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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

현대의 렉서스 버전으로 어떤 차가 나올까

현대가 제네시스를 미국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미국 네티즌 사이에서 꽤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제네시스를 미국사람들이 살 것이나 안 살 것이다라는 것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에는 차 자체의 품질에 대한 회의론도 있었지만 일단 그랜저나 베라크루즈와 같은 자동차로 현대의 저력을 믿어보기로 한 측도 있었는데 그래도 아무리 차가 좋게 나와도 현대라는 브랜드로는 비싼 차를 팔 수가 없다는 의견이 꽤 많았습니다.

지난 제 글에서 몇 번에 걸쳐 현대자동차라는 회사는 과거 미국에서 최악의 품질을 가진 회사로서 낙인이 찍혀서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의 기억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는 것과 그래도 2005년 이후로 좋은 평가를 받는 차들이 나오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이 호전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세간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기도 전에, 즉 유럽회사는 물론 일본의 메이저 3사에도 한참 뒤지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회사가 갑자기 럭셔리 자동차를 만들 것이라고 했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제네시스 성공이 가져온 욕심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마즈다의 밀레니아와 폭스바겐의 페이톤의 예가 럭셔리 브랜드가 아닌 회사가 럭셔리를 표방한 자동차를 만들었다가 실패한 사례로 언급이 되었고 현대보다도 더 나은 이미지를 가진 이 두 회사도 못한 것을 현대가 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현대의 팬들이라 할지라도 현대가 렉서스나 인피니티와 같은 럭셔리 메이커를 새로 만들기 전에는 제네시스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 안착하게 되었고 꾸준히 판매를 늘려가면서 지난 달의 경우 1,690대로 역대 최대 판매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데뷔한 작년 8월의 경우 1,177대를 팔았는데 그래도 조금의 신차효과가 뒷받침되는 이런 시기에 비교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의 평가가 호의적이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source; foursprung.com

이런 제네시스의 미국 데뷔에는 현대의 최고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다는 후문이고 이제 한발 더 나아가서 한국에서 데뷔한 에쿠스를 미국에 진출 시켜보려는 본사의 입질이 한참입니다. 미국 쪽 전문가들이나 한국 쪽 전문가들이나 이런 큰 그림을 미리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과연 현대의 대형 세단이 미국에 들어올 것인가 들어온다면 언제 어떤 형태로 들어올 것인가가 상당히 흥미를 끄는 분석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의 뉴욕 모터쇼에서 현대는 에쿠스를 그대로 들여다가 전시를 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폈고 얼마 전에는 에쿠스 100대를 미국의 딜러에 풀어서 판매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겠다는 소식이 미국 일간지를 통해서 흘러나왔습니다.

한국에서의 현대자동차에 브랜드 파워에 익숙한 분들은 에쿠스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것 자체가 커다란 도박임이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네시스도 팔리는데 에쿠스를 못 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름도 없는 중국의 체리 자동차가 한국에 3천만 원짜리 차를 판다고 했을 때의 충격과 6천만 원짜리 차를 팔겠다고 했을 때의 충격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체리 자동차라도 질이 좋으면 고객이 있어야 정상일 것 같지만 체리의 6천만 원 대 초대형 세단을 사느니 렉서스나 BMW의 중형 세단을 고를 사람이 대다수일 것입니다

같은 일이 미국에도 있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시장이 큰 것 같아도 안 팔릴 차는 잔인하게 안 팔립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폭스바겐 페이톤은 미국 시장 데뷔 후 2006년 철수할 때까지 4년 동안 겨우 2,753대밖에 못 팔았습니다. (제네시스 세단의 두 달 판매량입니다.) 그래서 5-6만불대의 현대차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히도 미국의 제네시스 오너들의 동호회에 들어가보면 제네시스를 사는 도박을 했지만 결국 품질에 만족을 느꼈다면서 이제 에쿠스가 오면 다음 차로 에쿠스를 사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현대가 렉서스 식의 럭셔리 브랜드를 새로 런칭할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3-4만 불로는 독일 명차의 소형차 정도만 사정권에 들어오지만 5-6만 불을 넘어서면 대부분의 럭셔리 메이커의 중형차가 사정권에 들어오므로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에쿠스가 아무리 좋아도 현대차의 배지를 달고는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현대판 렉서스의 출현

