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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Cetera, Et Cetera, Et Cetera

마이클 잭슨, 데메롤이 왜 필요했을까

지난 금요일은 심장재활 파트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동하러 온 환자들이 하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자마자 먼저 들어온 사람은 캔터키 주에서 태어나서 뉴욕으로 대학 진학한 이후로 줄 곳 살아온 마리아 할머니와 푸에르토리코에서 이민 와서 뉴욕시 공무원으로 평생을 보내다 은퇴한 곤잘레스 할머니였습니다.

둘은 심장재활 운동실을 들어오자마자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를 하면서 너무 안됐고 슬픈 일이다 라며 마음 아파했습니다. 저도 마이클 잭슨의 팬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안타깝게 생각했던 지라 두 사람의 상실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동치료사인 바네사가 마이클 잭슨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의 음악을 듣자고 제의해서 운동실에서 매일 듣던 라디오를 끄고 그 날은 마이클 잭슨의 씨디를 올렸습니다. ‘beat it’, ‘thriller’, ‘black or white’등을 들으면서 그의 천재성과 재능에 감탄하고 그리고 마음 속으로 애도를 했습니다.

마이클 잭슨, 데메롤이 죽였을까?

병원에서 내내 허전한 마음으로 근무를 하다가 퇴근해서는 그의 사인에 대해 신문을 좀 찾아보았습니다. 주로 나오는 이야기는 부검 결과로는 외상이나 타살의 흔적이 없고, 자세한 소견은 한 달 이상 있어야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와 그가 통증으로 인해서 데메롤이라는 약을 주사했었는데 이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전부였습니다. 이미 국내 언론에 많이 소개가 되었지만 데메롤(Demerol)은 병원에서 흔히 처방되는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의사들이 기피하는 경향도 있고, 환자들도 대부분 좋아하지 않으므로 마약성 진통제를 말기 암과 같은 아주 드문 경우에만 사용하게 되는데 미국에서는 그냥 보통 진통제로 잘 안 들으면 쓰는 다음 단계의 약 정도의 개념으로 아주 자주 사용합니다. 마약성 진통제를 별로 죄책감 없이 사용하는 지금 생각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통증을 잘 참아서 그런지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 했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약을 너무 약하게 썼던 생각도 들고, 그 통증을 참아야 했던 내 환자들은 얼마나 고생이 심했을까 미안한 마음도 들고 그렇습니다.

source; opposingdigits.com

그런데 언론의 보도를 봐도 아직은 마이클 잭슨이 왜 죽었는지 이유가 선명하지가 않습니다. 유명인이 운명했을 경우 때로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최종 발표가 미뤄져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의사로서 짐작을 할만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저도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진통제를 맞았다는 것도 그럼 무슨 통증이 있었기에 진통제를 맞았는지, 진통제는 통상 먹는 약을 쓰는 것이 상례인데 왜 집에서 주사를 다 맞았는지, 그의 의사인 닥터 머래이씨는 전공이 심장내과인데 마이클 잭슨이 심장내과의가 왜 필요했는지, 직접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알려졌는데 마이클 잭슨이 무슨 심장관련 질환이라도 원래 있었는지 의문이 많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다양했던 과거 병력

마이클 잭슨의 병력으로 알려진 것은 본인도 인정했던 백반증이라는 피부질환과 1993년 소아 성희롱 죄로 재판을 받을 때 스트레스로 각종 진정제를 복용했던 병력, 각종 성형 수술 특히 수 차례에 걸친 코에 대한 성형수술의 과거력, 80년에 댄스 가수로서의 체형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면서 거식증이 있었다는 것, 올해 갑자기 알려진 마이클 잭슨이 살 파먹는 세균이라고 일반에 알려진 MRSA라는 세균에 감염되어 치료를 받았다는 것 정도가 되겠습니다.

