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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Cetera, Et Cetera, Et Cetera

아이폰 5를 한 달 써보니

오늘 뉴스를 보니 한국이 아이폰 53차 출시국 명단에서 빠져서 112일 출시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미국에 사는 관계로 일찌감치 아이폰 5를 살 수 있었던 제가 운이 좋은 것인가 생각도 했지만 사실 이번 아이폰은 개인적으로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한 달 먼저 아이폰 5를 써 보았으니 한국에서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하시라고 조금 감상을 적어볼까 합니다.


지금 인터넷을 보면 각종 블로그와 기사, 동영상으로 아이폰 5에 대한 정보는 충분합니다. 제 글에서는 아이폰 5에 대한 정보를 얻으실 것이 아니고 그냥 스마트폰을 좋아하지만 잠시도 없으면 못사는 매니아 부류가 아닌 그냥 평범한 비전문가 사용자 입장에서 무슨 느낌이었는지 가볍게 듣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여담인데 제가 2009년 부터 아이폰 3GS를 쓰다가 마음에 들어서 아이맥을 사게 되었고, 마눌님을 위해 아이폰 3GS를 하나 더 사게 되었고, 아이패드를 사게 되었고, 에어포트(일종의 애플 무선 라우터)까지 무려 5 가지의 애플 제품을 보유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아이폰 5로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애플제품이 여섯가지로 하나 더 늘었습니다


애플 제품을 점차 사게 되면서 느낀 점


미국에도 애플의 광팬이 많이 있고, 애플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이렇게 애플의 제품을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솔직히 스스로 애플의 광팬이라고 하기는 싫습니다. 왜냐하면 필요해서 애플 제품을 쓰긴 쓰지만 애플이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아이폰 3GS는 사고나서 꽤 큰 감동을 받았고 사실 한동안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자랑도 하면서 애플의 기술력과 창의력에 감탄을 했었습니다


왜 애플 제품이 이렇게 많은가에 대해서 굳이 변명을 하자면 예를 들어 애플 데스크탑 컴퓨터인 아이맥을 사게 된 이유는 500불도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노트북 컴퓨터의 느린 속도가 답답하기도 했지만 저와 아이, 마눌님까지 세 명이 매번 컴퓨터 쟁탈전을 벌이는 것 때문에 제가 안정적으로 글을 쓰기 위해(핑계지만 블로그도 쓰고, 책도 쓰니까) 나만의 컴퓨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생때 친구가 가진 애플 컴퓨터를 바라보며 부러워하던 생각이 낫고 이제 나이도 중년이 되어 가는데 나를 위해서 그깟 컴퓨터 하나 못 사느냐 하는 호기가 들어서 쓰는 김에 크게 써서 비싼 것을 살 각오를 했습니다


iphone 3GS로 찍은 사진


그런데 문득 느낀 것이 제 노트북에서 나는 냉각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조그만 노트북 컴퓨터도 그런데 우리 집에 그 커다란 데스크탑 컴퓨터가 들어오면 얼마나 시끄러울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지금 다른 컴퓨터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제 직장에서 쓰는 컴퓨터를 비롯해서 제가 보아온 컴퓨터는 하나같이 시끄러운 컴퓨터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애플의 아이맥은 소리가 조용하다고 해서 결국 큰 결심을 하고 구입을 했습니다. 역시 예상한대로 무척 조용한 컴퓨터였고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컴퓨터 바이러스도 안 생긴다고 해서 처음 며칠은 꽤 감동했었습니다



iphone5로 찍은 iphone3GS3GS로 찍은 phone5



그런데 이 컴퓨터로 무슨 작업을 해보려고 하니 마이크로 소프트 오피스 혹은 하다 못해 워드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컴퓨터 값에 비하면 소프트웨어 값이 그리 비싼 것도 아니었건만 그냥 퍼스널컴퓨터에는 기본으로 따라오는 소프트웨어를 돈주고 사야 한다는 것이 제 노트북컴퓨터에 이미 다 있는 소프트웨어를 따로 다시 돈 주고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이 왠지 싫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저는 그냥 기존의 오래 된 노트북 컴퓨터로 워드 작업 같은 것을 하고 아이맥은 마눌님과 아이를 위해 오락용으로 쓰시라고 양보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래서 저는 같은 컴퓨터를 계속 쓰게 되었는데 이렇게 되니 아이맥은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사진을 보는 목적과 같이 뭔가 콘텐츠를 소비하는데에는 쓰지만 워드나 파워포인트와 같은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에는 사용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아이패드를 써보니 어쩐지 애플 기기는 창조보다는 소비하는 도구라는 이 같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고, 아이폰도 물론 이런 기기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총괄사장인 스티븐 스노프스키씨가 ‘아이패드 미니는 값비싼 오락기에 불과하다’라는 식의 발언을 해서 뉴스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저도 이 말에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아이맥에도 소프트웨어만 깔면 얼마든지 창의적인 작업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유저들은 아마 그런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기에) 왜 이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맥락은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iphone 5 로 찍은 사진