그래서 현대 내부적으로도 에쿠스의 판매에 시기를 맞춰서 럭셔리 메이커를 데뷔시키는 것이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과거 제네시스의 데뷔에 맞추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일단 제네시스가 성공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논의는 잠복되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저울질이 시작된 것입니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가 새로 문을 열게 되면 과연 어떤 차종이 그 브랜드를 채울 수 있을까요? 다른 회사의 라인업을 따져보면 별로 어려운 예상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흥미로운 상상일 것 같습니다.

1. 중형 세단

일단 중형 세단으로는 현재의 제네시스가 당연히 들어갈 것입니다
. 현대가 아닌 제네시스 마크를 달고 나온다면 가격의 소폭 상승이 예상되며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까지 남은 2-3년 후 정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가격은 3만불 후반에서 4만불 후반까지 형성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성능도 높여서 렉서스 GS, 벤츠 E 클래스, 아우디 A6, BMW5시리즈 등과 본격적인 경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2. 대형 세단

대형 세단으로는 당연히 에쿠스이지만 에쿠스라는 이름을 우스꽝스럽게 생각하는 현지인들의 정서상 이름이 아마도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 처음에는 제네시스 프레스티지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요즘은 제네시스 시그니처라는 이름이 떠오른다고 하는데 어째튼 이 차는 4만불 후반에서 6만불 사이에서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가격대의 차이는 크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각 럭셔리 메이커의 플래그쉽인 렉서스 LS, 벤츠 S 클래스, 아우디 A8, BMW 7 시리즈등과 경쟁을 표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source; autoblog.com

3. 스포츠유틸리티

럭셔리 메이커라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SUV를 적어도 한대는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개발기간의 제약과 기술력의 한계로 BMW X3,5와 같은 차보다는 렉서스의 RX에 해당하는 모델이 나올 것 같습니다. 실제 렉서스가 아무리 IS, GS, LS600h같은 정통 럭셔리 자동차를 만들고 광고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판매는 가장 싼 ES와 더불어 SUV RX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대가 이 부분에 넣을 차가 있는가 하면 당연히 있습니다. 바로 베라쿠르즈입니다. 현대도 당초에 베라쿠르즈를 RX의 경쟁자로 부각을 시킨 바가 있고 현재 미국의 경기 상황 때문에 판매에 죽을 쑤고 있지만 가격대비 기본기가 괜찮은 차로서 배지가 제네시스로 바뀌는 순간 판매가 오히려 늘 가능성이 있습니다. 렉서스도 RX 판매가 자사 승용차 전체 모델 다섯 종의 판매량과 비슷할 정도로 잘 팔리기 때문에 현대가 포기할 시장이 아닙니다.

source;autospies.com

3. 스포츠 쿠페

쿠페로 현재 분전을 펼치고 있는 제네시스 쿠페가 당연히 올라갈 것입니다
. 아마 내장이 상당부분 업그레이드 되어야 인피니티 G 쿠페나 BMW 1시리즈나 3 시리즈 쿠페등과 경쟁이 되겠지만 럭셔리 브랜드가 판매에 덕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아마 가격은 현재에서 소폭 오른 2만불 후반에서 3만불 후반까지 형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source; autospies.com

