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

자동차 급발진시 차를 세우는 방법이 있을까

2009 8 28일 오후 6 35분경 미국 샌디에고 인근의 125번 도로 따라서 운전하고 가던 마크 새일러씨는 갑자기 이상한 것을 느꼈습니다. 자동차가 갑자기 시속 160km 이상으로 급가속이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는 고속도로 순찰대 경관이었으나 비번으로 가족들과 차를 타고 가던 중이었습니다. 새일러씨는 브레이크를 밟아서 차를 세워보려고 했지만 차는 말을 듣지 않았고 계속 앞으로 맹렬하게 돌진해 나갔습니다.

당시 도로의 목격자에 따르면 렉서스의 앞과 뒤 타이어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올 정도여서 미친 듯이 달리는 차량을 세우기 위해 운전자가 필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윽고 차는 시속 190km를 넘어서는데 새일러씨는 가속페달이 거의 끝까지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처남이 911(미국의 긴급구조 전화)에 전화를 걸어서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800m 정도 앞둔 상황에서 통화가 되었습니다.

방송에 소개된 911 녹음 내용


간신히 전화 연결은 되었지만 전화를 받은 911에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는지 혹시 차의 시동을 끌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정도 밖에 해줄 것이 없었습니다. 차는 톨게이트에 다가갔고 적절히 대응할 시간이 너무 짧았던 자동차는 일차로 정면의 SUV를 들이받고 이 차로 도로변의 펜스를 들이받았으며 이 여파로 고속도로 밖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샌디에고 강> 바닥에 화염에 휩싸인 채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사고로 경관 마크 새일러 씨와 동승했던 그의 아내, , 처남이 모두 사망하게 됩니다.

 


그가 운전하던 차는
2009년형 렉서스 ES350으로서 본인 소유의 렉서스 차량이 대리점 직영 정비소에서 수리중인 관계로 대리점에서 무상 대여해준 차량이었는데 이 차량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렉서스의 모기업이 도요타에서는 즉시 사고 원인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각종 뉴스에서 이 사건이 크게 보도가 되었기 때문에 도요타에서도 공개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공개사과하는 도요타 수장. 그러나 자체 결함은 없었다고 주장

이 사건이 크게 보도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무래도 현역 고속도로 순찰대 경관의 일가족이 희생되었다는 것과 일가족이 사망사고 직전에 911에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청하면서 차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보고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전화 한 통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아마도 졸음 운전이나 다른 부주의로 취급되어 언론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할 뻔 했으리라고 생각도 됩니다만 어쨌든 사회적으로 차량 급발진에 대해 대대적인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카매트가 원인이라는 뉴스보도

그런데 2 주 정도가 지난 2009 9 10일경 도요타는 차량 실내에 까는 floor mat(자동차 카페트, 카매트)가 가속페달에 끼어서 가속페달을 떼지 못했을 것이라는 발표를 하게 되고 곧 이어서 9 29일 캠리, 아발론, 렉서스 ES 7개 차종에 대해 대규모 리콜을 발표하게 됩니다. 리콜 대상인 차가 2004년식 프리우스부터 2010년식 최신차종을 다 아우르는 것이었기에 리콜 대상도 무려 400만대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리콜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도 보도된 도요타의 리콜

미국에서는 이유야 어쨌건 거대 자동차 왕국 도요타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가한 사건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었고 적지 않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대규모 리콜을 발표한 도요타의 신속한 조치에 역시 도요타답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도요타 홈페이지 발표내용

하지만 일각에서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 아래 LA 타임즈지의 기사 제목에서도 보실 수 있지만 차 자체의 결함과 같은 근본적인 급발진의 문제는 조사되지도 않고 애꿎은 카매트에만 책임을 덮어씌우고 넘어가려고 한다는 주장입니다. 도요타는 사상 유례없는 리콜로 성의를 다해서 대처했다고 자위할지는 모르겠으나 의문은 계속 커져갔습니다. 이윽고 미국의 메이저 방송사인 ABC에서 nightline이라는 뉴스에서 10분이 넘는 긴 보도시간을 할애해서 도요타 자동차에 다른 문제가 없는가 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보도했습니다.

