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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

오바마가 말하는 한국의 첨단 자동차는 무엇?

지금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곤혹스런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흑인이라고 합니다. 말할 것도 없이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링컨 대통령대부터 시작해서 흑인계층의 지지도 꽤 있었습니다만 점점 민주당 지지가 두드러지고 있는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선 것을 기점으로 흑인들의 지지는 민주당 쪽으로 완전히 쏠린 느낌입니다.

곤혹스러운 버락 오바마 지지하기

그런데 한국인(한국에 거주하건, 미국에 거주하건)에게도 버락 오바마 후보는 꽤 곤혹스런 인물입니다. 물론 국내 정치만큼 미국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많은 한국인들이 오바마 후보를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억지스런 전쟁 수행과 외교적 일방주의에 대한 반사적인 측면도 있지만, 버락 오바마의 인물을 통해 소수자인 미국 흑인들의 대선 승리라는 역사적인 진보의 한 측면을 평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후보가 한국의 국익에 더 부합한지는 조금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발언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는 한참 촛불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 5월 오바마가 사우스다코다 주의 농장주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발언한 내용을 옮겨 보겠습니다. (뉴욕 타임즈에서 보도된 내용입니다.)

“You can’t get beef into Japan and Korea, even though, obviously, we have the highest safety standards of anybody, but they don’t want to have that competition from U.S. producers,”

우리는 식품위생 측면에서 최고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데도 한국과 일본에 쇠고기를 팔지 못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미국의 생산자들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은 한국에서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런 맥락의 발언 중에는 자동차와 관련한 것도 종종 나와서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If South Korea is selling hundreds of thousands of cars to the United States and we can only sell less than 5,000 in South Korea, something is wrong.”

 만약 한국이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팔면서, 우리는 한국에게 겨우 5000대도 못 팔고 있다면 뭔가 정말 잘 못된 것이다.




그리고 최근 양자 후보들간에 벌어진 방송토론에서 오바마 후보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We have to have energy independence, so I've put forward a plan to make sure that, in 10 years' time, we have freed ourselves from dependence on Middle Eastern oil by increasing production at home, but most importantly by starting to invest in alternative energy (OOTC:AEGC) , solar, wind, biodiesel, making sure that we're developing the fuel-efficient cars of the future right here in the United States, in Ohio and Michigan, instead of Japan and South Korea.

우리는 에너지 독립을 이뤄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10년 내에 우리나라가 중동산 원유로부터 의존을 끊기 위해 국내 원유 생산을 증가시키는 한편 더 중요한 태양력, 풍력, 바이오디젤등의 대체 에너지에 투자를 시작하고 한국이나 일본대신에 미국의 오하이오와 미시간에서 고효율 자동차를 개발하도록 할 것입니다.


걱정스러운 버락 오바마의 한국 자동차 과대평가

그리고 얼마 전에는 한국의 신문을 보다가 이런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자동차의 원조는 미국인데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디자인을 도대체 왜 한국과 일본에서만 하는 것인가.”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는 3일 대선 격전지인 오하이오주의 켄트 주립대학교에서 차세대 에너지원 확보를 주제로 행한 강연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활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 후보는 “나는 이해를 못하겠다. 자동차가 미국에서 발명됐고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혁신도 이 곳에서 이뤄져 왔는데, 도대체 왜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자동차의 디자인과 제조를 한국과 일본이 하도록 내버려 두었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2008년 9월 4일 조선일보 인터넷 판 보도내용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연비 높은 엔진 제조에 일가견이 있고 하이브리드 카 시장을 휩쓰는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일본을 언급하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만 왜 매번 한국이 함께 언급되고 있는 것일까요? 그런데 얼마 전에 한국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현실을 보여주는 웃지 못할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청와대로 간 하이브리드카 '헛바퀴'만 돌리는 신세

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빠르게 움직이는 대통령 일행을 하이브리드카로는 쫓아갈 수가 없다는 것도 불만이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윤삼수 국장은 "하이브리드카의 속도가 나지 않는 바람에, 수석들이 행사 대열에서 이탈돼 미아가 돼버린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카는 수석비서관들의 출퇴근이나 시내운행에만 사용되고, 지방 출장이나 대통령 수행 등에는 기존의 그랜저•체어맨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수석비서관들이 기존에 그랜저 1대를 타다가 지금은 그랜저와 하이브리드카를 2대 운용하는 셈이다.

