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저명한 영어교육가 한분이 외국 기자와 영어로 인터뷰하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이 분의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가끔 본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저렇게 영어를 잘할까 나는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하면 저 분처럼 될 수 있을까 하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제가 이제 영어를 조금 할 줄 알게 되는 상태로 그 분과 외국기자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그 분의 영어가 사실은 제가 쓰는 영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랐습니다. 제가 왜 제 한참 부족한 영어와 저명한 영어 교육가의 영어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는지는 아마 상당히 복합적인 요인들이 있을 겁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의 습득 하기위해 영어 박사가 될 필요는 없다
일단 성악을 하듯이 뱃속 깊은 곳에서 소리를 끌어올려서 약간 저음의 소리를 만드는 원어민들의 발음과 주로 성대에 가볍게 공기를 통과시키며 비교적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는 우리의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사람 끼리는 발음이 알아듣기 쉽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일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표현은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아서 일정 경지에만 도달하면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는 사람들 간에 차이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신문을 보다보면 가끔 연예인들의 영어 실력에 관한 기사가 나옵니다. 미국에 몇 달을 영어 연수를 해서 이제는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대화를 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일부 연예인은 아예 영어 공부하기에 관한 책을 내기도 합니다. 물론 외국에서 출생하고 자란 반외국인인 연예인들이 영어 잘한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보통사람들이 얼마나 영어를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앞에 언급한 그런 종류의 언론 보도는 정치인들의 영어 실력에 관한 보도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 이런 유명인들은 그야말로 잠깐만 영어 공부를 해도 영어를 잘하는데(몇 개월의 영어연수나 몇 년의 유학으로) 저와 여러분 같은 일반인은 수년을 피나게 공부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까요.
얼마 전에 다음 블로그에서 캐나다 유학생분이 우리나라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한국 교수님들의 영어강의를 들어본 경험을 블로그에 올리신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고명하신 교수님들의 영어 강의는 들을 만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교수님들이야말로 유학도 많이들 다녀 오셨을 테고 영어 공부도 남부럽지 않게 많이 하셨을 텐데 뭐가 문제일까요. 그뿐 아닙니다. 얼마 전에 정권인수위원회의 영어 몰입 교육 계획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 학교 영어 선생님들 중에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되나 조사한 내용을 보고 예상보다 적어서 놀란 적도 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회 지도층이 국민에게 강요하는 환상
저도 한번 인수위의 영어 교육 방침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영어를 좀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영어 학습자들이 쉽게 영어를 접할 수 있게 하는 취지 자체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인수위의 계획에 불안을 느낀 이유는 영어를 가르치되 꼭 배울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좀 더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이 필요하지 모든 국민이 영어 공부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첫째이고 영어 조기 교육이나 몰입 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인용하는 성공의 케이스인 북유럽인 들의 유창한 영어 실력은 사실 언어학적 동질성에서 오는 학습 자체의 용이성에서 기인한 바가 크며 영어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삼는 사람들이 학교 교육만으로 미국인처럼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될 거라는 희망사항은 그야 말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해도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원어민처럼 되려면 북유럽인 들이 들이는 노력의 수십 수백 배의 노력과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죠. 혹자는 한국 어린이들도 미국에 오면 몇 달 만에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느냐며 저의 패배주의적(?) 비관론을 비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런 주장에 대한 반론이 바로 오늘 제 글의 요지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 어린이가 미국에 오면 몇 달 만에 영어가 뚫리는 것 맞습니다. 어린이들의(특히 12살 미만) 두뇌의 언어 학습 능력은 놀라운 것이어서 영어 환경에 노출되면 그야말로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쑥쑥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만약 이런 영어를 잘하는 어린이가 다시 한국에 귀국해서 몇 달 다시 한국말만 쓰고 살면 어떻게 될까요. 영어 다 잊습니다. 중고교쯤 되면 미국에 갔다 온 것이 전혀 남지 않을 정도로 없어집니다.
