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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자꾸 나오는 방귀 어찌해야 하나

5년 전 제가 서울의 한 개인병원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30대 초반의 S씨는 인근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셨는데 정말 당황스러운 고민을 가지고 찾아오셨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방귀가 너무 잦아서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생리현상을 가지고 병원까지 찾아야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면 문제가 아주 간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분의 경우는 다행히 냄새는 별로 나지 않는 방귀였지만 방귀가 너무 잦은데다가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나오게 하기가 어려워서 방귀가 나오려고 하면 반드시 화장실에 가서 변기 물을 내리면서 방귀를 꾸어야 했다고 하셨습니다

방귀 타이밍을 놓치면 더 문제

 더 문제
문제는 방귀가 나오려고 할 때 바로 나오지 못하면 화장실에 도착해도 방귀가 나올 타이밍을 놓쳐버려서 나오지 않게 되어 시간낭비만 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방귀가 이런 식으로 계속 쌓이면 뱃속이 불편해서 소화도 안 되는 것 같고 배에서 꾸룩꾸룩 소리가 나 너무 불편하고 남들이 들을까 봐 창피하다고 하셨습니다. 이 분은 심지어 이 방귀 때문에 시댁에 가기도 부담스럽다고 했는데 물론 시부모님이나 시동생들 앞에서 방귀를 마음 놓고 꾸지 못하기 때문에 속이 더부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을 보고 참 방정맞다고 생각하셨을 분들도 이 분의 사연을 읽으셨으니 방귀가 잦은 분들이 얼마나 큰 사회적 불편과 고통을 가지고 사는지 아셨을 줄로 압니다
. 그런데 문제는 해결방법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결론은 나중에 알아보고 이 방귀의 정체가 뭔지 한 번 공부해보겠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다는 가축의 방귀


짐작하시다시피 방귀란 음식을 먹고 소화과정에서 생성된 가스가 항문으로 힘차게(?) 배출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 상당량의 공기를 함께 먹게 되는데 이 질소와 산소 성분이 장에서 흡수되기도 하지만 방귀로도 나오게 됩니다. 또한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 주로 대장에서 세균이 여러 작용을 하는데 이 세균들이 만드는 수소와 이산화탄소도 방귀의 성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세균은 메탄을 만드는데 이게 바로 여러분이 잘 아시는 불이 잘 붙는다는 바로 그 메탄입니다

방귀가 왜 생기나

하지만 방귀의 지독한 냄새는 이 메탄뿐만이 아니고 방귀 중에 아주 소량 함유되어 있는 인돌
, 스케톨과 같은 황화물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성분들이 주로 냄새 나는 방귀와 냄새가 나지 않는 방귀의 차이를 만듭니다. 어떤 분들의 방귀는 소리는 우렁차지만 냄새가 거의 없고, 어떤 분들은 소리는 별로 안 나는 일명 피식방귀이지만 냄새는 고약한 경우가 있습니다. 위에서 공부한 내용으로 생각해보면 이 시끄러운 트럼펫방귀는 주로 질소, 이산화탄소 등의 성분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위의 여자 환자분께 제가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 상담한 첫 번째 내용은 식습관이었습니다
. 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방귀의 주성분이 음식과 함께 섭취된 공기일 수 있기 때문에 공기를 먹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인데 식사를 빨리 하는 경우 공기를 많이 먹게 된다고 합니다. 이 분은 이런 경우에 해당되었습니다. 또 콜라와 같이 탄산이 많이 함유된 음료를 좋아하는 경우 체질에 따라서 가스를 많이 대장으로 내려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그런 식습관이 있는 분은 아니셨습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음식을 잘 씹지 않고 삼키면 상대적으로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 대장에 많이 도달해서 세균에 의해 분해될 거리를 많이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가설이었습니다
. 위에 쓴 것처럼 이 분은 식사를 매우 빨리 하는 습관이 있었고, 그래서 잘 씹지 않고 삼키는 경우가 많다고 하셔서 일단 음식을 오래 잘 씹어서 드시도록 권해드렸습니다

세 번째는 이미 상당히 유명한 내용인데 일부 음식물이 방귀를 많이 일으키는 것 잘 아실 겁니다
. 저도 어렸을 때 고구마를 먹으면 방귀를 많이 꾸는 것으로 믿고 자랐는데 실제로 고구마가 방귀를 잘 일으킵니다. 그 이유는 고구마에 들어 있는 올리고당 성분이 타액이나 췌장액 등의 사람의 소화액에 의해 잘 분해되지 않는 성질이 있어서 결국 대장까지 내려가게 되면 세균이 처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스가 많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귀를 잘 일으키는 고구마, 맛있는데... -_-;;


