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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고 미국 생활 이야기

비행기내에서 진짜로 응급환자가 발생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남들이 못해보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올해 초에 애지중지하던 자동차를 도난 당했던 것도 그렇고 정말 영화처럼 2주 만에 자동차 도난범이 붙잡히면서 차를 다시 찾은 것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지난 달에 한국을 잠시 방문했을 때는 재수없게도 노트북 컴퓨터를 도난 당하기도 했습니다. 어이없게도 도난 당한지 하루가 되어가도록 모르고 있다가 다음날에야 도난 당한 것을 알고 뒤늦게 찾았으나 이미 늦었지요.

그런데 지난 달에 한국 방문을 하면서 비행기 속에서 있었던 일들은 정말 처음 겪어 보는 일 들이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한국행 비행기 속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안 그래도 전날 잠을 잘 못 자고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비행 내내 비몽사몽 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기내방송이 들렸습니다.


지금 기내에 응급환자가 발생했습니다. 혹시 승객 여러분 중에 의사나 간호사가 계시면 승무원에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이렇게 생기다니 하면서 벌떡 일어나서 승무원에게 알렸습니다. 비행기 꼬리 쪽의 이코노미 석에 자리를 잡았던 터라 승무원과 함께 한참 복도의 승객들을 헤치면서 비즈니스 석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오만 가지 생각이 스치고 갔는데 가장 걱정되는 것은 병원도 아닌 비행기 속에서 어떤 응급조치를 얼마나 취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생각은 공개하기 부끄럽지만 저 자신을 향한 걱정이었는데 만약 제가 응급조치를 취하다가 환자가 잘못되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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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소년의 이야기

여기서 잠깐 멈추고 여담이긴 한데 제가 들었던 두 가지 실화에 대해 이야기해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 경우는 제가 직접 본 이야기는 아니고 얼마 전에 미국 병원 동료에게 들은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병원 방문 시에 19살이었던 이 청년은 휠체어에 거의 누은채로 보호자들에 의해 병원을 방문했는데 병원 방문사유는 그냥 정기 방문이었다고 합니다. 불행히도 환자는 소위 식물인간이라고 불리는 상태중의 하나였는데 자발적 호흡도 있고 눈도 뜨고 있었지만 자기 스스로 사고하고 반응하는 능력은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식물인간에 해당하는 의학적 상태가 여러 개이므로 그냥 이렇게 표현을 하겠습니다.) 환자의 상태가 잘 유지되면 의사로서는 별로 해줄 것이 없는(혹은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환자를 보는 일은 참 절망스러운 느낌을 가져다 줍니다.

그런데 왜 이 청년이 이렇게 되었는지 동료가 말해주는 환자의 사정은 정말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청년은 약 6년 전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아무런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바닷가에 가서 놀다가 파도에 휩쓸려서 물에 빠지게 되었고 근처의 사람들이 합동해서 간신히 건져냈지만 이미 10분이 지난 후였다고 합니다. 의학적으로는 물속에서 10분이면 사람이 사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지만 처음에 물 밖으로 끌어내졌을 때는 심박동도 호흡도 없었던 이 소년은 마침 사고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 의한 심폐소생술을 통해 다시 숨을 쉬게 되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뇌에 산소공급이 끊긴 상태가 지나치게 오래 유지되었던 탓에 호흡이나 심장박동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는 돌아왔지만 사람이 사고하고 인식하는 대뇌부위는 심하게 손상을 받아서 식물인간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어지간한 수준의 간호가 아니면 환자가 폐렴, 요로감염, 욕창 등으로 오래 살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가족들의 헌신적인 간호와 보살핌으로 환자 상태는 그런대로 유지가 되었고 그렇게 6년째를 맞고 있다고 했습니다. 목숨은 건졌지만 온전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살아가야 할 청년의 비극도 그렇고 평생을 이 청년을 보살피면서 살아야 할 부모들도 그렇고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무서운 경추손상