4. 전륜구동 중형 세단

렉서스도 1989년 처음 데뷔할 때 LS400 달랑 한대도 데뷔했던 것처럼 현대도 풀 라인업을 구성하지 않고 위에 말씀 드린 4개 차종으로만 구성해도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각 영역을 채울 차종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예상되는 첫 번째 차종이 렉서스 ES에 해당하는 차를 넣어볼 수가 있습니다. 물론 독일 명차 브랜드의 경우 이런 카테고리의 차를 찾기가 힘듭니다. 엄밀히 말해서 렉서스용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고 전륜구동 기반의 캠리라는 대중차를 내외장만 바꾸어 럭셔리 차로 변화시킨 꼼수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요타가 시도해서 판매에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에 현대가 벤치 마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ES 판매가 IS, GS, LS, SC의 판매를 다 합한 것과 같을 정도입니다. 현대로서는 소나타를 고급화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그랜저를 제네시스 라인업에 올리는 것이 보다 쉬운 길입니다. 일단 그랜저 자체가 ES에 비해 그렇게 떨어지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비도 아낄 수 있고 실패시의 부담도 적습니다. 내장은 분명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하고 핸들링도 개선이 요구되지만 성공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source; thesupercars.org


현대가 이 분야에도 도전을 할 수 있을까?

5. 준중형 세단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바로 준중형 라인업입니다
. 이는 대성공과 대 실패 중에 한 가지 선택만 있는 독특한 모델이 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가격과 경쟁자들 때문입니다. 이 분야는 3만불 초반부터 5만불 초반까지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독일의 명차보다는 일본의 렉서스 IS와 인피니티 G를 경쟁자로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격이 2만불 초 중반부터 3만불 초반까지 나와줘야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온갖 옵션을 집어넣고 핸들링을 향상시킨 모델이 2만 불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현대로서는 투자는 많이 들어가고 한 대 판매당 나오는 수익은 비교적 박한 모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로서는 보통 중형차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약간 작기는 하지만 럭셔리 자동차를 가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선택이고 그래서 판매의 볼륨을 엄청나게 키울 여지가 있습니다.

source; cars.com

다시 말하지만 마치 렉서스의
ES RX가 잘 팔리는 이유와 비슷한 것입니다. 가격대로는 대성공의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품질이 받쳐주지 못하면 제네시스에 못지 않은 개발비를 투자하고도 안 팔리게 되므로 대 실패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여기에 해당하는 현대의 차는 아직 없고 개발중인 모델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현대로서도 위에서 말씀 드린 그랜저 변경모델로 손쉽게 승부를 보려고 할 가능성도 높고, 제네시스 쿠페로도 고객층의 부분적인 흡수가 가능하며, 아큐라 TL의 예처럼 소나타를 손보고 현재 개발중인 AWD를 올려서 대체 할 수도 있는 만큼 후륜구동 준중형 자동차의 출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여러모로 관심이 가는 분야입니다.

6. 기타

얼마 전에 현대 미주법인의 존 크라프칙 법인장이 네티즌 간담회에서 밝힌 바대로 2인승 쿠페나 컨버터블 모델에 대해서도 출현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지만 워낙 시장이 작고 특히 내수에 활용성이 매우 떨어지는 만큼 개발이 어느 정도 되어 있다 하더라도 제네시스 브랜드가 미국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지기 전에는 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관심이 가는 것이 BMW M이나 벤츠의 CL 혹은 아우디의 S로 시작하는 퍼포먼스 스포츠카의 현대 버전을 볼 날이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현대의 미약한 스포츠 세단에 대한 관심과 역사상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제네시스용으로 개발된 타우 엔진의 크기를 키우고 수퍼차저를 달아서 500마력 정도로 출력을 올린 후 에쿠스에 달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런 엔진이 있다면 먼 장래에는 퍼포먼스카에 대해 욕심을 내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상으로 미국의 현대 팬들이 에쿠스의 미국 데뷔와 맞춰서 미국에서 시작되기를 바라는 현대 자동차판 렉서스의 미국 라인업에 대해서 예상을 해 보았습니다. 이름은 아마도 제네시스가 될 가능성이 높고 차종은 3종 정도로 시작해서 라인업이 더해 갈 것으로 보입니다. 럭셔리 브랜드의 런칭에 드는 기간과 비용을 생각할 때 올 말에 제네시스 브랜드 런칭이 발표되더라도 아무리 일이 빨리 진행되어도 2011년 이후에나 제네시스 마크를 단 차를 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미국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쓰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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