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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맨해튼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지하철 차량안의 공익광고 같은 것을 보았는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야채를 많이 먹으라던가 좋은 자세로 앉아야 두통이 예방된다는 등의 일반인들이 알아두면 유익한 의학상식이 광고란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 중에 유독 제 눈길을 끌었던 문구 하나는 “목이 아픈 감기에 아이스바(일명 하드, 영어로는 popsicle)를 먹으면 좋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또 하나의 건강 상식을 드리려는 것은 아니고 미국과 한국의 건강에 대한 문화적 차이를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가끔 목감기에 걸려서 편도가 붓고 목이 아픈 환자를 많이 보았습니다. 어차피 감기 치료의 기본은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의 사멸이 아니고 바이러스가 일으킨 증상의 대증 요법이라는 측면에서 가능한 한 환자를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약의 가짓수를 되도록 적게 쓰고도 환자를 편하게 해주기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특히 소아일 경우는 약 복용 말고도 뭘 먹일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는 부모님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상식적으로 물도 많이 마시고 골고루 식사를 잘 하라고 말하기는 쉽지만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면 대개 식욕을 잃기 때문에 잘 먹이라는 말처럼 공허한 말이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목이 부은 경우는 입맛도 입맛이지만 삼키는 것 자체가 고통이어서 정상적인 식사를 못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먹일 것인가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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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사들이 목감기에 권하는 쌍쌍바

참고로 감기에서 입맛을 잃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는데 그 중 하나가 비인강의 염증으로 후각을 잃고 따라서 냄새를 못 맡으면 입맛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가 하나 상실되므로 입맛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의과대학 다닐 때 생화학 교수님 한 분은 감기에 걸리면 바이러스와 체내의 면역 기전이 싸우게 되고 많은 에너지가 이 전투에 사용되어 소화를 시키는 장기에 소화를 위해 에너지를 공급할 여력이 적어지므로 입맛을 잃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합목적적인 해석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문화상 감기에 걸리면 입맛이 없어도 억지로 더 잘 먹어야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 하는데 이 주장이 맞는다면 감기에 걸렸을 때 입맛을 잃는 것은 생리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며 억지로 먹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단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적절히 먹으면 된다는 것이 몸을 위하는 길 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을 못하는 동물들을 보면 아프면 먹기를 거부하는데 결국은 잘 못 먹고도 잘 회복 하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목감기에는 찬 것을 먹는 것이 통증에 도움이 된다

저도 궁금해서 의학 관련 저널을 검색해보기도 했는데 우리 몸에 대해서 의사들도 모르는 바가 많고 감기에 잘 먹어야 하느냐 아니면 보통 때보다 적게 먹어도 상관이 없느냐는 연구된 바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또한 감기에 찬 것을 먹어도 되는지 찬 음식이 해가 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떤 의견이 맞는다고 손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목감기의 경우는 조금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저에게 부모님들이 목감기에 걸린 아이가 먹을 것을 거부한다고 하면 저는 서슴없이 아이들이 잘 먹는 것을 아무것이나 주되 주스나 찬물, 아이스크림, 아이스바(일명 하드)를 주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무리 아파도 최소한의 수분과 대사를 위한 탄수화물이 필요한데 어떤 형태로 주던 아예 아무것도 안 먹는 것 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고 특히 차가운 음식은 목의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감기에 걸릴수록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고 전통적인 믿음이 있는 부모님들을 설득하기가 항상 쉬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이런 내용은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교과서에 본 기억도 없고 제가 이야기해본 의사들조차도 제 생각에 다 동의해주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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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위의 저 소나무, 정기가 넘치네~~

