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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고 미국 생활 이야기

너무 비슷한 미국과 한국의 경제가 어려운 이유

이미 다 아는 이야기면 재미가 없는데 그래도 모르시는 분이 있을 것이니까 일단 제가 예전에 들었던 우화를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리 오래 되지 않는 옛날에 한 산 중 마을이 있었습니다. 이 마을 뒤 산에는 원숭이가 많았는데 마을 사람들과 잘 공존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 평화로운 마을에 커다란 돈 가방을 든 사업가하고 그 운전사가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마을 사람에게 자신들은 원숭이가 필요한데 원숭이를 잡아 오는 사람에게는 10만원씩 주겠다고 광고를 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안 그래도 소일을 삼아서 용돈을 버는 재미에 원숭이를 잡아서 팔았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던 원숭이들이 마을 사람들을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점차 마을 사람들에게서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원숭이 잡는 게 점점 힘들어지던 어느 날 사장님은 원숭이 가격을 100만원으로 올렸습니다. 이제 마을 사람들은 원숭이 잡이가 부업이 아니고 생업을 팽개친 주업이 되었습니다. 끼니도 거르면서 도망치는 원숭이 잡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꽤 돈을 돈 사람도 있었고요. 그러다가 점차 원숭이가 씨가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사장의 원숭이 우리에는 원숭이가 꽉 차 있었는데 사장은 아직 만족을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어느 날 사장은 폭탄 선언을 합니다. 원숭이 한 마리에 천만 원!! 이제 원숭이는 노다지가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깊고 깊은 산을 돌아다니며 원숭이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많이 잡았던 터라 며칠 산속을 헤매도 원숭이가 별로 없어서 천만 원짜리 원숭이를 잡는 운 좋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제 사장님은 다시 한번 폭탄 선언을 합니다. 원숭이 가격을 오천만 원으로 올린 것입니다. 이제 낮이면 마을이 텅 비게 되었습니다. 다 깊은 산속으로 배낭을 메고 로또 원숭이를 찾아 헤매게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사장이 갑자기 일이 있다며 먼 곳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고 사장의 운전기사가 원숭이 우리를 지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몇몇 마을 사람에게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합니다. 자신이 지키고 있는 우리 속의 원숭이를 4천만 원에 마을 사람에게 되팔 테니 사장이 오면 5천만 원에 팔아서 1000만원을 남기라고 한 것입니다. 그 제안을 받은 마을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우리 안에 수도 없는 원숭이가 이미 들어 있으니 몇 마리쯤 없어져도 모를 테고, 도덕적으로도 설사 없어진 것을 나중에 사장이 발견한다고 해도 훔쳐서 판 운전기사 잘못이지 돈을 주고 구입한 자신들은 떳떳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까지 원숭이로 번 돈을 다 동원하고, 은행에서 대출받고, 친척에게 돈을 꿔서 가능한 한 많은 원숭이를 샀습니다. 물론 한 마리에 4천만 원씩이나 주었으니 어지간히 돈이 있어도 많이 살래야 살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문을 다른 사람들이 못 들었을 리 없습니다. 밤마다 은밀하게 운전기사를 방문해서 원숭이를 흥정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었습니다. 왜 옆집에는 원숭이를 팔고 나에게는 안 파느냐는 것이지요. 운전기사는 못 이기는 척 하며 원숭이를 하나 둘 4천만 원에 팔게 되었고 결국 원숭이 우리는 텅텅 비게 되었습니다. 이제 집집마다 원숭이를 가지고 마을 사람들은 사장이 돌아오기만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사장이 돌아 오는 날이 되었는데 사장이 오지 않습니다. 워낙 먼 길이니 하루 이틀 늦어지려니 했는데 사장이 그래도 오지 않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운전기사에게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물으려고 단체로 운전기사가 묵고 있는 모텔에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놀랍게도 운전기사가 며칠 전에 마을 사람들에게 원숭이 판 돈을 가지고 떠나 버렸다는 알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경악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집집마다 빚을 지고 원숭이를 사들였는데 이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게 된 것입니다. 분노에 울면서 사료만 먹어 치우는 원숭이를 다시 산에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혹시 사장이 돌아올까 원숭이를 먹이를 주면서 몇 달 몇 년을 키운 사람도 있었지만 사장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사실 사장은 운전기사와 짜고 벌인 원숭이 마을 사기극의 대성공으로 수십억의 수익을 거두고 그 종자돈을 바탕으로 노루가 많이 사는 마을로 가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집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

 

짐작을 하셨는지 모르겠는데 이 원숭이 마을 이야기는 사실 주식시장을 빗댄 것입니다. 주식이 원래는 액면가로 시작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사들이기 시작하면 가격이 계속 오릅니다. 처음에는 1천원 하던 주식이 1만원하고 10만원을 하는데 사람들은 이 똑 같은 주식을 나중에 더 비싼 가격에 팔 꿈을 꾸면서 사들입니다. 하지만 작전세력이 최고가에서 약간 낮은 가격에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해서 빠지고 나면 주식의 거품이 터지면서 빚까지 내어 주식을 비싼 값에 매입한 개미들만 남게 됩니다. 이들은 똥값이 되어버린 주식을 그냥 낮은 가격에 팔기도 하고 혹시나 나중에 오를까 봐 가지고 있어 보지만 지나가 버린 버스는 오지 않습니다.

