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의 일입니다. 병원에서 당직을 하다가 우연히 물리치료사인 스테파니(가명)를 만났는데 살이 몰라보게 빠져 있었습니다. 원래도 그렇게 과체중이라는 느낌은 없는 그냥 탄탄한 체구를 가진 아가씨라는 느낌이었는데 살이 갑자기 빠진 모습을 보니까 저는 처음에는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 줄 알았습니다. 뉴욕 맨하탄의 블루밍데일 백화점 내부
그래서 왜 그렇게 살이 빠졌는가 물어보니 친구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서주기 위해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데 살이 많으면 보기 싫으니 옷에 몸을 맞춰야 한다고 살을 뺐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웃겨서 한참을 웃었고 그 후로도 친구 결혼식 때문에 살을 빼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만 하면 왠지 우스워서 그 생각만 하면 실실 웃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에 혼자 컴퓨터를 놓고 논문 작업을 하다가 그 전에 webmd.com에서 읽은 글이 갑자기 생각나서 그 글을 다시 찾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언뜻 읽어서 생각이 다 나지는 않았는데 분명히 생각나는 부분은 미국 여성들이 결혼식이나 동창회 등의 특별한 행사를 치르기 위해 입는 드레스에 몸을 맞추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렇게라도 확실한 동기를 가지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비록 짧은 기간에 살을 빼야 한다는 압박을 주긴 하지만 동기 유발의 측면에서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문구를 본 기억이 퍼뜩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차이이겠지만 미국에 살다 보니 여자들이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상황을 가끔 보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는 백화점에 가보면 한국에는 그리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 각종 드레스와 파티복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진열되어 있는 코너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옷들은 매우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의외로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일반 사람들도 넓은 선택권을 가지고 옷을 고를 수가 있습니다. 길가다가 포착한 어떤 아줌마 맛있는 음식을 놓고 다이어트 하기가 힘들다.
건강을 지키면서도 살을 빨리 빼는 비결은?
어째튼 전에 읽었던 그 글을 결국 찾아서 천천히 다시 읽어 보았는데 ‘어떻게 하면 건강을 지키면서도 살을 빨리 뺄 것인가?’ 하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억하던 그 대목을 찾았는데 다시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중 하나가 이벤트를 앞두고 살을 뺀다는 이야기가 써 있는 것을 보니 한국에서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미국에서는 이런 행사가 여자들의 살을 빼는 흔한 계기가 되는구나 하고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읽은 김에 글을 다 읽고 나니 다이어트에 관한 글을 다시 한번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중에서 다이어트와 관련된 식품이나 프로그램을 선전하는 것을 보면 하나같이 빨리 살을 뺄 수 있다고 유혹하고 있지만 반대로 의사들은 다들 빨리 살을 빼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지금 의사들이 주장하는 권장 체중감소 목표는 한 달에 2kg 정도입니다. 이런 속도로 2년만 꾸준히 살을 뺄 수 있다면 50kg나 뺄 수 있으므로 이론적으로는 어지간한 한국의 비만과 과체중인 사람에게는 충분히 좋은 목표입니다. 더욱이 다이어트에 관심이 지대한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사실 의학적으로 과체중도 아니면서도 옷 맵시를 위해 살을 빼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10kg에서 20kg만 빠져도 목표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므로 의사들이 권장하는 이런 목표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살을 빼고자 하는 사람에게 말해보면 한 달에 겨우 2kg 뺄 수 있는 방법은 살을 빼는데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방법과 마찬가지처럼 아주 부족한 목표로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방법이 사람들에게 별로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몇 년 후에 달성할 수 있다는 그 목표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지독한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면서 몇 년간 기다리기가 너무 지루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항상 뭔가 좋은 일은 빨리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니까요. 저도 그래서 매달 조금씩 빼는 것 말고 한 달에 5kg에서 10kg 정도씩 한 석 달간 꾸준히 살을 빼주고 그 후로 30kg 정도 줄어든 몸무게로 쭉 지속할 수 있게 해줄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수술과 비만캠프
생각해보면 이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가 소위 비만 캠프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하도 고도 비만 환자가 많다 보니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이런 캠프가 여러 군데서 운영되고 있는데 체중 감량 효과뿐만 아니라 자존심의 회복과 같은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학계에 보고 되고 있습니다.
