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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

도요타제국의 역습, 그 보이지 않는 위협

요즘 한국의 렉서스 영업사원들은 아마 차가 팔리지 않아서 죽을 맛일 것입니다. 다른 수입차업체들은 앞을 다투어 값을 내리고 있는데 유독 렉서스만 고가 전략(저는 거품전략으로 부르고 싶습니다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10월에 나온 머니투데이의 기사에 따르면 수입차업계의 가격 인하 현상과 관련, 렉서스 브랜드의 가격 인하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렉서스의 브랜드를 높이고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며 "환율 등이 변한다고 차량 가격을 변경하면 소비자들이 차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혼란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한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음과 같은 보도가 연속해서 나왔습니다.

도요타 브랜드 자동차 국내 진출
렉서스도 차 값 내렸다
현대차 생존위해 고객 섬긴다
얼핏 보면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세 가지 뉴스를 보면서 저는 도요타의 향후 한국의 전략의 일면과 현대자동차가 처한 위기상황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어쨌거나 저만의 주관적인 추측이므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요타와 비교당하는 렉서스

처음에 미국에 와서 즐거운 고민 중에 하나는 무슨 차를 살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예산을 한화기준 2000만원서 3000만원으로 두루뭉술하게 정하고 나서 여기저기를 알아보니 참 생각이 짧은 예산 선정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 자금사정상 1000만원에서 2000만 원대의 차가 적당한 것이었지만 한국에서 르망을 거쳐 중고였지만 소나타까지 타보고 미국에 오니 눈이 이미 높아진데다가 듣자하니 미국은 차도 다들 큰 걸로 탄다는데 안전도 그렇고 실용적인 목적도 그렇고 적어도 중형차 정도의 크기여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무리해서 예산을 높여 잡고 보니 이 가격대에 고를 차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약간 과장하면 벤츠 작은 차(C 클래스)부터 미국, 한국과 일본의 큰 차(대형과 중형)와 작은 차(준중형)가 다 이 범위에 들어온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15년간 국산차 애용을 해주었으니까 이제는 좀 외제차 좀 타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한국 차는 제외하고, 미국 차는 고장이 잘 난다고 하니까 제외하고 그래서 옵션이 좀 잘 갖춰진 일본산 차나 준럭셔리 유럽 메이커의 차 중에서 골라보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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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캠리

어쨌거나 이런 광범위한 연구의 결과가 결국은 허무하게 도요타 캠리로 귀결이 되어버린 것은 아무래도 크고, 조용하고, 안락하고, 고장 안 나고, 기름도 덜 먹는(사실 그렇지는 않았는데)다는 평판을 가진 일제 중형차의 명성 때문이었습니다. 유럽의 럭셔리 혹은 준럭셔리 브랜드도(사브, 볼보 등) 사정권 안에 있었지만 아무래도 차의 크기가 작아질 수밖에 없어서 실용적인 목적상 눈을 낮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막판까지 심각하게 고심했던 경쟁 후보는 바로 렉서스 ES 330 이었습니다. 렉서스 ES 는 도요타의 캠리를 기본으로 만든 차로서 렉서스의 다른 라인업들과는 달리 전륜 구동이고(이 때문에 렉서스의 사생아니 짝퉁 럭셔리라는 등의 비아냥거림도 받았지만 조용하고 안락하다는 장점 하나로 한국에서는 강남 아줌마들의 선호 일순위로 유명했었습니다.) 캠리와 상당히 많은 특성을 공유하지만 내외장은 조금 고급스럽습니다. 엔진이 제가 미국에 가기 전에 ES300에서 3000cc이었다가 ES330이 되면서 3300cc로 엔진이 커지더니 이후에는 3500cc(ES 350)로 다시 지속적으로 엔진이 커졌습니다.

제가 사려고 했던 최고 사양의 캠리와 렉서스 ES330의 가격은 3000불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아무리 사양을 비교 해봐도 배지를 떠나서 생각해 본다면 3000불의 차이를 정당화하기가 힘들더군요. 한 가지 유일한 위안은 한국에서는 거의 6천만 원짜리 차를 거의 반값에 살 수 있다는 기쁨인데 그마저도 캠리의 차체를 늘이고 넓히는 뻥튀기 작업 중에 발생한 불가피하게 발생한 타이어가 안으로 쑥 들어가 보인다는 디자인상의 결함(?) 때문에 그냥 욕심을 접었습니다.

