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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Cetera, Et Cetera, Et Cetera

외국인들이 구글에서 찾는 한국 관련 궁금한 점

얼마 전에 우연히 유머스러운 장면을 담은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진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아주 유명해져 버린 ‘김여사의 운전’ 시리즈라든가 ‘아찔한 장면’을 포착한 사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만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 한가지가 구글에서 나온 추천 검색어(query suggestion)을 캡쳐한 사진이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듯이 인터넷 포털들은 사용자의 편의와 약간의 상업적인 목적으로 서제스트(suggest) 기능이라는 것을 제공해주고 있고 구글에서는 query suggestion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찾고자 하는 정보가 있을 때 길게 다 적지 않아도 검색하고자 하는 단어나 문장을 여러 가지로 제시해주고 그 중에서 클릭으로 쉽게 고를 수 있어서 상당히 편리하다고 느끼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제가 본 것은 구글에서 ‘why do black people~’로 시작하는 검색을 했을 경우 검색창에 제시되는 예를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시면 알겠습니다만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왜 흑인 남성은 백인 여성을 좋아하나
왜 흑인 남성은 뚱뚱한 여성을 좋아하나
왜 흑인 남성은 백인 여성을 선호하나
왜 흑인 남성은 뚱뚱한 백인 여성을 좋아하나
왜 흑인 남성은 덩치 큰 여성을 좋아하나
왜 흑인 남성은 백인 여성을 원하나
왜 흑인 남성은 손톱이 길까
왜 흑인 남성은 아시아 여자를 좋아하나

아무리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 쓰는 검색엔진이라지만 내용이 마치 초등학생이나 물을 만한 질문이어서 정말 구글에서 제공하는 추천검색어가 이 정도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마저도 듭니다. 이런 검색어 추천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런 질문도 묻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겠지만 구글에서 이런 것은 좀 손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것을 보고나니 과연 구글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한 질문은 어떤 추천 검색이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왜 한국인은 ‘파이팅’이라고 하나

왜 한국인은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나
왜 한국인은 쇠젓가락을 쓰나
왜 한국인은 개를 먹나
왜 한국인은 술을 많이 먹나
왜 한국인은 머리가 큰가
왜 한국인은 피부가 좋나
왜 한국인은 고개 숙여 인사하나
왜 한국인은 좋은 피부를 가졌나
왜 한국인은 눈이 작은가

보면 듣기 좋은 것도 있고 듣기 싫은 질문도 있습니다. 그래서 궁금증이 그럼 구글에서 중국인들에 대해서는 어떤 추천 검색어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죠.



왜 중국인은 째진 눈을 가졌나

왜 중국인은 젓가락을 사용하나
왜 중국인은 눈이 작나
왜 중국인은 일본인보다 쌀을 더 많이 먹나
왜 중국인은 개를 먹나
왜 중국인은 냄새가 나나
왜 중국인은 젓가락을 사용하나
왜 중국인 여자는 날씬한가
왜 중국인은 다르게 생겼나
왜 중국여자는 취향이 다른가

역시 별로 듣기 좋은 소리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일본사람들에 대한 검색을 보시겠습니다.


왜 일본인은 고래를 사냥하나

왜 일본인은 수명이 긴가
왜 일본인은 치아가 좋지 못한가
왜 일본인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나
왜 일본인은 마스크를 쓰나
왜 일본인들은 장수하나
왜 일본인들은 눈이 째졌나
왜 일본인들은 장수하나

3국 공히 겹치는 질문도 많습니다만 일본인들에 대한 질문도 그다지 좋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구글에서 추천 검색어를 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검색을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내용이 다분히 인종차별적이고 편견이 많은 것이라서 아마도 이런 정보를 검색하는 것은 동아시아의 문화와 경제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질문을 받은 한국 관련 질문들은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국인들은 일단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남한이냐 북한이냐부터 묻습니다. 그리고 뉴스를 좀 보는 사람이면 남한은 잘사는데 왜 북한은 그렇게 못사느냐고 물어보고 한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 놀라와 하기도 하지만 시사에 별로 밝지 않은 사람은 남한이 세계 12위급의 경제 대국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정도를 떠나서 한국을 동남아시아의 개발 도상국과 동일시 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하지만 제가 미국의 중서부에 살 때와 뉴욕에 사는 현재를 비교하면 아무래도 대도시의 사람들이 외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한국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신문에 보면 미국의 대학생 조차도 삼성, LG, 현대가 한국 회사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고 나오지만 제가 뉴욕에서 만나본 사람들은 외국 사정에 밝은 사람들인지 대부분 알고 있었습니다.

