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의과대학을 다니면서 배운 것 중에서 가장 혐오스럽고 속을 거북하게 했던 것은 해부학 실습도 아니고 종기에서 흘러나오는 고름을 검사하는 것도 아닌 속눈썹에 사는 벌레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었습니다. 그냥 눈썹도 아니고 속눈썹에, 아무리 아름다운 도시의 여인이나 아마존 정글의 원주민도 가릴 것이 없이 이런 기생하는 벌레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흔히들 하는 말로(약간 화장품 광고 카피처럼 들리지만) 사람은 자연의 일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사람이 자연 속에 살고 있기 때문뿐만이 아니라 사람 안에도 또 다른 생태계가 있다는 측면에서 참으로 정확한 말입니다.
이 아름다운 눈썹에도 벌레가 산다
예를 들어 대변의 성분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물의 소화되고 남은 잔재 정도로 생각합니다만 대변의 수분을 제거하고 남은 덩어리의 무게의 60%는 세균과 세균의 죽은 잔재들입니다. 나머지가 소화되고 남은 섬유질 등의 음식물과 장에서 배출되는 빌리루빈 등 여러 가지 물질입니다. 즉 사람의 장은 그 유명한 대장균을 위시한 각종 세균들이 사는 생태계입니다. 이 세균들은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죽고 죽은 시체들은 대변으로 배출이 됩니다.
지금은 별로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니지만 장에서 기생하는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 각종 기생충들도 인간의 몸을 안식처삼아 살아가는 반갑지 않은 식구들입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기생충이 없기 때문에 생각조차 안하고 살아갑니다. 그뿐이 아니고 피부에도 세균이 살고 있고, 입속과 콧속에도 세균이 많이 있지만 누구도 이런 정도를 가지고 혐오감을 느끼면서 살지 않습니다.
눈썹구멍에 일곱 마리나 박혀있다 |
핸섬한 얼굴 |
구멍에서 나오려고 몸부림을.. |
하지만 이 속눈썹에 사는 벌레들은 너무 눈이라는 민감한 부위에 가까운 곳에 살아서 그런지 아니면 모양자체가 충분히 징그러워서 그런지, 그것도 아니면 아무리 청결한 사람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지 저에게는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존재들이었습니다.
잘 생긴 이놈이 바로 눈썹 진드기
위 사진에서 보시는 지렁이 비슷한 벌레는 사실 진드기 종류로 취급이 되는 Demodex folliculorum이라는 녀석입니다. 이 벌레들은 몸에 있는 얼굴에 있는 털구멍에 박혀서 살면서 피부의 각질 등을 주 먹이로 살아갑니다. 대개는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의사들도 치료하진 않습니다만 간혹 속눈썹에 지나치게 번성하면 눈썹이 잘 빠질 수 있고 습진과 비슷한 피부염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평화롭게 인간과 공존하는 법을 잘 배운 녀석들입니다.
위 그림은 침대나 베개, 이불 등에 살고 있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한 집먼지 진드기로써 역시 사람을 물거나 큰 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나 벌레 자체가 단백질로 되어 있어서 사람의 인체가 살아있는 혹은 죽어있는 이 집먼지 진드기의 성분에 과민반응을 보여서 알레르기성 비염 등이 악화되는 원인이 됩니다. 이 녀석들은 대신 이불에 떨어지는 사람의 각질을 먹어주니까 아프리카의 하이에나처럼 청소부 역할을 해주지만 아무래도 없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해줄 것 같습니다. 이 녀석들도 역시 눈썹 벌레들처럼 진드기로 분류가 됩니다.
간 디스토마 기생충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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