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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

미국에서 현대 제네시스가 웃돈 받고 팔리는 까닭

드디어 현대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 데뷔하고 한 달 실적이 발표되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제네시스의 데뷔가 현대에게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초로 후륜구동 럭셔리 자동차를 표방한 만큼 제네시스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여부는 향후 세계시장에서 현대가 중저가 시장을 넘어서서 고급 차 시장으로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지 시험대가 되면서 제네시스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 렉서스와 같은 럭셔리 디비전을 만들 것인가 결정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의 지난 달 판매 분석

일단 지난 7월의 현대자동차의 미국시장 실적은 총 40,703대를 팔아서 작년 동월 비교 6.5% 감소로 나타났습니다. 엑센트(베르나) 96% 증가, 엘란트라(아반테) 31%가 증가하는 등 소형차 부문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고유가에 따른 미국의 전반적인 추세를 반영하듯 SUV와 대형차는 대부분 감소했고 최근의 각종 미디어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표차종인 소나타는 22.9% 감소하는 부진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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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쪽의 표를 보시면 가장 아래에 619대라는 제네시스의 판매 실적이 눈에 띕니다. 미국보다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훨씬 작은 한국에서도 지난 3월의 경우 4739대나 팔렸습니다. 물론 신차효과가 컸고 그 후로 월간 2천대 수준으로 조정을 겪고 있지만 내수 판매 목표가 35천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제네시스의 최대 시장은 아직 내수시장입니다. 참고로 미국에서의 제네시스 판매 목표는 2만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에서 겨우 그 정도가 문제냐고 여기시는 분이 계시다면 한국은 제네시스가 올 한 해 12달내내 팔리지만 미국은 반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채워야 하는 실적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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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정을 보면 본격적인 판매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사실 6월말부터 서부지역의 일부 딜러를 중심으로 일부에서 판매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8월 초 현재에도 동부의 딜러에는 제네시스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정도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현대자동차 미주법인은 9월 달을 본격적인 광고가 시작되는 시기로 잡고 있으니 아직 제대로 된 마케팅이 시작된 것도 아닙니다.

미국 시장에는 3.8리터 급과 4.6리터 급이 시판 예정이나 아직 4.6리터 급의 제네시스는 언제 딜러에 풀릴지 기약도 없어서 딜러들도 9월 달이다 10월이다 하면서 정작 판매를 할 자신들도 모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3.8리터 급도 더 기본형인 premium plus 패키지가 먼저 배급이 되었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각종 첨단 장비가 장착된 technology 패키지는 이제서야 배급되는 중입니다.


제네시스의 판매가 저조한 이유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현재의 저조한 판매대수에 대해 어느 정도 변명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비교를 위해서 요즘 미국시장에서 가장 장사를 잘하고 있는 회사중의 하나인 혼다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미주 혼다 법인의 자동차 판매 실적 발표를 보니 혼다 승용차 부문은 6.7% 상승이 있었고 경트럭 분야에서는 27.8% 감소, 고급차 디비전인 어큐라는 8.6% 감소를 보여서 전체적으로는 9.2%의 감소를 보였습니다.

참고로 미국 시장 전체로는 13%가 감소되었고 지엠의 경우 26% 감소, 포드는 14.9% 감소, 도요타마저도 12% 감소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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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보시면 혼다 실적표가 너무 길어서 제가 일부만 보여드리고 있는데 제 눈에 가장 띄었던 것은 혼다의 플래그쉽 세단인 어큐라 RL의 판매실적입니다. 우리나라에 혼다 레전드라고 출시된 것과 거의 같은 차종으로 혼다가 파는 가장 비싼 자동차입니다. 그런데 판매대수가 겨우 532대입니다. 이 차는 소위 SH AWD라는 첨단 사륜구동 기술을 비롯한 혼다의 자동차 기술의 집약체와 같은 모델입니다만 플레그쉽 답지 않게 8기통 모델이 없고 동급에서는 실내도 좁은 편인데다가 자동차 전문지로부터의 평도 미지근해서(핸들링이 뛰어나고 연비가 좋은 거의 모든 혼다의 모델은 자동차 전문지로부터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데 비해서 말이죠) 다른 일본계 회사의 럭셔리 디비전의 플레그쉽 모델들에 비해 저렴한(?) 4-5만불 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아주 저조합니다. 

