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처음 현대 제네시스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돌기 시작한 것은 약 1년 전인 2007년 초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현대에서 코드명 BH의 후륜구동 대형 세단을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는 널리 퍼져있었지만 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 것이 이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일부에서 이 차의 이름은 ‘에쿠스’라거나 ‘다이너스티’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결국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될 것이라는 설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었습니다. 약 2007년 3월경으로 기억을 하는데 어디선지 이 BH 후륜구동 세단의 사진이 뉴욕 모터쇼를 앞두고 유포되기 시작했는데 많은 긍정적인 의견을 이끌어 냈지만 전반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4월에 뉴욕 모터쇼는 현대자동차에게 가장 영광스런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 현대가 공개한 제네시스 세단의 콘셉트 카는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끌게 되었고 여러 자동차 관련 잡지와 웹사이트에서 겨우 3.7리터엔진으로 330마력을 내는 괴물 쿠페 인피니티 G37과 함께 더불어서 뉴욕모터쇼의 최대의 기대주로 부각되었습니다. 당시 현대 측에서는 4.6리터 급의 상위트림의 엔진은 300마력을 훨씬 넘을 것이며 정지에서 100미터 도달까지 시간이 6초 이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스펙에다가 3.8리터 엔진 모델의 기본 가격은 3만 불 이하라는 정보를 흘리며 미국 네티즌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참고로 현대자동차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는 값싸고 괜찮은 차라는 것이 대세입니다. 간혹 현대차는 싸구려 엉터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yahoo나 MSN의 자동차 소비자 리뷰 사이트를 찬찬히 비교해보면 다른 메이커(특히 일본의 혼다나 도요타)에 비해서 평가가 오히려 후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후한 평가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대로 현대는 코미디 프로나 토크쇼의 단골 풍자의 대상이었고 1996년 취임한 정몽구 회장의 품질제일주의 경영 방침이 전대미문의 파워트레인 10년, 10만마일 보증이라는 초강수의 판매 전략으로 확장된 후에도 한동안은 렌터카 주차장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는 인기 없는 자동차였습니다.
현대 자동차 미국 소비자를 설득하는데 성공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현대의 내구성 개선 노력에 대해 서서히 주목하기 시작했고 2006년 품질 평가기관인 JD Power의 조사에서 전체 3위, 럭셔리 메이커를 제외하고는 1위를 차지함으로써 일찍이 현대에 시선을 돌렸던 소비자들에게 현대자동차를 지지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제공해주게 됩니다. 비록 그 후의 조사에서는 다시 순위가 떨어져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이런 호재와 2005년 품질감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NF 소나타의 북미데뷔와 그에 이어진 아제라(한국명 그랜저), 베라크루즈 발표 등을 기점으로 미국에도 현대 고정 팬이란 것이 등장하게 됩니다.(혹은 현대 팬을 자처하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효과는 사실 적어도 온라인에서는 엄청나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현대차를 비방하면 여지없이 히딩크 사단의 2004년 월드컵 팀의 벌떼 수비를 연상케 하는 현대를 옹호하는 미국의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비방하는 주장을 정말 우리도 잘 모르는 각종 경영 실적 자료, 각종 언론 매체나 다른 자동차업계 수장들의 언급, 각종 수상 기록 등을 들이대면서 조목조목 반박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현대 자동차 관련 포럼에는 현대차 안티보다는 팬들이 모이기 마련이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 관련 포럼도 이런 현상은 있습니다만 이런 정상적인(?) 모습조차도 현대에게는 오랫동안 찾아보기 힘든 감지덕지한 현상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미국 사는 한국인 입장에서 약간의 자부심도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북미 소비자들의 현대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지 시대의 흐름에 약간 앞서가기 마련인 인터넷 상의 의견이 실제 전체 소비자층의 변화를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그나마 현대자동차의 북미에서의 인기는 사실 낮은 가격과 상대적으로 개선된 품질 그리고 긴 품질보증 기간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지 이 세가지중 한 가지만 없어져도 쉽게 증발해버리는 휘발성이 높은 지지라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에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가끔 명성에 흠집이 나는 품질관련 뉴스가 터져 나와도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가고 도요타의 콘크리트 지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아주 아슬아슬한 지지라는 것이 현대가 가지고 있는 인기의 취약점입니다.
