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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

미국 전문가들의 현대 제네시스 시승기 정리

꼭 우리나라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뭔가 우리의 것이 남에게는 어떻게 비춰질까 궁금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지난 해 말 국내에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가 출시되었는데 옵션으로 인한 가격 거품과 미국 수출가와 국내 판매가 사이의 격차로 인해 시장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 행태에 실망을 금하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서 과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면서 또한 세계 최대의 럭셔리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미국인들의 평가는 어떨까 무척 궁금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현대에서 발표된 내용을 가지고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해 왔는지 전해드렸는데 오늘은 드디어 미국의 자동차 전문가가 현대 제네시스를 타보고 어떻게 평가했는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자동차의 역사가 긴 미국에서는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가 자동차 구매자에게 상당히 큰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 들의 의견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또한 국내 언론에 소개된 중앙과 조선일보의 자동차 전문기자들의 제네시스의 핸들링에 대한 의견이 크게 엇갈렸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를 겨냥해서 새로 세팅을 했다는 제네시스의 서스펜션과 핸들링이 미국 측 전문가들에게는 어떻게 평가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먼저 동아일보에 소개된 기사의 일부를 먼저 보시죠.


 

현대차, 외국 기자 대상 제네시스 시승 행사 
 08-05-09
 
현대차는 7일부터 이틀간 북미와 유럽 자동차 전문 기자단을 남양연구소와 양재동 본사로 초청해 제네시스 시승행사를 열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시승회에는 모터트렌드(Motor Trend), 카 앤 드라이버(Car and Driver), 오토위크(AutoWeek), 오토블로그(Autoblog.com) 등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자동차 전문매체 기자 14명과 유럽 지역의 기자 2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7일 오전 남양연구소에서 제네시스의 성능, 디자인, 타우 엔진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약 3시간가량 직접 주행성능과 핸들링 등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시승에 참석한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AutoCar)의 편집국장 스티브 크로플리는 "뛰어난 승차감과 유럽 명차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핸들링에 놀랐으며 특히 넉넉한 실내 공간, 인테리어 디자인 그리고, 옵션 사양은 프리미엄 차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 앤 드라이버(Car and Driver)의 마이크 오스틴 기자는 "종종 지루하다고 평가 받는 렉서스와 달리 제네시스는 훨씬 더 생동감이 있으며, 운전자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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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즈닷컴에 나온 현대 제네시스 사진


먼저 모터트렌드에서 어떤 시승기가 올라왔는지 보겠습니다.

숫자.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한다. BMW 5시리즈, 벤츠 E 클래스, 렉서스 ES보다 크고 넓으며 휠베이스는 더 길고 회전 반경은 더 짧다. 공기저항지수는 0.27이고 연비도 다른 대부분의 차들보다 낫다. 차체 강성도 BMW, 벤츠, 렉서스 LS430보다 높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8기통 타우 엔진은 동급 최고로서 375마력을 내며 BMW 550i, 벤츠 E550, 렉서스 GS460, 인피니티 M45보다 높은 출력을 낸다. 그리고 정지에서 시속 60마일 가속에 6초가 훨씬 덜 걸린다. (중략) 현대가 말하기를 BMW 7시리즈의 크기에, 5 시리즈의 성능, 3 시리즈의 가격이라고 한다.

짧은 첫 번째 시승 소감 상 제네시스는 과거의 물렁한 하체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혹시 제네시스가 처음 나왔을 때 한국의 한 기자(중앙일보의 김기태 기자를 말함)가 하체가 너무 무르다고 비판한 것을 읽었을 것이다. 전직 GM 출신 기술자인 웬델 콜린스가 이끄는 현대의 북미 기술팀이 이 차의 앞뒤의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미국 시장을 위해 더 강한 스프링과 쇽업소버, 댐퍼 등을 손보았다. 역시나 효과가 있어서 원래는 안락함만을 위해 고안된 서스펜션에서 지나친 물렁함을 좀 제거해 내었다. 댐핑(요철을 통과할 때 차가 출렁이는 것)은 특히 좋아져서 혼다 어코드를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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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평범한 모터트렌드의 사진


남양 연구소의 핸들링 시험장에서 제네시스의 서스펜션은 자세이동을 잘 제어해주었다. 하지만 급가속시에 앞타이어가 노면에 미끄러졌다. 이런 것은 사실 대형 럭셔리 자동차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스포츠 세단으로는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다. 제네시스는 상당한 언더스티어(곡선로를 주행 시 앞타이어가 도로 바깥으로 벗어나려는 성질)를 보이고 전자 자세제어장치(ECS)를 켜든지 끄든지 급가속시 스티어(핸들을 작동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핸들이 돌아가면서 차체가 한쪽으로 가는 현상)는 없었다. (중략)