하나 하나 따져보면 백반증은 미용적인 문제지 사람이 죽고 사는 병이 아닙니다. 세간에 흑인인 마이클 잭슨이 갑자기 흰 피부로 나타나니까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변했는지 성형수술 등의 의혹이 있었지만 마이클 잭슨의 자서전에서도 그랬고 실제 의학적으로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바로 이 백반증입니다. 이 병은 원인 모를 이유로(대개 자가면역성 질환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피부의 멜라닌 색소 세포가 죽는 병으로 백인이든, 흑인이든 피부가 얼룩덜룩하게 하얗게 변하는 병입니다. 원래 피부와 하얗게 된 피부의 색깔 차이가 가장 보기 싫은데 병이 심하면 아예 어두운 색깔의 정상 피부의 멜라닌 세포에 대해 레이저 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전부 희게 만들기도 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약을 복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과용할 경우 물론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당시 복용했다는 약들은 valium, xanax, ativan 등 신경안정제로 흔히 쓰이는 약들인데 마이클 잭슨이 이런 약들을 복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요즘 마이클 잭슨은 런던에서 열리는 대규모 콘서트를 위해서 열심히 준비 중이었던 만큼 졸리는 부작용이 큰 이런 약들을 복용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는 성형 수술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코에 대해서 수술을 많이 받았다는데 저도 혹시 성형 수술의 결과가 좋지 않아서 통증이 있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수술 후에 상처가 아물면서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든 그렇지 않았든 통증이 없어져야 정상인데 뼈가 붙지 않거나 연골이 죽으면서 장기적으로 문제를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면 겉에서 보아서도 문제가 있어야지 겉보기에는 완벽한데 속으로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통증을 일으킬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경험많은 성형외과 전문의만이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거식증은 이미 꽤 오래 전의 일이고 마이클 잭슨의 현재의 체형을 고려할 때 현재의 문제로 생각하기에는 가능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거식증에 걸린 모델들의 사진 등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사람이 무섭게 마르기 때문에 비교적 정상적인 마이클 잭슨의 최근 사진을 보면서 이런 병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살 파먹는 세균이라는 MRSA는 미국에서 공중보건학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일으키는 균입니다. 흔한 피부 농양부터 폐렴, 뇌 농양, 폐혈증 등을 일으키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데 보통의 항생제로는 죽지 않고 특별한 항생제 그룹에만 반응하므로 치료가 때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 병원에서 하는 일도 이런 세균 감염이 의심되면 무조건 균 배양부터 해서 미리미리 이런 균이 있는지 추출해내곤 하는 일입니다. 만약 일반 세균으로 생각하고 보통 항생제만 쓰다가 환자가 일단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강한 약을 써도 영영 회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잭슨이 이 균으로 감염되어서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은 이 균 감염증의 발병 빈도를 고려하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일입니다만 이 균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2월에 뉴스에 나온 감염증이 4개월 후까지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복용했던 약물들

이렇듯 과거 그의 병력들과 그의 죽음 사이의 인과 관계를 밝혀내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데메롤이 왜 필요했는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일부 보도에 마이클 잭슨이 런던 공연을 준비하면서 약간의 부상을 당했고 이를 극복하면서 연습을 하고자 진통제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가능한 시나리오인데 문제는 최근 영국의 더 선지의 보도를 보니까 그가 데메롤 외에도 다음과 같은 약들을 복용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Dilaudid(매우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Vicodin(
중간 정도 강한 마약성 진통제),
Soma(
근이완제, 근육통에 사용),
Zoloft(
항우울제),
Paxil(
항우울제),
Prilosec(
위장약)

 

그리고 현재 나오는 언론 보도를 보면 최근 약물 과용으로 사망한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의 배우 안나 니콜 스미스처럼 마이클 잭슨도 거의 약물 과용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었겠는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데메롤, 딜로디드, 바이코딘 이 세가지 마약성 진통제가 매일 투여가 되는 정도였다면 호흡 중추를 마비시켜서 사망에 이를 개연성은 매우 높습니다. 문제는 통증의 원인이 무엇이었겠느냐 하는 것인데 공연 연습 중 부상의 정도라면 뼈가 부러지지 않은 이상 근육통 정도일 가능성이 높은데 급성 통증만 가지고 세 가지나 되는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huppingtonpost의 보도내용

이렇게 약을 사용하는 경우는 만성 통증으로 매우 오랫동안 약을 써왔고 한가지 약으로 효과를 보지 못해서 차츰 약의 종류와 강도를 올린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만성 통증 환자들은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고, 우울증 자체와 통증의 개선을 위해서 항 우울제가 처방되기도 하는 것으로 마이클 잭슨이 뭔가 오래 통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그의 상담의인 닥터 초프라, 전 프로듀서 아마르씨, 가족의 변호사인 옥스먼 씨 등 주변 인물들은 물론 본인조차도(전 부인인 리사 마리 프레슬리에 의하면) 평소에 그가 약을 많이 복용하고 있어서 우려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밝혀져야 할 것들이 많고, 마이클 잭슨의 가족들이 2차 부검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니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저만의 결론을 내려보자면 결국 뭔가 오래 힘들었던 문제가 있었고, 약에 의지해서 힘든 몸을 끌어 왔지만, 결국은 몸이 버티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인기도 있었고, 재능도 있었고, 돈도 있었지만 결국은 이렇게 영광의 삶을 불운으로 접었습니다


가끔은 잘난 듯이 보이는 우리네 인생이 참 별 것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 아무리 영화로운 삶을 살았던 지구촌 모든 이들의 우상도 결국은 이렇게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죠. 가끔 죽음에 임박한 질병을 앓았다가 기적적으로 소생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인생을 그렇게 아등바등 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이젠 마음을 여유 있게 갖고, 봉사라도 하면서 살다가 가겠다고 합니다. 요즘 연달아서 많은 유명인들의 죽음을 보면서 인생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All flesh is grass, and all the goodliness thereof is as the flower of the field: The grass withereth, the flower fadeth  (Isaias 40:6-7)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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