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때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에 아만다라는 간호사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병원서 일을 시작할 때 정말 유부녀에다 뚱뚱한 간호사가 많아서 실망을 했었습니다. (결혼한 주제에 젊고 아리따운 간호사가 있으면 뭘 어쩔 거냐고 아내가 옆에서 뭐라고 하는데 그냥 남자가 다 그런가봅니다.) 그 뿐 아니고 뉴욕에서는 간호사들이 아주 게으르고 무능하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제가 처음에 미주리 주에서 보았던 감탄이 나오도록 부지런하고 똑똑한 전형적인 미국 간호사와는 정말 극과 극이었습니다. 그나마 뉴욕에서도 간혹 보이는 한국에서 온 한국인 간호사들은 어찌나 똑똑하고 일을 잘하는지 정말 오아시스라도 만나는 기분입니다.
그건 그렇고 하여간 아만다와 저는 비교적 잘 지냅니다. 그 이유가 아만다가 약간 통통한데 옥주현을 연상케 하는 미모에다가 특유의 히스패닉 액센트의 영어가 콧소리와 섞여서 정말 귀엽게 들립니다. 또 다른 간호사보다 훨씬 부지런하고 싹싹해서 모든 사람에게도 인기가 좋지요. 그런데 이 간호사가 제가 처음에 이 병원서 일을 시작할 때 저한테 닥터 고는 과묵한 것이 오히려 귀엽다고 말을 해줬으니 제가 안 좋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사실 처음 옮겨간 병원이라 일이 익지도 않고 사람들도 잘 모르니 말을 많이 안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친한 척해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그런데 그 아만다가 오늘 갑자기 항생제를 먹어야겠다고 용량을 물어보는 겁니다. 이유인즉 감기에 걸린 지 한 달도 넘었는데 아직도 기침이 나고 콧물도 난다는 거였습니다. 때는 이때다 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고 진찰도 해주고 해서 신세를 좀 갚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병원에서 일할 때 보면 이런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한탄을 하시지요. “선생님. 감기가 도대체 왜 이렇게 안 떨어져요?” 그럼 저는 그럽니다. “감기가 아니니까 안 떨어지지요.” 감기는 자연 치유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대개의 경우 일주일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 일주일이 넘으면 증상이 아무리 감기와 똑같아도 감기가 아니라고 봐야합니다. 콧물이건 기침이건, 혹은 열이 나건 간에 감기는 이렇게 오래가서는 안 됩니다. 1-2주 이상 지속되는 콧물이 주된 문제라면 아마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축농증을 의심해야하고 열이 난다면 폐렴이나 뇌막염 등 기타 세균성 합병증을 반드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경우 집에서 자가 치료로 그냥 참으면 절대 안 되고 병의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문제는 기침이 오랫동안(특히 3주 이상) 끊이지 않고 계속 나는 것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경우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증상으로 병원에 가면 예전에는 기관지염이니까 약을 더 먹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관지염이라는 모호한 진단명은 사실 그 뒤에 감추어진 다음에 설명드릴 몇 가지 질환일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만약에 만성적인 기침으로 병원에 가셨는데 이런 진단을 들었다면 그 의사 선생님을 꽉 붙잡고 주치의로 삼으셔야 할 겁니다.
첫째는 의학용어로 후비루라고 하는 증상이 이런 만성기침을 많이 일으킵니다. 말을 풀자면 목뒤로 코가 넘어가는 증상입니다. 원인은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축농증 등 다양한데 의외로 코막힘이나 콧물, 목뒤로 코가 넘어가는 느낌 등 코의 증상이 전혀 없이 기침만으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간혹 의사들이 입을 벌리게 하고 목 안을 살피는 이유가 단지 편도가 부었나 보는 것만은 아닙니다. 이런 후비루가 있나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진찰당시에 아무것도 목뒤로 안 넘어간다고 후비루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후비루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런 분은 대개 가래가 있다고 하시는데 엄밀히 말하면 목뒤로 넘어간 콧물인겁니다.
