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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고 미국 생활 이야기

영화같은 진짜 프리즌 브레이크, 그리고 유머 감각

약 일주일전에 두 명의 흉악범이 미국 뉴저지의 교도소에서 영화 같은 수법으로 탈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살인죄로 17년 형을 선고받은 호세 에스피노사와 무장 강도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던 오티스 블런트 이 두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빠삐용이나 쇼생크 탈출 같은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탈옥 이야기만 들어도 굉장히 관심이 가던 터에 이들의 수법을 전해 듣고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고도 보안 감방인 교도소 3층에 각각 옆방을 쓰는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찻잔 크기의 쇠로된 문고리로 일단 두 방의 시멘트벽에 갉아서 45센티 크기의 구멍을 내서 서로 통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철사 같은 것을 이용해서 감방 벽의 벽돌 주위의 시멘트를 조금씩 갉아내고 벽돌을 노출시킨 후 벽돌을 벽에서 빼내는 수법으로 외부와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쇼생크 탈출과 프리즌 브레이크의 수법을 다 쓴 것 같습니다. 약 2주에 걸쳐 구멍을 만드는 동안 벽에는 비키니 입은 여자 사진을 붙여서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하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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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난 뉴저지주의 엘리자베스. 뉴욕에서 불과 40분 거리이다.

나갈 때 침대에 다가 이불을 말아서 사람이 누워있는 것처럼 만들어 놓고 나가서 탈옥하고 한참 뒤까지도 간수들이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만 12월 15일 오후 5시 15분에서야 두 사람이 없어진 것이 발견되었는데 언제 탈옥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이들은 감방을 나가면서 책상위에 남긴 “(탈옥에) 필요한 도구를 공급해 준 것에 대해 간수들에게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진정한 친구입니다. 기쁜 성탄 되시도록!”이라고 쓴 편지에 사람이 웃는 그림도 그려놓았다고 하니 흉악범도 유머감각이 있나봅니다. 이들은 감옥을 나간 후 5미터가량의 지붕위로 뛰어 내리고 다시 철조망 펜스에서 9미터가량을 뛰어 교도소 바깥의 철로로 내려갔습니다. 이들은 눈 위에 발자국을 남겼는데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나있어서 탈옥하자마자 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유니언 카운티 검사인 로만스키씨는 이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어떤 영화와 비교하고 싶지도 않다면 서도 영화와 매우 비슷해 보인다는 점에서 비록 왜 사람들이 영화와 비교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덧붙인 말이 쇼생크 탈출에서 벽에 붙은 포스터가 실제보다 나았다고 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유머감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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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이 일어난 감방사진. 벽에 구멍이 보인다.

그 후의 소식으로는 이들에게는 8000불의 현상금이 붙었으며 많은 정부 기관에서 이들을 전국적으로 수색중이라고 합니다. 그 후로 교도소에는 추가로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고 교도소 경계 밖으로 새롭게 순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이들이 잡혔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영어에 약한 한국인이 미국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유머를 꼽습니다. 우리는 어쩐지 표정이 약간 심각하고 잘 웃지 않으며(미국사람과 비교할 때) 지나친 감정표현을 경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예전에 고미안 운동(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기 운동)까지 했었을 까요. 사실 저는 지나치게 경박하지 않게 적당히 무게를 잡는 우리의 전통을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는 축이지만 미국에 와서는 어쩔 수 없이 표정이 풍부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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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 전에 병원에서 발표를 했는데 정말 재미없고 지루한 주제였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조는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에 재미있는 사진과 그림을 좀 추가해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청중들에서 (제 생각에는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폭소가 터지고 강의 내내 사람들이 다 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저에게 와서 네가 이렇게 유머러스한지 몰랐다, 그리고 정말 유익한 강의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강의가 있었던 그 일주일 내내 여러 사람에게서 돌아가면서 좋은 발표였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물론 미국사람들이 칭찬을 참 잘 합니다. 잘 한 것보다도 훨씬 더 칭찬을 해주는데 저의 경우 강의가 좋았다는 과찬은 사실 강의가 대단히 뛰어났다기보다는 재미있었다는 말로 이해를 했습니다. 우리 속담에도 꼭 유머를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웃는 낯에는 침을 못 뱉는다 라든가 한마디 말이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국제화 시대에 성공하는 비결 하나, 웃는 얼굴과 적절한 유머를 항상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