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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고 미국 생활 이야기

뉴욕 물가 비싸다지만 살아보니 서울보다 싼 것도 많아

가끔 한 번씩 신문에 보면 서울의 물가가 세계의 유수의 도시들과 비교해서 너무 비싸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이런 통계를 보면 대개 상징성은 있지만 매일 먹지는 않을 것 같은 햄버거 가격이나 스타벅스 커피 가격 등을 지표로 제시하고 있어서 실제로 그 도시에서 사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는 알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미국에 살지만 수입된 값비싼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사는 대부분의 한국인의 경우에 일반적인 미국인보다 훨씬 많은 식품비를 지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만약 한국에 사는 누군가가 내가 미국에 가서 살면 얼마나 돈이 필요할까하고 궁금해지면 결국은 와서 살아보는 것 이외에는 생활비를 가늠해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

그래서 저는 2005년에 미국에 와서 2007년 현재까지 가계부를 작성한 것을 바탕으로 뉴욕의 생활물가가 얼마나 드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제 가계부의 항목을 바탕으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먼저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입니다. 지금부터 나오는 금액은 환율을 1달러당 950원으로 하고 제가 임의로 반올림을 해서 한화로 적어 보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초고속 인터넷, 케이블 TV, 그리고 유선 전화료 패키지가 각각 3만 원 정도인데 세금까지 10만원이 됩니다. 전기세의 경우 매달 에어컨을 쓸 때와 쓰지 않을 때의 편차가 큽니다만 여름에는 10만원, 그 외의 계절에는 6만 원 정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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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의 도시 뉴욕. 그러나 한국보다 싼 것도 많다.


여기서는 DVD를 사는 사람이 많지만 저처럼 온라인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제가 선택한 것은 netflix라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대여 서비스로 한 달에 만 원가량이 지출이 됩니다. 가장 저렴한 옵션인데 한 달에 4편 정도의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휴대폰 요금은 저와 제 아내 두 대에 대해서 6만 원 정도 나갑니다. 패밀리 플랜이라는 것인데 가족 간에는 공짜고 그 외에 매달 500분의 통화가 무료입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는 아파트 관리비에 가스요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용량은 따로 제한이 없습니다. 뉴욕은 상하수도 요금이 없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물 값이 공짜는 아닌데 미국의 철강왕인 록펠러가 뉴욕시민대신 내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확인은 못해봤습니다. 아파트 관리비와 임대료가 사실 매달 고정 지출의 상당히 큰 부분인데 저는 직원용 아파트에 저렴하게 사는 특수성이 있어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중심가를 약간 벗어난 맨해튼의 방 두 개짜리 깨끗한 아파트의 경우 매달 월세와 관리비의 합이 2-3백만 원 정도라고 들었는데 대강 이정도이구나 하는 감만 잡으시면 되겠습니다.

자동차 기름 값은 지금 갤런당 3불이 조금 넘고 리터로 환산하면 800원정도 될 것 같습니다. 중형차를 모는  저의 경우 한 달에 10만 원 정도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이라면 쓰지 않을 두 가지 비용을 매달 지출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법률 서비스인데 의료보험처럼 매달 2만 5천 원 정도를 내고 필요할 때 변호사를 무료로 쓸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보통 변호사와 한 시간 면담료가 20-3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괜찮은 서비스입니다. 보통 사람이 평생 변호사 한번 볼일이 있을까 말까한 한국과는 달리 여기는 변호사 필요한 일이 가끔 생깁니다. 두 번째는 신용정보 리포트 서비스인데 매달 1만 2천 원 정도 들어갑니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지만 저의 경우 초기 정착시 들었던 각종 비싼 신용카드와 대출의 경험을 교훈삼아 그냥 아까운 것 참고 지출하고 있습니다.

세금은 얼마나 떼나

소득세(국세, 주세 그리고 도시세), 국민연금(social security)는 월급에서 아예 제하고 나와서 따로 돈을 쓰지 않습니다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한 달 90만 원 정도가 나가는데 제 월급은 한국의 중견기업 혹은 대기업 과장 정도 수준이라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또 하나 들어가는 돈이 주차비입니다. 직장은 말할 것도 없고 사는 아파트에서도 주차비를 따로 받는데 저의 경우 역시 상당한 할인이 있어서 비교하기가 어려운데 저는 6만원씩 나가지만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퀸즈의 경우 그냥 길에 주차하기도 하고 맨해튼의 경우 차 한 대당 20-30만원을 따로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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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화, 케이블 티브이, 인터넷 요금을 한 패키지로 들어가는 액수가 보입니다.


