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어 공부 제대로 하기

영어 공부에서 발음이 얼마나 중요할까(2)

전에 소개시켜 드린 에피소드도 그렇고 일부 미국사람들은 우리에게는 엇비슷한 B와V, F와P 같은 발음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우리가 어설프게 발음하면 야속하리만큼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어발음을 조금 공부하다 보면 B나 P는 붙었던 입술이 떨어지면서 입안의 바람이 쏟아져 나오면서 나는 소리이고, V나 F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물고 있다가 입안의 바람을 불어 아랫입술을 바깥으로 내보내면서 내는 소리이기 때문에 다른 소리는 다른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가 위의 발음이 가장 구별하기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우리말에 있는 ‘브’나 ‘프’와 같은 단어가 위의 어느 발음과도 완벽히 같지는 않다는 것일 것입니다.

big, victory, proof, fence와 같은 단어를 빅, 빅토리, 프루프, 펜스로 표기하는 것에서 보듯이 우리말로는 두 발음의 차이를 두지 않을뿐더러 우리말의 브는 V보다는 B에 가깝고, 프는 F보다는 P에 가깝지만 여전히 완벽하게 같은 발음은 아닙니다. 저도 이런 사정을 알게 되면서 미국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의 발음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미국사람입장에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사람들도 영어를 못 알아 들을 때가 있다

그런데 미국에 살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를 공부하다가 (이미 이런 점을 느끼신 분 계실 것 같습니다만) 미국인들도 예를 들어 전화로 통화하다가 철자를 불러주어야 할 상황이 되면 발음이 비슷해서 잘못 받아 쓰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특정 단어를 예시하면서 불러줍니다. 아래 대화를 보시죠.

May I have your name?
Of course, my name is Henry Cejudo.
Would you spell your last name?
Yes, C as in Charlie, e as in echo, j as in john, u as in union, d as in David, o as in ocean.
Thank you.

그런데 한국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가 되겠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김 검모입니다.
아, 김 건모요.
아니요. 김 검모요. 검정색 할 때 ‘검’이요.
아 예, 김 검모씨요. 알겠습니다. 

사실 위의 영어 대화는 제가 약간 과장스럽게 구성한 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모음은 거의 헷갈리는 경우가 없고 자음 중에서도 B와V, C와S, D와B, F와P, M과 N이 주로 혼동되는 발음이어서 이런 경우에 위와 같은 ‘~ as in’의 표현을 쓰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미국사람들이 그토록 다른 알파벳의 다른 소리들을(P와F, B와V등도 포함해서) 소리를 완벽하게 다른 발음으로 인식한다면 이렇게 구별해서 불러줄 필요도 없을 겁니다. 그냥 c, e, j, u, d, o 하고 불러주어도 혼동하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실제 세계에서는 놀랍게도 혼동이 잘 일어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위와 같은 as in을 가장 많이 쓰는 경우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름이나 지명을 전화로 불러줄 때 가장 많이 써먹긴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소리의 혼동을 미국사람들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런 소리를 잘 구별해서 내지 못하는 것을 지나치게 부끄러워하고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를 핑계로 최대한 정확한 발음을 배우고 소리 내도록 노력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되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언제나 불공평하듯이 야속한 원어민들이 여러분의 최대한 성의 있게 만든 발음을 몰라주고 계속 되물을 때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자신감을 잃고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의사소통은 더 어려워집니다. 차라리 약간 틀린 발음이라도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해야 이 사람들이 알아들으려고 노력하고 알아듣는 경우가 생깁니다. 우리 모두가 모국어도 아닌 영어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종종 부끄러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 경험으로는 한국인이 이런 경향이 조금 더 한 것 같습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인지 지나치게 양심적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정확한 발음, 완벽한 발음, 게으른 발음

자신감을 갖고 외국인을 대하는 것은 좋은데 여기에 더해서 발음에 대해 제가 내린 결론은 완벽한 발음은 만들지 못해도 정확한 발음은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업이 영어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잘못된 발음이 한 번 굳어지면 다시 되돌리려면 정말 힘듭니다. 그래서 전에 제가 추천 드린 영어로 책 읽기를 할 때 한 단어, 한 단어(혹은 한 음절, 한 음절) 발음하는 법대로 정확히 발음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몇 가지 발음하는 법에 대해 여쭈어 보겠습니다. (영어 고수들은 지금부터의 제 설명이 너무 간략해서 정확하지 않다고 좋아하지 않으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도 정확한 혀의 위치와 입술의 모양이 중요하다는 점은 여러 번 강조한 바가 있고 지금부터의 설명은 정말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Bat, bet의 발음을 구별해서 소리 낼 수 있는지요. 관건은 a와 e의 발음인데 a를 발음할 때는 우리말의 ‘애’와 비슷하지만 입을 더 크게 벌리고 소리를 내셔야 합니다. E의 경우는 그냥 ‘에’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소리를 내보시지요. 분명히 다른 소리가 날 겁니다.

The의 발음은 어떤가요. 한국말로 ‘더’라고 발음하시지는 않습니까. 제대로 발음하려면 기본요건은 혀가 윗니 아랫니 사이로 나와서 혀를 살짝 무는 것 같은 모양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혀가 입안으로 들어가면서 ‘더’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닫힌(혹은 살짝 열린) 치아 뒤쪽에서만 혀가 머무르면서 소리를 내는 우리나라의 ‘더’발음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럼 문장을 읽다 보면(혹은 영어로 말을 하다 보면) 수많은 the가 나오는데 매번 혀를 치아 사이로 내었다가 들어가야 할까요. 맞습니다. 귀찮지만 그렇게 해야 합니다. 간혹 원어민들도 완전히 혀를 빼물지 않고 the를 쉽게 발음하기도 합니다만 소리는 그래도 제대로 나옵니다. 검도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에게 진검을 주지 않는 법입니다. 원어민이 간혹 그렇게 하더라도 배우는 사람은 원칙대로 해야 합니다.