포털의 추천검색어 기능


미국 병원에 인도 출신의 의사들이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제가 병원에서 근무하는 관계로 이들 의사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은데 아마도 이들이 가장 한국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의 대기업들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고 한국이 어떻게 단기간에 고도의 성장을 이루었는지 감탄하면서 왜 한국인은 그렇게 똑똑한가 하고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약간 겸손한 척을 하면서도 열심히 한국을 홍보해주곤 했습니다.

가끔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을 보면 한국을 잘 모를 뿐 아니라 대부분 저를 중국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만나자 마자 어설픈 중국어로 장난스럽게 ‘니하오’하면 참 곤욕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탓할 수가 없는 것이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아프리카에 각종 물적 지원 등으로 영향력을 높이려고 노력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이 효과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아프리카면 수단 사람인지 가봉 사람인지 전혀 감이 없으니까 피차 똑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중남미에서 온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진 경우가 많은 편이었는데 대개 축구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아직도 월드컵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 최고다 라는 식으로 추켜세우곤 했습니다. 지금 사는 뉴욕이 특히 히스패닉 계 이민자가 많은 곳이라 중남미 계 이민자를 많이 보는데 의외로 한국의 기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서 좀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 라면을 먹어본 사람도 많고 한국 드라마를 보았다는 사람도 많고 태권도를 아는 사람도 가끔 있고 해서 중남미에는 한국 기업보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더 전해진 것인가 하는 궁금증도 들었습니다.

필리핀이나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 사람들을 만나면 이상하게도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그들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도록 만들어서 많이 듣는 편이었습니다. 굳이 말을 시켜보면 이들 중에 최근에 미국에 이민 온 사람은 한국의 발전상을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오래 전에 이민 온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은 뉴스를 잘 안 보는지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국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저도 모르는 드라마, 영화, 가수, 기업, 음식문화까지 아주 잘 알고 있어서 사람마다 편차가 많이 컸습니다. 아마도 한류의 영향이 지금은 사그러 들었다고 하나 한때 영향력이 대단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글에서 추천검색을 선택하는 창


중국인들은 조금 미스터리 한 면이 있었습니다. 한국과 아주 가까이 있으니까 아주 잘 알 것 같은데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인지 진짜 모르는 것인지 의외로 한국의 고대사나 현대사에 어두웠고 한국에서 한자가 일본만큼 많이 쓰이는 것으로 잘못 아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다만 한국의 드라마는 잘 아는 경우가 많았고 상품에 있어서도 일제와 한국제를 비슷하게 쳐주는 사람도 꽤 있어서 보다 기분이 좋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동북 공정이나 백두산의 절반을 빼앗아갔다는 보도 등으로(사실은 일제가 백두산을 넘겼다는 설도 있더군요) 중국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와서 중국인들을 대하면서 중국 사람 자체에 대해 가진 편견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습니다.

일본인은 사실 많이 접하지 못했습니다만 접해 본 사람들과 한국의 문화나 역사를 주제로 이야기하기도 껄끄러웠습니다. 독도 문제도 있고 일제 강점기 같은 이슈가 있어서 사실 말 자체가 조심스러웠는데 자기의 속마음을 워낙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느낌상 물었어도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유럽 쪽 사람들은 동유럽과 서유럽의 차이가 큰 데 서유럽은 거의 미국 사람과 비슷한 무관심 형이 많았고 가끔 축구를 아는 사람들에게서는 남미 사람들과 같은 반응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동유럽 사람들은 한국 문화는 몰라도 기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고 우리에게는 잊혀진 대우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요새는 대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서 인지 동남아 사람들만큼이나 우리 대기업에 대한 지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가 짧게 미국에 산 것 치고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많이 만난 편이긴 하지만 경험이 제한적이라 실제 그 나라들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이런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의 기업과 문화에 대해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들에게 한국에 대해 자랑을 할 때는 기분이 참 좋았고 한국에 대해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홍보에 대해 노력할 점이 많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어쨌거나 외국에 사는 한 민간 외교관이라는 생각으로 계속 한국을 자랑하고 다닐 생각이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생각입니다. 서로를 알아 가는 것이 편견을 없애는 첫 걸음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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