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 Cetera, Et Cetera, Et Cetera

블로그 중독의 진단 기준, 그리고 나의 한달

혹시 여러분중에 블로그를 너무 많이 해서 스스로 이렇게 블로그를 매일 하는 것이 과연 건강한 일인가 생각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한국과 시간대가 반대라서 퇴근 후 주로 글을 쓰는데 글을 발행하고 잠자리에 들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블로깅 때문에 잠자리에는 한시간이상 더 늦게 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상 시간을 오히려 더 빨라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전에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이 컴퓨터를 켜고 간밤에(한국은 그날 낮동안) 들어온 방문자수를 확인하고 댓글을 달아주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원래 일어나는 시간보다도 적어도 한시간을 일찍 일어나게 되었죠. 그래서 무려 수면이 두시간이나 적어졌습니다. 문제는 제가 원래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정말 힘들어 하는 저녁형 인간이라 아침 잠이 많은데도 블로그를 체크하기 위해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증상은 정말 저 자신이 이래도 되나 하고 불안할 정도였죠. 그래서 중독의 의학적인 정의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래의 기준을 한번 읽어주시죠.

1. 강박적으로 그 행동을 하게 됩니다.
2. 그 행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게 됩니다.
3. 원래 의도했던 분량을 넘어서서 하게 됩니다.
4. 해도 해도 더 많이 하고 싶어집니다.
5. 이 행동으로 사회, 가족적인 문제가 생겨도 계속 하게됩니다.
6. 이 행동을 중단하면 금단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행동을 블로깅으로 대치해보세요. 자신이 그렇다면 일단 블로그 중독입니다. 그럼 이런 증상이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걱정해야 하는 일입니까. 대답은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니라고 봅니다. 그 이유는 이런 행동이 과연 해가 될만한 행동이냐는 것입니다. 흡연, 음주, 마약, 하다못해서 컴퓨터 게임 중독은 일시적인 쾌감을 가져오지만 지나치면 자기 파괴적이 됩니다.

하지만 제 의견으로는 비록 블로깅을 하는 것이 금전적인 동기유발에 의한 것이건, 남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목적을 둔 이타적인 것이건, 아니면 자기만족과 성취감을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좁은 의미의 중독이라는 표현을 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상인이 돈을 벌기위해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나 소설가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잠도 설치면서 생각에 몰두하는 것 혹은 자신의 안위도 잠시 잊고 삼풍 백화점 구조현장에서 며칠 밤낮을 구조 활동을 펼친 자원봉사자들에게 특정 행동을 너무 많이 한다는 이유만으로 중독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봅니다. 물론 일 중독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이런 사람을 의학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이런 행동의 최종 결과물이 일시적인 쾌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나 사회발전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좋은 것에는 중독이 있을 수 없다는 말로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지 벌써 한달이 되었습니다. 참 많은 것을 경험한 한 달이었습니다. 일단 저의 거의 모든 여가시간은 블로그 글을 읽는 것이나 쓰는 것으로 대치되었고 이에 따라 가족들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퇴근하자마자 도대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잠자리에 들때까지 뭘하느냐는 거죠. 사실 저는 공부를 좀 열심히 해야할 처지인데 요즘 블로그하는 재미로 공부를 잠깐 잊고 있습니다. 언젠가 정상적인 생활패턴을 찾기는 찾을 것이지만 당분간은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생활이 지속될 듯 합니다. 사실 글을 쓰고 남들이 읽고 피드백을 받는다는 사실이 이렇게 크게 글을 쓰는 동기부여가 될줄 몰랐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은 사실 미국에서 일하는 아직은 그다지 많지 않은 한국에서 진출한 의사로써 후배 의사들에게 미국의사 시험과 미국 생활 정보를 주기위함이 가장 큰 동기이지만 제 블로그 카테고리의 50%는 제가 보다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 할당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결정이 정말 잘 한 결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과 댓글을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결국 세상사는 것은 사는 지역이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직업이 다르지만 다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금은 대선 직전이라 그런지 블로그스피어가 온통 정치이야기 일색이긴 하지만 다양한 블로그를 돌아다니면서 정말 중요한 정보도 많고 따뜻한 사람사는 이야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도를 보시면 제 블로그의 방문자 분포가 세계 지도에 그려져 있습니다. 저는 미국 뉴욕에서 글을 쓰고 제 글은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읽힌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 지구촌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납니다. 한 달 동안 블로깅을 하고나서 지금 저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제 블로그가 100명이 훨씬 넘는 구독자수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이 어떤 내용의 글을 읽으시려고 구독하게 되셨는지 저는 알길이 없습니다. 미국의사시험 관련 정보일수도 있고 영어 학습법이나 어떤 다른 것일 수도 있지만 이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정기적으로 읽으시기로 결정했다는 것에 대해 저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더욱 더 분발해서 좋은 글들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뉴욕은 차가운 겨울 저녁입니다. 위에 맨하탄의 야경 사진은 제가 독자들을 위해 전에도 한번 찍었던 위치에서 한번 더 찍어본 것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