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후에 이른바 의료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라는 것으로 말이 많습니다. 정부에서 의료제도는 뭔가 도입을 할 때마다 정말 찬반이 끝이 없는데 저는 아주 근본적인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문제를 한 가지 제기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국가이기에 대부분의 상품가격이 시장에 의해 결정됩니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그 상품의 내재적 가치보다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지만 정부의 개입은 대개 큰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보험수가가 정부의 결정이 절대적이 됩니다. 물론 의료 관련 단체와 정부가 협상을 하는 절차가 있지만 결국은 돈은 언제나 주는 사람 마음이죠.
팔수록 손해보는 자장면
그런데 이 수가란 것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낮아서 의사들로서는 큰 불만의 요인입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정상 분만 시 의료보험 수가가 15만 원 정도일 때 강아지 출산에 드는 돈이 30만원이라고 본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분만료는 250만 원 정도 합니다. 한국에서 5만원 하는 입원비는 미국의 경우 하루에 250만 원 정도입니다. 한국의 내시경 수가가 15만원, 미국의 경우 200만 원 정도입니다. 한국에서 의사 얼굴 한번 보면 초진 1만 5천 원 정도이고 미국에서는 25만 원 정도입니다. 국민소득이 다르고 보험제도가 다르니 우리나라 수가가 미국처럼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은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까.
이 수가란 게 참 희한한 고무줄이어서 대학 연구소에서 조사하면 원가에 미달이고 정부기관에서하면 원가보다 높다고 나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의사들이 줄기차게 수가가 비정상적으로 낮다고 주장한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중국집 주인에게 자장면을 천원에 팔라고 국가가 강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럼 천원에 팔리는 자장면이 재료비 950원에 인건비 250원, 기타 비용이 200원 해서 적정 이윤까지 붙이면 2000원 적당한 가격이라고 해보죠. 그럼 아무도 이런 자장면을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이므로 대한민국에 중국집이 하나도 없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희한한 중국집이 너무나 많습니다. 많은 정도가 아니고 많은 기업형 중국집들은 증축에 증축을 하면서 날로 대형화 하고 있고 동네만 해도 각종 반점들이 하나 건너 하나씩 새로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천 원짜리 자장면을 파는 중국집 사장님들은 맨 날 죽는 소리하고 있으니 일반인들에게는 얼핏 자장면 값이 너무 싸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에는 자장면집이 번창하는 것은 그래도 남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요.
중국집들이 생존하는 방법
이 중국집들이 이윤을 남기는 방법을 여기서 몇 가지만 공개합니다.
- 첫째로는 자장면의 재료를 장부상에 적힌 금액보다 싸게 사오는 방법입니다. 물론 밀가루 한포대당 양파 한 부대씩 공짜로 얻는 것도 포함입니다. (의약품 리베이트)
- 둘째로는 자장면을 아예 취급을 안 하거나 취급해도 형식적으로만 하고 주 요리는 짬뽕, 탕수육 등을 파는 것입니다. (비보험 과목 주력)
- 셋째로는 자장면을 만드는 주방장을 선택하게 하고 특별한 경력의 주방장이 만든 자장면에는 특별 요금을 더 붙이는 것입니다. (종합병원의 특진비)
- 넷째로는 자장면은 천원이되 따라 나오는 단무지와 춘장 가격을 매겨 받는 것입니다. (종합병원의 주차장, 장례식장 사업)
- 다섯째로는 삼선자장, 사천자장등 각종 이름이 다른 자장면을 개발해서 정부의 천 원짜리 자장면의 규제를 피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유사 자장면은 불법입니다. (비급여)
- 여섯째로는 박리다매 전략입니다. 특히 유명한 동네 중국집이나 기업형 중국집이 이런 현상이 심한데 손님들이 3분 안에 자장면을 먹고 나가게 만듭니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
- 일곱째로는 중국집 주방장의 월급을 수습기간에는 터무니없이 적게 주고 일주일에 140시간씩 일을 시킵니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해마다 새로운 중국음식점 창업학교를 열고 새로운 중국집 주인 후보생을 쏟아내기 때문에 이들은 중국집을 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으니 혹사당해도 자신이 또 다른 이런 중국집 주인이 될 날을 꿈꾸며 참고 견딥니다. (혹사당하는 전공의들과 저임금의 병원관련 직종들)
위에서 보신 이윤을 남기면서 살아남는 노하우는 아예 불법인 것도 있고 불법은 아니지만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것이 많습니다. 물론 모든 중국집이 이런 편법을 쓰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정부는 정부대로 염가의 자장면을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집들의 불법, 편법을 모른 체하고 간혹 형식적으로만 단속을 합니다. 또한 자장면 가격을 현실화 시켜달라는 양심적인 중국집 주인들의 요청은 국민정서, 물가인상을 들먹이며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사실 자장면 값을 올리면 정부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신문에 보면 불법 중국집 이야기가 항상 나오는 이야기이니까 중국집 주인들은 모두 비양심적이고 나쁜 사람으로만 생각이 되는데 자장면 값을 올려서 이 나쁜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것은 말도 안되고 정치인으로서도 표를 잃는 지름길이지요. 게다가 일에 찌든 중국집 주인은 친절한 사람도 별로 없으니 이들은 필요하긴 하지만 공공의 적입니다.
