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으로 몸짱이 될 수 없는 이유

얼마 전에 SBS 스페셜을 통해 소개된 간헐적 단식이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오르고, 관련 책들도 잘 팔리고 있고, 뉴스에도 계속 나오더군요.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여 몸짱이 되었다고 소개되신 출연자께서는 간헐적 단식에 대해 책까지 내신다고 합니다. 이 글의 제목만 보고 제가 간헐적 단식 자체를 비판이나 반박하려는 것으로 오해하시면 안 될 것이 저도 간헐적 단식의 지지자(?)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간헐적 단식 자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념을 지지하는 것이긴 합니다만 하여간 간헐적 단식에 대해 지나친 기대나 오해를 풀고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시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되겠습니다.

혹시 ‘간헐적 단식’이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들어본 분들을 위해서 배경을 설명 드리면 간헐적 단식은 글자 그래도 정상적인 식사를 하는 중간 중간에 간헐적으로 굶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사람들마다 다양한 간헐적 단식을 시도하고 자기 방법이 좋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간헐적 단식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법칙은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실천 가능한 방법 중의 하나는 24시간 단식을 일주일에 한번 내지 두 번 하는 것입니다. 즉, 수요일과 토요일을 단식하는 날로 정했으면 수요일 점심은 먹고, 수요일 저녁과 목요일 아침을 굶음으로써 24시간 단식을 한 후 목요일 점심을 먹고 토요일도 마찬가지로 토요일 점심은 먹고,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아침 두 끼만 굶습니다. 

즉 일주일에 4끼를 덜 먹게 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현재 유행 중인 간헐적 단식법으로 하루 먹고, 하루 굶는 방법이나 하루 중에 8시간 동안만 먹고 16시간은 먹지 않는 법도 있고, 하루 중에 4시간 동안만 먹을 수 있는 시간을 정해서 먹고, 나머지 20시간은 먹지 않는 방법도 있고 하루 5시간 동안은 먹는 것을 허용하고 19시간은 먹지 않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은 비만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또 몸짱되기 열풍이 부는 시대라서 간헐적 단식이 한국에서도 알려지자 마자 갑자기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만 사실 한 때의 유행이 되고 말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1945년에 칼슨 등의 연구에서 쥐들에게 간헐적 단식을 시켰더니 평균수명이 오히려 길어졌다는 사실부터 출발한다고 하니까 간헐적 단식은 나름대로 역사성과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자료가 있는 방법입니다. 2003년 앤슨 등은 연구를 통해 간헐적 단식으로 혈당과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고 뇌세포가 독성 자극에 대해 더 높은 저항성을 보였다고 발표했고, 2007년 할라가파 등은 그들의 연구에서 쥐에서 간헐적 단식을 통해 치매와 유사한 행동장애를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간헐적 단식에 대한 논문들이 매우 많습니다.

다이어트 방법은 사실 실천 가능성이 매우 중요한데 SBS 스페셜은 영국의 제네시스 암센터의 연구를 통해 2일은 적게 먹고, 5일은 맘껏 먹는 간헐적 단식이 실제 실천하기에 덜 어렵고 일정한 효과도 거둘 수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즉, 간헐적 단식은 실천하기도 쉽고 실천했을 때 치매에 덜 걸리고, 장수의 비결이 되고, 살도 빠지며, 몸짱도 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요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방송에 나온 말을 잘 걸러서 듣지 않았다면 말이죠.