둘째는 감기로 인해 기관지가 예민해진 경우입니다. 감기는 나았는데 감기 바이러스가 기관지에 상처를 내서 극도로 예민해지게 되면 아주 사소한 자극(나쁜 공기, 담배연기, 음식냄새, 매연, 찬 공기 등등)에도 기침을 계속 연달아서 하게 됩니다. 대개 가래 등 다른 증상 없이 기침만 많이 합니다.
셋째는 기침변이성 천식이란 게 있습니다. 천식은 흔히 알다시피 숨이 가쁘고 색색거리는 소리가 나는 병인데 이런 증상은 없는데 기침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알레르기 증상이 있거나 숨이 가쁘면 진단에 도움이 될 텐데 진찰과 검사 없이 그냥 이야기만 듣고 이것인지 아닌지는 감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넷째는 위식도 역류입니다. 요즘에는 비교적 유명해진 질환인데 쉽게 말해서 위안의 내용물이 미세하게(혹은 상당량이) 식도를 타고 올라가서 때로는 후두를 자극하거나 기관지로 넘어갑니다. 이런 분들은 특히 밤에 자려고 누우면 기침이 더 심해집니다. 비만하거나 임신을 하신 분들도 없다가 이런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치료는 아주 다양하고 정확히 진단하는 법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제가 일률적으로 여기서 간단히 소개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확한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치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서울에서 전에 일할 때 제가 만성기침 전문의사가 되어버린 경우가 있었습니다. 환자들이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서 경기도에서도 오셨더랬습니다. 제가 그만큼 잘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의사들 하는 말로 환자와 의사도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아마 저와 그 분들이 궁합이 잘 맞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오랫동안 기침으로 고생하신다면 궁합이 잘 맞는 의사를 찾으셔야 할 줄로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이 치료의 지속성 측면에서 여러 의사를 옮겨 다니는 환자를 진료하는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기침이 이렇게 몇 주간 지속되는데 그냥 기다리긴 좀 그럴 것 같습니다.
어른은 그렇고 소아의 경우에도 만성기침의 원인은 대개 위와 같이 요약이 됩니다. 간혹 가다가 정말 치료가 잘 안 되는 어른에는 없는 특이한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도 있는데 공연히 걱정만 드릴까봐 구체적인 언급은 안하려고 합니다. 일단 소아의 기침이 오래가면 대학병원 급으로 가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병원 의사들도 능력이야 대학병원 의사들 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특히 소아를 검사할 만한 시설을 갖춘 곳은 많지 않습니다. 대학 병원에 가면 엑스레이도 찍고 알레르기 검사도 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부모들께서 시간도 써야 되고 돈도 나가서 부담스러운 점이 많을 것입니다만 제 생각으로는 아이들에게 만큼은 그 정도 투자를 해주어야 하지 않나하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감기가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감기에 걸렸다가 나았다가 또 다시 걸리는 그야말로 일 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소아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애가 면역력이 약하다고 생각하시는데 엄격한 의학적 기준으로 보면 정말 면역이 약한 사람은 그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심한 증상을 가지게 되므로 면역이 약하다는 말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원인인 감기 바이러스를 접촉할 기회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이거나 아이들의 습관(예를 들면 입에 손을 자주 가져가는 등)이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부모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손을 자주 씻게 하고(매번 음식 먹기 전과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감기에 걸린 사람과 접촉을 피하게 해주는 것(감기가 유행일 때 외출을 삼가고, 감기 걸린 사람들이 아이를 만지지 않도록 해주는 등)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래도 자주 감기에 걸리면 덕분에 면역이 잘 길러지겠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밖에요.