결국 살을 빨리 빼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살을 빨리 빼려고 무리하다가 건강을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이 우려스러운 것이므로 건강을 지키면서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알기만 한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제가 말씀 드리려고 하는 정보들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서 어디에서나 손쉽게 얻을 수 있으므로 다이어트에 정통한 독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살을 빼려고 하는 마음은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는데 기본적인 비만의 생화학/생리학 강의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일단 운동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빨리 걷기, 조깅, 자전거, 수영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다는 것에 동의할 것입니다. 이런 운동을 통해 우리 몸 구석구석의 근육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면서 축적된 지방분을 녹여서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왕 유산소 운동을 하려면 20-30분 이상을 꾸준히 해야지 심폐기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할만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근력운동입니다. 사람들은 근력운동은 단지 육체미 선수들과 같은 근육을 키우기 위해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특히 여성들은 다이어트를 통해 몸을 더 날씬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여서 있는 근육도 없애고 싶은데 근력운동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 하고 의문을 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굶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전에 제가 쓴 ‘굶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진짜 이유’를 읽었던 분은 아시겠지만 체중 감량과 근육은 정말 오묘한 관계가 있습니다. 식사를 한끼든 하루든 거름으로써 체중을 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대개 체중 감량의 기쁨을 하루 이틀 잠시 맛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체중을 별로 줄이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금식 시 체내 수분이 급격히 줄어들어 몸무게가 준 것 같은 착시 현상이 일어나지만 식사를 재개하면서 수분량이 회복되면 몸무게가 돌아오기 때문이고 둘째 이유는 금식에 대한 보상심리로 폭식을 하게 되는데 폭식에서 들어온 열량은 지방 형태로 아주 잘 저장이 되기 때문이고 세 번째 이유는 공복의 혈당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 몸은 근육을 분해해서 포도당으로 만들어서 공급하는 생리작용이 일어나는데 이 근육이 사실은 체중 조절에 적군이 아니고 아군이므로, 근육을 잃는다는 것은 체중을 줄일 기회를 잃는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근육은 우리 몸에서 꾸준히 열량을 태우는 보일러와 같은 것이므로 근육이 없으면 열량을 더 못 태우게 되어 근육을 잃는 것은 다이어트에 궁극적으로 손해라는 이야기입니다.
체중 감량에 근육이 중요한 이유
근육이 이렇게 중요하다면 근육을 보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알겠는데 더 나아가서 근력운동을 통해서 근육을 늘려주면 더 많은 칼로리 소모를 도모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정말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롭습니다.
첫째는 전에 말씀 드린 기초대사량과 관계가 있습니다. 개념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쉽게 말해서 자고 있어도 소모되는 열량을 말합니다. 이는 몸은 움직이지 않아도 세포가 꾸준히 대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지방 세포는 근육 세포보다 게을러서 같은 기초대사에 별로 참여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같은 몸무게를 가진 사람을 비교해도 지방보다는 근육이 많은 사람이 기초대사량이 높습니다. 그러니 같이 먹고, 같이 운동해도 근육이 많은 사람이 살이 덜 찌게 됩니다. 둘째로 근육이 많은 사람은 운동을 하면 열량을 태울 보일러가 많은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열량 소모가 많게 됩니다. 조금 정확히 말하자면 근육이 많은 사람이 근력운동을 해도 더 강한 운동을 할 수 있으므로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야 맞지만 어쨌거나 근육이 많으면 쉴 때나 운동할 때나 살 빼는 데는 항상 이득입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유산소 운동뿐만이 아니고 적당한 수준의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야기해 주면 남자들이야 근육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은 항상 환영하므로 기쁜 마음으로 근력운동을 무한히 열심히 하는데 아무리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여자들은 근육이 생길까 봐 두려움을 가지면서 그럼 도대체 얼마나 근력 운동을 해야 보기 싫은 근육은 튀어 나오지 않으면서도 기초대사는 높일 수 있는가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에게 육체미 선수권 대회에서 남자와 여자 선수들의 근육을 비교해 보라고 말합니다. 직업적으로 육체미를 하는 여성들조차 남자와 비교하면 휠씬 적은 근육량을 가집니다. 이 분들이 근육을 기르기 위해 덜 노력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그게 바로 남자와 여자의 신체적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반 여성들은 어지간히 열심히 근력 운동을 해도 눈에 보이게 근육이 생기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하고 싶은 만큼 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답을 해도 하루에 5시간씩 근력 운동을 하실 분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
** 다음 글 '빠른 체중감량을 원한다면 이것만은 알아야 (2)'에서 이어집니다. 다음 글은 이번 주 중에 발행하겠습니다. 다음 글을 조금 맛보시려면 아래 더보기 클릭하세요. ^^
** 지금 제가 추천하는 영어 공부 방법을 적용해서 효과를 보고 계신 분을 대상으로 영어공부 수기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 쉬어도 피곤할 때는 어떻게 할까 (79) | 2009.06.08 |
---|---|
빠른 체중감량을 원한다면 이것만은 알아야-part 2 (85) | 2009.03.19 |
최적의 자동차 헤드레스트 높이를 아시나요? (11) | 2009.02.23 |
연예인들의 암, 당신은 피할 수 있다 (44) | 2009.02.02 |
삼겹살에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아주자 (85) | 2009.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