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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

소나타와 어코드, 연비대결의 승자는?

제가 미국에 건너오기 전인 2003년경의 일입니다. 제가 한참 미국에 건너 올 일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구입에 관심이 있어서 미국 쪽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를 뒤지고 있었는데 저로서는 충격적인 내용을 알아냈습니다. 지금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무식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자동차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저로서는 충분히 놀랄만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 자동차들이 일본차에 비해 출력도 떨어지고 연비도 나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일제차 좋은 거 당연한데 한국차가 좀 떨어지는 것이 뭐 그리 놀랄 일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신문에서 거의 매달 다루는 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나온 홍보성 기사에만 익숙했던 저로서는 그래도 우리나라 자동차들이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인줄 알았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굉장히 잘나가는 차로 알려진(즉 인기가 급상승 중으로 알려진) 현대 그랜저 XG를 예로 들면 3500cc엔진에 출력이 194마력이 나왔습니다. 당시 모델 교체를 앞두고 있던 닛산의 맥시마(한국 SM5의 할아버지격인 모델입니다. 물론 일본판인 세피로에 더 가깝다고는 합니다.)의 경우 같은 배기량에 255마력이 나왔고 도요타의 아발론은 더 작은 3000cc의 배기량으로 210마력을 내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차가 약간 일본차에 못 미치는 정도 인줄 알았는데 벌써 수치상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힘도 없는데 연료도 더 먹는 국산차

힘이 없으면 연료소모라도 적어야 할 것 같은데 현대 그랜저 XG, 닛산 맥시마, 도요타 아발론의 순서로 연비가 1갤런( 3.8리터)당 달릴 수 있는 마일( 1.6킬로미터)이 시내주행, 고속도로 순서로 17/26, 20/26, 21/29와 같았습니다. 즉 그랜저가 가장 힘이 없고 기름도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엔진이 떨어지면 다른 것들은 나았을까요? 제가 미국에 건너온 2005년은 새로운 그랜저(미국명은 아제라)가 미국시장에 나오기 직전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한 언론에서 구형 그랜저 XG를 시승하고 쓴 평가를 뒤늦게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평가를 종합하자면 옵션이 다양하고 값이 싸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므로 차라리 (한 등급 아래로 여겨지는) 캠리나 어코드가 낫겠다는 평가를 본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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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소나타-모터트랜드에서 가져왔습니다.


세상에 굴욕도 이만한 굴욕이 있을까요. 미국의 자동차 기자들은 우리나라 기자들처럼 두루뭉실하게 글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기자들의 시승기를 읽어보면 대개 칭찬이 90%이고 약간의 미비한 점에 대한 가벼운 지적이 대부분인데 미국 기자들은 정말 혹독하고 자존심 상하는 말을 잘도 합니다.

다시 2003년으로 돌아가서 제가 아는 지인이 당시 2000cc급의 EF소나타가 있었는데 사업상 렉서스 ES 300이라는 3000cc짜리 자동차를 구입해서 차가 두 대가 되었었습니다. 당연히 두 차를 비교하게 되었고 렉서스가 몇 배 비싼 차이니까 모든 면에서 뛰어난 것이 당연했겠지만 한가지 어이없는 것은 배기량이 작은 소나타의 연비가 렉서스보다 오히려 더 나빴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렉서스 ES시리즈는 사실 미국에서도 곱게 화장한 캠리불리는 성능이나 완성도면에서 소나타와 경쟁자였던 도요타 캠리의 풀옵션 버전에 불과한 차였습니다. 어쨌거나 엔진이 더 큰 차보다 더 기름을 많이 먹는 국산차가 실망스러웠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새로이 평가되기 시작하는 국산차

그런데 아주 최근까지도 웃음거리였던 국산차들이 미국에서 조금씩 새로운 인상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아제라의 등장이 그랬고 NF 소나타의 등장이 그랬습니다. 이제 비교 테스트에서 현대가 달라졌다느니 일본차를 거의 따라잡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국산차의 가치는 항상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있었습니다. 아무리 차가 계속 개선되어 나와도 성능적인 측면은 언제나 한 수 아래였기 때문에 (예를 들면 소나타를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와 비교하면) 성능은 10%부족한데 값은 20%가 싸니까 결국은 소나타를 사는 것이 이익일 수도 있다라는 평가가 계속되었습니다. 이것도 나름대로 호의적인 평가였고 이런 평가에 힘입어 현대는 싸고 괜찮은 차를 바라는 나름대로의 팬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몇 번에 걸쳐서 현대 제네시스에 대한 미국인들의 기대와 관심이 자못 뜨겁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현재 제네시스를 구입한 아주 작은 수의 몇몇 구매자의 구입후기를 읽어보았는데 평가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제네시스의 예도 현대의 미국에서의 이미지를 바꾸는 커다란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 조용히 뜨고 있는 차가 있습니다. 바로 소나타 트랜스폼입니다. 국내에 먼저 데뷔하고 미국에는 2009년형 소나타라는 이름으로 올해 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나타 트랜스폼이 제가 보기에는 분명한 사고(?)라고 생각되는데 하여간 사고를 좀 쳤습니다. 지금 소개드릴 세 개의 기사가 바로 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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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앤드라이버의 기사내용의 일부



첫 번째는 미국의 카앤드라이버라는 저명한 웹사이트에서 나간 기사로서 현대 소나타를 비롯한 미국 내에서 잘 팔리는 중형차의 연비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4기통(대개 2400cc짜리 엔진의) 중형차를 조사해보니 소나타의 연비가 시내주행 22, 고속도로 주행 32마일당 갤런으로 시보레 말리부와 함께 공동 일등을 하고 닛산 알티마, 어코드와 캠리가 뒤를 이은 것입니다.