렉서스의 초지일관 고가 전략

작년 봄 일본에서 선보였던 렉서스의 최상급 모델이자 대형 럭셔리 세단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도입해 어쩌면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럭셔리와 친환경이 결합된 혁신적인 콘셉트의 렉서스 LS600h가 작년 말 한국 시장에도 출시되었습니다. 참 대단한 회사의 대단한 차라고 감탄을 했는데 가격을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무려 1억9천700만원입니다. 참고로 작년 5월경 일본에 출시 당시에 밝혀진 일본 내 판매가격은 풀 옵션을 기준으로 1510만 엔(12만4000달러)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1억1585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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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LS600h

미국에서 6-7만 불이었던 LS600h의 이전 모델인 LS460이 업그레이드되면서 10만 불로 가격이 뛴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한국시장에서 1억3천에서 1억6천만 원 하던 렉서스 LS가 2억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 더 놀라왔습니다. 물론 한국시장은 전통적으로 외제차 회사들이 두 배 장사를 해온 관행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공급자 측에서는 당연한 가격 책정이었을지 몰라도 감히(?) 렉서스가 BMW나 벤츠와 비교해 가졌던 가격 경쟁력을 포기한 다는 것은 참 의아한 결정이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은(특히 고급차 소비자들은) 브랜드 이름 자체에 상당히 예민한데 유럽의 명차만큼 비싼 도요타가 과연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가 너무도 궁금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보면 BMW7 시리즈의 가격이 7만5천불에서 12만 불 사이이니까 한수 아래로 여겨지던 렉서스의 기함인 LS 시리즈가 적어도 가격에서만큼은 이제 전통적인 럭셔리 자동차들과 진정한 동급이 된 것이라고 해석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렉서스 LS600h 출시 초반의 많은 미국 자동차 관련 언론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렉서스가  가격을 너무 많이 올렸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말의 보도에 의하면 도요타의 예상보다(세계 판매량 2000대) 세배나 더 많은 LS600h를 팔았다고 나왔다니까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프리우스의 출시 때와 같은 신차효과 일수도 있지만 일단 도요타의 도박은 대성공으로 보입니다.

바뀌어 가는 한국의 수입차 시장 분위기

그런데 한국 시장에서는 작년부터 이상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SK가 수입차 직판을 시작하면서 수입차 가격의 거품을 빼는 강수를 둔 것이 주효했겠지만 혼다가 비교적 덜 비싸게 어코드와 CR-V를 한국에 내놓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한 것과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규모의 경제가 일정부분 실현이 되고 있다는 시장 상황이 맞물리면서 수입차 업체들이 신차를 출시하면서 업그레이드된 자동차의 가격을 오히려 낮춘 것입니다. 이 바람은 크라이슬러나 폭스바겐과 같은 대중차 메이커부터 벤츠, BMW, 아우디 등의 프리미엄 메이커까지 확산이 되어서 아직은 일부 차종에 한정된 가격인하 바람이지만 어쨌거나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알았던 풍토가 개선이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수입차 시장 가격파괴 태풍
그런데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이런 분위기를 나 몰라라 하고 고가 정책(혹은 두 배 장사 정책)으로 일관하는 메이커가 바로 렉서스입니다. 한국토요타 자동차 측에서는 거듭해서 렉서스의 가격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던 적이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지난 1월에는 수입차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1위에서 7위로 추락을 했었습니다. 물론 비교적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했다는 칭찬을 받는 혼다가 1등이었습니다. 이에 한국토요타는 지난 3월 3일 새로운 연식의 GS 모델을 내놓으면서 향상된 성능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실질적인 가격인하(?)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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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GS460

위에 링크된 기사를 읽으셨다면 아시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성능은 좋아졌는데 가격은 그대로라면 성능개선이지 가격인하는 아닙니다. 가격인하는 가격이 내려가야 가격인하지요. 그리고 GS 시리즈는 한국에서 몇 대 팔리지도 않는 비인기차입니다. 잘 팔리지도 않는 차를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값이 내려간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보기에 그리 좋아 보이지 않지만 가격 인하를 완강하게 반대하는 도요타 본사 때문에 아마도 한국토요타 자동차 측은 이런 발표로 나마 도요타의 고가 정책에 의문을 표시하는 국내 소비자를 현혹(?)하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약간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렉서스의 라인업 중에서 판매의 중핵은 신개념 하이브리드 LS600h도 아니고 가격인하를 했다는 GS도 아닌 짝퉁 럭셔리라는 ES이고 렉서스의 다른 차에 비해서 이 차종의 가격의 거품이 상당히 큽니다.  수입차 판매 순위를 끌어내린 것도 물론 ES의 판매부진 이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렉서스가 어쩌려고 이렇게 배짱으로 장사를 하는지 계속 궁금해 하던 차에 점차 의문에 대한 힌트를 점차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최근 연속적으로 보도가 되고 있는 렉서스가 아닌 대중차 메이커 토요타의 한국 시장 진출설입니다.

