한 사람으로 꼽는
닥터 둠이라는 예명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있습니다만 루비니 교수와 마이클 버리의 차이를 든다면 루비니 교수는 2004년부터 매년 경제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식으로 모호한 예언을 계속해왔던 반면에 마이클 버리는 그 시기가 2007년 후반기부터라고 정확히 예측을 했다는 것과, 루비니 교수는 말만 했지만 마이클 버리는 자신의 분석을 바탕으로 수천억을 쏟아 붓는 투자를 감행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마이클 버리는 지금은 파산한 투자은행 <베어 스턴스><리먼 브러더스>가 쓰러질 것이라는 것을 이미 예측하고 이들과의 거래 비중을 줄이고 있었다는 것도 또 다른 놀라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제 사견으로는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이런 일이 있을 줄 진작에 알았다는 식으로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하는 것은 거의 100% 확신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일 것 같습니다.) 

이미 서두의 제 소설(?)로 할 이야기를 다 하기 했습니다만 리먼 사태때의 미국과 현재의 한국의 공통점을 소개하기전에 미국 주택 시장 붕괴 과정을 잠깐 언급하고자 합니다.

1990
년대에 시작된 인터넷 관련 주들의 폭등으로 시작된 소위 닷컴버블은 2000 3 10일을 시점으로 급격히 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약 2년 동안 50%의 닷컴 기업들이 문을 닫고, 주가상으로 5000조원(5 trillion dollars)의 손실이 있었습니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2001년의 9/11 테러사건은 미국 주식시장의 추락을 가속화 시켰습니다. 이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에서는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2000 6 6.5%였던 이자율을 거듭거듭 내려서 2003 7월까지 1%로 만들었습니다. 풍성해진 유동성은 부동산 부문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주택 가격을 폭등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세가지 망국적인 풍조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 풍조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미국과 한국 같은 점 세 가지

첫째 변동금리 모기지의 등장입니다
. 변동금리 모기지는 당장 들어가는 월 불입금은 적지만 앞으로 이자율 변동에 연동되어 월 불입금이 달라지므로 주택 구입자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상환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운 상당한 위험이 있는 상품입니다. 그런데 연준 의장인 알란 그린스펀까지 나서서 주택 구매자들에게 전통적으로 더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고정금리 주택담보 대출이 아닌 변동금리 상품을 구매하라고 부추기기까지 했습니다. (소위 ARM이라는 mortgage상품인데 초기에는 이자가 낮았으나 금리가 올라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뇌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변동금리 모기지 덕분에 월불입금이 대폭 낮아졌기 때문에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 규모보다 더 높은 가격의 주택을 투기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일단 주택을 구입하고 있다가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시세 차익을 내고 팔면 된다는 풍조가 만연해질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95%입니다

둘째로 일부에서는 원금 상환을 유예시키고 이자만 납부하게 허용하면서 레버리지를 극대화시켰습니다
. 한마디로 은행들은 이자를 받아먹으면서 손쉬운 장사를 한 것입니다. 주택 구입자들은 이제 원금 상환은 안중에도 없고 이자 낼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출을 받아서 비싼 주택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모험은 집 값이 무한 상승한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합니다. 집 값이 계속 올라준다면 이자만 내다가 집을 팔아서 차액을 챙기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집 값 상승률이 완만해지면서 이자로 들어가는 돈이 더 커지게 되면 이런 공중곡예는 끝이 나게 됩니다
. 이런 집은 투자 목적으로 가지고 있으면 손해가 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집 값이 정체나 하강하는 국면에서는 이제 앞다투어 집을 처분하려는 사람들로 집 값의 하락에 가속도가 붙게 됩니다.
현재 한국의 시중은행 주택담보 대출 잔액의 80%가 이자만 내고 있습니다.

objectguild.com에서 가져옴

셋째로 신용도가 낮은
, 즉 대출을 상환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이 이루어졌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단어 자체가 정상적인 신용을 가진 사람에게 나가는 모기지인 프라임 모기지에 상대되는 개념으로서 돈을 못 갚을 사람에게 돈이 나가면 그 부실채권은 결국 대출을 해준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집니다. 월가의 투자은행인 <베어 스턴스><리먼 브러더스>도 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부실로 무너졌고, 세계 최대의 보험사 AIG나 세계 최대의 은행인 Bank of America가 천문학적인 구제 금융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 비율은
150%를 넘어서서 세계 최고 수준인데 가계 부채 주 원인이 주택 담보 대출과 수입은 늘지 않고 생활에 필수적인 지출이 물가상승 등의 원인으로 늘어난 생계형 부채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빚들이 상환이 되려면 주택의 가격이 다시 한번 폭등을 해주던지, 물가가 뚝 떨어지던지, 개별 가계의 수입이 극적으로 늘어주어야 하는데 셋 다 요원한 일입니다. 결국 한국의 가계부채는 그 자체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마찬가지인 원금 회수 불능의 시한폭탄이라는 것입니다. 여기다가 더 문제는 우리나라는 가계 부채가 소득에 비해서 너무 높다는 것입니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작년에 이미 157%를 넘었다고 했는데 이는 부동산 붕괴 직전의 미국에서 2007년 후반기에 130%였던 것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말로만 걱정하는 정부

빚은 많고 갚을 길은 없어서 붕괴가 코 앞에 온 것 같아서 걱정인데 사실 정부는 큰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 물론 정부도 앞에서는 가계 부채가 걱정이라고 말을 하기는 하는데 실제 정책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판단한다면 정부는 가계 부채에 대해 걱정하는 것 같지도 부동산 대 붕괴에 대비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정부에서는 부동산 거품을 줄이면서 연착륙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종 규제를 풀면서 부동산 거품을 마지막까지 키워보려는 정책을 펴고 있고, 한국은행에서는 시중에 낮은 이자로 풀린 유동성을 이자율을 올려서 거둬 들이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핑계는 물론 있습니다
.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걱정이라서 못 올렸고(정부와 손발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올해는 국제 경제가 불확실하다고 못 올리고 있습니다. 법이 정한 한국은행의 존립 목적인 물가 관리를 거의 포기하면서까지 말이죠. (물론 최근 개정된 한국은행법에 금융안정이라는 것이 추가로 들어가기는 했습니다만 그럼 원래 설립 취지인 물가 관리는 포기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 9 23일 기자들에게 그랬습니다. ‘무리해서 물가 목표치 달성 안 하겠다.’. 이거 불법파업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군인은 무리해서 나라 지키지 않겠다.’하고 소방관은 무리해서 불 끄지는 않겠다.’고 하고 뭐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요.) 덕분에 GDP대비 가계부채는 80% 수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다음 글에서 리먼 사태 때 미국과 지금 한국의 다른 점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