그럼 다시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성장 기간 내내 영어 교육을 시키면 그 영어 능력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입니다. 그도 역시 맞습니다. 지속적인 영어교육을 통해 영어 감각을 보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결국은 성인이 되어도(혹은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어린이를 몇 달간 영어를 집중적으로 교육시키고 지속적으로 영어를 가르치면서 사용하게 해서 초중고 과정을 마치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따져봐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전 국민의 영어 공부를 위해서 낭비가 될 것인지를. 한국인들의 영어 배우기가 힘든 것은 다분히 (언어학적인) 구조적인 문제가 밑바탕에 있습니다. 단지 영어교육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한다거나 매주 몇 시간씩 원어민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적인 교육을 제공하자고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영어 교육의 시작이 어느 정도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을 놓고 누가 영어를 나중에 많이 쓸지 알아맞힐 수는 없으니까요.
영어의 학습 목표는 현실적이어야
다시 초등학생의 영어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초등학생이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이 부모의 눈에는(특히나 부모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경우는) 정말 대단하고 대견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단어나 문장 구사력을 보면 그야말로 초등학생 수준입니다.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가 중고교를 거쳐 대학교, 대학원 수준이 되려면 미국에 가서 미국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초등학생에게 미국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 실력을 만들어 주기는 쉽지만 중고등학교를 가서 그 이상 수준과 시간을 들여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면 실력이 점차 줄어서 초등학교 수준만도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사실 이미 국민들로부터 충분히 비판을 받은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정책을 확인 사살하고자 함이 아니고 영어를 공부하려고 하면 처음부터 현실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강조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원어민이 가르치면 모든 학생들이 다 영어를 잘 할 것이라는 너무 비현실적인 환상을 갖는 분들이 사회의 지도층으로서 있으면서 국민에게 이러한 잘못된 생각을 전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이야기가 흘렀는데 다시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은 왜 몇 달 만에 영어 박사가 되는데 영어 선생님과 대학교수님들은 영어가 안돼서 문제가 될까요. 결론적으로 영어 선생님과 대학 교수님들이 영어가 안 되는 것은 한국인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며 그게 진짜입니다. 물론 개인적 노력들이 조금 부족하셨을 것이라고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유명인들이 그렇게 손쉽게 영어에 능통해지는 진다고 보는 것은 몇 가지 사실이 왜곡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유명인이 쉽게 네이티브 수준이 되는 이유는?
가설입니다만 유명인들은 재력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원어민 교사를 두고 일대일로 하루 종일 공부를 열심히 해서 금방 실력을 늘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 분들이야 말로는 항상 바쁘다지만 보통사람들처럼 매일 학교나 직장에서 10시간씩 보내는 것은 아닐 테니 영어 하려고 하면 공부할 시간 만드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죠. 이 분들이 영어 연수를 가든지 유학을 가든지 좋은 영어 선생님을 일대일로 붙이고 하루 종일 연습을 몇 달 하면 금방 실력이 늘 것은 자명하고 모든 일반인이 이런 기회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일반인도 이런 기회만 주어진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배운 영어는 함정이 있습니다. 영어가 그야말로 생활영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도 물어보고,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도 사먹을 수 있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영어로 외국과 수출입 협상을 할 수도 없고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가르칠 수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영어가 아니고 자기 전공분야의 전문적 지식이 바탕에 있어야 합니다.
미국에서 보니까 전공 실력은 좋은데 영어가 모자라는 유학생은 항상 남들에게 자기 수준보다 과소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다 전공 실력이 좋은 사람을 알아보게 되고 영어가 모자라도 입만 열면 무슨 소리를 하나 들으려고 미국 사람들이 더 노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길거리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자기 전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대접받을 길이 없습니다. 미국에 허다하게 많은 대학교를 못간 중고교 졸업자들이 영어를 그렇게 잘해도 뭐하고 사는 줄 아시지 않습니다. 공사장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고 농장에도 있고 수도 배관 고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직업에 귀천을 두자는 것이 아니라 공부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영어도 중요하지만 전공 지식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사실 온 국민이 공부로만 성공하려고 매달리는 현실도 문제는 문제입니다) 어차피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영어로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면 전공은 언제 한다는 말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영어에만 몰입하게 되는 분위기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유명인들은 영어를 몇 마디만 해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는(신문을 보다보면 그 대상이 기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상당히 잘 하는 것으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어떤 사실에 대해 조금만 더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더라도 대개 사람들은 그 사람의 그 영역에 대한 수준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화술과 태도가 능수능란할수록(연예인이나 정치인이 딱 그런 모델 같습니다.) 더 과대평가되기가 쉽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특정 유명인을 띄워주자는 목적을 가지고 기사가 나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대학교수 같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친한 미국 연예인이나 정치인 만나서 안부 몇 마디 교환할 줄 알아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요. 중요한 이야기는 통역을 동원하면 되니까요.