그 살얼음판 같은 지지마저도 국내에서 이윤을 내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봉사하는 듯이 보이는 현대의 정책을 국내 소비자들이 서서히 알게 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정말 비싼 값을 치루고 얻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한국내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위에서 언급한 현대의 북미시장에서 인기 포인트의 단 한 가지(품질개선)만 누리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니까요.
북미 네티즌들의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
어쨌거나 2007년은 북미의 각종 현대 자동차 관련 포럼에서 일 년 내내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감이 만발한 한 해였습니다. 제네시스의 스파이 샷 사진이 유포되거나 제네시스의 스펙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각종 희망 섞인 기대를 피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작년 가을 제네시스의 4.6리터 엔진이 380마력을 낼 것이라는 현대 자동차 사장의 언급이 나오면서 절정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비교적 싼값에 살 수 있는 럭셔리한 괴물이 오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법합니다. 물론 자동차를 엔진의 마력만 가지고 따진다는 것처럼 단순하고 우습게 평가하는 것이 없겠습니다만 자동차의 기본기 중에서 수치로 쉽게 표현되면서도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력만한 것이 없다는 측면에서 저도 이런 수치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표를 보시면 럭셔리 자동차가 아니면서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크라이슬러 300이나 닛산의 맥시마를 훨씬 뛰어넘으면서도 현대가 벤치마크의 대상이라고 공언하는 인피니티 M이나 렉서스 GS, 혹은 BMW의 5시리즈와 비교해도 별로 떨어지지 않는 마력수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국인들의 기대는 현대가 지난 12월 양산형 모델을 공개하고 이번에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다시 한 번 제네시스를 대중에게 공개하면서 오히려 실망으로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같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대작 영화도 개봉 전에는 난리가 났다가 일단 개봉을 하면 오히려 실망과 비판의 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원래 뭐든지 개봉전의 지나친 기대가 개봉후의 적당한 실망과 섞여서 공정한 평가를 끌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북미 시장에서 실패할 여유가 없는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분명히 긴장해야 할 반응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가진 불안 요인들은
일단 비판은 외관의 스타일에서 나옵니다. 전에 콘셉트 카에서 보았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디자인은 온데간데없고 웬 렉서스 LS에다가 인피니티 M과 G가 섞인 차가 나왔느냐는 것입니다.(물론 콘셉트 카도 캠리네 인피니티G네 말이 많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자기만의 개성이 강점이 되는 다른 럭셔리 메이커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가 부담스러운 대중차 메이커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차를 보았을 때 미국사람들 말로 Wow factor(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그 무엇)가 분명히 부족합니다.
또한 자동차의 성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마력의 문제도 당초 알려진 380마력이 아니라 375마력이라는 것부터 368마력 혹은 345마력까지 매체마다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나오지도 않은 차를 가지고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미국인들의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가격인데 물론 기본형은 당초 약속대로 3만 불 이하로 시작하는 것을 보입니다. 하지만 당초 약속은 3.8리터 모델이 3만 불 이하라는 것이었고 이제는 3.3리터 모델이 추가 되었으니 3만 불 이하라는 가격은 슬며시 3.3리터 모델로 넘어갈 것처럼 보입니다. 거기다가 4.6리터 최고사양의 모델의 가격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3만6천불로 추산하고 있지만 최근 현대 최고 경영자 쪽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대로 4만 불대까지 가격이 올라간다면 정말 성공을 장담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후륜구동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퍼포먼스 카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어큐라 TL이 3만5천불 대라든가 현격한 브랜드 가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희망삼아서 경쟁모델로 꼽고 있는 BMW5 시리즈의 가격이 4만 불 초반에서 5만 불 초반에 형성되고 있는 것을 보면 현대가 가격책정에 심사숙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번째 실망의 이유는 현대가 결국 독자 럭셔리 브랜드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갈지 모르겠으나 제네시스가 현대의 배지를 달고 나오면 그 자체로도 판매에 심각한 타격일 것이라고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것도 역시 의견이 분분한데 범용차 메이커의 배지로 럭셔리 자동차에 도전했던 마즈다 밀레니아나 폭스바겐의 페이튼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서 렉서스나 인피니티 같은 독자 럭셔리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럭셔리 브랜드를 런칭할 비용으로 차라리 자동차에 투자해서 더 싸고 더 좋은 차가 나오면 현대라는 배지에 상관없이 잘 팔릴 것이라는 논의가 사실 일 년 내내 지속된 바가 있습니다. 누구도 정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두고 볼 일입니다.