두 번째 경우는 지금도 제가 자주 뵙는 재미교포의 이야기입니다. 이 분은 한국에서 사고를 당한 후 더 나은 치료를 위해서 일찍이 미국에 왔고 지금도 비교적 성공적인 재활치료를 통해서 비록 전동식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기는 하지만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하고 계신 분입니다. 이 분이 30대 후반이었을 때 서울에서 운전하고 가다가 교통사고나 났다고 합니다. 정말 불운하게도 목만 빼면 전신적으로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데 이 목 부위의 손상이 문제였습니다. 목을 지탱하는 척추 뼈의 하나인 네 번째 경추가 부러진 것입니다. 주위를 지나던 사람들이 차에서 부상한 이 분을 끌어내었고 다행히 이대 동대문 병원이 바로 지척이라 의협심 강한 시민이 이 분을 업고 응급실까지 뛰어 갔습니다.

응급구호에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은 경추 손상이 의심되는 환자를 목을 보호대등으로 완전히 고정시키지 않고 함부로 옮기면 안 되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1980년대 한국에서 이 정도의 상식이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시기도 아니었고 부상자가 어떤지 모르는데 가까운 병원으로 일단 옮겨야 한다는 정의롭고 자비로운 마음을 탓할 수도 없을 겁니다. 어쨌거나 들쳐 업고 뛰는 동안에 이 분의 부러진 경추의 뾰족한 끝은 척수신경에 골절 자체보다도 더 많은 손상을 주어서 결국 긴 수술과 장기간의 병원 입원에도 불구하고 사지마비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분은 그 고통의 기간을 다 뒤로 하고 사업을 하면서도 봉사에 열심인 존경스런 삶을 살고 계십니다.



부질없는 가정을 해보자면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가정을 해보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는 줄은 알지만 만약에 위 이야기 속의 소년이 구조되지 못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준 동료는 지나치게 미국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이렇게 말하더군요.



부모에게 자식의 죽음처럼 절망스러운 것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슬픔은 언젠가는 극복되고 자신들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의식도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청년도 불쌍하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을 평생 현재진형행으로 안고 살아가는 부모들은 더 불쌍한 것이 아니냐.’



이 이야기를 듣고 너무 직설적이라 당황스럽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생명의 존엄성 운운하며 이 친구의 말에 대응하기에는 부모의 사정이 너무 참혹했습니다. 아무리 사지가 마비되고 말을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지언정 부모를 알아볼 정도의 의식만 있어도 부모님들에게 얼마나 힘이 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살았지만 산 것이 아닌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과 이를 평생 지켜봐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정말 너무나 큰 비극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교통사고 후에 만약에 경추 손상이 예측되어 지금 응급구조대가 하는 것만큼의 처치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경추를 부상당하신 분이니까 수술과 입원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사지마비라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두 가지 경우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선의를 가지고 남을 돕는 일이 결론적으로 진짜 도움이 되는 일이었는지 판단을 하기 어렵게 된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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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사마리안인 법의 보호밖의 의사들

미국에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영어로 Good Samaritan law을 번역한 것인데 성경에 보면 강도를 당해서 재물을 빼앗기고 다친 사람을 다른 사람들은 모른 체 지나치는데 사마리아 인이 다친 사람을 구해서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것입니다. 법적인 취지는 응급상황에 처한 사람을 돕는 사람에게서 만약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라도 법적인 책임을 면해준다는 것인데 이로써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일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의료인에게는 이 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의료인은 그에 합당한 의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만약 제가 경추 손상이 의심되는 사람을 도와준다고 그냥 업고 뛰어서 사지마비를 초래했을 경우 만약 희생자가 소송을 걸어도 이 법의 보호를 받지는 못합니다.  이런 것을 알고 있는 저는 남을 돕는 숭고한 희생의 기회를 앞두고 혹시 내가 만의 하나 뭔가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망측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다시 제가 겪었던 일로 돌아가서 제가 도착한 비즈니스 석에서는 어떤 중년의 한국 여자분이 좌석을 뒤로 젖히고 누워계셨고 의사로 보이는 대여섯 명이 이미 그 분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한 의사 분이 이미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진찰을 하고 계셨습니다. 일단 환자가 말을 하고 의식이 있다는 것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진짜 응급상태는 아닌 셈이어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의사분과 환자분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옆에 서서 잠깐 들었는데 다행히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승무원으로부터 들으니 환자는 갑자기 생긴 복통으로 비행기를 회항해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사의 진찰결과 최악의 경우 맹장염이 의심되는 정도였고 도착지인 서울까지 환자는 무사히 갈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기내에서 응급환자 또 발생