현실적 학습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면 영어 공부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과대 포장된 유명인의 영어실력을 쳐다보는 영어를 시작하려는 학습자들은 몇 달이나 1-2년의 유학으로 대단한 영어가 성취될 것으로 착각할 수가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느린 진보에 대해 좌절을 하기도 쉽습니다. 저는 끝이 보이지도 않는 영어 공부를 하면서 때로는 좌절하는 그런 분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습니다. 다시 제가 인터뷰를 본 유명 영어 교육자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단지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영어라는 측면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일 수 있고 영어 도사가 아닌 사람도 비슷한 정도로 해낼 수 있습니다. 더 높은 수준의 영어로 파고 들어가면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어 학습자들이 성취하기 원하는 수준은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몇 손가락에 꼽는다는 분들의 영어 수준이 아니고 아마도 영어권 국가에서 일상생활과 직장 생활 속에서 지장이 없을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면 이 정도 수준은 누구나에게 성취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결론입니다. 연예인들이 잘하는 영어를 대학 교수들이 못하는 이유는 대학교수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영어가 연예인들이 필요한 영어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명인들이 단기간에 영어를 획득한 것을 보고 지나치게 부러워하거나 좌절할 필요 없습니다. 그 분들 수준 딱 공부하신 그만큼입니다. 또한 몇 개월의 연수나 1-2년의 유학 기간이 영어 실력을 보장해주지 않는 것도 명심하세요. 영어 공부에는 훨씬 더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여러분이 필요한 수준까지는 성취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의 습득 하기위해 영어 박사가 될 필요는 없다
일단 성악을 하듯이 뱃속 깊은 곳에서 소리를 끌어올려서 약간 저음의 소리를 만드는 원어민들의 발음과 주로 성대에 가볍게 공기를 통과시키며 비교적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는 우리의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사람 끼리는 발음이 알아듣기 쉽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일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표현은 범위가 그리 넓지 않아서 일정 경지에만 도달하면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는 사람들 간에 차이를 알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신문을 보다보면 가끔 연예인들의 영어 실력에 관한 기사가 나옵니다. 미국에 몇 달을 영어 연수를 해서 이제는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대화를 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고 일부 연예인은 아예 영어 공부하기에 관한 책을 내기도 합니다. 물론 외국에서 출생하고 자란 반외국인인 연예인들이 영어 잘한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보통사람들이 얼마나 영어를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앞에 언급한 그런 종류의 언론 보도는 정치인들의 영어 실력에 관한 보도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 이런 유명인들은 그야말로 잠깐만 영어 공부를 해도 영어를 잘하는데(몇 개월의 영어연수나 몇 년의 유학으로) 저와 여러분 같은 일반인은 수년을 피나게 공부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까요.