그건 그렇고 하여간 아만다와 저는 비교적 잘 지냅니다. 그 이유가 아만다가 약간 통통한데 옥주현을 연상케 하는 미모에다가 특유의 히스패닉 액센트의 영어가 콧소리와 섞여서 정말 귀엽게 들립니다. 또 다른 간호사보다 훨씬 부지런하고 싹싹해서 모든 사람에게도 인기가 좋지요. 그런데 이 간호사가 제가 처음에 이 병원서 일을 시작할 때 저한테 닥터 고는 과묵한 것이 오히려 귀엽다고 말을 해줬으니 제가 안 좋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사실 처음 옮겨간 병원이라 일이 익지도 않고 사람들도 잘 모르니 말을 많이 안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와중에 친한 척해주니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그런데 그 아만다가 오늘 갑자기 항생제를 먹어야겠다고 용량을 물어보는 겁니다. 이유인즉 감기에 걸린 지 한 달도 넘었는데 아직도 기침이 나고 콧물도 난다는 거였습니다. 때는 이때다 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고 진찰도 해주고 해서 신세를 좀 갚았습니다.
목뒤로 코가 넘어가는 모습
문제는 기침이 오랫동안(특히 3주 이상) 끊이지 않고 계속 나는 것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경우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증상으로 병원에 가면 예전에는 기관지염이니까 약을 더 먹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관지염이라는 모호한 진단명은 사실 그 뒤에 감추어진 다음에 설명드릴 몇 가지 질환일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만약에 만성적인 기침으로 병원에 가셨는데 이런 진단을 들었다면 그 의사 선생님을 꽉 붙잡고 주치의로 삼으셔야 할 겁니다.
후비루를 검사하는 내시경
둘째는 감기로 인해 기관지가 예민해진 경우입니다. 감기는 나았는데 감기 바이러스가 기관지에 상처를 내서 극도로 예민해지게 되면 아주 사소한 자극(나쁜 공기, 담배연기, 음식냄새, 매연, 찬 공기 등등)에도 기침을 계속 연달아서 하게 됩니다. 대개 가래 등 다른 증상 없이 기침만 많이 합니다.
셋째는 기침변이성 천식이란 게 있습니다. 천식은 흔히 알다시피 숨이 가쁘고 색색거리는 소리가 나는 병인데 이런 증상은 없는데 기침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알레르기 증상이 있거나 숨이 가쁘면 진단에 도움이 될 텐데 진찰과 검사 없이 그냥 이야기만 듣고 이것인지 아닌지는 감별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천식과 기관지 과민에 사용되는 흡입제
치료는 아주 다양하고 정확히 진단하는 법도 다양합니다. 그래서 제가 일률적으로 여기서 간단히 소개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확한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치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서울에서 전에 일할 때 제가 만성기침 전문의사가 되어버린 경우가 있었습니다. 환자들이 알음알음 소개를 받아서 경기도에서도 오셨더랬습니다. 제가 그만큼 잘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의사들 하는 말로 환자와 의사도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아마 저와 그 분들이 궁합이 잘 맞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오랫동안 기침으로 고생하신다면 궁합이 잘 맞는 의사를 찾으셔야 할 줄로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의사들이 치료의 지속성 측면에서 여러 의사를 옮겨 다니는 환자를 진료하는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기침이 이렇게 몇 주간 지속되는데 그냥 기다리긴 좀 그럴 것 같습니다.
위식도 역류의 설명한 그림
마지막으로 감기가 오래가는 것이 아니라 감기에 걸렸다가 나았다가 또 다시 걸리는 그야말로 일 년 내내 감기를 달고 사는 소아들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애가 면역력이 약하다고 생각하시는데 엄격한 의학적 기준으로 보면 정말 면역이 약한 사람은 그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심한 증상을 가지게 되므로 면역이 약하다는 말을 쓰기는 어렵습니다. 원인인 감기 바이러스를 접촉할 기회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이거나 아이들의 습관(예를 들면 입에 손을 자주 가져가는 등)이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부모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손을 자주 씻게 하고(매번 음식 먹기 전과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감기에 걸린 사람과 접촉을 피하게 해주는 것(감기가 유행일 때 외출을 삼가고, 감기 걸린 사람들이 아이를 만지지 않도록 해주는 등)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래도 자주 감기에 걸리면 덕분에 면역이 잘 길러지겠구나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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