그런데 제가 미국으로 돌아올 때도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저는 자고 있는 중이었는데 옆자리의 아내가 저를 깨우는 것이었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대. 의사 나오라는데?”


잠에서 덜 깬 저는 처음에는 농담하는 줄로 알았습니다. 아니 갈 때도 응급환자가 있었는데 또 있다는 말인가 하면서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다시 다급한 기내방송이 들렸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했습니다. 기내에 의사선생님이나 간호사가 계시면 승무원에게 알려주십시오



이때서야 문제의 심각성이 느껴졌습니다. 수 분 간격으로 방송이 나갔다는 것은 아직 현장에 가있는 의료인이 없다는 이야기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지난 번처럼 누군가 환자에게 갔다면 두 번째 방송은 필요가 없었겠지요. 갑작스러운 일에 상당히 긴장하면서 다시 앞으로 나갔습니다. 이 번에도 한국인 아주머니였는데 앞 좌석의 접이용 식탁에 엎드려 자다가 앞 좌석의 외국인이 편히 누우려고 의자를 뒤로 눕힌 순간 머리를 의자 등받이 부분으로 맞았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코미디영화에서 나올법한 한 희극적인 장면처럼 생각될 수도 있는데 아주머니는 상당히 심한 두통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간단한 이학적 검사를 했는데 특별한 신경학적인 이상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통증의 정도가 비정상적으로 심해서 충격자체가 초래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으로 뇌출혈이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경우 기내에서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진단도 물론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주머니의 혈압도 또한 매우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고혈압으로 약을 복용한다고 했는데 수시간 동안 계속 혈압이 높아서 혈압약을 복용하게 하고 계속 가슴을 졸이며 관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행 중에 기장이 직접 나와서 활주로에 구급차를 대기해야 하는 상태인지 정상적으로 게이트로 들어갈 수 있는지 묻더군요. 이 비행기의 승객들의 운명(?)이 제 손에 달렸다니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만약 환자의 상태가 초 응급이었다면 활주로에 대기가 아니라 어디 인근 공항에 비상착륙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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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비행기 뉴욕에 도착하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지나가고 비행기는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항공사의 배려로 그 환자가 가장 먼저 보딩브리지를 통해 나가고 긴장의 비행은 종료가 되게 되었습니다. 내리기 직전에 스튜어디스들이 오더니 사례하고 싶은데 마땅한 것이 없다며 비행기에서 간식으로 주는 땅콩과 간식용 초콜릿 등을 가져와서 주면서 감사를 전했습니다. 실상은 환자 옆에서 환자를 위로한 것 밖에 한 것이 없는 의사로서 오히려 미안했는데 어쨌거나 무사히 도착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서 무슨 말을 하면서 받았는지도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대한항공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주어서 고맙다며 감사의 편지를 보낸다고 뉴욕의 우리 집 주소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보니 편지뿐만 아니라 대한항공의 로고가 찍힌 USB메모리 스틱까지 동봉되어 왔습니다. 환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이 없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환자가 있다고 해서 불려가면서 만약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하고 제 자신의 안위를 걱정한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환자 진료에 아낌없는 도움을 주신 대한항공의 기장과 승무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사진출처 ;
http://www.meridianmagazine.com/arts/images/060503/GoodSamaritan.jpg
http://www.asian-efl-journal.com/busanmap/korean_air.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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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gamsa.net BlogIcon 양깡 2008.07.24 21:49

    환자가 큰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

    트랙백 남깁니다. 잘 돌아가셨죠?