이렇다 보니 민망할 정도로 적게 팔린 제네시스지만 론칭도 본격적으로 안 했다는 것을 감안하고 보면 이미 어큐라 RL을 살짝 넘어선데 대해서 오히려 희망적인 분석을 하고 싶어지는 정도입니다. (물론 제네시스의 실질적인 경쟁대상은 가격대가 겹치는 어큐라 TL입니다.) 가격으로는 경쟁대상이 아닌데 체급으로는 경쟁 대상인 다른 차량의 판매대수와 비교하면 인피니티 M의 경우 970대가 팔렸고 렉서스 GS 1297대가 팔렸습니다.

현대자동차 측에서는 3.8리터 급의 제네시스가 전체 수요의 80%까지 점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온라인 상에서는 의외로 4.6리터 급 제네시스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제네시스의 성공여부는 본격적인 광고가 시작되고 4.6리터 모델도 딜러에 완전히 풀리는 시기가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까지만 보면 그리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제네시스를 사려면 정가에다 웃돈을 내야

미국 시장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본론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목에 나온 것처럼 지금 미국의 딜러들은 제네시스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웃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미국에서 어떤 식으로 자동차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좀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리점이란 것이 있어서 현대자동차의 판매직원들이 직접 자동차를 팝니다.

자동차를 늘어놓고 파는 미국의 딜러

자동차를 늘어놓고 파는 미국의 딜러


하지만 미국은 각 지역의 딜러들이 현대와 계약을 맺고 현대에게 다양한 사양의 자동차를 미리 주문해서 주차장에 늘어놓고 고객들이 오면 흥정을 통해서 차를 팝니다. 이미 차량이 딜러에 있고 이 중에서 고르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차를 산 고객들은 사인한 그 자리에서 바로 차를 몰고 집으로 갈 수 있습니다. 물론 특이한 모델이나 사양을 원하면 공장에 주문해서 인도 시까지 기다리거나 특정 사양을 가진 다른 지역의 딜러에게 연결해서 차를 가져오게 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딜러가 가지고 있는 물건 내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흥정이라는 면이 특이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 판매가격이 정해져 있고 잘하면 영업사원을 통해서 약간의 할인을 받거나 다른 보너스 물품을 서비스로 받는 식인데 미국은 이런 흥정의 폭이 상당히 큽니다. 먼저 권장소비자가격에 해당하는 MSRP(manufacturer suggested retail price)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공장도 가격에 해당하는 인보이스(invoice) 가격이란 것이 있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인보이스 가격에 딜러들이 차를 공장에서 사오고 MSRP에 소비자에게 팝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흥정을 통해서 때로는 가격을 인보이스 가격보다도 싸게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게 딜러가 공장에서 물건을 받아오는 가격보다 소비자가 싸게 살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약간의 복잡한 설명이 요구되므로 하여간 미국의 자동차 구매는 상당한 흥정의 여지가 있는 상행위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아래 그림의 예를 들면 어큐라 RL의 테크 패키지의 MSRP는 약 5만 불이고 인보이스는 약 45천불로 나와있는데 지금 자금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당수의 딜러에서 한화로 천만 원씩이나 할인된 4만불 정도의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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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에 보시면 두가지로 적힌 것이 보입니다.


일반적으로는 MSRP와 인보이스의 중간의 가격이면 흥정을 좀 했다 하는 정도이고 구매가가 인보이스로 가까워질수록 좋은 가격에 샀다고 부러움의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메이커마다 그리고 차종마다 편차가 심해서 비인기차종의 경우 자금 순환을 위해서 무지막지한 할인도 가능하게 됩니다. 고유가에 미국인들이 아직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연비가 좋은 도요타 프리우스나 혼다 핏과 같은 차종은 MSRP에다가 1000불 이상의 웃돈을 주고 거래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만 반대로 딜러에 따라 SUV나 트럭은 30% 가까운 출혈 판촉이 이루어 지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제네시스에 웃돈을 줘야 살 수 있는 이유

이 와중에 흥미롭게도 딜러들에서 현대 제네시스에 적게는 1000불 가장 심한 곳은 5500불까지 웃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영어로는 Markup이라고도 하고 premium혹은 market adjustment라고도 하는데 예를 들어 차를 사러 가서 차에 붙은 가격표를 보면 가격표에 아예 MSRP 4만 불이지만 3000불을 더해야 살 수 있다고 써 있게 됩니다. 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이는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며 수요와 공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미국의 시장경제적 자동차 거래 시스템의 한 단면일 뿐입니다.