흔히들 다이어트라는 것은 적게 먹는 것을 말합니다. 적게 먹으면 살도 빠지고, 만성 질환도 개선될 수 있고,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간헐적 단식의 실천 가능성을 보면 이게 전통적인 다이어트, 즉 그냥 매끼니 다 먹되 적게 먹는 것보다 쉬운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판단하는데 의학을 전공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냥 소식이 쉬운가 가끔 굶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칼로리를 제한하지 않고 전체 칼로리를 똑같이 해줘도 먹는 시간만을 제한함으로써 살이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는 대단히 매력적이고 방송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동물 실험으로도 입증이 되었다고는 합니다만 문제는 사람은 쥐와 같이 누군가 먹는 칼로리를 제한해서 공급해 줄 수 있는 실험 동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식과 폭식을 번갈아 하면서 잘못된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빼지 못하는 많은 사례를 주위에서 보고 있고, 본인 자신이 이런 사례에 해당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결국은 엄격한 칼로리 통제와, 엄격한 먹는 시간 통제가 사람에게 일어나려면 결국 본인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고 그렇다면 이는 어떤 사람에게는 쉬운 방법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소식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저절로 근육이 생기고 몸짱이 될 수 있는 것일까요? 물론 아닙니다. 방송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이야기를 직접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출연자를 통해서 (간헐적 단식과 운동을 병행하면) 이런 가능성도 있다라는 암시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 몸은 칼로리가 과다일 때는 동화작용이 일어나서 지방, 단백질 등이 생겨나고, 칼로리가 부족할 때는 지방, 단백질 등이 파괴되어 에너지원으로 사용이 됩니다. 즉, 근육을 만들고 싶으면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잘 먹어야 하고, 지방을 늘리고 싶으면 운동을 안하고 잘 먹으면 됩니다. 근육이나 지방을 빼고 싶으면 반대로 적게 먹으면 됩니다. 다만 지방을 빼면서도 근육량을 유지하려면 적게 먹으면서도 운동을 부단하게 하면 됩니다만 이게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 몸은 자꾸 이화작용이나 동화작용의 한 방향만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몸의 한쪽에서는 근육을 만들고, 한쪽에서는 지방을 없애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단식을 하면 근육이 없어지고, 먹으면 지방이 생기는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법칙은 예외가 아닙니다. 배가 고플 때는 근육이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고, 배가 부를 때도 지방이 쌓이지 않게 하기 위해 힘들어도 참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럼 결론적으로 간헐적 단식은 기존의 소식을 하는 기존의 다이어트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는가 하면 그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위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그냥 적게 먹는 것보다 가끔 굶는 것을 더 실천하기 쉽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소식으로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이익을 고스란히 지킬 수 있습니다. 대신 굶는 시간만 지키면 나머지 시간에는 맘대로 폭식해도 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그렇게 하면 체중 유지는 몰라도 감소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측에 푸른 원안에도 2일은 다이어트하고 5일은 정상적으로 먹으라고 하고 있다.(2일간 덜 먹은 만큼 더 먹는 것이 아니고.)

간헐적 단식의 동물 실험의 전제는 단식을 하지 않을 때에 먹던 칼로리만큼만 섭취했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고 미국과 영국에서 유행인 간헐적 단식법도 사실은 어느 정도의 칼로리 조절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더 먹고도 살 빠지는 마법은 없습니다. 똑같이 먹고 살이 덜 찌는 마법은 존재한다고 봅니다만 (결국 간헐적 단식의 비밀은 같은 칼로리를 섭취하고도 호르몬의 변화로 살이 덜 찌는데 있기 때문입니다.) 간헐적 단식으로 인한 근육량의 손실은 방송에서 실험에 참가한 의사들에게서도 나왔듯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저는 개인적으로 간헐적 단식을 권할까요? 네, 권합니다. 왜냐하면 현대인의 영양 과다가 현대인의 가장 큰 건강의 위해 요인이기 때문에 간헐적 단식이든, 소식이든, 건강을 위해서 현대인은 더 적게 먹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번 더 정리합니다.

 

1.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평소보다 많이 먹는 것 – 좋지 않습니다. 아마 살이 많이 찔 것입니다.

2.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평소와 같은 양을 먹는 것 – 괜찮습니다. 칼로리를 잘 통제할 자신이 있다면 시도해 볼만 합니다. 단,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의 손실이 일어날 것입니다.

3.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섭취하는 칼로리 총량을 평소보다 적게 하는 것 –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간헐적 단식으로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아마 이 분류에 들어갈 것입니다. 역시 근육의 손실이 일어나므로 운동을 병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