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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고등학생도 알아야 할 기형아 예방법 세 가지

제가 전에 저의 다른 글에서 소개드렸던 기형아를 14명이나 낳고도 15번째 기형아를 임신한 산모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가 오늘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할지 짐작을 하실 것 같습니다. 얼굴의 외양이 정상이 아니거나 팔다리가 없는 아이를 낳는 것부터 시작해서 지능에 문제가 있는 아이 등의 장애아나 기형아를 낳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을 부모를 비롯한 모든 식구에게 안기게 됩니다. 특히 특수교육이나 사회적 부조 시스템이 거의 갖춰지지 않은 한국의 현실에서 장애아를 키운다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며 거기에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까지 감당하기란 초인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이런 아이의 출산을 방지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저도 제 아내가 출산 전에 양수검사, 초음파 등 온갖 기형아에 대비한 검사를 하고 아이가 나왔지만 태어나자마자 먼저 한 일은 우습게도 아기의 발가락, 손가락 개수를 세어 본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의사이고 의학적 상식이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하는 일은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제가 판단하기로 한국의 산모들의 건강하고 총명한 아기를 낳기 위한 태교라든가 여러 가지 들이는 정성은 미국의 산모들보다도 어쩌면 훨씬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 산모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상식 수준은 일반 의사들을 뛰어 넘기도 해서 의사들이 산모들의 질문에 미처 다 답을 해주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런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이미 아이를 낳을 준비가 된 산모보다 아이를 한참 후에나 가지게 될 고등학생의 나이에서부터 미리 준비를 해야 할 점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이미 다 알려진 상식적인 내용일 것이고 새로 배울 내용이 없다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만 제가 말씀드리는 사실을 몰랐다는 분들도 분명히 계실 줄로 생각을 합니다. 제 글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글이라고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비타민이 기형아를 예방한다

첫째로 출산 전에 먹는 비타민이야기입니다. 미국에 처음 와서 슈퍼마켓에서 음식을 쇼핑할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식품의 함량 표시였습니다. 칼로리와 단백질, 당분, 소금 등의 함량이 표시된 것을 보고 미국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 것까지 알고 먹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이 엽산이 들어 있다는 표시였습니다. 엽산은 아시다시피 비타민 B의 일종입니다. 이름 자체가 의미하는 바대로 녹황색 이파리 야채(배추나 시금치, 브로컬리 등)에 많이 들어 있지만 간이나 계란, 곡물에도 들어있는 비타민입니다. 저도 의사로써 엽산이 임신 중에 부족하면 척추 이분열이라는 기형을 일으키며 엽산 섭취로 막을 수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임산부만 먹는 것도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파는 음식(스낵이나 빵, 시리얼 등)에 엽산을 추가로 넣을 필요까지 있는가 하고 궁금해 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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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산의 풍부한 음식들




나중에 미국 정부가 엽산을 강화한 식품 만들도록 강제한 법에 의해서 미국 내 척추 이분열이라는 기형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보고를 보고 과연 선진국은 뭔가 다르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엽산은 값도 싸고 과량 섭취에도 대부분이 소변으로 배출이 되며 축적되어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러니 과자마다 엽산을 넣는다고 한들 이로 인해 얻는 이익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훨씬 크다는 것이 자명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 식생활 자체가 야채를 많이 섭취해서 엽산 결핍이 별로 많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질병 관리의 기준이 되는 지침을 많이 발표하는 CDC(미국 질병 통제 센터)에서 이번 달 초에 주목할 만한 발표를 했습니다. 기형아 예방을 위해서 임산부뿐만이 아니고 18세에서 24세까지의 모든 여성들이 보통 식품으로 섭취되는 엽산에 더해서 400mcg(마이크로그램)의 엽산을 추가로 섭취할 것을 권고한 것입니다. 임신을 계획하지 않은 사람도 포함한 모든 이 연령의 여성까지 엽산을 복용하도록 한 것은 사실 임신을 항상 계획하고서만 할 수가 없다는 현실적인 고려가 있고 한국인들보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임신하는 경우가 많은 문화적 특수성이 고려되었으므로 우리가 이 지침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여고생, 여대생들 중에서도 평소에 엽산이 풍부한 식품을 많이 먹지 않는 사람은 따로 섭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의 엽산 섭취가 겨우 120mcg 정도에 불과하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우리의 식단이 엽산을 상당히 많이 섭취한다고 생각했던 저로서는 약간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보통 임신 전에 섭취 권장량은 400mcg 정도이고 임신 중에는 800mcg 정도인데 대개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양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낮게 잡고 산모들에게 아예 800mcg의 엽산을 섭취하도록 권고합니다. 엽산을 따로 섭취하기가 싫은 여성은 최소한 임신을 예정한 기간에 석 달 정도를 앞두고 엽산을 복용을 시작하시기를 권고 드리며 임신이 먼 훗날에나 있을 일일수도 있는 모든 여고생과 여대생들이 이 권고를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임신 중 엽산 섭취가 나중에 태어날 아이의 일부 백혈병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다는 보고가 있었으니까 젊은 여성과 엽산은 여러모로 상당히 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아이는 젊어서 낳자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가급적 출산을 젊은 나이에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이든 산모는 다운증후군이라는 비교적 흔한 선천성 기형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집니다. 산모가 20대 초반일 때는 다운증후군의 확률이 1500대 1로 상당히 드물지만 40세 산모는 60대 1로 높아집니다. 보통 35세 이상의 산모의 경우 고위험으로 분류되어 각종 검사를 하게 됩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늦둥이 낳기가 유행인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이 다운증후군이 증가하지 않을까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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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에 소개된 늦둥이 출산 붐에 관한 기사