지하철은 한번 타는데 거리에 관계없이 2천 원 정도입니다. 한 달에 40번 정도 탄다면 8만원은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으로 말하면 혼잡 통행료나 고속도로 톨게이트비 같은 개념의 도로 통행세가 있는데 주로 다리에서 돈을 내고 금액이 1-6천원 사이인데 저는 한 달에 4만 원 정도 냅니다.

외식비와 식품비

외식은 한 달에 한두 번 하는데 대개 한식을 먹습니다. 삼겹살이나 쇠갈비 일인분에 2만 원 정도, 각종 찌개 등 요리는 1만 2천 원 정도입니다. TGIF나 아웃백 스테이크등에서 먹는 스테이크, 스파게티등도 이 정도 범위입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이 외식비로 쓰는 돈이 5만 원 정도 됩니다. 부식비로 저희 세가족이 한 달에 지출하는 돈은 60만 원 정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 한국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한번에 10-15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청과물과 쌀값이 싼 미국치고는 상당히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그 이유는 저희 가족은 몸만 미국에 있지 음식은 비싼 한국 음식을 먹기 때문입니다. 아마 미국사람들처럼 식생활을 한다면 훨씬 돈이 덜 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2살 먹은 아들 때문에 들어가는 돈이 기저귀, 물티슈, 우유, 옷, 장난감등을 다해서 매달 20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미국에서 사는 가장 좋은 점은 옷값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백화점에서 게스, 노티카, 토미 힐파이거, 랄프로렌 등 유명 브랜드 옷이 세일하면 티셔츠는 만원, 청바지는 2만원, 남성 잠바는 4만 원 정도입니다. 거의 항상 어떤 형태로건 세일이 있어서 정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아내가 쓰는 고급 화장품의 경우 한국의 반값 정도합니다. 그 외 제과점 빵이나 떡값은 한국과 비슷합니다. 화장지, 비누, 샴푸 등 생활필수품도 대부분 한국과 가격이 비슷하고 전자제품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가끔 엄청나게 싼 중국산이 특가로 나오지만 그냥 보통 메이커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위 집계의 약점은 아무래도 미국에 살면서 가장 덕을 본다는 싼 주거비용과 자동차 값의 지출이 없다는 것 일겁니다. 하지만 뉴욕은 서울과 주거비가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자동차 값은 한국과 비교할 때 독일 차의 경우  60%, 일본차의 경우 50%, 한국 차의 경우 70% 수준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메이커와 차종에 따라 가격이 다르니 일괄적으로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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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에 한번씩 내는 전기요금입니다.


정리하자면

결론적으로 미국의 전반적인 물가는 한국보다 싼 것이 집, 자동차, 농축산물, 의류 등이고 전자제품, 기타 생활필수품은 비슷하며, 한국 사람이 많이 찾는 한국 식품류나 한국 식당 등은 훨씬 비쌉니다. 3인 가족 기준으로 주거비를 제외하고 뉴욕에서는 2-3백만 원은 있어야 생활이 가능하며 여기에 한국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교육비는 포함되지 않은 것입니다. 제 경험상 미국 중소도시에서는 주거비 제외한 생활비로 50만 원 정도 덜 듭니다. 미국 이민이나 연수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정도 예측을 가지고 생활비를 계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물가가 오르는 추세이고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신용경색 사태와 겹쳐져 미국 사람들이 살기가 조금씩 어려워진다고는 합니다만 여전히 중국에서 수입되는 질은 약간 낮지만 매우 값이 싼 물건들 덕분에 아직까지는 미국사람들이 낮은 물가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사람들이 이런 혜택을 누리는 이면에는 미국사람들의 비교적 합리적인 소비패턴이 한 몫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미국사람들은 특정 메이커의 제품에 특별한 신뢰를 보이는 한국사람들과는 달리 싸고 질좋은(혹은 질이 나쁘지 않은) 제품의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한때는 시장을 제패했던 코카콜라, 소니, 제너럴 모터스의 자동차등이 신흥 강호들에게 자리를 내주는지도 모릅니다. 언제나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긴장감이 미국에서 경쟁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원동력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고물가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더욱 영리해져야 하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