도요타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 고집스럽게 고가 정책을 밀고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렉서스를 벤츠, BMW, 아우디 급으로!!

첫째로 도요타는 렉서스를 혼다의 어큐라나 닛산의 인피니티 급이 아닌 독일의 명차 급으로 올리기를 바랍니다. 비록 LS 600h가 하이브리드라는 강점을 내세워 급격한 가격인상을 시도했다고는 하지만 렉서스의 전반적인 라인업을 이루는 자동차들의 가격은 아직 독일의 명차 메이커들과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시장은 렉서스에게 벤츠 등과 대등하게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몇 안 되는 시장입니다. 그 이유는 고객들의 취향(조향성과 기동성보다는 정숙성과 안락성을 우선하는)이 렉서스의 제품 철학과 맞아 떨어져서 조금 비싸도 팔린다는 자신감이 있고(실제로 북미와 비교시 가격에 거품이 상대적으로 많은 ES와 RX가 가장 잘 팔리는 점) 한국인들의 일제 선호사상과 결합된 럭셔리 자동차로서의 렉서스의 명차이미지는 도요타로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렉서스까지 이미지를 쌓아가는 중인 북미시장에서 받아들여지는 렉서스의 이미지와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시장에서 자동차 개방이후 다시 들어간 뷰익이 미국 차의 자국 시장에서의 부침을 알지 못하는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고급의 이미지를 가지고 선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요타 드디어 한국 진출, 그 다가오는 위협

렉서스의 고가 전략의 두 번째 이유로는 곧 들어오는 도요타의 일반 차들과의 격차를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결국 도요타의 일반 차들의 판매를 도울 것입니다. 앞에 제가 차를 골랐던 에피소드를 굳이 소개시켜드린 이유는 미국 소비자들도 사실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상당수의 미국의 소비자들은 도요타 캠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우월한 렉서스 ES를 사기 보다는 300만원 아끼고 보다 가격대비 가치의 관점에 기울어 캠리를 선택합니다.(렉서스 ES도 여전히 잘 팔립니다만) 그런데 한국에서는 렉서스 ES가 6천만 원이고 캠리가 3천만 원대로 나오면 사람들은 렉서스 ES와 비슷한 캠리를 반값에 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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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350

현재 어코드, CR-V, 시빅 등을 앞세운 혼다가 합리적 가격정책(저에게는 그래도 비싼 것 같습니다만)으로 수입차 1위를 했다면 혼다의 차들보다도 한국인들의 취향에 훨씬 더 잘 맞는 도요타의 자동차가 들어오면 수입차업계의 1위 정도가 아니라 쌍용, 르노삼성, GM 대우를 제치고 국내 3위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입니다. 그 과정에서 도요타가 빼앗아오는 시장점유율은 쌍용 등이 아니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도요타와 자동차의 특성이 비슷한 현대가 가진 시장이 될 것입니다. 현대의 시장 점유율이 잠식당하기 시작하면 현대도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판매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수익의 대부분을 국내 시장에서 올리고 있는 현대의 특수성에 비추어 생각할 때 현대의 전반적인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킬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도요타가 예상외의 선전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과 자유무역 협정 등의 영향으로 수입차 관세가 조절되는 일들이 병행되면 훨씬 빨리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미국에서와 같은 국산차 애용운동과 수입차 배척운동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오랜 시간 현대의 국내 소비자 경원시 정책에 화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의 뼈를 깎는 자구책이 없는 한 현대가 국내 시장 점유율의 10%만 도요타에게 내주어도 현대는 큰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도요타나 GM이 현대의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뉴스를 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현대 자동차 고객 감동 경영, 늦었지만 이제라도 서둘러야

제가 너무 과한 전망을 하고 있는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측에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려는 노력을 하기는 하려는 것 같습니다. 첫 부분에 올려드린 현대차의 고객 최우선 경영 선언은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에게 결국은 소비자가 왕이니까요. 유일한 국산차 메이커인 현대의 무능한 경영진과 독선적인 노조가 밉기도 할 때도 있지만 잘 되기를 마음이 큰 사람으로서 현대차의 미래가 심히 걱정이 되어 몇 마디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