제가 의과대학 다닐 때 문과대학에 있는 친구 중의 하나가 전통의학(한의학과 민간의학을 아울러서)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어느 날 주장을 하기를 감기란 것은 氣가 減(줄어서)해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기를 보충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기를 보충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기가 충만한 사물(예를 들면 소나무)같은 것에 접촉을 하면 기를 보충하여 감기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기의 통로는 손바닥이 가장 좋으니까 소나무를 손바닥으로 잡고 30분 정도 있으면 기가 보충이 되면서 땀이 나기도 할 정도로 몸이 좋아진다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아무리 병아리 의대생이라지만 이런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것 같았고 그래서 열심히 반박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만난 다른 친구가 감기에 걸렸다고 하니까 엉뚱하게도 이전 친구의 주장을 검증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데리고 학교 뒷산에 올라가서 소나무를 부여잡고 30분만 버텨보자고 했습니다. 미심쩍어 하는 친구에게 기와 소나무에 대해 일장 설명을 해주고 간신히 설득해서 산에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때가 이른 3월이라 겨울만큼이나 추웠고 맨손바닥으로 차디찬 소나무를 잡고 잇는다는 것은 거의 고문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5분도 채 못 채우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덕분에 이상한 제의를 했던 저는 책임감에 즉석 떡볶이를 한번 사는 것으로 용서를 받았습니다.

만성 소모성 질환에서는 잘 먹는 것이 보약

전통의학이란 이름으로 내려오는 건강에 대한 상식들 중에는 정말 얼토당토않은 주장도 있고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하는 것도 있는 반면에 의사도 미처 생각을 못했지만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녹아든 현명한 방법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평소보다 더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왜 나왔는지 짐작을 해보다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할 수도 있는 결핵이라는 병에 생각이 닿았습니다. 예전에 폐병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병이고 우리나라뿐만이 아니고 서양에서도 많은 문인과 화가 등의 예술가들이 이 병으로 별세 했습니다. 그런데 이 병에 걸리면 결핵균에 의해 만성적인 염증이 체내에 초래되고 이화작용(catabolism)이 활발해지게 되는데 많은 단백질 조직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몸무게도 줄고 사람이 야위는데 이런 병으로부터 회복을 돕기 위해 고기를 많이 먹으라고(혹은 전반적으로 식사를 잘 해야 한다고) 의사들이 권장을 해왔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인가 보았던 일제 강점기를 주제한 허영만 작가의 만화에서도 폐병에 걸린 주인공이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개를 몰래 훔치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하여간 만성 소모성 질환에 걸리면 잘 먹어야 함은 상식이기도 하지만 의학적 근거를 가진 주장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이디어가 감기와 같은 단기 바이러스 질환으로 확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인지를 확실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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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감기에 걸리면 먹는게 고역이다

어쨌거나 목감기에 찬 것을 장려하는 것이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받아들이기는 힘든 생각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미국에 오니 의외로 의사들이 이런 주장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설문조사를 해본 적은 없지만 상당히 많은 미국의사들이 이런 주장에 동의하고 있거나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사람들이 이용하는 건강 관련 문답 사이트에서도 목감기에 찬 것을 먹는 것은 상식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본 공익광고도 이런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겠지요.

임산부가 산후에 몸조리를 한다고 몇 주씩 뜨거운 방에 누워 지내는 한국의 풍습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아이를 낳자마자 통증이 허락하는 한 산모를 걸어 다니게 만듭니다. 이는 조기에 활동을 하는 것이 산후 회복을 빠르게 한다는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립된 것입니다만 상당수의 한국의 산모들은 미국에 와서도 이런 지나친 조기 보행의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많은 한국의 어머니들이 자신들의 만성 통증(요통)을 산후 몸조리가 부족했다는 것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도 보았습니다. 아마도 한국과 미국은 문화만 다른 것이 아니고 사람 몸도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한국인들처럼 음식에 대해 예민하지 않아서 광우병이 돌아도 쇠고기 잘도 사먹고, 유전자 변형 농산물도 걱정을 하지 않으며, 어린 아이에게도 별로 거리낌 없이 콜라도 먹입니다. 목감기 걸린 아이에게 찬 것을 먹이는 것이 이와 같은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확실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별 걱정을 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이런 태도가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하여간 한국과 많이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의학 정보 홍수의 시대

한국 사람으로서, 그리고 양국의 문화를 경험하고 있는 의사로서 내린 결론은 의학정보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현대를 살면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한국 사람의 예민함과 미국 사람의 무던함을 동시에 가지되 확실히 근거가 있는 것만을 선택해서 받아들일 줄 아는 슬기로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참 어렵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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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의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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