fujifilm finepix JV로 찍은 사진


아이폰 5가 좋은 점


쓸데없이 긴 여담 죄송하고 이제 본론으로 가서 제 아이폰 3GS와 비교해서 아이폰 5가 뭐가 좋았는지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1. 빠릅니다. 아이폰 3GS보다 빠른 아이폰 4보다 빠르고, 아이폰 4보다 빠르다는 아이폰 4S보다도 2(?)가 빠르다니 얼마나 빠르겠습니까마는 하여간 아이폰3GS의 작은 용량의 연산 장치가 감당하지 못해서 쩔쩔매던 iOS6를 마음껏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니 이제 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에는 카메라 버튼을 누르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1분은 있어야 카메라가 열렸습니다. 이런 느린 폰으로는 UFO가 눈 앞에 왔다가도 못 찍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만반의 준비가 다 되었으니 외계인이 방문하기만 기다립니다.


  2. LTE가 되는 관계로(한국에서는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겠지만) 바깥에서 인터넷이 너무 빨라서 좋습니다. 제가 미국 인터넷 이야기를 하면 아마 한국의 십여전년 이야기를 하는 것같이 들리시겠지만 저희 집은 인터넷 스피드가 3 Mbps  짜리 서비스를 사용합니다. (이게 월 3만원대로 가장 싸고, 6만원대로 가면 10메가짜리 서비스가 있으로 최고로 비싼 것은 25메가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한국의 친구에게 물어보니 한국은 인터넷이 100메가짜리 서비스가 있다는데 정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집에서 와이파이도 겨우 3메가가 나오는데 밖에서 스피트 테스트를 해보니 LTE로 무려 10에서 30메가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정말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iphone 5로 찍은 사진


  3. 위에 카메라 등 아이폰이 전반적으로 빨라졌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카메라 성능이 너무 좋아졌습니다. 미국의 전문가들 의견으로는 같은 8메가 픽셀의 카메라를 장착한 4S보다 사진의 색감이 더 낫다고 하는데 동의하는 것 같고, 동영상 촬영도 훨씬 손의 흔들림도 덜 나오고(image stabilization이라고 하나요) 화질도 낫다고 하고 있습니다. 3GS와 같은 원시시대의 물건을 쓰던 저야 아이폰 4만 되어도 감동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겠지만 하여간 카메라가 꽤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디스플레이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물론 아이폰 4부터 시작된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혜택을 이미 보아온 사람이나 지금 삼성이나 엘지폰의 눈이 번쩍뜨이는 광채나는 화면을 몇 년전부터 보아온 사람에게는 그냥 범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저는 비교 대상이 그저 그렇다 보니까 아주 작은 글자까지 세밀하게 보인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게다가 기존의 아이폰보다 약간 길어지기도 해서 조금 더 많이 보이니까 만족도가 컸습니다. 물론 갤러시노트를 쓰시는 분은 배꼽잡고 웃을 일인 것 압니다.


  5. 아이맥을 비롯한 다른 기기까지 연결된 아이클라우드가 신기하게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아이폰 5라서 구현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그 전부터 있던 서비스지만 저의 경우는 아이맥에 최근 OS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소위 '포토 스트림'이라고 하는 각 기기의 사진 무선 공유 서비스를 새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기기에서 사진을 찍고 케이블 연결해서 다운 받을 필요없이 바로 다른 기기에서 사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만만찮은 기쁨을 줍니다. 역시 케이블 꽂는 단순작업 조차도 못하게 퇴화된 인간의 게으름을 정확히 간판한 대단한 서비스가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대단한 아이폰 5인데 감히 불만이 있을 수 있느냐 하면 저는 불만은 없습니다. 하다못해 갤럭시 S2라도 써 봤어야 그나마 할말이 있을텐데 3년전의 구형 기술을 쓰다가 2012년으로 돌아오니까 모든 것이 다 좋습니다