    • Favicon of https://ko.usmlelibrary.com BlogIcon 고수민 2008.07.24 22:15 신고

      돌아온지 3주째 되어갑니다. 시간 빠르죠? 홍대앞에서 뵌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요. 휴~~~. 갑자기 한달전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 쨈아저씨 2008.07.24 22:02

    글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의사짓을 하고 있습니다만 아시겠지만 한국에도 착한 사마리안인법 비슷한게(?) 통과했습니다.

    다만 의사와 응급의료종사자는 제외하고죠. 무슨 정권탓하는 것도 이젠 지겨운데 역시 열린우리당 주도로 생긴 법이었죠.

    이 법을 꼬아서 보자면 길가다가 응급환자가 생기면 의사는 그냥 무시하고 가시라는 법입니다. 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한국에서 길가다가 만나게 된 응급환자도 형사적인 책임을 각오하고 진료를 해야한다는 것이죠.

    또 비행기내 닥터콜에 대해서도 제가 들은 바를 말씀 드리자면 한국 비행기 안에서의 닥터콜은 절대로 가지말라가 정답입니다.

    대한민국은 몇 안되는 비행기내 의사의 진료에 관한 면책특권이 적용이 안되는 나라입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모두 비행기내에서 선의로 진료를 했더라도 환자나 보호자가 소송을 걸면 받아야한다는 것이죠.

    많은 한국의사분들이 이 사실에 인지를 못하고 간혹 닥터콜에 응하고 계시지만 항공사의 입장도 그리 의사우호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아는 부기장하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이 친구는 한국항공사 소속입니다.) 닥터콜 하고나서 항상 연락처와 주소등의 신변주소를 물어본다고 합니다. 그건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추후에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씌울 수 있기때문이라더군요.

    비행기내에 환자가 발생시 그 환자에 대해서 의사가 진료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 환자에 대한 책임은 기장의 것이 된다고 합니다. 추후에 진료가 시작되면 책임이 자동으로 넘어가는거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대목으로 생각하는 것이 비행기를 회항하느냐 마느냐에 관한 의견을 의사에게 물어보는 것이고, 좀 모자란 기장은 회항시 버려야할 기름값등을 생각해서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별 탈없이 닥터콜 받으셔서 다행입니다만 저는 만약에 그런 경우에 조우해도 이성적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ko.usmlelibrary.com BlogIcon 고수민 2008.07.24 22:18 신고

      저도 기내에서 제 신상정보를 소상히(직장, 자택 주소 포함) 적어가긴했습니다. 하여간 잘 넘어간것이 복이죠. 좋은 일 하려는 양심을 말리는 법이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세상이 왜 이렇게 각박해지는지...

  • peter153 2008.07.24 22:11

    잠시나마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셨군요...감사드립니다. 평안이 있으시기를...

  • Favicon of http://nopdin.tistory.com BlogIcon NoPD 2008.07.24 22:34

    사회적인 위치로 인하여 선한 일도 쉽게 하실수 없는 자리인데,
    좋은 일을 하신 것 같습니다.
    긴 글(?)을 잘 안읽는 편인데, 간만에 손에 땀을 쥐며 읽은 것 같네요 :-)

  • Favicon of http://kr.iamvip.net BlogIcon Jack Park 2008.07.24 23:33

    좋은 일을 하셨네요

  • 롬멜 2008.07.25 00:11

    이전에 제가 학생때 저희 은사님중 한분이 비행기에서 기흉(아마도 tension pneumothorax)이 갑자기 생긴 환자를 봤는데, 그걸 어떻게 진단했는지는 까먹었지만, 당시 비행기안에 소독약등이 전혀 없어서 (좀 된 이야기라서 그럴것같습니다.) 양주로 볼펜을 소독하여 가슴을 뚫고 그 환자를 살린 이야기를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 영웅이 되겠지요.