다섯째로 현재 미국의 네티즌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걱정이 되는 내용입니다. 최근 제네시스의 시승기를 읽어본 결과 자동차의 지향이 BMW식의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쪽으로 가기 보다는 렉서스식의 정숙하고 안락한 운전에 치중한 (운전의 재미는 적은, 혹평하면 물침대식 서스펜션의) 길을 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그렇게 했다고 항상 현대가 주장하는 부분이라 할 말이 없지만 이렇게 차를 만들었다면 소위 스포츠 세단이나 퍼포먼스 세단을 지향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아야 합니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평론가들은 BMW식의 정교한 드라이빙을 제공하는 차를 편애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론주도층에서 비교평가 시 우호적인 반응을 끌어내기가 상당히 힘들어 진다는 것도 제네시스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마지막으로 또한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3.3리터 엔진이 더해졌다는 사실 자체도 차의 품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오히려 판매 촉진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서 나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제네시스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나
이상 몇 가지 제네시스에 대한 미국인들의 기대와 성공에 저해가 될 만한 요인들을 언급해 보았습니다만 누구도 비관도 낙관도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제네시스가 성공한다면 럭셔리 카에 대한 열망은 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다가가기 힘든 중산층들에게 선택이 된다는 이야기이고 실패한다면 중산층에게는 너무 비싸고 고급차 소비자들에게는 뭔가 부족한 차가 되어서 버림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할 겁니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동차 잡지의 기자들을 포함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올 여름의 제네시스의 미국 데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현대의 형태가 얄미울 때가 너무 많았지만 국내의 고용과 생산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제네시스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잡지인 모터트랜드에서 베라크루즈의 장기 테스트를 마치고 적은 리뷰의 마지막 부분 구절입니다.
전체적 인상은 현대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생산품(자동차)들은 수년간 날로 좋아지고 있다. 현대는 다시 한 번 그들의 새 생산품이 세계의 최고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낮은 가격을 가지고도 그렇게 할 것이다.(번역의 질이 좀 낮습니다. ^^;;)
Our overall impression has been that Hyundai is on the right track. Its products are getting better and better as the years pass. Hyundai is again convinced that its newest product can take on the world's best, and do so at a bargain price.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현대가 좀 더 준비를 철저히 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인정을 받고 미국동포들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차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4월에 뉴욕 모터쇼는 현대자동차에게 가장 영광스런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봅니다. 현대가 공개한 제네시스 세단의 콘셉트 카는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끌게 되었고 여러 자동차 관련 잡지와 웹사이트에서 겨우 3.7리터엔진으로 330마력을 내는 괴물 쿠페 인피니티 G37과 함께 더불어서 뉴욕모터쇼의 최대의 기대주로 부각되었습니다. 당시 현대 측에서는 4.6리터 급의 상위트림의 엔진은 300마력을 훨씬 넘을 것이며 정지에서 100미터 도달까지 시간이 6초 이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스펙에다가 3.8리터 엔진 모델의 기본 가격은 3만 불 이하라는 정보를 흘리며 미국 네티즌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참고로 현대자동차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는 값싸고 괜찮은 차라는 것이 대세입니다. 간혹 현대차는 싸구려 엉터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yahoo나 MSN의 자동차 소비자 리뷰 사이트를 찬찬히 비교해보면 다른 메이커(특히 일본의 혼다나 도요타)에 비해서 평가가 오히려 후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후한 평가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대로 현대는 코미디 프로나 토크쇼의 단골 풍자의 대상이었고 1996년 취임한 정몽구 회장의 품질제일주의 경영 방침이 전대미문의 파워트레인 10년, 10만마일 보증이라는 초강수의 판매 전략으로 확장된 후에도 한동안은 렌터카 주차장에서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는 인기 없는 자동차였습니다.