또 실제 주행연비가 공인연비(L당 19.8km)보다 좋지 않다는 점도 불만이다. 청와대 운전기사들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카의 출퇴근 시 연비는 L당 10~11km, 청와대 내에서 다닐 때에는 L당 7~8km 정도다.

조선일보 2008년 9월 17일 보도내용



현대의 하이브리드 호언장담

물론 현대 측에서는 제대로 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곧 내놓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기는 합니다. 지난 5월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Winding road에서 소개된 내용입니다.

According to Hyundai CEO Dr. Kim Dong-Jin, its new hybrid technology is "more advanced than the Prius." Don-Jin goes even further, calling the best-selling hybrid model "now quite old-tech." The first Prius was designed back in the late '90s while the current model has been on sale since 2002, and we all know how quickly technology advances.

현대의 김동진 부회장에 따르면 그들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기술은 프리우스(도요타)보다 더 진보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프리우스를 ‘매우 낡은 기술’이라고까지 이야기했다. 최초의 프리우스는 90년대 후반에 디자인되었고 현행 모델은 2002년부터 판매가 되고 있으며 기술의 진보가 얼마나 빠른 것인지는 우리가 다 알고 있다.


얼마 전에 현대는 미국법인의 존 크라프칙 부사장을 통해 미국 시장에 2010년까지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내놓겠다고 공언한바 있고 오는 10월 4일에 시작될 파리 오토 쇼를 앞두고 연비가 갤런당 38마일(리터당 16km)에 이른다는 산타페 하이브리드 콘셉트 모델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연비가 갤런 당 40에서 50마일을 넘나드는 소형차 하이브리드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현행 시판중인 SUV 하이브리드에서 갤런당 30마일 이상 가는 차를 찾기가 힘든 현실에서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의 진보는 이루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양산형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임신 5개월 된 산모의 뱃속의 아기가 크다고 태어나서도 크게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콘셉트 자동차를 가지고 한 회사가 첨단 자동차를 설계할 능력을 갖추었다고 결론을 미리 내려버릴 수는 없습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계 오바마는 저승사자

일본의 도요타, 혼다, 닛산이 이미 하이브리드를 팔고 있고 미국의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가 이미 시작에 하이브리드를 다 내놓은 상태에서 2010년에 시장에 데뷔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한국산 하이브리드를 가지고 걱정을 하다니 오바마 의원의 잇단 한국 언급은 이해가 안 되는 대목입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 대해 실제보다 더 좋게 보아주니까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바마 의원의 숨은 의도는 결국 한국을 더 압박하고,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을 쌓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로서 자기 나라의 이익을 위해 발언을 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오바마 의원이 말하는 한국의 첨단 자동차 산업은 실체가 아주 미약하다고 봅니다.

오바마 후보의 정책을 보면 사실 공화당의 자유무역의 정강정책과는 반대로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답게 부시대통령이 추진했던 한미 FTA도 폐기내지는 최소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FTA가 결국 우리나라에 손해가 될 것이라는 한국내의 FTA반대론에 상당히 공감하는 측면이 있어서 이렇게 주장해주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보기는 합니다.) 문제는 FTA의 최대 수혜자는 우리나라 자동차업계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것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칭찬해주는(?) 오바마 의원이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어느 정도의 시련을 각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금 확인해보니 2008년 9월 중 미국 내 자동차 판매에서 현대 자동차가 전년대비 25% 정도 폭락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메이저 업체가 더 심한 감소가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만 한국 자동차업계가 다가오는 겨울을 조금 더 잘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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