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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엄마 발 한번 꽉 눌러보세요

발이 아프다며 59세 여자 환자가 찾아왔습니다. 몇 달 전부터 발이 점차로 아파지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심해진다며 여러 가지 호소를 했는데 아프다는 부위를 보니 주로 아픈 부분이 뒤꿈치보다는 발가락의 뒷부분, 그러니까 발의 중간부분이었습니다. 통증은 걷지 않을 때는 거의 없는 편이고 걷는 것이 특히 문제가 되는데 가끔 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없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집에서 손으로 잘 주물러주면 통증이 가시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증상이 심해져서 도저히 참지 못하고 병원을 방문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환자를 보면 진찰을 하기 전에 신발에 먼저 눈길이 갑니다.


신발이 발 건강을 좌우한다

전에 한국에서 있을 때 건강에 관련된 책 제목이나 방송 프로그램 제목을 보면 ‘음식만 잘 먹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라거나 ‘생활 습관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식의 제목을 본 적이 많이 있었는데 요즘에 와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신발이 발 건강을 좌우한다’라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환자를 보면 십중팔구 신발에 문제가 상당히 많습니다. 결국 이 환자는 ‘지간 신경종’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신발을 처방해주고 몇 주후에 만날 수 있었는데 통증이 거의 가셨다고 해서 별로 해준 것도 없고 다만 잘못된 신발을 교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병이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참 신발이 중요하긴 중요하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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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간신경종을 설명하는 그림

이런 환자를 볼 때마다 제 개인적으로는 잘못된 신발 자체가 이러한 병을 만든다고 점점 믿게 되고 있지만 학문적으로 이런 병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가설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도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발가락 사이를 지나는 신경이 좁은 신발이나 다른 발의 변형(무지외반증, 평발, 망치족지 등)의 영향을 받아서 눌리게 되고 눌린 신경이 두꺼워지면서 점점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져서 통증을 일으킨다고 생각이 됩니다.

오늘 굳이 이 질환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병이 조금 과장하면 감기만큼 흔한데도 실제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상당히 적기 때문입니다. 한 통계를 보니 이 병이 세 명에 한 명 꼴로 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어떤 분은 걸을 때 발이 아픈 거야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걸을 때 발이 아픈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물론 얼마나 많이 걸었느냐가 중요하겠지만 군대 행군 같은 것이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보행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 질환을 자가 진단 해보자면 이렇게 발이 아픈 사람이 겉보기에 발이 특별히 부은 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삔 것도 아니고 궤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겉보기에는 멀쩡한 경우 한번 의심을 해야 되겠습니다. 또한 발이 아픈 부위가 뒤꿈치나 발가락이 아니고 발의 중간 부분이어야 합니다. 또한 신을 벗고 걸으면 통증이 상당히 덜 해진다는 것도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축구 국가대표 박주영도 지간신경종?

기억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축구의 신동이라는 국가대표 박주영 선수가 예전에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발의 통증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단이 족저근막염이냐 지간 신경종이냐 하면서 FC 서울의 주치의와 국가 대표 팀의 주치의와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두 질환의 감별이 그다지 어려운 것은 아닌데 왜 이런 논쟁이 벌어지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국가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운동선수여서 너무 진단이 과하게 내려졌는지 아니면 둘 다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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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성에 많은 무지외반증

이 두 가지 발의 질환이 다 흔하지만 족저근막염이란 질환은 걸을 때 발뒤꿈치가 아픈 병이고 걸으면 걸을수록 통증이 오히려 줄어듭니다. 위에 지간 신경종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질환은 특히 여성에 많고 (남성보다 다섯 배 정도 많다), 중년에 조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또한 약간 과체중인 경우가 많으니 우리네 어머니들의 경우에 상당히 많이 해당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도 하이힐을 즐겨 신는 경우 신발 안에서 발이 압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 질환이 더 많습니다. 여자들의 신발의 폭이 전체적으로 남성용보다 좁은 것이 혹시 관련이 있지 않나 짐작도 해봅니다만 이에 대한 정확한 연구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목에서 시사 하듯이 어느 정도는 자가 진단이 가능합니다. 저도 의료 분야에서 만큼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환자들이 자가 진단과 자가 치료를 하다가 그르친 결과를 가져온 것을 많이 본지라 집에서 다 진단하고 치료하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병은 의학적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도 진단을 위해 간단히 해볼 수 있는 것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지간신경종의 간단한 자가 진단 요령

그 비결은 손으로 발을 꽉 잡는 것입니다. 아래 두 사진에서 보시듯이 발을 좌우를 쥐어짜듯이 잡아도 보고 위아래를 손가락으로 꽉 눌러봅니다. 위아래로 누를 때는 이 병이 흔한 부위는 대개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세번째와 네번째 발가락이 만나는 부위이므로 사진처럼 이 부위를 눌러봐야 합니다. 만약 일반인은 통증을 호소하지 않을 정도의 강도로 눌렀는데도 환자가 꼼짝 못하고 통증을 호소하면 이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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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 양쪽을 움켜잡고 꽉 쥐어서 통증이 오면 의심을 해본다.


미국도 그렇지만 특히 한국 어머니들은 아파도 별로 말씀을 안하시는 경우가 많고 사실 아프다고 이야기를 해도 항상 그러려니 하고 가족들이 귀담아 듣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발이 아픈 것이라면 병으로 생각도 안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발만 바꿔도 큰 도움이 되는 이런 병이야말로 하루빨리 진단하고 손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진단은 이 글을 읽어보신 자녀분들이 어머니의 발을 꽉 눌러보는 것으로 시작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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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에서 눌러보는 두번째 방법.


이 질환이 이런 간단한 진단법으로 의심이 된다고 해도 결국 진짜 진단은 의사에게 맞기는 것이 좋습니다. 병원은 대개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그리고 이쪽에 경험이 풍부한 일차진료의사 (가정의학과나 내과의사)에게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병은 이름에 종양할 때 ‘腫’ 자가 들어가지만 진정한 의미의 종양은 아니며 생명에도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보기까지는 환자가 자가 진단하고 그냥 치료를 미루면 절대 안 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환자가 당뇨가 있다면 발의 통증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당뇨 환자는 병이 심각해도 통증을 못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료는 주사요법도 있고 수술도 있지만 제가 위에 언급했듯이 일차적으로는 신발이 바꿔져야 합니다.


발이 좋아하는 신발 고르기

적절한 신발을 고르는 요령은 아래 링크된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러한 좋은 신발은 그 자체로 병의 치료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효도를 제대로 하시려면 발을 한번 꽉 눌러드리고 통증이 심하면 병원에 모시고 가야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에 더해서 병원에 갔다가 집에 오늘 길에 신발가게에 들러서 링크 글에 있는 대로 제가 권장하는 발에 좋은 신발을 한 켤레 사드리면 되겠습니다. 참 좋아하실 겁니다.

발 건강에 좋은 신발을 고르는 요령을 알고 싶다면 클릭 -> 꼭 알아야하는 좋은 신발을 고르는 요령

어쨌거나 발 건강은 정말 신발에 좌우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