    이전에는 그런 훌륭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그렇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앞 댓글에서도 누가 말했듯이 사마리아법에서도 의사는 예외라는 이야기가 있고,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했는데 나중에 소송을 걸었다는 이야기를 수많이 듣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고수민선생님도 역시 당시 갈등이 많고, 위의 내용을 솔직하게 표현하셨고, 저역시도 고수민선생님과 같은 환경에서 많은 갈등이 있겠죠.

    그런 갈등을 일반인들이 알까요? 소위 잘하면 본전일 것입니다.

    한가지 더 의견을 보태자면 제같으면 그런 일이 있고 난뒤에 그 환자가 바로 병원에 가서 다시 진찰을 받았는지, 안받았으면 반드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을 위해서 말입니다.

    • Favicon of https://ko.usmlelibrary.com BlogIcon 고수민 2008.07.25 12:47 신고

      맞습니다. 대한항공측의 이야기로는 바로 병원으로 갔다고 그러더군요. 천만다행으로말이죠. 그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도 상당히 궁금하긴 한데 알 방법이 없군요.

      양주로 소독하고 볼펜으로 기흉을 치료했다니 참 놀랍습니다. 정말 영웅이군요.

  • Favicon of http://applesoo.tistory.com BlogIcon 안션 2008.07.25 04:15

    수민님이 옆에 계셨던 것만으로도 큰 안심이 되어 환자분이 괜찮으셨을거로 생각됩니다. :)

    • Favicon of https://ko.usmlelibrary.com BlogIcon 고수민 2008.07.25 12:48 신고

      정신적으로나마 조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답니다. 그랬다면 더 바랄 것이 없구요.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는 생각보다 더 의사가 별로 할 일이 없더라구요.

  • Favicon of http://www.jameschung.kr BlogIcon 정용민 2008.07.25 05:17

    대한항공의 선물이 인상적이네요. 이런 상황들이 종종 발생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reward)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이 있나보네요.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건강해야겠어요...:)

  • Favicon of http://early3163.net BlogIcon Early Adopter 2008.07.25 09:27

    아니!! 들어오시고 저에게 연락도 안해주셨나요? 아쉽네요..ㅠㅠ한번 뵙고 싶었는데..^^

    그나저나 역시 멋진 의사선생님이세요....너무 자랑스러워요 -_- bb

    • Favicon of https://ko.usmlelibrary.com BlogIcon 고수민 2008.07.25 12:53 신고

      아이고 미안해서 어쩌죠? 사실 한번 보면 참 재미있을것 같은데. 너무 바쁘더라구요. 그나저나 한국에서 맛있는거 많이 먹고 잘 지내지요? 신나고 유익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

  • SJCH 2008.07.25 21:23

    아앗, 박수!!! (짝짝짝)
    어쨌든 그래도 그렇게 응급상황에 위로일지라도 도움을 주실 수 있었고 환자분이나 기내승무원분들도 그래도 의사선생님이 계셔서 얼마나 안도하셨겠습니까.
    꼭 필요한 순간에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편이라는 것도 축복이 아닐까요.
    선한사마리아인법에 의료인은 해당되지 않는건 오늘 저도 알았네요.
    더 어깨가 무거우시겠어요. 어쩃든 윗분들 댓글처럼 저도 자랑스럽습니다.
    대한항공에서도 잊지 않고 작은 사의라도 표해주시니 저도 함께 고맙네요. ^^

    • Favicon of https://ko.usmlelibrary.com BlogIcon 고수민 2008.07.26 08:53 신고

      사실 제 마음가짐을 고해했기 때문에 약간의 악플도 예상했는데 다들 과하게 칭찬을 해주셔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할 수 밖에도... 굽신굽신

  • summer 2008.07.25 22:19

    예전에 어떤 미국 드라마에서...
    의대생들이 응급환자가 생겨서 칼로 목을 찢어 사람을 살렸지만..
    그게 소송이 들어가서 법정 싸움을 하는 ..내용이었어요..
    그걸 보면서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하는 양심 없는 넘들이라고 욕하고..
    의사도 못할짓(;;;;) 이라고 생각했어요..
    세상이 점점 각박해져 의사가 환자를 보면서 자기의 안위를 생각할 정도가 되었으니.