그럼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아니고 겨우 7월 한 달간 619대밖에 안 팔렸는데 이런 웃돈 요구가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미 윗글에 힌트가 있습니다만 현재 딜러들마다 편차는 있지만 판매에 충분한 재고가 비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대적으로 물량에 여유가 있는 서부지역 딜러들을 제외한 지역의 딜러들은 주로 2-5대 정도의 제네시스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각 사양 별로 한 대도 안 되는 물건이 있기 때문에 매장에 전시용으로 쓸 제네시스가 팔려버리면 소비자가 찾아와도 보여줄 차가 없어지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딜러들은 아직은 차가 팔려서 전시장에서 사라지기를 바라지 않으며 정 차를 사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웃돈을 내고 사가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바닥에 가까운 브랜드 가치로 인해 실제 가치에 비해 이미 상당히 싸게 가격이 책정된 현대 자동차인데 여기에 더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해서 힘들게 차를 팔아온 현대의 세일즈맨으로서는 정말 이례적이고 영광스러운(?)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균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소비자 권장 판매가(MSRP) 2000에서 3000달러까지의 웃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서 권장판매가에 맞춰서 파는 곳도 있으며 일부에서는 종전의 정상적인 관행대로 권장판매가와 인보이스의 사이의 할인된 가격에 제네시스를 구입했다는 소비자도 있어서 이런 웃돈의 관행이 모든 딜러에 다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더 좋은 가격을 주는 딜러를 찾아서 상당한 발품을 팔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관망세

위에 아큐라의 판매 통계에서 보셨다시피 거의 모든 고급차와 대배기량 차량들은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네시스 자체가 고급차이면서 대배기량 차량이어서 시기가 상당히 좋지 못합니다. 현대자동차로서는 언젠가는 가야 하는 길이지만(돈이 많이 되는 고부가가치 차량 시장을 마냥 유럽, 일본 메이커들에게 내줄 수는 없었을 것이니까요) 하필이면 지금 이런 고유가가 오는지 원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제네시스에 관심을 보이는 많은 미국소비자들이 적게는 MSRP기준으로 500만원 대에서 1000만원까지 할인이 되고 있는 종래의 럭셔리 자동차를 두고 웃돈까지 주면서 제네시스를 선뜻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현재의 시장의 상황에 맞추어 제네시스도 지금의 공급부족 현상이 해소되면 큰 폭의 할인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관망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네시스 포럼에 올라온 한 미국인의 글을 소개하면서 마칩니다. 지금 미국 소비자들의 생각의 단면을 볼 수 있을 겁니다. (11000의 환율로 계산했고 보기 편하시게 많이 의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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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번역의 원문입니다.


 

나는 4000만원 중반대의 차를 살 것을 심각히 고려 중이다. 이 가격대에 선택할 수 있는 차는 놀라울 정도로 많다. 나는 최근 제네시스 Tech Package사양을 시승해보았는데 딜러는 권장소비자가격은 4000만원이지만 세금과 등록비를 별도로 하고도 4150만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아큐라로 가서 5061만 원짜리 2008년식 RL을 알아보았더니 4375만원을 내면 된다고 했다. 인피니티의 M35 4800만원인데 4550만원이고 BMW528i 4700만원인데 4500만원에 할인이 가능했고 벤츠 E350 5600만원인데 4850만원으로 해준다고 한다. 내일은 4800만원 정도로 나온 렉서스 GS350을 시승하려 가볼 예정인데 전화상으로 들은 바로는 500만원 정도의 할인이 가능하다고 했다. 링컨의 MKS와 캐딜락의 CTS도 확인을 해 볼 작정이다.

 

제네시스가 이 중에서 가장 싸지만 유일하게 권장소비자가격에 웃돈이 붙은 차이고 다른 차들은 상당한 할인을 해주고 있다. 8기통 모델이 나올 때쯤이면 다른 모델들의 할인 폭은 더 커질 것이다.

 

나는 오늘 시승했던 제네시스 3.8(with Tech package, MSRP 4000만원, 판매가격 4150만원)을 정말 마음에 들어 했고 3600만원내지 3700만원만 했더라도 그 자리에서 구입했을 것이다. 아마 두어 달만 지나면 현대딜러도 고유가의 한파를 실감할 것이고 그들의 웃돈이라는 것도 자동차 시장의 현실을 따라 소멸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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