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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Cetera, Et Cetera, Et Cetera

세계 경제의 붕괴가 오고 있다는데 - 2편

미국의 경우 실업률도 아직 높고, 기업의 신규 투자도 없고, 집 값도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고, 경매로 나온 물건이 팔리지 않고 계속 쌓여가고 있어서 전형적인 불경기의 모습인데 갈 길을 찾지 못한 돈다발의 행진으로 주식시장만 잘나가는 모습을 한동안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유럽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국가의 채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지난 8 4일 하루 만에 이렇다 할 특별한 이슈도 없이 미국의 다우지수가 500 포인트 이상 폭락하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경기도 안 좋은데 돈의 힘으로 받쳐온 주식시장이 일거에 자신감을 상실하고 무너져버린 것입니다.

그 다음 날 바로 안정을 찾기는 했습니다만 현재 미국의 투자가들조차도 지금의 상황이 말이 안 되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넘쳐나는 돈이 주식시장 밖에 갈 데가 없으니 주식시장에 남아있는 것이고 언제라도 도망갈 준비를 하고 하루하루 숨을 죽이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뿐입니다. 이 울고 싶은 아이를 누군가가 뺨을 한 대 때려 준다면 이제 아이는 폭발적인 울음을 터뜨릴 것입니다. 주가지수는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서 모든 사람이 더 이상 무너질 수도 없다고 생각할 수준까지 주가가 다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정부
(혹은 연방준비은행)가 문제입니다. 안 그래도 경기가 좋지 않아서 곧 좋아질 것이라며 몇 년째 국민들을 계속 달래고 있는 판국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주식시장이 괜찮다는 것인데 이마저 무너진다면 국민들에게는 미래에의 고용을 창출할 기업들이 무너짐으로써 경기회복에의 희망까지 무너진다는 이야기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럼 연준에서는 주식시장을 살릴려고 최후의 독약 처방인 3차 양적 완화를 시작할 것입니다.

소금을 물에 타다 보면 처음에는 타는 족족 물에 녹아서 소금 결정이 남아 있지 않게 됩니다
. 물 속에 소금이 보이지 않는다고 물이 짜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소금은 그대로 속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소금을 더 집어 넣으면 어느 시점에선가는 과포화가 되어 소금 결정이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소금을 아무리 넣어도 아무리 열심히 저어주어도 이젠 소용없습니다. 소금은 넣는 만큼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이런 현상이
3차 양적 완화로 시작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주식은 올라가겠지만 세계 각국에 흡수되었던 유동성이 더 이상 흡수될 곳을 찾지 못하고 과포화 되면서 세계의 모든 물가가 눈에 보이게 폭등할 수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한 나라에 국한되었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미국의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받아들인 죄로 전 세계에 한꺼번에 찾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물가가 한 달 만에 백배도 오르고, 천 배도 오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지옥문이 열리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미국과 세계 경제의 붕괴를 염려하는 사람들이 수 십년간 누누이 경고해온 내용입니다

짐바브웨의 하이퍼인플레이션위키에서 캡춰


그런데 사실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런 세계 경제의 붕괴는 인류가 경험해본 적도 없고 섣불리 예측하기가 쉬운 내용도 아니어서 세계 경제가 멸망한다고 확실히 예약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그냥 현재의 팽창적인 경제가 속도가 조절이 되면서 계속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성장해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입장에 선 사람들이 현재의 정부의 적극적 간섭을 주장하는 케인즈학파와 더불어 주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래 시카고학파로 불리며 나중에 새고전파 거시경제학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들 주류 경제학자들은 과거 1930년대의 미국 경제 대공황에서 학습효과를 얻은 사람들입니다. 당시는 금본위제 시대였고,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였습니다. 그러다가 뱅크런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말라버리면서 기업, 정부, 국민의 경제적 기반이 다 붕괴되는 경험을 한 후로 이들은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정부가 개입하고, 중앙 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최선의 처방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몇 번의 경제 위기를 중앙은행과 정부가 나서 돈을 풀면서 극복하여 실제 이런 이론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버냉키 미국 연준 의장도 그 자신이 세계 최고의 대공황전문가로서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이롭고, 하이퍼인플레이션은 해롭지만, 아무리 돈을 풀더라도 디플레이션은 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철칙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미국에 경기 하강이 올 것만 같으면 얼마든지 돈을 풀 준비가 된 사람입니다. 물론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두려워하긴 하겠지만 조절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더 정상적인 정신상태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생각들
, 예를 들어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시장 경제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든가(오스트리아 학파), 돈을 정부가 마음대로 찍어내지 말고 금과 같은 실물에 연동을 시켜 가치가 보존되게 해야 한다든가(금본위제), 빚은 돈이 아니고 빚일 뿐이라는 생각 혹은 거품은 터뜨리고 부실은 정리해야 하고, 망할 기업들은 망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들은 대공황을 기점으로 입지를 많이 잃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지나친 돈이 주택시장에 흘러가서 생긴 병폐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첫 번째 해결책은 돈을 오히려 더 푸는 1차 양적 완화였고, 그래도 안되니까 다시 돈을 푸는 2차 양적 완화를 했는데 그래도 안되니까 이제 3차 양적 완화를 들먹이고 있는 것입니다 