    세상에 어떤의사가 환자를 나쁘게 만들려하겟어요...싸이코패스 빼고..
    그런데 그런 의사들이 환자를 외면하게 만드는 법들이 환자의 입장인 저로서는 슬프네요..

    어쨌던 좋은일 하셨어요^^

    • Favicon of https://ko.usmlelibrary.com BlogIcon 고수민 2008.07.26 09:04 신고

      저도 그런 점이 우려스럽기는 하더군요. 남을 돕는 사람을 보호해줘야 더 많은 자발적 도움을 기대할 수 있을텐데 결과에 대해 처벌당할 가능성이 열려있다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겠죠.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응급상황이 닥치면 그냥 지나칠 사람(의사든 아니든)거의 없을 겁니다. 인간의 본성인걸요. 그냥 지나갔다가 그 죄책감을 어쩔려고요. ^^;;

    • 내부고발자 2008.07.28 03:42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에서 김태희도 그랬지요. ㅋ

  • Favicon of http://dangunee.com BlogIcon 당그니 2008.07.26 06:34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참 대단하세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Favicon of https://ko.usmlelibrary.com BlogIcon 고수민 2008.07.26 09:05 신고

      요즘 독도관련 글을 다 보고 있습니다. 역시 대단하시다는 생각! 들러주셔서 감사하고 더운 날씨에 건강하세요. ^^

  • 익명 2008.07.27 05:54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ko.usmlelibrary.com BlogIcon 고수민 2008.07.25 12:50 신고

      형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죠? 그런 대단한 일을 하셨군요. 신문에 나도 될 일을 하셨네요. ^^
      담에 전화한번 드리겠습니다.

  • 서울의사 2008.08.01 23:34

    저도 1차례 호출받아 의사로 역할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만,
    고선생님 처럼 한 여행에서 두 번 호출되시는 건 매우 특이한 경우로 짐작됩니다.

    의료에 관한 꽁트중에
    해부병리의사가 애기를 어쩔 수 없이 - 기차인지 비행기인지 - 받아야 했던 꽁트를 읽으면서
    그냥 우습지만은 않았더랬습니다.

    전문분야를 결정하고 '일반의'로써의 일차진료능력이 해가 갈 수록 떨어지고 있어
    다음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던 차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알게되어 참고가 많이 되었습니다.


    제 경험은
    타이항공의 방콕-서울편이었고,
    일요일 밤(월요일 새벽도착)의 나이트 플라이트여서
    첫 영어방송은 비몽사몽,
    이차 국어방송에서는 결국 궁뎅이를 털고 나가서
    일차진료로 다행히 끝나는 상황이었더랬습니다.

    역시 별로 고마워 하는 사람 없고,
    항공사에서도 연락처를 알뜰히 챙겼고,
    최종결과는 Customer Relations Service Department의 manager 가
    Mr. D---- Lee 에게 감사편지를 보내는 걸로 종결되었습니다.

    근데 분명 의사를 찾아놓고 편지는 왜 Dr. 이 아니고 Mr. 로 보냈을까
    아직도 의아합니다.



    --

    고선생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 a korean emergency physician 2008.08.02 11:34

    대한민국에서도 최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습니다. 향후 6개월이후에는 발효되는데 대략 2009년부터라고 짐작됩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조문을 잘 읽어 보시면 응급의료종사자(의료인과 응급구조사)도 자신의 근무 이외의 시간인 경우에는 민형사상 감경 및 면책이 됩니다. 단 고의나 중과실이 없어야 합니다.

  • a Korean Emergency Physician 2008.08.02 11:39

    참고하시라고 법 조문을 그대로 올려 놓습니다.