아이폰 5가 감동이 되지 않는 이유


그런데 아쉽게도 이 감동의 크기는 제가 2009년에 처음 아이폰을 구입했을때의 감동에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써보지는 못했어도 이미 시장에 갤럭시 S3HTC one X와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일 수도 있고 정말 일부의 평가대로 애플에서 이젠 혁신의 약빨이 다 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제가 자랑한 아이폰 5의 다섯가지 장점을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첫째 폰의 속도가 전반적으로 빨라졌는데 참 좋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란게 2009년 기술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지금 시장에서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다른 스마트폰이나 반 값에 살 수 있는 아이폰 4S에 비해서는 조금 더 빠른 정도입니다. (물론 밴치마크 테스트도 빠르다고 하고 실제 사용자 테스트도 빠르다고는 하는데 실제로는 다시 말하지만 ‘조금’ 빠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사이트 열리는데 0.4초 빠르다고 감동을 받을 것까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둘째 LTE도 아이폰 5라서 가지는 특권이 아니고 좀 심하게 말하면 이미 안드로이드폰 유저들은 한참 동안 누리던 것을 아이폰에서는 이제서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감동이 덜 합니다.


셋째 카메라 성능도 그렇습니다. 저는 카메라 성능이 좋아졌다고 하니까 혹시라도 2009년에 8만원대에 구입한 후지필림에서 나온 작은 똑딱이 정도의 기능은 충분히 대체할 줄 알았는데 비교해서 사진을 많이 찍어본 결과, 결론적으로는 아직 멀었습니다. 인터넷에보면 아이폰 5의 카메라 성능을 심지어는 DSLR에 비교해서 어쩌다 저쩌다 하는 사람까지 있던데 아이폰 5카메라는 아직 초염가의 똑딱이에도 못 미치는 듯 보입니다. 빛이 좋은 야외에서는 괜찮은 사진이 나오는데 어두운 실내에서는 카메라 플래시를 쓰건 쓰지 않건 아이폰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못하고 야외에서도 어두운 날은 카메라의 화질만 못합니다. 카메라를 잘 아시는 분은 아이폰 5 카메라가 똑딱이와 비슷한 사진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 저를 무식하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문외한인 저는 그런 기대를 좀 했었습니다.(아이폰 5와 똑딱이를 놓고 동시에 여러장의 사진을 찍어서 비교했는데 대부분 가족의 사진이라 위의 사진을 제외하고는 본 블로그에 올리지 못하는 점 양해바랍니다.)


제 똑딱이로 찍은 사진


네번째 언급한 디스플레이도 밝아서 좋긴 하지만(일부에서 갤러시S3보다 더 밝다고 하더군요.) 비슷한 가격의 다른 폰과 비교해서 약간 우세인 픽셀 밀도의 차이는 작은 디스플레이 크기로 상쇄되어 압도적인 우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섯째 아이클리우드도 뭐 애플만 클라우드가 있는 것이 아니니 자랑하지 않겠습니다.

하여간 아이폰 5를 써보니 좋기는 한데 좀 좋다 하는 것이 다 입니다. 두께가 얇고 무게가 가볍다는데 우리가 언제부터 휴대폰이 무거워서 문제가 있었나요. 저는 아직 1996년에 쓰던 벽돌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데 그 벽돌도 호주머니에 쏙 넣고 다니며 무겁다는 생각을 안했었습니다. 작고 가볍게 만든 기술력에는 찬사를 보내고 대단하다고 느껴지지만 왠지 마음이 감동되지는 않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아마도 제가 감동을 별로 못느끼는 가장 큰 이유가 아이폰 3GS를 통해서 iOS6의 기능을 이미 맛을 보아서 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다른 스마트폰에 대해서 하도 많이 보고 들어서 기대치가 높아졌을 수도 있고요. 하여간 제 느낌으로는 아이폰5는 밤잠을 설치며 새벽에 예약 구매를 하거나, 며칠간 줄 서서 구입을 해야 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스마트폰이라는 것입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폰 5는 좋은 스마트폰입니다. 현재 팔리는 스마트폰 중에서 거의 최고라는 사람도 많고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처음 써보거나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112일 출시될지 안될지 걱정하면서 손꼽아 기다릴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만약 정말 그런 분이 계시다면 애플 제품을 정말 심하게 많이 좋아하시는 분이겠지요.



댓글 달기전에 한번 복습해봅시다.

1. 아이폰 5 별로다. (X) 

2. 아이폰 5 최고다.(X)

3. 아이폰 5 꽤 좋다. (O)

4. 애플 제품 꽤 좋다. (O)

5. 소프트웨어는 정품을 돈내고 사야 한다. (O)

6. 애플 제품으로 창조적 작업을 할 수 없다. (X)

7.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선택은 취향의 문제다. (O)

8. 애플 제품에는 스펙으로 비교가 어려운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다. (O)

9. 안드로이드폰도 애플 못지 않게 좋다. (O)

10. 이 글은 객관적인 리포트다. (X)

11.  이 글은 주관적인 감상이다. (O)

12. 댓글을 달기 전에 분노를 좀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써야 한다.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