제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전에 해태 타이거즈 시절에 선동렬 선수가 너무 혹사를 당해서 피로가 누적되어 구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 그래서 선동렬 선수가 안 나올 줄 알았는데 꼬박꼬박 나오니까 기자들이 김응룡 감독에게 왜 구력이 떨어지는데 쉬게 하지 못하고 선 선수를 계속 나오게 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김 감독 말이 내보낼만한 놈이 동렬이 밖에 없는데 어쩌냐고 했었습니다.

버냉키 연준 의장도 같은 대답일 것입니다
. 연준이 가진 경기 부양 수단은 돈을 푸는 것 밖에 없는데 그럼 뭘 하느냐고 말이죠. 그런데 소금 결정이 도대체 언제 과포화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아직 세계가 경험이 없어서요. 잘 풀려서 결국 세계 경제가 안정을 찾고 세계 경제가 붕괴된다고 몇 십 년간 경보를 올려온 사람들이 영원히 양치기 소년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일이 나쁘게 되어 진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세계적 경제 대붕괴가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 이렇게 되면 현재의 주류경제학파들은 다시 몰락하고 잊혀진 오스트리아 학파가 다시 득세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에 세계 경제가 붕괴한다면 가진 것이 없는 일반인이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린 몇 푼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이 경제 붕괴의 시대를 생존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씨는 물과 식량, 무기, 금, 은을 사 모으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의 이면에는 그가 현재 열심히 투자중인 은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의 새로운 책에서 그는 은이야 말로 최고의 투자라고 하고 있는데 그의 의도대로 그의 책이 나온지 2년동안 '은'은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 폭등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물은 적도 없지만 그냥 저 나름대로 이런 상황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저로서는 세계 경제가 붕괴한다고까지 생각하는 것은 도저히 믿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냥 세계가 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막연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세계의 생산성과 자원, 인류의 지식과 경험을 보면 조금 고생은 하더라도 극복이 가능한 위기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제 기업과 정부의 부실도 정리하고, 손해를 볼 사람은 손해를 보게 내버려두더라도 유럽과 미국, 일본도 균형재정을 이루는 식으로 약간의 고통을 서로 분담하면서 궁극적인 파국만큼은 피해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한가지 문제라면 리더쉽인데 불행히도 정치인들은 대중의 표를 의식하는 사람들이라 자신의 인기를 깎아먹어가며 대중에게 고통에 동참하자고 호소할 사람이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별로 없습니다. 어차피 자신의 생존의 문제가 걸린 대중들은 고통에 대해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 이상 물러날 데도 없는데 물러나라면 누가 물러나겠습니까. 생각해보면 불공평한 것이 지금의 고통을 초래한 사람들은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나라를 만신창이를 만든 정치인들과 끝없는 탐욕에 물든 자본가들이지 대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지금 그리스에서 연일 벌어지는 데모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부가 빚이 너무 많아서 나라가 지급불능에 빠지려 하는데도 배고픈 대중들은 정부 지출 삭감에 찬성을 못합니다. 이런 국민들을 설득하려면 리더들이 먼저 고통에 동참해야 하는데 그런 리더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아직은 없는 것 같은데 계속 지켜보려고 합니다. 압니까. 누가 혜성처럼 나타나서 지구를 구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