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 제대로 하기

영어 문장패턴 외우기, 왜 효과가 적을까?

고수민 2009. 6. 2. 08:02

영어공부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지라 뜻하지 않게 많은 독자들의 이메일을 받게 됩니다. 이번에는 뉴욕에 위치한 콜롬비아 대학교의 자연과학 분야를 전공하고 계신 한 교수님의 이메일을 받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이메일 교환을 통해 주로 초보자들의 영어공부와 관련해서 본인의 생각과 제 생각이 다른 부분에 있어서 고견을 주셨는데 이 편지를 읽다 보니 지금까지 제 글에서 자세히 밝히지 못한 면이 있는 것 같아서 본 포스트를 통해 제 입장을 정리해봅니다.

본인은 신분을 밝혀도 된다고 허락해주셨으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정보가 블로그에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듯하여 익명으로 편지를 인용하겠습니다
. 이 글에서는 주로 초보자의 영어공부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어린 나이에 미국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거나 성장한 후에라도 미국에서 영어공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그냥 한국에서 학교교육을 받고 성장한 보통의 한국 사람이 어떻게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이라는 것을 밝혀드립니다. 아래 본문은 편지 내용의 일부입니다. 제 의견이 편지에 이어집니다.

독자의 편지

저는 고 선생님과 비슷한 일을 하며
,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살면서, 심지어 영어에 대한 방법론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뉴욕의 XX 대학에서 XX로 일하고 있으며 뉴욕에서 산 것만 몇 달 지나면 5년이 되어갑니다. 여기서 일하면서 필요에 따라 내부에서 종종 강의도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며, 어떻게 하면 편하고 쉽게 영어를 습득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하였답니다. 결론은, 왕도가 없더군요. 많이 읽고 많이 소리 내서 읽고, 현지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인종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 정도라면 정도겠지요. 아래의 부분은 선생님의 생각과 다소 다른 부분입니다. 저술 시 참고로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1.
영어 공부 방법론

수준에 따른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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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거나
, 많이 듣거나,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보거나 하는 등의 여러 방법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어의 역량, 즉 수준' 에 따라서 적당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수준' 에 관계없이 하나의 방법이 제시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예컨대, 영어 실력이 한참 떨어진다면 단어공부와 더불어 아주 기초적인 문법설명 동영상을 우선적으로 시청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문법 설명을 보면서 거기에 사용되는 기초문장을 외우는 것이지요. 문법이 중요하다는 점을 논하기 이전에,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움에 있어서, 언어의 구조를 이해한다면 조동사 사용법, 시제, 가정법, 여러 종류의 의문문 등을 이해하면서 외울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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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대사들은 실생활에서 실제 사용되는 언어이기는 하지만
, 축약되거나 변형된 언어들도 많이 나오고,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면 수많은 대사가 미국이라는 문화와 더불어 쏟아져 나오는 영화를 별로 권할 것이 못 된다고 봅니다. 차라리 요즘 유행을 타고 있는 '패턴문형영어' 스타일로, 적어도 적게는 1000문장, 많게는 3000문장 정도를 우선적으로 외우고 그 표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하면서, 그 다음 단계로 영화로 영어공부를 하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패턴은 적게는 100문장부터, 많게는 5000 문장을 정리해 놓은 것이 있더군요.

반복학습
;

예컨대
, 같은 문장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어느새 생각하지 않고도 입으로 표현이 나오게 만드는 리양의 크레이지 잉글리쉬, CES같은 방법과 책을 한 페이지를 읽어도 확실하게 수십 번 읽고 넘어가라는 선생님의 의견은 일맥상통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리양 등의 방법이 구어체 중심의 영어습득 우선이라면, 책을 정독하고 또 정독하는 방법은 문장작성에 있어서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영어 학습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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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에서 구어체와 문어체를 구분해서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언어습득의 목적에 따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학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과 가게를 열고 장사하는 사람의 영어습득 목표와 접근 방법이 같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중략)

제가 짧은 시간에 선생님의 의견을 훓어봐서 본의를 간과했을 지도 모릅니다
. 오해를 하였다면 너그럽게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선생님의 제시는, 제가 제시한 바와 같이 언어습득의 목표라든가 수준이라든가 하는 단계별, 구체성이 없는 것 같아 한 말씀 드렸습니다. (후략)


먼저 수준에 따라 영어공부 방법이 달라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생각해봅니다
. 이 질문에 답하려고 보니 제가 작년 여름에 썼던 피해야 할 최악의 영어공부법 다섯 가지가 생각이 납니다. 예기치 못하게 악플도 많이 받았는데 주된 이유는 바로 영어공부 초보자들은 영화로 공부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야말로 영화로 공부를 해서 실력을 기른 사람이고 지금도 영화를 강력히 추천하지만 초보자들이 섣불리 영화로 공부를 시작할 경우 크나큰 수준의 차이로 인해서 좌절을 경험하기가 쉽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한 수준에 맞는 교재 선정이 중요하므로 무턱대고 어려운 교재를 선택하지 말 것을 이 글에서 주문했는데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초보자 영어 공부의 옵션들

그런데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몇 가지 초보자를 위한 공부 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 바로 문법 강좌 동영상 시청과 이를 통한 기본문 외우기와 요즘 책이 많이 나오는 영어 패턴 문형 외우기입니다. 저도 갖가지 문법 공부를 다 해보았다고 자부하는지라 민병철 선생님과 조화유 선생님의 동영상 강좌와 CD를 몇 번 되풀이 해서 본 경험이 있습니다. 아마 이메일에서 말씀하신 문법 강좌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문법적인 설명과 생활영어 기본문의 유형이 제시되어 있었고 설명을 듣고, 보고, 외우는 경로로 학습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패턴 문형 학습서는 교재 삼아 공부를 하지는 않았고 어떤 문장이 나오는지 궁금해서 읽기만 했었습니다.