권고란 것이 사실 실현 가능해야 하는데 나이가 상당히 들어서까지 사회적 기반을 닦기가 어려운 한국의 사회 형편상 혼기가 점차 늦어지는 추세여서 30세 여성에게 노처녀라는 말은 더 이상 맞지 않는 표현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니 제가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으시라고 말을 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젊은 분들은(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이러한 사실을 좀 기억하시고 나중에 혼기를 정하실 때 혹은 결혼 후에 아이를 가지는 것을 결정할 때 조금이나마 참고를 하시기를 바랍니다.


술과 담배는 금물

셋째로, 위에 말씀드린 산모의 경우를 다시 한 번 소개하려 합니다. 제가 이 산모를 직접 본 것은 아니고 이 산모의 아이중의 한명을 보았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한 아이 환자를 보았는데 얼굴이 약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소아마비에서 흔히 보는 발레리나처럼 발끝으로 걷는 보행문제 때문에 병원을 찾게 되었던 경우입니다. 나이가 조금 많아 보였지만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아이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저는 아이의 엄마로 지레 짐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하다보니 친모가 아니고 국가에서 보조받는 수당으로 아이를 대신 키워주는 양엄마이고 친모는 지금 양육권이 없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의 친모가 낳은 아이가 자그마치 14명인데 이 모든 아이들이 제가 보았던 아이와 같은 기형인 ‘태아 알코올 증후군’환자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15번째 아이를 현재 임신한 상태인데 아직도 술을 먹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참으로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닐 없습니다.

건강한 아이를 낳는 제 1 원칙은 바로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음주가 어떤 식으로 해서 기형아를 낳게 하는지는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얼마나 음주를 해야 하는지 단지 맥주 한잔도 안 되는 것인지 아니면 매일 알코올 중독자처럼 마시는 경우만 문제가 되는지 그 누구도 시원한 답을 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임신 중이라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절대 음주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 정도는 사실 그리 지키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모를 때 술을 마실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정답이 없습니다만 임신이라는 의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일단 음주를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럼 흡연의 영향은 어떨까요. 일단 흡연 자체가 유산, 사산을 증가시켜서 문제가 되는데다가 손발가락 기형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직접 흡연이 아닌 간접흡연도 여러 가지 신생아의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니 배우자등 주위에 있는 사람도 임산부 근처에서 흡연을 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흡연이나 음주의 습관이 대개 젊은 시기에 결정이 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습관을 아예 갖지 말 것을 여성뿐만이 아니고 남성에게도 간절히 권고 드리는 바입니다.

젊은 사람에게 더욱이 고교생 정도라면 임신과 출산은 정말 까마득한 먼 훗날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자체가 상당히 엉뚱한 소리로 들릴 것 같습니다. 또한 공부하기 바쁜 고교생 중에서는 아무도 이런 가능성을 생각하지도 않을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읽는 이 글에서 말씀드린 세 가지가 한 가족의 일생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확률적으로는 상당히 많은 기형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꼭 한 번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