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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생각하는 최대의 스포츠 제전은 올림픽도 아니고 월드컵도 아닙니다. 해마다 하는 것이지만 그 어떤 스포츠 축제와도 바꾸지 않을 미국인을 위한 잔치가 바로 슈퍼볼(super bowl)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열리는데 AFC의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승자와 NFC의 필라델피아 이글즈와 아리조나 카디날즈의 승자가 오는 2 1일 플로리다 템파에서 맞붙게 됩니다.

미국 내에서 워낙 인기가 있는 게임인데다가 남미와 유럽까지 합하면
10억의 인구가 시청하게 된다고 하니까 별로 관심이 없는 저 같은 사람도 괜히 기대하게 됩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당연히 텔레비전 광고료도 상상을 초월하게 비싼데 게임 중간에 들어가는 광고는 단가가 30초당 3백만 불(36억 원 정도)이라고 합니다

현대의 슈퍼볼 광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나

이렇게 돈이 많이 들다 보니 이 게임의 광고시간을 구매하는 기업들은 당연히 소비자들에게 최대의 인상을 남길 신경을 많이 쓴 광고를 내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슈퍼볼 광고는 그 자체로 예술(?)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소비자들조차도 좋아하는 슈퍼볼을 구성하는 한 요소가 되어버렸는데 각 웹사이트와 언론사에서 슈퍼볼 광고의 인기순위 베스트 텐을 뽑는다거나 역대 슈퍼볼 광고를 모은 다큐멘터리가 텔레비전에서 방영될 정도입니다. 그리고 현대 자동차가 작년 60억 원이나 쓰면서 두 편의 30초짜리 슈퍼볼 광고를 구매했을 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현대가 공연히 돈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 당시 여름에 런칭할 제네시스를 비교적 깔끔하고 절제된 영상으로 성공적으로 선보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대폭 높였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습니다.

현대는 슈퍼볼 광고계의 신출내기이지만 이 광고의 전통적인 터줏대감 고객회사들이 있는데 펩시콜라
, 페덱스, 버드와이저 맥주, 그리고 GM 자동차와 같은 회사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GM 자동차가 좋지 않은 경영상황을 들어 게임 중간 광고주에서 빠지기로 선언한 것 자체가 뉴스가 되기도 했을 정도로 슈퍼볼 광고는 미국인들의 관심의 대상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나름대로 성과를 본 현대자동차가 올해 다시 슈퍼볼 광고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다시 한번 두 편의 30초짜리 광고를 통해서 곧 미국시장에 데뷔할 제네시스 쿠페를 선보일 계획이었고 이 같은 내용이 이미 자동차와 광고업계 뉴스로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계획이 새로 짜일지도 모르는 급박한 일이 생겼습니다. 현대가 슈퍼볼을 앞두고 싸우고 있는 NFL의 미국축구 게임에 1월 초부터 선보인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한 특이한 마케팅 캠페인이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네시스 쿠페 소개를 미루고 이 새로운 캠페인을 소개하는 광고가 슈퍼볼 게임에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 이 광고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실 겁니다. 2주전인 1 2일 금요일 텔레비전으로 미식축구를 관전하던 미국인들은 현대자동차의 광고를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본 글의 제목을 보시면 알겠지만 현대자동차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믿기 힘든 제안을 했던 것입니다. 이 문구는 사실 제가 만든 것이 아니고 미국 모 텔레비전 방송국이 내보낸 뉴스 표제어를 조금 바꾼 것입니다. 이 기사의 원래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Hyundai
Offering Customers Incredible Opportunity
 

미국 언론에서 현대를 광고해주는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지다


이 광고 캠페인의 내용은 소비자가 현대차를 구매하고 나서 직장을 잃거나 사업이 망하거나 건강상의 문제로 운전을 못하게 되면 차를 다시 물러준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름하여 ‘Hyundai assurance program’ 즉 현대 안심 프로그램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미국도 꽁꽁 얼어있다고 하고 작년 말 현대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자동차 업계가 40% 가량의 판매 감소를 기록 중입니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돈이 정말 없어서 차를 사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이 수천 만원이나 되는 엄청난 소비를 감행했다가 직장을 잃거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돈이 어느 정도 있어도 소비를 미루는 상황이 많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현대 자동차 미국법인에서는 지난 10월부터 이미 이런 기발한 캠페인에 대해 논의가 있었고 내부적인 조율을 거쳐 올해 초에 폭탄선언이나 마찬가지인 이런 광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미국 언론의 열광적인 호응(?)
 