영어공부에는 이것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 다만 조금 더 효율적이거나 덜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뿐입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거쳐간 길을 보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크게 보면 거의 같은 방법을 쓰고 있는데 이 공통점이 우리가 기준으로 삼을만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문법을 알아야 한다든가 기본문, 문장 패턴을 잘 알고 있어야 영어가 잘 나온다는 것은 이 기준에서 완전히 부합하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궁금하실 분을 위해 부연설명을 하면 기본문이라는 것은 문장을 공부하다 보면 나오는 시제, 가정법, 의문문, 부정사와 같은 문법 사항을 넣어 만든 전형적인 문장이고, 문장 패턴이란 것은 미국 사람들이 특정 의사 표현을 할 때 쓰는 문장의 형태가 있는데 자주 쓰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을 말합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니 거의 100권 가까이 관련 서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공부하다 보면 이 둘을 딱 정확히 가르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핵심은 초보자가 문법부터 공부를 하면 좋은가 하는 것과 기본문이든 패턴이든 문장을 외우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입니다
. 문법 동영상 시청은 어쩌면 약간 마술적인 면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팍팍해서 진도가 잘 나가는 문법이라는 것도 동영상으로 공부하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되고 머릿속으로 곰곰이 곱씹어보지 않아도 이해가 잘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컴퓨터를 끄고 돌아서면 그 순간 다 잊어버립니다. 마치 제가 고등학교 때 교육방송에서 해주는 영어, 수학 강좌 등을 시청했는데 당시 들으면 다 아는 것 같았다가 하루만 지나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게 없었던 것과 같았던 결과였습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은 다 아시듯이 문법 강의를 시청하는 것으로 공부를 끝내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쓰면서 외우고 반복하는 것입니다

기본문
/문장 패턴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에서 수백 개에 이르는 문장의 패턴을 완벽히 외우고 있으면 영어 실력이 많이 늘게 되고 자신감도 많이 생깁니다. 문제는 이 기억이 오래 지속되어 줘야 하는데 대개는 기억이 오래 가지 않으므로 끊임없는 반복을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나면 결국은 영어공부는 방법 없다. 그냥 열심히 해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매우 훌륭한 영어공부 방법으로 적극 권장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스타일과 여건에만 맞는다면 적극 차용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영어 문장 패턴 외우기의 단점

하지만 문법을 다 알고 있어도 실제 문장을 말하다가 알면서도 틀리는 경우가 생기고
, 문장을 반복해서 외우고 공부를 하다 보면 다 알고 있다 할지라도 실제 사용할 상황에서 기억이 나지 않거나 응용력이 부족해서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면 서서히 영어 실력은 묵은 된장과 같이 오랜 동안 숙성을 시켜야 자유자재로 활용 가능한 무기가 되고 그렇지 않고 방금 메주를 갈아 넣은 것과 같은 지식으로는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활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체화(
體化)’시킨다고들 표현하는데 이는 노력 이외에도 시간이라는 변수가 들어가야 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이런 측면을 생각해보면 외우는 공부의 단점을 도출할 수 있게 됩니다

첫째는 고시 공부하듯 열심히 해야 문장이 외워지므로 힘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 하루에 5개든 50개든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외우다 보면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스트레스가 오게 됩니다. 그래서 고시공부가 힘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어는 장기전인데 이렇게 되면 어지간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면 이런 공부가 2-3년은 커녕 2-3달도 지속되기가 어렵습니다.

둘째로 열심히 외워도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 저 같은 보통사람을 기준으로 말씀 드리는 것이긴 하지만 외우는 족족 잊어버리는 인간의 두뇌를 생각하면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할 것이 더 많아지고 잊어버리는 속도도 빨라지는 기막힌 경험도 하게 됩니다. 물론 더 열심히 반복함으로써 망각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긴 합니다.


셋째는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 처음에는 의욕이 충만하므로 이렇게 살만 발라먹는 영어공부의 높은 효율에 감동할지도 모르지만 계속 하다 보면 무미건조함에 기가 질리게 됩니다. 아무리 체력에 도움이 된다고 쇠고기 등심만 먹고 살수는 없는 법입니다

넷째는 위에서 지적한 대로 알아도 써먹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체화 되는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계속 반복 공부하면서 적절한 상황에서 외운 문장을 우연히 써먹는 경험이 쌓여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영어 교재를 선택해서 외우려는 스트레스 없이 그냥 열심히 읽기만 하면서 영어공부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 읽는 간접 경험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체화를 경험하며,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스토리를 새기면서 공부하는 것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문장 패턴 외우는 공부의 장점은 짧은 시간에 비약적으로 실력을 증진시키는데 있으므로 누구든지 의욕이 넘치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훌륭한 공부법입니다

관련글;


그래서 위에서 지적한 단점이라는 것들은 본인이 그렇게 느끼지만 않으면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 공부 자체도 힘든데 어떤 방법이 좋은지 고민까지 할 시간이 필요하니 영어가 참 녹녹하지 않은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으니 때로는 잠깐 시간을 내서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이메일에서 본문에 소개한 내용 이외에도 제가 출간을 위해 준비중인 영어 공부에 관한 책
우직하게 제대로 영어공부하기의 독자 수기모집에 대해 수기 선택의 공정성에 관한 우려나 미국 생활에 필요한 어휘의 수에 관한 조금 다른 의견을 주셨는데 제 책에서 이에 관한 부분은 소상한 설명이 이루어질 것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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