    제5조의2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하여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사상)에 대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행위자는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지 아니하고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은 감면한다.

    1.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아닌 자가 실시한 응급처치

    가. 응급의료종사자

    나. 「선원법」제78조의2에 따른 선박의 응급처치담당자, 「소방기본법」제35조에 따른 구급대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

    2.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 본인이 받은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 안에서 실시한 응급의료

    3. 제1호나목에 따른 응급처치 제공의무를 가진 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에 실시한 응급처치

    [본조신설 2008.6.13]

  • Favicon of http://drshawn.egloos.com/ BlogIcon Hwan 2008.08.04 12:14

    의료인은 보호가 안되는 것처럼 써 놓은 댓글이 있길래 남겨봅니다.

    의료인을 포함한 응급의료종사자는 이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3조에 의해 책임을 감면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있었습니다.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라는 단서가 붙고 '감경 또는 면제'라는 표현으로 감면의 수준이 낮고, 민사 책임은 따로 감면에 대한 언급이 없긴 하지만 이미 감면에 관한 조항이 있었죠. 제가 관여한 법은 아니지만 (^^;;) 굳이 그 의도를 생각해 본다면 의료인은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그 감면의 정도가 낮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제가 관심을 같는 분야가 바로 field medicine 또는 wilderness medicine이라고 불리는 분야인데 말 그대로 의료 시설이 아닌 현장에서의 의학적인 진단과 처치에 대한 분야입니다. 국내에서는 거의 활성화가 되지 않은 부분이지만, 미국에는 참고할만한 서적들이 좀 있더군요. 물론 의학이 발전할수록 현장에서 가능한 처치는 줄어드는게 당연하고 실제로 공부를 해 봐도 그렇게 특별한 이야기는 없는 듯 합니다만 이런 내용도 체계화하여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비행기 안과 같이 특별한 상황에서의 응급 처치에 대한 학문적 근거를 수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10시간 이상 비행하는 미국행 논스톱과 1시간 이내의 비행 시간을 갖는 국내선 항공기는 갖추어야 할 응급 키트의 내용이나 승무원들의 교육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든다면 그 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아무래도 응급의학과의 분야라고 생각하고 요즘 제가 관심을 갖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

    응급 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과 관련된 글을 트랙백으로 남겼습니다.

  • Favicon of http://muse1004.tistory.com BlogIcon muse폐인 2008.08.05 19:38

    우와.. 정말 애쓰셨어요! 토닥토닥~ 헤헤~
    서로 돕고 사는 아름다운 사회! ^^

    주무시다가, 깜짝 놀라셨겠어요^^*

  • 무지객 2008.08.17 16:38

    의사가 옆에서 위로해주는게 환자한테 전해주는 안도감이라는건 상상외로 크죠 ^^
    저도 미국에서 한국오는 비행기안에서 승객이 쓰러져서 (제 좌석 반대쪽 왼쪽 복도에서요)
    의사들이 오고 승무원들이 발만 동동구르는 모양을 바로 옆에서
    한 3시간에 걸쳐서 봤는데.. 정말 안타깝더라구요. 실제 증상은 저도 모르지만,
    변변찮은 의료기고하나 없는 (가만 보니 겨우 무슨 포도당주사정도뿐이 보이지 않더군요.)
    비행기 위에서 그것도 태평양 상공을 날아가는 와중에...

    잘 보고 갑니다 ^^

    제 사정이라면 작년 초에 겪은 안구파열로 인해서
    의안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 마음이 아픈데..
    이런 훈훈한 소식접하니 기분이 좋네요 ^^

  • Favicon of https://crispystory.tistory.com BlogIcon Crispy 2008.11.11 02:58 신고

    정말 놀라셨겠어요;
    뭐랄까, 응급상황에서 다른 의견에 기댈 수 없이 혼자라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두려운 것 같습니다.
    나 혼자서 오류란 있어서는 안되니까요.. ㅠ.ㅠ
    그래도 좋은 기념품도 오고 잘 해결되어 좋은 추억이 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