 

 

이 원숭이 마을 이야기가 오늘 제가 할 이야기하고 정확히 들어맞는 주제의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한가지 공통점을 찾자면 현재 돈을 버는 사람은 그 돈을 바탕으로 정당한 사업을 하건, 사기를 치건 점점 돈을 많이 벌고 돈이 없는 사람은 가지고 있던 돈까지 빼앗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 글을 계속 읽어온 분은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소위 귀족 노조의 파업을 좋아하지 않고, 세금을 내려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고취시켜야 된다고 생각하며, 복지의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가기 보다는 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더 선별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복지의 지나친 확충은 방만하고 큰 정부를 초래하고 세금을 계속 올려야 하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보고, 투자의 책임성을 옹호하기 때문에 잘못된 투자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주는, 예를 들어 저축은행 사태나 지금의 아파트 가격 폭락 사태에서 국가가 개입해서 개인이나 기업을 도와주는 것은 모럴해저드를 부른다고 생각해서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주제와 직접 관련도 없는 제 관점 이야기를 미리 하는 이유는 지금 하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저를 너무 좌측으로 치우신 사람을 보고 오해할 분이 있을까 봐 입니다

 

꼭 닮은 한국과 미국의 경제 상황

 

지금 한국의 경제가 어려운 것은 다 압니다. 이명박 정부의 성장률이 이전 정권에 비해서 더 낮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고 서민과 중산층의 고통도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신문을 보면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 것은 수출이 안되어서가 아니라 내수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 도대체 왜 내수가 이렇게 죽었을까요? 우리나라와 처한 형편이 쌍둥이와 같은 미국의 이야기를 먼저 해보겠습니다.

 

얼마 전에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결과가 미국 언론에 대서특필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 눈길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85%의 미국 중산층은 2000년대에 들어서 현재 중산층의 생활을 유지하기가 과거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대답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도 중산층의 삶이 꽤 팍팍해진 모양입니다. 이게 그냥 괜히 하는 앓는 소리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보정한 미국 가구의 연간 소득 중간치가 2000년대 이후 3500불이 줄어서 69487불로 줄었고, 자산은 28%가 줄어서 93150불로 내려 앉았다고 합니다.(이는 주택가격 폭락의 영향이 큽니다.) 얼마 전에 미국인들의 시간당 임금이 지난 50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었는데 반대로 같은 기간 대기업 CEO의 봉급은 수 백배 상승했다고도 합니다.

 

또한 지난 10년 간의 분석해보니 미국인 전체가 가져간 임금의 상승 분을 상위 10%가 독식을 했으며 그 외 90%는 비율적으로 오히려 임금이 하락했다고 합니다. CEO들이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은 미국 기업들이 그만큼 장사를 잘해서 돈을 잘 벌었다고 보고 싶지만 알고 보면 장사를 잘 한 것이 아니라 더 큰 요인은 부시와 오바마로 이어지는 최근 정권들이 감세로 기업들에게 세금 부담을 덜어주었고 막대한 달러를 풀어서 돈 풍년을 만들어준 이유가 큽니다. 덕분에 기록적인 수익을 내는 미국 기업들은 돈을 쌓아놓고 있으나 투자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돈이 있는데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고 동시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어서 입니다

 

소비가 죽은 이유

 

 

다 알다시피 소비는 경제 성장에 기여합니다. 하지만 숫자 자체가 적은 고소득층은 아무리 돈을 더 벌어도 돈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소득층이 돈을 아무리 써줘도 경제 성장률에 거의 영향 없다는 것입니다. 국가 경제의 돈 맥이 돌려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돈을 써줘야 합니다. 그런데 중산층과 하위 계층은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습니다. 위에 말한 것처럼 기업들이 버는 기록적인 순익은 고위 경영진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쌓아놓고 있고 근로자들이 받아가는 임금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줄었다는데 중산층에 돈이 있기를 기대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이 기업 재정에서 인건비 지출은 최근 역사상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이는 사실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일자리가 옮겨간 데 영향이 큽니다.)  이렇게 되니 기업들도 소비가 안 살아나서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고, 투자할 돈은 있는데 투자할 곳을 찾지를 못하고, 투자를 못하니 고용이 없고, 고용이 늘지 않으니 소비가 없어서 기업들은 성장을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세계화에 앞장서서 일자리를 해외로 옮겨온 미국의 기업들이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퓨 리서치 센터의 보고에는 없지만 제가 보는 미국 경제 위기의 또 하나의 주범은 바로 연준입니다. 위에서 말한 기업들의 행태에 절반의 책임이 있다면 지난 5년간 부동산 붕괴에 지금의 어려움의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이 부동산 거품의 붕괴는 거품 자체가 있었기에 일어난 일이고 이 거품을 일으킨 것이 바로 이자율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낮춘 연방준비은행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

