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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제대로 하기

영어 귀가 뚫리는 법 (리스닝 잘하는 법) 있나? 없나?

사람들이 영어를 공부할 때 여러 가지 소망이 있겠지만 귀가 뻥 뚫렸으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귀가 뚫린다는 여러 가지 사이비 학습법에 시간을 많이 낭비해 보았으며 결국은 영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고 비용과 시간대비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만 특수한 방법으로 영어 소리만 잘 들리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듣기 공부는 말하기, 쓰기, 읽기와 항상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유명한 금언이 말할 수 있는 만큼만 들린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단지 리스닝은 사람에 따라서 언덕식으로 서서히 실력이 향상되지 않고 계단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어느날 갑자기 귀가 뚫려서 다 들렸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이야기 (리스닝에는 왕도가 없다)는 가장 인기가 없는 소리이고 영어 학습자들이 듣기 싫은 소리입니다. 마치 암 환자에게 치료약이 없다는 소리와 같을 수도 있겠지요. 제가 인기를 얻으려고 했다면 이런 뼈아픈 진실을 밝히기를 주저했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또 이렇겠지요.


그걸 누가 모르나?

 

글쎄요. 정말 알고 있는 것일까요. 제 경험으로는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귀를 뚫어준다는 사이비들이 장사가 얼마나 잘 되는 줄 아십니까. 제가 샀던 비디오, CD, 책만 해도 백만원은 족히 될 겁니다. 저도 이런 과장된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극히 시간낭비적이고 값이 비싼) 학습법의 피해자입니다. 일본에서 개발되었다는 영어 귀를 뚫어준다는 클래식 음악 씨디와 헤드폰만 해도 50만원 가까이 주고 샀던 것 같고 누군가 MC 스퀘어하면서 영어 테이프들으면 잘 외워진다고 해서 그걸로 정말 시간 많이 보내고 (MC 스퀘어 제품 자체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저의 단순함에 대해 한탄하는 겁니다.)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시리즈로 줄줄이 사서 그대로 해보고 또 안되니까 낙담하고... 저도 스스로는 똑똑하고 잘 안 속는다고 생각했지만 극적으로 귀가 열리는 방법은 없는데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이비 학습법은 사이비 학습법일수록 성공합니다. 어차피 사기는 크게 치는 사람이 크게 먹는 거 아닙니까. 영어를 잘 하고 싶은 사람은 그만큼 소망이 간절하고 절박하고 이것을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은 그만큼 큰 약속을 해주고 돈을 지불하게 만듭니다. 여기에는 너무도 그럴듯한 박사님들의 학설이라든지 너무나 믿음이 가는 외국인이나 유명인사가 등장할 수도 있지요.
 

또한 특정 학습법으로 대단한 효과를 보신 분에게서 반론이 나온다면 논쟁할 시간도 용기도 없습니다. 우리는 가장 현명한 듯하면서도 절박할 때는 한없이 약해질 수도 있고 귀가 얇아질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과 그냥 정직하게 공부하는 것이 결국은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이지요. 

 

여러분 얼마나 영어 잘하기를 원하시나요. 원어민처럼 될 수 없는 것은 아시지요. 이는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뇌에 보면 언어중추가 있는데 (전두엽의 밑부분에 보면 Broca 영역과 측두엽의 윗부분에 보면 Wernicke 영역이란 게 있습니다) 최대 12세 이전에 자국어와 외국어를 획득한 사람은 두 언어를 말할 때 동일 영역에 반응이 생깁니다. 하지만 영어 학습이 늦게 시작된 사람은 외국어 영역과 영어 영역이 따로 분리가 되는 현상이 생깁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어려서부터 영어와 한국어에 동시에 노출된 교포 2세들은 영어와 한국어가 둘 다 모국어 (mother tougue)가 될 수 있지만 영어를 늦게 배운 여러분이나 저는 영어가 학습이 되어도 원어민하고 비슷하게는 몰라도 완전 원어민처럼 영어할 수 없습니다. 정말 나쁜 소식이고 희망을 꺾는 소리이지요 (물론 이미 알고 계신 분도 많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영어 학습 전문가이자 저술가인 조화유 선생님의 책을 보면 미국 유학갈 때 엄청나게 좋은 토플 점수로 갔는데 미국에서 햄버거 가게 점원도 영어 못한다고 해고를 당했다던가 그랬고 (이런 이야기야 여기 저기서 많이 들어서 놀랍지도 않지만) 평생 영어 공부를 쉬지 않고 한 지금도 티브이 뉴스나 영화를 보면 못 알아듣는 말이 나온다고 하신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결국은 우리의 영어 공부의 목표가 현실적이어야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훌륭한 영어 구사를 아예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을 보세요. 순토종 한국인이지만 유엔의 수장을 잘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한국인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훌륭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재능이 없는 보통 사람도 노력하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까요? 저는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미국에 살면서 만나본 영어가 자국어가 아닌 수많은 외국 출신자를 보니 그렇고 이중에는 한국에서 교육을 다 받고 뒤늦게 이민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느 정도 영어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까요. 자신의 영어가 정말 초보라면 아마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 때문에 생기는 불편이나 두려움 없이 직업을 가지고 살고 뉴스, 영화나 드라마 자막 없어도 대충 이해 (100% 말고 70-80%)되며 웃을 때 남들과 함께 웃고 하는 정도는 어떻습니까.


이 정도가 목표라면 거의 모든 사람이 도달 가능한 목표라고 봅니다. 하지만 영어 공부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으로 보이고 늘지도 않는 다는 것이 큰 문제라면 용기를 내세요. 지금 이미 영어 잘하는 많은 사람들조차도 현재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하고자 하고 노력한다면 반드시 잘할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공부량이 부족했다거나 비효율적인 공부를 했다는 것일 겁니다.

다시 결론입니다. 리스닝만 좋아지는 비법은 없습니다.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를 골고루 다 해야 합니다. 갑자기 귀가 뚫릴 수 있다는 말 믿고 돈 쓰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