얼마 전에 다음 블로그에서 캐나다 유학생분이 우리나라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와서 한국 교수님들의 영어강의를 들어본 경험을 블로그에 올리신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고명하신 교수님들의 영어 강의는 들을 만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교수님들이야말로 유학도 많이들 다녀 오셨을 테고 영어 공부도 남부럽지 않게 많이 하셨을 텐데 뭐가 문제일까요. 그뿐 아닙니다. 얼마 전에 정권인수위원회의 영어 몰입 교육 계획에 대한 논란이 한창일 때 학교 영어 선생님들 중에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되나 조사한 내용을 보고 예상보다 적어서 놀란 적도 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회 지도층이 국민에게 강요하는 환상
저도 한번 인수위의 영어 교육 방침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영어를 좀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영어 학습자들이 쉽게 영어를 접할 수 있게 하는 취지 자체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인수위의 계획에 불안을 느낀 이유는 영어를 가르치되 꼭 배울 필요가 있는 사람에게 좀 더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이 필요하지 모든 국민이 영어 공부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첫째이고 영어 조기 교육이나 몰입 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인용하는 성공의 케이스인 북유럽인 들의 유창한 영어 실력은 사실 언어학적 동질성에서 오는 학습 자체의 용이성에서 기인한 바가 크며 영어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삼는 사람들이 학교 교육만으로 미국인처럼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될 거라는 희망사항은 그야 말로 실현 가능성이 낮은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해도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원어민처럼 되려면 북유럽인 들이 들이는 노력의 수십 수백 배의 노력과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죠. 혹자는 한국 어린이들도 미국에 오면 몇 달 만에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느냐며 저의 패배주의적(?) 비관론을 비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런 주장에 대한 반론이 바로 오늘 제 글의 요지가 될 것 같습니다. 한국 어린이가 미국에 오면 몇 달 만에 영어가 뚫리는 것 맞습니다. 어린이들의(특히 12살 미만) 두뇌의 언어 학습 능력은 놀라운 것이어서 영어 환경에 노출되면 그야말로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쑥쑥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만약 이런 영어를 잘하는 어린이가 다시 한국에 귀국해서 몇 달 다시 한국말만 쓰고 살면 어떻게 될까요. 영어 다 잊습니다. 중고교쯤 되면 미국에 갔다 온 것이 전혀 남지 않을 정도로 없어집니다.
그럼 다시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성장 기간 내내 영어 교육을 시키면 그 영어 능력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유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입니다. 그도 역시 맞습니다. 지속적인 영어교육을 통해 영어 감각을 보존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결국은 성인이 되어도(혹은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영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어린이를 몇 달간 영어를 집중적으로 교육시키고 지속적으로 영어를 가르치면서 사용하게 해서 초중고 과정을 마치게 해야 합니다. 하지만 따져봐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전 국민의 영어 공부를 위해서 낭비가 될 것인지를. 한국인들의 영어 배우기가 힘든 것은 다분히 (언어학적인) 구조적인 문제가 밑바탕에 있습니다. 단지 영어교육을 조금 더 일찍 시작한다거나 매주 몇 시간씩 원어민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게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집중적인 교육을 제공하자고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영어 교육의 시작이 어느 정도 늦어지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을 놓고 누가 영어를 나중에 많이 쓸지 알아맞힐 수는 없으니까요.
영어의 학습 목표는 현실적이어야
다시 초등학생의 영어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초등학생이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이 부모의 눈에는(특히나 부모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경우는) 정말 대단하고 대견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단어나 문장 구사력을 보면 그야말로 초등학생 수준입니다.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가 중고교를 거쳐 대학교, 대학원 수준이 되려면 미국에 가서 미국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 초등학생에게 미국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 실력을 만들어 주기는 쉽지만 중고등학교를 가서 그 이상 수준과 시간을 들여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면 실력이 점차 줄어서 초등학교 수준만도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시작한 이유는 사실 이미 국민들로부터 충분히 비판을 받은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정책을 확인 사살하고자 함이 아니고 영어를 공부하려고 하면 처음부터 현실적인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강조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원어민이 가르치면 모든 학생들이 다 영어를 잘 할 것이라는 너무 비현실적인 환상을 갖는 분들이 사회의 지도층으로서 있으면서 국민에게 이러한 잘못된 생각을 전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이야기가 흘렀는데 다시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인은 왜 몇 달 만에 영어 박사가 되는데 영어 선생님과 대학교수님들은 영어가 안돼서 문제가 될까요. 결론적으로 영어 선생님과 대학 교수님들이 영어가 안 되는 것은 한국인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며 그게 진짜입니다. 물론 개인적 노력들이 조금 부족하셨을 것이라고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유명인들이 그렇게 손쉽게 영어에 능통해지는 진다고 보는 것은 몇 가지 사실이 왜곡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유명인이 쉽게 네이티브 수준이 되는 이유는?