LAT등 미국언론에 연달아 제기된 급발진 의혹

이 뉴스에서 도요타 하이랜더의 오너로서 도요타가 주장하는 카매트가 깔려 있지도 않은 자신의 차가 어떻게 주행 중 급발진이 발생했고 간신히 사고를 모면한 소비자의 인터뷰도 포함됨으로써 카매트가 정말 문제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도요타는 차량에는 어떤 결함도 없다며 공식적으로 부인했고 도요타뿐만이 아니고 미국의 정부 기구인 NHTSA (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 2003년 이래로 6 차례나 도요타 차량의 결함에 대한 조사를 벌였지만 특이한 문제를 찾지 못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자동차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1 25일 도요타 측으로부터 새로운 리콜 발표가 다시 났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무려 400만대에 이르는 차량의 가속페달을 교체하거나 수리해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수리로서 리콜 대상의 차량들은 종전보다 0.6센티미터 정도 짧아진 가속페달을 새로 장착되게 됩니다. 역시 카매트에 걸리지 않게 하려는 안전조차의 일환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카매트가 문제라는 데서 별로 나아간 것이 없는 조치입니다만 그래도 카매트에 모든 책임을 씌우려는 도요타의 주장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 정부에서도 도요타에 뭔가 더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가속패달을 교체해준다는 발표!

문제는 카매트가 없었는데도 급발진이 일어났다는 사람들의 주장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는 것입니다
. 저도 한국에 있을 때 자동차 급발진에 대한 뉴스보도 등을 접할 때 의례 운전자들이 운전미숙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가속페달을 밟아서 사고를 일으켰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동차가 살아있는 생물도 아니고 단지 기계일 뿐인데 어떻게 사람이 조작한 범위 밖의 행동을 보일 수 있느냐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단순히 기계였던 시절을 넘어 요즘은 전자장비가 곳곳에 쓰이면서 거의 전자제품이 되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전자제품의 오류는 얼마든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도 이런 전자장비의 오작동의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런 오작동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소프트웨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컴퓨터가 갑자기 멈춰버린다고 해도 다시 부팅했다 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문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를 완전히 분해해서 연구해본들 문제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동차 회사와 급발진을 주장하는 소비자간의 다툼은 미국에서 드물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 1992년에는 백악관의 대통령 전용차 운전기사인 육군의 댄 차일드씨가 운전하던 자동차가 백악관 정원의 나무를 들이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만약 목격자가 없었으면 단순 과실 사건이 될 뻔 했겠지만 당시 차 뒷자석에는 상급 지휘관이 타고 있었고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차를 세우려고 노력했다는 증언을 했습니다.

백악관에서 벌어진 사건

그 후 백악관 경호실에서는 포드사의 차량에서만 유사한 사건을 4번이나 겪었고 이 내용은 또 다른 메이저 방송사인 NBC Dateline(우리나라 MBC의 시사매거진 2580같은 프로그램)에서도 다루어진 바가 있습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급발진에 대한 신뢰할 만한 증언이 쏟아져 나왔지만 포드는 여전히 건재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사고가 난 이후에는 무엇이 사고를 초래했는지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증가하는 급발진 관련 클레임들

자동차에 전자장비가 들어가기 시작한 이후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급발진에 대한 보고는 현재도 계속 쌓여가고 있고 단지 포드나 도요타의 문제만은 아닌 듯합니다
. 설사 일부에서 가속페달을 브레이크 대신 밟아서 사고를 일으킨 경우가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카매트가 가속 페달을 누르는 것을 운전자가 모르고 있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문제가 다 선명하게 설명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이 대대적으로 급발진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예방책을 내놓는 것이지만 도요타를 비롯한 대부분의 회사에서 급발진이라는 것의 존재 자체를 믿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쉽지 않습니다.

급발진에 대응하는 미국 소비자 사이트

그럼 내가 운전하는 차량에서 갑자기 급발진이 시작되면 운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위에서 언급한 911 대원은 차를 끌 수 없느냐고 동승자에게 물었었는데 실제 그렇게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속 주행중인 차의 엔진을 끄는 것은 또 다른 화를 부르게 됩니다. 시동을 끄는 순간 핸들이 잠기게 되고 브레이크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어를 옮길 수만 있다면 재빨리 중립에 놓고 브레이크를 밟는 것입니다.

엔진이 아무리 미친 듯이 돌고 있어도 바퀴에 동력 전달을 끊는다면 브레이크가 차를 멈출 수 있다고 합니다
. 공교롭게도 제가 운전하는 자동차도 도요타 캠리입니다. 연식이 달라서 제 차는 리콜 대상은 아니지만 최근 텔레비전을 보니 제 것과 같은 연식의 캠리를 몰던 운전자가 급발진으로 부인이 사망하고 차는 폐차된 내용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도 역시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어 중립을 항상 기억하려고 합니다.


뉴욕의사의 백신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