이런 Hyundai assurance program에 대한 언론의 반응을 기사제목으로 조금 더 살펴보시겠습니다.

 

Hyundai Offers New Assurance in Tough Economy

현대가 불경기에 새로운 안심 프로그램을 제안하다

Bristol Herald Courier

Hyundai Customers Can Return Their Cars if They Lose Their Jobs

현대차 고객들은 직장을 잃으면 차를 환불할 수 있다

FOX 7 News Austin

Hyundai Dealers Offer Special Deal in Tough Times

현대딜러들이 어려운 상황에 특별한 거래를 제안하다

KLFY Lafayette 

Hyundai bets on its customers

현대가 고객들에게 배팅하다

Denver Post 

Hyundai Offers Bail Out Of Its Own To Car Buyers

현대가 고객들에게 구제금융을 제안

WREG-TV Memphis

For Struggling Car Owners, Hyundai Offers Lifeline

고군분투하는 오너들을 위해 현대가 생명줄을 건네다

NPR

Hyundai gets creative with new assurance program

현대가 새로운 안심 프로그램으로 창의적이 되다

KSBY San Luis Obispo

How Do You Sell Cars During Tough Economic Times? With a Unique Vehicle Return Program, Like Hyundai!  

불경기에 차를 어떻게 파느냐고? 현대처럼 특별한 자동차 환불 프로그램을 하면 되지!

The Auto Channel

Hyundai helping customers who can't afford car payments

현대가 자동차 할부를 못 내는 고객들을 돕는다

WINK TV Southwest Florida

  

광고가 텔레비전에 나가자마자 다음 날부터 미국 전역의 현대자동차 대리점(딜러쉽)의 전화는 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도 소비자이지만 이런 전대미문의 자동차 물러주기 정책에 대해 방송사와 신문 등 언론의 관심도 엄청나게 뜨거웠고 신문, 방송들이 앞다투어서 이런 기발한 마케팅 정책을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말이 뉴스이지 지금 언론들이 현대를 광고해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얼마 전에 유튜브의 동영상을 보니까 현대의 이 캠페인에 충격을 받은(?) 한 미국 청년이 자신이 보았던 미국축구게임의 방송과 중간에 나온 현대의 assurance program 광고를 보여주면서 미국의 자동차 3사는 왜 현대처럼 하지 못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리는 장면을 올린 것도 있을 정도입니다.


현대차의 연이은 경사소식
 

이번 Hyundai assurance program에 관련된 뉴스를 미국 야후로 검색해보니 무려 404건이나 올라와 있었습니다. 사실 현대자동차는 샴페인을 터트릴만한 일이 요즘 연달아서 있었습니다. 미국 진출 이후 최대의 경사라고 할 만한 사건이 최근 있었는데 국내에 잘 보도가 된 내용은 아닙니다만 지난 11일 제네시스가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북미시장에서 올해의 최고의 차(north American car of the year)로 선정이 된 것이었습니다. 아마 미국의 현대 관계자들이 아주 감개무량하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엄청난 사건(?)도 뉴스 수를 검색해보니 겨우 193개로 Hyundai assurance program 관련 뉴스수의 반도 못 미칩니다.

북미 올해의 차로는 193개의 뉴스가 검색된다

현대안심프로그램으로는 404개의 뉴스가 검색된다


그리고 제네시스의 4.6 리터 급 타우엔진이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된 것도 그렇고 휠즈 미디어에서 수여하는 urban wheel awards를 수상한 것도 그렇고 미국의 저명한 상품평가 기관인 consumer report에서 제네시스를 고급차 부분에서 렉서스 ES350을 제치고 최고 점수를 수여한 것도 그렇고 현대가 계속 홈런을 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기발한 광고 하나가 이 모든 성과를 뛰어넘는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온라인에서는 차분한 반응인데 전반적으로는 열렬히 현대를 지지하는 측과 이렇게 좋은 조건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사기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측으로 나뉘어져 공방전이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방송으로 보면 이 뉴스를 접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 시기가 어려우니 이런 노력을 할만하다는 의견과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좀 더 마음이 놓일 것 같다는 사람이 많고 전문가들도 만약 현대의 이런 캠페인이 성공을 한다면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따라오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기도 합니다. 실제로 현대가 약 10년 전에 파워트래인에 대해 10, 10만 마일 보증을 들고 나왔을 때도 사람들은 현대가 망하려고 작정을 했다고 비아냥을 보냈지만 결론적으로는 년간 10만대도 못 팔다가 50만대를 바라보는 상황에까지 왔습니다. (작년에 미국경제가 안 좋아서 40만대 판매로 전년도보다 14%나 후퇴했지만 시장점유율은 3%로 소폭이나마 오히려 늘었습니다. 미국 경기 상황이 나아지면 50만대도 곧 달성 가능하리라고 생각됩니다.)
 