그럼 이런 사기성이 높은 제도가 왜 애초에 생겼을까요. 일차적으로는 박 모 대통령께서 무상 자장면 공급을 하던 북한과의 체재경쟁에서 과시용으로 처음 도입을 한 것이고 특히나 초기에 자장면 값을 결정할 때 자선형 중국집으로 명망 높은 존경받는 중국집 주인들을 모셔다가 가격을 책정했는데 이 분들의 가격 책정이 그야말로 비현실적으로 낮은 가격의 저소득층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자장면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집 주인입장에서는 이런 천원 자장면의 혜택이 아주 일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기에 별로 신경 쓸 것도 없었지요. 나중에 전 모 장군님께서 불법적으로 정권을 획득하시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전국의 중국집으로 확대 시행하면서 중국집 주인들이 뭔가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시작합니다.
천 원짜리 자장면의 역사
하지만 여기서 중국집 주인들의 죄과가 시작됩니다. 뭔가 옳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줄기차게 주장을 해서 정상적으로 시스템을 돌려야 하는데 단합을 잘 못했는지 아니면 독재 정권이 무서웠는지 아니면 누군가 저절로 시스템을 정상으로 돌리기를 마냥 기다렸는지 이 왜곡된 시스템을 계속 끌고 가면서 위에 제가 알려드린 편법으로 중국집을 계속 운영했다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문제는 그럼 국민들이 정말 천 원짜리 자장면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느냐 하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국민들이 사실은 자장면의 적정가격을 알게 모르게 다 내고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날로 커지는 대형 중국집을 보면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소비자들은 누구라도 불평할 권리가 있고 실제로 자장면집의 불법을 단속하지 않는 정부와 비양심적인 중국집 주인들을 탓하는 목소리가 자자합니다. 아주 온당한 비판입니다. 중국집 주인, 특히 대형 기업형 중국집 주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시스템은 양심적인 중국집 주인을 견딜 수 없게 만듭니다. 아무리 양심적인 사람이라도 생존하기 위해서 비밀 레시피를 쓰거나 아니면 로또라도 당첨되어 업계를 떠날 날만 기다립니다. 당연히 사기가 최저이지요.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신뢰를 잃은 사람은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하려고 해도 입을 벙긋하는 순간 밥그릇 전쟁으로 매도되기 일쑤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중국집 주인의 50%가 이민을 원하고 역시 50% 정도는 자녀가 같은 길을 가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 사회의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떵떵거리고 사는 것 같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참 희한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중국집 주인의 도덕성만을 문제 삼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입니다. 자장면 값이 비정상적으로 싸다는 것을 아무리 부인해도 중국집의 비정상적인 수익구조를 안다면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택시기사가 합승을 강요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면 택시기사들이 모두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문제가 나아집니까.
문제의 해결의 시작은 문제의 인식
비정상적인 자장면 값을 그대로 두고는 아무것도 개선될 수가 없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기금을 보조받거나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자장면을 주는 존경할 만한 중국집 주인도 있지만 모든 중국집 주인들에게 이런 자선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만적인 자장면 가격 책정 시스템은 국민과 자장면 공급자 모두가 불만인 제도가 된 겁니다.
아주 단속을 심하게 하면 아마 지금의 대형 기업형 중국집은 모두 문을 닫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국가가 인수해서 양심적으로 운영하고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 않고 모든 국민들이 이런 제도의 부당성을 알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에 동의를 해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국민들은 이미 살기가 힘들어서 천 원 하는 자장면마저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문제의 인식은 해결의 출발점입니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폐지냐 존속이냐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지만 왜 근본적인 문제는 회피하면서 자꾸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열을 올리는 사람이 많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위에 쓴 비유로 전국의 중국집 사장님이나 업계 종사자들께 혹시 불편함을 끼쳐드렸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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