현대 자동차 미국 소비자를 설득하는데 성공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현대의 내구성 개선 노력에 대해 서서히 주목하기 시작했고 2006년 품질 평가기관인 JD Power의 조사에서 전체 3위, 럭셔리 메이커를 제외하고는 1위를 차지함으로써 일찍이 현대에 시선을 돌렸던 소비자들에게 현대자동차를 지지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제공해주게 됩니다. 비록 그 후의 조사에서는 다시 순위가 떨어져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이런 호재와 2005년 품질감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NF 소나타의 북미데뷔와 그에 이어진 아제라(한국명 그랜저), 베라크루즈 발표 등을 기점으로 미국에도 현대 고정 팬이란 것이 등장하게 됩니다.(혹은 현대 팬을 자처하는 사람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효과는 사실 적어도 온라인에서는 엄청나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현대차를 비방하면 여지없이 히딩크 사단의 2004년 월드컵 팀의 벌떼 수비를 연상케 하는 현대를 옹호하는 미국의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비방하는 주장을 정말 우리도 잘 모르는 각종 경영 실적 자료, 각종 언론 매체나 다른 자동차업계 수장들의 언급, 각종 수상 기록 등을 들이대면서 조목조목 반박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현대 자동차 관련 포럼에는 현대차 안티보다는 팬들이 모이기 마련이기 때문에 다른 자동차 관련 포럼도 이런 현상은 있습니다만 이런 정상적인(?) 모습조차도 현대에게는 오랫동안 찾아보기 힘든 감지덕지한 현상이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미국 사는 한국인 입장에서 약간의 자부심도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북미 소비자들의 현대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지 시대의 흐름에 약간 앞서가기 마련인 인터넷 상의 의견이 실제 전체 소비자층의 변화를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그나마 현대자동차의 북미에서의 인기는 사실 낮은 가격과 상대적으로 개선된 품질 그리고 긴 품질보증 기간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지 이 세가지중 한 가지만 없어져도 쉽게 증발해버리는 휘발성이 높은 지지라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에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가끔 명성에 흠집이 나는 품질관련 뉴스가 터져 나와도 오히려 성장세를 이어가고 도요타의 콘크리트 지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아주 아슬아슬한 지지라는 것이 현대가 가지고 있는 인기의 취약점입니다.
그 살얼음판 같은 지지마저도 국내에서 이윤을 내고 미국 소비자들에게 봉사하는 듯이 보이는 현대의 정책을 국내 소비자들이 서서히 알게 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정말 비싼 값을 치루고 얻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한국내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위에서 언급한 현대의 북미시장에서 인기 포인트의 단 한 가지(품질개선)만 누리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니까요.
북미 네티즌들의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
어쨌거나 2007년은 북미의 각종 현대 자동차 관련 포럼에서 일 년 내내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감이 만발한 한 해였습니다. 제네시스의 스파이 샷 사진이 유포되거나 제네시스의 스펙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마다 각종 희망 섞인 기대를 피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작년 가을 제네시스의 4.6리터 엔진이 380마력을 낼 것이라는 현대 자동차 사장의 언급이 나오면서 절정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비교적 싼값에 살 수 있는 럭셔리한 괴물이 오는구나 하고 생각했을 법합니다. 물론 자동차를 엔진의 마력만 가지고 따진다는 것처럼 단순하고 우습게 평가하는 것이 없겠습니다만 자동차의 기본기 중에서 수치로 쉽게 표현되면서도 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력만한 것이 없다는 측면에서 저도 이런 수치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마력수는 2007년형 모델 기준
하지만 이런 미국인들의 기대는 현대가 지난 12월 양산형 모델을 공개하고 이번에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다시 한 번 제네시스를 대중에게 공개하면서 오히려 실망으로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같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대작 영화도 개봉 전에는 난리가 났다가 일단 개봉을 하면 오히려 실망과 비판의 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원래 뭐든지 개봉전의 지나친 기대가 개봉후의 적당한 실망과 섞여서 공정한 평가를 끌어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북미 시장에서 실패할 여유가 없는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분명히 긴장해야 할 반응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가진 불안 요인들은
일단 비판은 외관의 스타일에서 나옵니다. 전에 콘셉트 카에서 보았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디자인은 온데간데없고 웬 렉서스 LS에다가 인피니티 M과 G가 섞인 차가 나왔느냐는 것입니다.(물론 콘셉트 카도 캠리네 인피니티G네 말이 많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자기만의 개성이 강점이 되는 다른 럭셔리 메이커와 같은 전략을 구사하기가 부담스러운 대중차 메이커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차를 보았을 때 미국사람들 말로 Wow factor(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그 무엇)가 분명히 부족합니다.
또한 자동차의 성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마력의 문제도 당초 알려진 380마력이 아니라 375마력이라는 것부터 368마력 혹은 345마력까지 매체마다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나오지도 않은 차를 가지고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미국인들의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합니다.