여담인데 올리고당이 함유된 단 것은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서 살이 덜 찐다는 속설이 있는데 단당류로 분해되어 소화 흡수되는 율이 떨어지면 같은 칼로리가 섭취되어도 살이 덜 찔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니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 문제는 이런 작은 차이가 진짜 몸무게에 변화를 일으킬 정도가 되느냐 하는 것인데 이것에 대한 논의는 본론의 주제를 벗어나니 생략합니다.
그럼 고구마 말고 어떤 식품들이 방귀를 많이 일으킬까요? 그냥 열거를 해보겠습니다.

콩 류

배추, 무우, 오이, 아스파라거스 등의 채소류

우유 등 유제품

감자, 홍당무

사과, 바나나, 살구, 건포도, 자두

빵과 시리얼 등 밀 성분이 많은 것

튀김이나 전, 그 외 기름기가 많은 거의 모든 음식



 

특히 위에 우유의 경우 동양인에 유당분해 효소가 적어서 종종 설사나 방귀의 원인이 됩니다. 간혹 스타벅스의 카페라떼와 같이 우유가 들어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우유의 섭취를 따로 안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모르고 마시는 우유성분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환자분의 경우도 점심 식사 후에 반드시 커피 전문점의 커피를 드시는 습관이 있다고 하시고는 오후에 방귀가 심해지는 것이 아마 이 때문인가보다고 하셨습니다.

방귀를 줄여주는 특효 식품

그런데 이렇게 방귀를 초래하는 식품이 있다면 과연 방귀를 줄여주는 식품도 있을까요
? 제가 추천했던 것은 바로 요거트였습니다. 다시 위에서 공부한 내용으로 돌아가서 대장내의 못된 세균들이 방귀를 일으킨다면 이 녀석들을 다른 좋은 세균으로 바꾸어주면 어떨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권고는 제가 생각해서 개발해낸 것은 아니고 이미 많은 의사들이 추천하는 내용입니다. 효과는 차이가 크든 적든 매일 한 병 이상의 요거트를 드시는 분들은 효과가 있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분에게 매일 아침, 저녁으로 요거트를 두 병 드시도록 처방했습니다

그 외에도 병원에서는 가끔 췌장액 성분을 모방한 소화제나
(파자임, 판크레아제, 베아제 등) 가스 생성을 줄여준다는 약(비스무스 계열)을 쓰기도 하지만-소화효소 제재는 만성 췌장염 등으로 인한 과다한 방귀를 호소하시는 분들에게는 상당한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일반인이 어차피 평생 이런 약을 먹고 살 것이 아니라면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나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 분께 약을 따로 처방 드리지는 않았었습니다

몸에 좋은 요거트, 방귀까지 줄여준다.

또한 변비가 있는 경우 정체된 숙변으로 인해 방귀의 냄새가 나빠지므로 변비를 따로 신경 써서 치료해야 합니다만 제 환자에 해당되는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이 분은 저와 상담을 하고, 한 달 후에 오시게 하였는데 결국 오셨습니다. 방귀의 50% 이상이 줄었고 이제 아주 편안(?) 하시다고 좋아하시면서 병원에 굳이 올 이유는 없었는데 너무 고마워서 인사하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저도 왜 100% 좋아지지 않았는지 알 까닭이 없습니다만 환자께서 좋아하시니 저도 만족은 되었습니다. 의사가 자기 자랑하는 것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겠지만 환자께서 좋아하시니 저도 기뻤던 기억이 있어서 감히 소개 드려보았습니다.

방귀가 잦은 경우 뭘 할지 마지막으로 정리해봅니다
.

 

1.     음식을 천천히, 입을 다물고, 꼭꼭 씹어 먹는다

2.     탄산음료, 우유, 고구마 등 방귀유발 음식을 피한다

3.     매일 요거트를 마신다.

4.     변비를 치료한다. (의사와 상담 필요)

5.     심한 경우 약을 쓸 수 있다. (역시 의사와 상담 필요)


 



사진 출처 : http://www.hort.purdue.edu/ext/senior/vegetabl/images/large/sweetpotato.jpg
                http://images.businessweek.com/ss/06/08/food/image/yoplait.jpg
                http://www.freefoto.com/images/01/42/01_42_13---Cattle_web.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