CNN 웹사이트 1면을 장식한 올해의 차 '제네시스'

이번 마케팅 정책이 일단 반응이 좋습니다. 현대 딜러에 프로그램에 대해서 문의하는 전화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딜러쉽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늘었다고 합니다. 판매에 대해서 말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1 10일까지 임시집계를 보면 작년 대비 20%나 늘었다고 합니다. 1월의 자동차 업계 판매 전망치가 대부분 작년보다 오히려 낮춰진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좋은 반응입니다. 만약 사람들이 대량 실직해서 현대차를 샀다가 물리면서 현대가 천문학적인 금융비용을 물고 손해를 보는 상황을 가정하는 사람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현대 측이 손해보험 가입과 같은 방법으로 이런 리스크를 흡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 측에서 이 안심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약관에 감가상각 액의 최고
7500불 까지만 보상해준다고 했으므로 단순 계산으로 10명의 고객들 중에 2명 꼴로 반납을 받아도 인당으로 따져서 1500불밖에 손해가 나는 것이 아니므로 요즘의 엄청난 자동차 할인 전쟁에 들어갈 돈을 따져보면 굳이 보험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작년 말만 해도 인피니티에서 M 시리즈를 살 경우에 만불(천삼백만 원 정도)을 할인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올해 또 다른 회사는 차를 한대 사면 한대 더 주는 무지막지한 세일을 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현대가 보험료로 지급될 푼돈이나 직접 회사차원에서 흡수하는 리스크나 둘 다 그리 큰 투자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이 마케팅 전술은 어려운 시기에 돈은 별로 쓰지 않고도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성공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국민은 감동, 한국 국민은 실망
 

그런데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현대 자동차 전주공장에서는 주야간 각각 10시간씩 하루 20시간씩 공장을 돌리고 있었는데 작년에 임금협상에서 심야근무를 폐지한다는 차원에서 주야간 8시간, 9시간을 각각 근무해서 공장을 하루 17시간을 돌리는 것으로 임금협상에서 합의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측에서 어려운 경제상황과 재고급증을 들어 작업 시간을 더욱 단축한 8시간+8시간을 근무하는 주간 연속 2교대 안을 제안하니 노조는 당초의 약속과 다르다고 반발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파업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온라인 서울신문의 보도내용

해마다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노조에서는 세간의 귀족노조라는 비판에 대해 현대차 생산직 직원들의 고임금은 과도한 노동시간의 결과로 발생한 잔업, 특근 수당이 더해진 것이지 기본급은 사실 그다지 높지 않다고 주장했고 오히려 과도한 노동시간과 야간 근무로 노동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고 한 바가 있습니다. 이런 입장이 사실이라면 하루 8시간 근무가 파업을 하면서까지 거부해야 할 사안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깊이 따져 놓고 보면 역사적으로 사측의 신뢰성 없음이 수 차례 현대차 노조 파업의 단초를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이런 경제위기라면 이 정도 사측의 제안은 흔쾌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렇게 형편없는 노사관계에서도 현대가 이 정도까지 성장하고 미국에서 위와 같은 강력한 마케팅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현대기아 차의 국내 시장 독점과 이로 인해 가능한 현대의 가격정책 덕분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현대차 그룹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빚진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현대가 미국에서 미국국민들을 감동시키듯이 한국에서도 자국민들을 감동시키는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현대 노사간에 근무시간에 관한 협상이 잘 타결되어 다시 한번 파업이라는 뉴스를 보지 않게 하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제네시스 북미 올해의 차 선정과 타우엔진의 세계 10대 엔진 선정을 축하 드리며 현대의 모든 엔지니어들께 미국에서 한국 기술의 위상을 높여준 데에 대해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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