세 번째로 가격인데 물론 기본형은 당초 약속대로 3만 불 이하로 시작하는 것을 보입니다. 하지만 당초 약속은 3.8리터 모델이 3만 불 이하라는 것이었고 이제는 3.3리터 모델이 추가 되었으니 3만 불 이하라는 가격은 슬며시 3.3리터 모델로 넘어갈 것처럼 보입니다. 거기다가 4.6리터 최고사양의 모델의 가격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3만6천불로 추산하고 있지만 최근 현대 최고 경영자 쪽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대로 4만 불대까지 가격이 올라간다면 정말 성공을 장담하기가 힘들어집니다. 후륜구동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퍼포먼스 카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어큐라 TL이 3만5천불 대라든가 현격한 브랜드 가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희망삼아서 경쟁모델로 꼽고 있는 BMW5 시리즈의 가격이 4만 불 초반에서 5만 불 초반에 형성되고 있는 것을 보면 현대가 가격책정에 심사숙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터트렌드에 실린 제네시스의 제원
네 번째 실망의 이유는 현대가 결국 독자 럭셔리 브랜드를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갈지 모르겠으나 제네시스가 현대의 배지를 달고 나오면 그 자체로도 판매에 심각한 타격일 것이라고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것도 역시 의견이 분분한데 범용차 메이커의 배지로 럭셔리 자동차에 도전했던 마즈다 밀레니아나 폭스바겐의 페이튼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서 렉서스나 인피니티 같은 독자 럭셔리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럭셔리 브랜드를 런칭할 비용으로 차라리 자동차에 투자해서 더 싸고 더 좋은 차가 나오면 현대라는 배지에 상관없이 잘 팔릴 것이라는 논의가 사실 일 년 내내 지속된 바가 있습니다. 누구도 정답을 알지는 못하지만 두고 볼 일입니다.
다섯째로 현재 미국의 네티즌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걱정이 되는 내용입니다. 최근 제네시스의 시승기를 읽어본 결과 자동차의 지향이 BMW식의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쪽으로 가기 보다는 렉서스식의 정숙하고 안락한 운전에 치중한 (운전의 재미는 적은, 혹평하면 물침대식 서스펜션의) 길을 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어 그렇게 했다고 항상 현대가 주장하는 부분이라 할 말이 없지만 이렇게 차를 만들었다면 소위 스포츠 세단이나 퍼포먼스 세단을 지향한다는 말은 꺼내지도 말아야 합니다. 특히 미국의 자동차 평론가들은 BMW식의 정교한 드라이빙을 제공하는 차를 편애하고 가중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여론주도층에서 비교평가 시 우호적인 반응을 끌어내기가 상당히 힘들어 진다는 것도 제네시스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마지막으로 또한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3.3리터 엔진이 더해졌다는 사실 자체도 차의 품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지만 오히려 판매 촉진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어서 나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제네시스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나
이상 몇 가지 제네시스에 대한 미국인들의 기대와 성공에 저해가 될 만한 요인들을 언급해 보았습니다만 누구도 비관도 낙관도 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제네시스가 성공한다면 럭셔리 카에 대한 열망은 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다가가기 힘든 중산층들에게 선택이 된다는 이야기이고 실패한다면 중산층에게는 너무 비싸고 고급차 소비자들에게는 뭔가 부족한 차가 되어서 버림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할 겁니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자동차 잡지의 기자들을 포함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올 여름의 제네시스의 미국 데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도 현대의 형태가 얄미울 때가 너무 많았지만 국내의 고용과 생산의 큰 축을 담당하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제네시스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잡지인 모터트랜드에서 베라크루즈의 장기 테스트를 마치고 적은 리뷰의 마지막 부분 구절입니다.
전체적 인상은 현대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생산품(자동차)들은 수년간 날로 좋아지고 있다. 현대는 다시 한 번 그들의 새 생산품이 세계의 최고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낮은 가격을 가지고도 그렇게 할 것이다.(번역의 질이 좀 낮습니다. ^^;;)
Our overall impression has been that Hyundai is on the right track. Its products are getting better and better as the years pass. Hyundai is again convinced that its newest product can take on the world's best, and do so at a bargain price.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현대가 좀 더 준비를 철저히 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인정을 받고 미국동포들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차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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