어코드보다 나은 연비의 소나타

아래 원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같은 공동 일등이라도 소나타가 말리부보다 11마력이나 더 나기 때문에 좋게 봐주면 단독 일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각 자동차를 실제 주행한 후 나온 데이터에 관한 보도가 아니라 공인연비로 비교한 것이므로 실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각 자동차의 연비의 차이가 사실 종이 한 장 차이도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놀랍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은 수치 자체가 이렇게 막상막하로 나온 적 자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Both the Sonata and Malibu claim fuel economy ratings of 22 mpg in city driving and 32 mpg on the highway. The Sonata does so with a 175-hp, 2.4-liter inline-four-cylinder engine and a five-speed automatic transmission. The Malibu uses a 164-hp, 2.4-liter inline-four and a segment-first six-speed automatic tranny to get the job done. That is comparable to the Nissan Altima’s 23/31 mpg in city/highway driving with its 177-hp, 2.5-liter inline-four under the hood and its continuously variable transmission (we are using automatic transmissions for this comparison as it is the transmission of choice for the majority of U.S. buyers).

Trailing the trio are the Accord and Camry, both with 21/31 mpg figures with their 2.4-liter inline-fours. The least efficient in this field: the Ford Fusion with a 2.3-liter I-4 gets only 20/28 mpg. That’s similar to the Sonata with a 3.3-liter V-6, which nets 19/29 mpg as it pumps out 249 horsepower, and the Accord with a 268-hp, 3.5-liter V-6.

 


두 번째 기사는 자동차를 비교 시승해서 점수를 주어 등수를 확실히 가려버림으로써 뒤떨어지는 자동차 메이커를 여지없이 창피하게 만들기로 유명한 모터트랜드 기사입니다. 여기서 제가 알기로는 올해 가장 큰 테스트인데 미국 내 잘 팔리는 중형차 10개를 모아놓고 비교를 했습니다. 이 비교는 단지 수치상의 성능과 내 외장 옵션, 가격 등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실제 주행 시 감각 등이 반영된 평가이기 때문에 정말 종합적인 분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나타 비교평가에서 어코드, 캠리 제치고 2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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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트랜드의 기사내용


위의 그림을 보시면 기아 옵티마(한국명 로체) 6등을 했다는 것이 일단 눈에 뜨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소나타는 향상된 연비와 출력의 엔진, 한층 나아진 핸들링, 수준급의 내장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해서 전체 10개 차량 중에 2위를 했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값이 싼 편이고 10년이라는 긴 보증도 유효하니 미국 자동차 기자의 칭찬이 입에서 마르지 않았습니다. 요즘 한국 내에서 인기가 높고 미국 내 자동차 비교시승에서 1등을 거의 독차지 하다시피 하는 혼다 어코드는 이번에는 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결과의 해석상 주의할 점은 미국형 소나타는 국내보다 가격이 싸고 보증이 길기 때문에 국내에서 팔리는 소나타가 혼다 어코드보다 우위에 있다고 분석하는 것은 좀 무리가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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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트랜드의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어쨌거나 소나타가 어코드를 이긴 비교시승기를 보는 것은 정말 아주 드문 일입니다. 전에 2005 NF 소나타 데뷔 시에 평가가 소나타가 캠리나 어코드를 따라 잡았다고도 했었지만 당시 소나타만 신모델이고 다른 두 모델은 이미 풀모델 체인지에 임박한 구모델이었기 때문에 비교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소나타 트랜스폼이 이번에 진검승부를 제대로 벌인 셈입니다. 2008년 이전 소나타와 2009년형 소나타는 아주 다른 차도 아니고 단지 마이너 체인지로서 엔진을 튠업하고 실내와 서스펜션을 손보았을 뿐인데 이런 변화만으로 두 거대 메이커의 비교적 새로 나온 간판을 누르다니 정말 이번 마이너체인지는 아마 현대 역사에 길이 남을 잘 된 마이너체인지로 기록이 될 것 같습니다.



판매량으로 증명이 되고 있는 것일까

세 번째 뉴스가 바로 판매량에 관한 것입니다. 지난 6월은 모든 자동차 메이커에게 정말 힘든 한 달이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고유가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미국 내 메이커가 판매량의 하락을 보였는데 그 폭마저도 커서 자동차 시장에 그늘이 짙게 드리웠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소나타의 약진이 눈에 뜨였습니다. 현대 소나타는 전년 동월에 비해 11.9%나 판매가 상승하면서 미국시장 판매 10위안에 진입한 것입니다. 자동차업계의 여러 가지 분석이 있었는데 제가 보기로는 아무래도 2009년형 소나타의 상품성이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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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미국 자동차 판매순위


위의 판매량이 나온 표를 보시면 알겠지만 아직은 캠리나 어코드의 판매량에 비길 바가 못됩니다. 따라서 아직 갈 길은 멉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 현대차 노조가 다시 파업한다고 하는군요. 미국 블로거들의 이번 현대차 파업에 대한 반응은 노동자가 월급 더 달라고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럴수록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왜 모르느냐는 약간 신자유주의(?)적인 코멘트가 많습니다. 제 생각으로도 파업을 꼭 해야 한다면 해야 하겠지만 노조대표에게 사외이사직도 달라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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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기사내용중 일부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소나타가 미국에서 선전 중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10년 후에 현대가 어느 정도에 있을지 참 궁금해집니다. 한국 소비자는 현대에게 해줄 만큼 해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해답은 현대 경영진과 노조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이 됩니다만 이들이 한국 소비자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것을 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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