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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침대, 단단해야 하나 푹신해야 하나?

안락하고 쾌적한 수면은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낮 동안의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은 밤에 좋은 수면을 통해 다음 날 하루를 보낼 에너지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좋은 잠자리를 좋은 수면을 얻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여기고 그래서 침대회사들은 저마다 자신의 브랜드의 침대가 좋은 수면에 최고라고 주장을 합니다.

요통이 있는 사람에게는 때로는 수면이 상당히 고통스러운 것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요통은 낮에 활동과 더불어 심해지고 밤의 휴식으로 어느 정도 회복이 되지만 잠자리에서도 요통이 가시지 않는 경우는 밤새도록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게 되니 밤사이의 휴식은 정말 없었던 것이 되는 고통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학계에서도 요통이 있는 환자에게 부드러운 침대가 좋은지 단단한 침대가 좋은지 약간의 이견이 있어왔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오랫동안 방에서 생활해온 한국인에게는 약간 단단한 침대가 좋다고 느꼈고 요통이 있는 환자에게 항상 단단한 침대를 권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환자들은 오히려 부드러운 침대로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고 특히 비교적 나중에 개발된 메모리폼과 같은 새로운 소재의 침대는 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균일하게 분포하게해서 밤에 자다가 뒤척거리게 되는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물침대로 유명한 Akva


저도 워낙 개인적으로 이런 방면에 호기심이 많고(뭔가 새로 나오면 꼭 사고 싶어지는) 게다가 요통도 가끔 있는지라 미국에 온 후 탬퍼페딕 침대를 사기위해 고민 고민하다가 재정부 장관(우리 집의)님의 권고로 포기하고 일반 침대를 구입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새로 발행된 미국의 척추 관련 학술잡지인 spine지에서 흥미로운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논문의 제목은 ‘Better Backs by Better Beds?’(더 좋은 침대가 허리를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입니다. 덴마크의 Funen Back Center라는 연구소의 Bergholdt박사가 발표한 이 논문은 저에게 상당한 관심을 끌게 되었습니다.

160명의 만성 요통환자가 이 연구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단단한 침대(Innovation Futon), 물침대(Akva 브랜드), body-conforming foam mattress(이하 메모리폼 매트리스, Tempur-pedic)를 각각 사용하게 하고 연구자들이 환자를 인터뷰해서 요통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모니터하였습니다. 특히 이 연구는 Innovation futon은 침대를 제공하고 Akva사와 Tempur측에서 별도로 연구비를 지원을 할 만큼 각 침대회사들이 각별하게 신경을 써서 누가 우월한지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tempur-pedic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그런데 연구결과를 제대로 도출하게 해 줄 전제 자체를 흔들어버리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요통환자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침대를 고른 것이 아니고 연구의 공정성을 위해서 무작위로 침대를 할당받았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침대를 받은 경우 아예 이용을 시작도 안한 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물침대와 단단한 침대를 제공받은 그룹에서 심했습니다.그 외에도 일단 제공받은 침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연구 기간을 걸쳐서 침대를 사용하지 않고 임의로 침대의 사용을 중단해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spine 최신호 표지

하지만 연구를 끝까지 마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물침대를 사용한 사람들과 메모리폼 침대를 사용한 사람들이 단단한 침대를 사용한 사람들보다 만족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비율로 따지자면 물침대를 사용한 쪽에서 메모리폼 침대를 사용한 사람들보다 통증의 호전을 더 많이 보고했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는(진짜로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단단한 침대를 사용한 경우는 요통이 증가한 사람의 수가 감소한 사람보다 오히려 많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라면 결국 요통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이라는 것입니다. 그 어떤 침대도 완전하게 통증을 증가시키는 방향만 있거나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값이 상당히 비싼 메모리폼 침대조차도 사용 후 통증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보고한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침대의 가격이 요통을 감소시킨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침대 고르기 참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값도 상당히 고가이고 한번사면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몇 년은 써야합니다. 그리고 고르는 것이 디자인을 보고 고를 수도 없고(다 사각형이니까) 며칠이라도 잠을 자보고 고를 수도 없습니다. 어떤 침대가 좋은지 의사인 저로서도 말하기가 참 힘듭니다.

제가 환자들에게 제안하는 몸에 맞는 침대를 고르는 한 가지 방법은 침대를 사기전에 방바닥에 이불과 담요를 두세 장정도 깔고 며칠 자보고 몸이 편하면 단단한 침대가 몸이 맞는 것이고 만약 몸이 불편하면 조금 푹신한 침대가 맞는 체질일 것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허리가 지속적으로 아프다면 물론 침대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병원에 가야겠습니다. 허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는 알아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