가설입니다만 유명인들은 재력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원어민 교사를 두고 일대일로 하루 종일 공부를 열심히 해서 금방 실력을 늘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 분들이야 말로는 항상 바쁘다지만 보통사람들처럼 매일 학교나 직장에서 10시간씩 보내는 것은 아닐 테니 영어 하려고 하면 공부할 시간 만드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죠. 이 분들이 영어 연수를 가든지 유학을 가든지 좋은 영어 선생님을 일대일로 붙이고 하루 종일 연습을 몇 달 하면 금방 실력이 늘 것은 자명하고 모든 일반인이 이런 기회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일반인도 이런 기회만 주어진다면 못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단시간에 배운 영어는 함정이 있습니다. 영어가 그야말로 생활영어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도 물어보고,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도 사먹을 수 있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영어로 외국과 수출입 협상을 할 수도 없고 학생들에게 물리학을 가르칠 수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는 영어가 아니고 자기 전공분야의 전문적 지식이 바탕에 있어야 합니다.
미국에서 보니까 전공 실력은 좋은데 영어가 모자라는 유학생은 항상 남들에게 자기 수준보다 과소평가를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다 전공 실력이 좋은 사람을 알아보게 되고 영어가 모자라도 입만 열면 무슨 소리를 하나 들으려고 미국 사람들이 더 노력하게 됩니다. 하지만 길거리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자기 전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대접받을 길이 없습니다. 미국에 허다하게 많은 대학교를 못간 중고교 졸업자들이 영어를 그렇게 잘해도 뭐하고 사는 줄 아시지 않습니다. 공사장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고 농장에도 있고 수도 배관 고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직업에 귀천을 두자는 것이 아니라 공부로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영어도 중요하지만 전공 지식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사실 온 국민이 공부로만 성공하려고 매달리는 현실도 문제는 문제입니다) 어차피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영어로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기면 전공은 언제 한다는 말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영어에만 몰입하게 되는 분위기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유명인들은 영어를 몇 마디만 해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는(신문을 보다보면 그 대상이 기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상당히 잘 하는 것으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어떤 사실에 대해 조금만 더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하더라도 대개 사람들은 그 사람의 그 영역에 대한 수준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화술과 태도가 능수능란할수록(연예인이나 정치인이 딱 그런 모델 같습니다.) 더 과대평가되기가 쉽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특정 유명인을 띄워주자는 목적을 가지고 기사가 나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대학교수 같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친한 미국 연예인이나 정치인 만나서 안부 몇 마디 교환할 줄 알아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지요. 중요한 이야기는 통역을 동원하면 되니까요.
현실적 학습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면 영어 공부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과대 포장된 유명인의 영어실력을 쳐다보는 영어를 시작하려는 학습자들은 몇 달이나 1-2년의 유학으로 대단한 영어가 성취될 것으로 착각할 수가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느린 진보에 대해 좌절을 하기도 쉽습니다. 저는 끝이 보이지도 않는 영어 공부를 하면서 때로는 좌절하는 그런 분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습니다. 다시 제가 인터뷰를 본 유명 영어 교육자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단지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은 영어라는 측면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일 수 있고 영어 도사가 아닌 사람도 비슷한 정도로 해낼 수 있습니다. 더 높은 수준의 영어로 파고 들어가면 차이는 극명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어 학습자들이 성취하기 원하는 수준은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몇 손가락에 꼽는다는 분들의 영어 수준이 아니고 아마도 영어권 국가에서 일상생활과 직장 생활 속에서 지장이 없을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면 이 정도 수준은 누구나에게 성취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결론입니다. 연예인들이 잘하는 영어를 대학 교수들이 못하는 이유는 대학교수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영어가 연예인들이 필요한 영어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명인들이 단기간에 영어를 획득한 것을 보고 지나치게 부러워하거나 좌절할 필요 없습니다. 그 분들 수준 딱 공부하신 그만큼입니다. 또한 몇 개월의 연수나 1-2년의 유학 기간이 영어 실력을 보장해주지 않는 것도 명심하세요. 영어 공부에는 훨씬 더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여러분이 필요한 수준까지는 성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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