이 차는 역동적인 핸들링보다는 최대의 안락함과 약간의 품격에 가치를 두는 사람에게는 인기가 있을 것이다. 끝마무리는 전반적으로 좋지만 현대는 세밀한 부분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차체와 본네트(후드, 엔진룸 덮개)의 간격이 너무 크고 트렁크 받침은 플라스틱으로 감싸져 있다.(나쁜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고급차는 유압식으로 되어있다.) (트렁크에서 보았을 때) 스피커와 우퍼의 바닥은 아무것으로도 감싸지지 않고 그냥 노출되어 있다. 겨우 2100만 원짜리 시보레 말리부도 이보다는 낫게 처리되어 있는데. (중략)

현대 제네시스는 저렴한 고급차라는 작고 새로운 틈새시장에서 잘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이 차가 보여주는 수치상의 차이(출력, 크기, 성능 등 기사 초반에 숫자로 표현된 사양)는 현대라는 브랜드에 대한 당신의 기대를 넘어설 만큼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모터트렌드는 제네시스의 등장에 가장 기대를 가져주었고 또 가장 영향력 있는 자동차 관련 매체이기 때문에 시승기에 대한 기대가 아주 컸습니다. 하지만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에 그런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로 요약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오토블로그의 시승기의 일부입니다.

오토블로그는 최근 현대 제네시스를 시승하였다. 이 차는 현대에 따르면 럭셔리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선도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큰 포부인데 우리가 가졌던 정말 제한된 시간 동안의 경험에 따르면 정말 그 말이 맞았다. 만약 현대에서 밝힌 가격대가 미끼가 아니라면 이 차는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중략) 이 차와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남는 생각은 (차의 세밀한 외관상의 특징은 기억을 못하지만 전반적으로 )참 괜찮은 차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나쁜 것이 아니다. 특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렉서스 ES350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지도 못하지 않지 않나. (중략) 인테리어 재질, 끝마무리, 바느질 등은 모두 아주 좋았다. 만약 BMW가 100이라면 90몇 점을 주겠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 몇 점의 차이 때문에 7백만 원을 더 주고 싶지 않을 정도는 된다.

우리는 슬라럼(장애물을 피해 지그재그로 운전하는 것)을 통과하며 가속을 해보았다. 자동차는 핸들링이 상당히 좋았고 거의 자세를 잃지 않았다. 현대 측에서 우리에게 권장했던 속도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장애물을 통과하면서) 차가 마구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중간에 급가속을 중단하자 제네시스는 이내 자세를 되찾았다. 이 차는 이런 식으로 (과격하게) 운전해보고 싶게 만드는 차는 아니지만 응급상황에서 급하게 핸들을 돌려야 할 때 충분히 잘 제어가 될 능력이 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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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사진이 잘 나온 오토블로그


이 차를 몰라본 소감상 중요하게 짚을 것이 있다. 1. 이차를 145마일(시속 234킬로 정도)로 몰았는데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2. 130마일(시속 210킬로)과 100마일(시속 160킬로)로 몰았을 때 바위처럼 견고했다. 3. 거의 모든 제네시스 운전자들은 고속에서 제네시스가 어떻게 행동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4. 거의 모든 제네시스 운전자들은 제네시스의 핸들링에 대해 놀랄 것이다.

진짜 질문이 남았다. 누구와 경쟁할 것인가. 광고로는 BMW 5시리즈가 경쟁이라고 한다. 어차피 브랜드 명성이 지배하는 시대이니 이 차를 상류층의 생활의 표상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적으로는 가격대로 판단을 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현대차가 BMW와 대등한 브랜드 가치가 있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과거의 BMW조차도 현재의 BMW의 가치만 못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제네시스가 충분히 내구성이 보장이 된다면 브랜드를 따지는 사람들에게도 언젠가는 팔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 바로 생각할 때 3500만 원대의 차를 찾는 사람은 반드시 제네시스를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결국 차를 사는 어떤 사람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유럽산 럭셔리자동차의 95% 수준의 차를 사고 1천만 원을 아낄까 아니면 그냥 돈을 더 쓰고 100%를 살까.” 우리 생각으로는 이 질문을 돈을 아끼자고 대답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 같다.


오토블로그는 최근 몇년간 현대에 대한 호의적인 평이 많아졌습니다. 역시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가 컸고 북미 네티즌들의 제네시스의 핸들링에 대한 불안을 상당히 해소해주는 호의적인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다음은 winding road에 소개된 글입니다.