 

그런데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면에서 미국을 닮아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나치게 오래 낮은 이자율을 유지하면서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데 공헌했고, 한국의 기업들도 수출은 잘 했지만 국내에서 고용도 늘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람이 필요 없어서 고용을 안 했다는데 그걸 가지고 욕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결과론적으로 보니까 이런 현상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미국처럼 국민들이 돈이 없어서 돈을 못 쓰고 있는데 돈이 없는 이유는 고용이 없으니 실업률이 높아졌고, 기업에서 근로자에게 주는 월급은 줄어들어 임금 상승률이 낮아졌고(현 정부 1.4%, 노무현 정부 7.7%, 김대중 정부 5.5%, 김영삼 정부 3.1%라고 합니다.)  하락하고 있는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으며, 빚이 너무 많아서 그런데 이는 한국에 내수가 부진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잘 설명합니다. 결국 이런 관점에서 현재의 미국의 경제 위기도 미국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이고 한국의 경제위기도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입니다.

 

부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에게 고용을 더 하라고 빌어보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있습니다만 기업이야 필요한 만큼만 뽑는 것이지 쓸 데 없이 더 뽑을 이유가 없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안 움직이니까 스스로 재정 지출을 늘리고 낮은 이자율로 돈을 풀면서 경기를 살려보려고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적자 재정에 빚 그리고 인플레이션뿐입니다.

 

기업은 그럼 위기의 본질을 알고 있을까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은 수출도 하고, 외국에 나가서 영업하면 되니 고통이 덜합니다.(애플이나 삼성을 생각해보세요.) 더군다나 정부가 돈을 푸는 것은 개인에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관급 공사를 발주하는 식으로 하니까 일단 기업에 돈이 가고, 이자율이 낮아지면 기업은 개인보다 더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니 기업은 일단 살아 남기에 상황이 낫습니다. 물론 경기가 더 나빠지면 내수에 의존하는 기업이 먼저 죽습니다.(자영업자는 100% 내수업종이니 가장 먼저 죽게 되겠습니다.)

 

지금의 경제 상황은 경기의 하강국면이 세계화와 자동화로 인한 저 고용 시대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리면서 생긴 것입니다. 또한 세계 각국 정부들은 이 위기를 정부 재정을 늘려서 경기 후퇴를 막아보려고 하다가 미국, 유럽, 한국, 일본 정부 모두 막대한 빚을 쌓아가며 다시 한번 위기를 증폭하는 형국입니다. 감히 앞 으로를 예측하자면 이 상황은 계속 나빠질 것 같습니다. 기업은 기업대로 하던 대로 계속 할 것이고(저 고용, 저 투자), 정부도 정부대로 계속 하던 일만(돈을 쓰다 문제가 생기면 돈을 더 쓰기) 할 것입니다.

 

실현 가능성없는 개선의 시나리오

 

전 세계 정부가 다 정신을 차리고 돈줄을 죄면(이자율을 올리면) 인플레이션에 도움이 되고, 흑자재정을 하면, 국가 부채 문제는 나아지겠지만 국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은퇴자나 실업자, 저소득층의 고통이 커질 수 있고 경기 하강도 가팔라질 것이므로 경기 하강기에는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절대 쓸 수 없는 카드입니다.

 

실현 가능성 없는 또 하나의 시나리오는 전 세계 기업들이 함께 고용을 늘리고, 근로자에게 월급을 더 줘서(마치 미국의 헨리 포드가 자신의 공장 종업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어 자동차를 사게 하고, 자동차가 더 많이 팔리게 한 것처럼) 선 순환을 일으키면 좋겠지만 수 많은 기업이 다 같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또 하나 실현성 없는 시나리오는 국민들이 각성해서 대중에게 인기가 없더라도 할 것을 하는 지도자를 뽑고 그 지도자의 제안 하에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부동산 폭락을 그대로 받아들이며(특히 한국), 증세, 복지축소, 한계 기업/은행/개인 파산으로 정리할 것은 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인데 이것도 역시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기적이 일어나서 이렇게 되더라도 결국 개인이 국가나 기업에 비해 훨씬 큰 고통을 감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어려움을 제대로 풀려면 이 실현 가능하지 않은 세 가지(국민과 기업, 정부의 각성)일이 함께 일어나야 하니 상황이 참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