아마도 당신은 현대가 당신의 다음번 럭셔리 차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1986년의 현대 엑셀이 형편없다고 생각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고 형편없는 차가 커다란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참 신기할 따름이다. 지난 5월 초 한국의 남양 자동차 시험장에 초대되어 갔을 때 우리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다음 월호의 실제 잡지(인터넷으로 다운로드 되는 인터넷 저널)에서 밝히기 전에 이 차에 대한 감상을 조금이나마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슬라럼, 비포장 도로, 고속 경주용 트랙 등에서 시승을 해본 결과 제네시스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들과 비교해서 거의 비슷하거나 일부 측면에서 오히려 나은 면모를 보여주었다. 현대 자동차측은 BMW 530i와 인피니티 M35, 렉서스 E350등을 준비해 주어서 비교를 가능하게 했다. 단단한 차체는 민첩성과 안락성 사이에서 최적의 밸런스를 가능케 했다.

바람 가르는 소리, 도로 소음, 엔진 소음 등은 동급 내 최고였고 풍동 시험 상으로는 어느 차보다도 공기저항이 적었다. 차안에 앉아있으면서 과거의 한국산 싸구려 차에 대한 우리의 모든 선입견을 잊어버릴 정도로 고급차의 이미지를 느꼈다.현대는 한 해 약 8만대의 제네시스를 세계에 판다고 하고 미국시장 목표는 3만대이다. 매우실 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이고 우리 생각에는 더 많이 팔릴 것도 같다.


진짜 기사를 올리기전에 기자말대로 도저히 다음 달까지 흥분을 누르고 기다릴수가 없어서 올린 예비기사입니다. 요근래에 현대가 받아본 최고의 격찬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에드문즈닷컴의 리뷰입니다.

제네시스는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생각에는 목표가 살짝 잘 못 정해진 것 같다. 현대는 사실 인피니티 Q45의 크기에 M45의 성능과 G35의 가격으로 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 생각에 여전히 이 목표는 상당히 좋은 것이다. (중략) 우리는 우리의 계측 장비들을 한국 내수 판매용 제네시스에 달고 테스트할 기회가 주어졌다. 고급휘발유가 아닌 일반 휘발유를 썼기 때문에 375마력이 아닌 368마력이 나왔다.  시속 60마일(100킬로) 가속에 5.9초가 걸렸고 따라서 6초내에 100킬로를 돌파한다는 현대의 주장이 증명된 셈이다. 반마일(800미터)을 가속하는데 14초 만에 시속 103마일(165키로)의 속도가 나왔다. 이는 현대가 비교대상으로 삼은 어떤 8기통의 아우디, 벤츠, BMW와 견줄 수 있는 성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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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적, 수동적 안전 장치가 완비된 것과 구조역학에 특히 신경을 썼다는 것을 생각할 때 세계 최고 수준의 충돌 테스트 결과도 또한 기대된다. 기대할 수 있다시피 제네시스는 차체의 출렁거림을 최소화하여 승차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알루미늄 보강 서스펜션을 달고 부드럽게 달린다. 랙엔 피니언(Rack and pinion, 핸들의 밑에 들어가는 기어부품)에 연결된 전자식 조향 보조 장치(파워핸들의 일종)의 느낌은 타이어의 감각을 느끼기에는 부족했지만 자동차의 크기와 용도를 생각하면 비교적 정교하고 적절했다. 아무도 핸들링으로 제네시스를 BMW와 착각할리는 없지만 인피니티와 렉서스 오너들은 아마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벤츠나 BMW를 사려는 사람이 일제 럭셔리차를 고려해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하물며 현대의 제네시스가 고려대상 일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렉서스나 인피니티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제네시스를 고려해 볼만하다. 한번 시승을 해보면 아마 마음을 움직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좋은 가격과 최고의 품질보증 기간을 생각하면 결정은 더 쉬워질 수 있다.


정리하면 약간 아쉽게도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회사 자체로도 제네시스에 대한 기대가 컸던 모터트렌드를 제외하면 시승기는 제네시스의 핸들링에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해준 것 같습니다.

즉 매우 단단한 하체를 가진 BMW에는 비할 바가 되지 않으나 현실적 경쟁자가 될 인피니티 M과 렉서스ES, GS 등과 비교해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인테리어도 수준급이라는 호의적인 평가를 받았으니까 동급보다 큰 차체와 저렴한 가격, 긴 품질보증기간을 바탕으로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낮은 메이커의 브랜드 이미지를 이러한 장점이 얼마나 잘 커버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제네시스 미국에는 7월에 정식 데뷔할 것 같습니다. 미국 일반 소비자의 호의적인 반응도 곧 보내드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