R과 L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요. Royal 과 loyal을 발음을 해보시죠. 이미 유명한 방법입니다만 R을 소리 낼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우리말로 ‘우’를 ‘단어 앞에서 소리하고 단어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Royal 은 그래서 우로얄이 됩니다. Loyal은 ‘을’을 붙여서 을로얄하고 읽으면 그나마 진짜 발음에 비슷해집니다. 물론 이 우자와 을자는 소리가 날 듯 말 듯 해야 합니다. 조금 더 말씀 드리면 R을 발음할 때는 입안에서 혀가 약간 동그랗게 말리면서 소리를 내야하고 L은 혀의 앞부분이 윗니의 바로 뒤쪽의 입천장에 붙었다 떨어지면서 소리가 나야 합니다.


Frank 와 prank는 어떻습니까. 물론 F와 P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인데 위에 설명했으니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조금 더 강조하자면 f를 발음하실 때 윗니로 확실하게 아랫입술을 물었다가 앞으로 아랫입술을 바람과 함께 뱉어내야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영화를 보시다가 속칭 F word라는 욕을 종종 들으실 겁니다. 이 때 영화 속 등장인물의 입술을 유심히 보신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입술이 확실하게 물리고 뱉어집니다. 그래서 때로는 단어가 나오기도 전에 입술이 윗니에 붙는 것만 보고도 욕이 나오겠구나 짐작하기도 합니다. Van과 ban은 어떻습니까. 입술모양은 F, P와 같습니다만 성대를 울려서 나오는 소리라는 차이만 있으니 소리를 내실 수 있을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어 하나 하나를 모두 정확하게 발음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사정을 염두에 두고 단어를 발음해 볼까요. 우리가 잘아는 friend를 한 번 발음한다고 해보지요. F는 아랫입술이 윗니에 붙었다가 떨어져야 하고 r은 혀와 입술이 동그랗게 말려야 하고 ie는 우리말의 ‘에’와 비슷하다고 했으니 그나마 쉽고 d는 위에서 설명은 안 했는데 혀 끝이 윗니와 입천장 사이에 재빨리 붙었다 떨어지면서 ‘드’하고 소리를 내야 합니다. 우리말의 그냥 ‘드’는 굳이 혀가 멀리 윗니 뒷면까지 가지 않고도 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 완전히 같은 발음은 아니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그래서 friend를 다시 발음해 보시죠.

쉽습니까?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고 아마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쉽게 우리말로 발음하듯이 ‘프렌드’라고 하는 것과 엄청난 차이를 느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 아래 문장을 한 번 읽어 볼까요.

I have hundreds of friends I’ve never met.

제가 언급한 몇 가지만 신경 쓰려고 해도 이제 신경 써야 할 것이 수십 가지가 됩니다. have에서도 v발음을 정확하게 해야 하고 hundreds도 쉽지 않겠군요. Of 에서도 f발음 잘 해야 하고 I’ve에서도 v 발음 잘 해야 하고, never에서도 v가 또 나오고 t 발음도 d발음과 혀의 위치가 같은데 성대가 울리지 않는 차이가 있는 것을 감안하고 발음해야 합니다. 한번 다시 이 모든 것을 신경 쓰면서 읽어보시죠. 그냥 무신경하게 ‘아이 해브 헌드러즈 어브 프렌즈 아이브 네버 멧’이라고 게으르게 대충 발음하는 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다음 구문은 어떻습니까.

I have hundreds of friends I’ve never met. Being a gentleman of a certain vintage, I like the idea that attractive young women will accept my friendship without having ever actually met me. So you might notice in my facebook profile that I have quite a few such “friends”. Other Facebook users seem to want to be friends with famous people or visible people or whatever.

아주 짧은 단락입니다만 위 단락 하나만 신경 써서 읽으려고 해도 이젠 정말 신경 쓸 것이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사정이 이러한데 이런 연습이 안된 사람은 하루에 수십 페이지씩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대로 발음을 내면서 읽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거친 사람은 언뜻 듣기에는 그냥 무신경하게 자기 소리 내고 싶은 대로 내서 발음해서 책을 읽은 사람과 비슷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갖게 됩니다. 이런 노력을 거친 사람이 말하는데 못 알아듣는 원어민이 있다면 그 사람이 견문이 좁은 것이고 그 사람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friend를 그냥 편하게 프렌드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외국인과 이야기할 때 만약 외국인이 자신의 발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외국인 탓을 하지 말고 자기 탓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You only see what you know.

괴테의 말입니다. 읽으시라는 것은 아니고 그냥 그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영어 발음 하나 하나가 이렇게 한국말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면 외국인이 그냥 말할 때도 예사로 보지 않고 입 모양과 혀의 움직임을 보게 됩니다. 보면 그 전에는 그냥 한국말 프렌드로 들리던 것이 입술을 깨물고 뱉고 나서, 입술을 말았다가 풀어지고, 혀가 윗니의 뿌리부분에 붙었다가 떨어지는 진짜 영어발음 프렌드로 들립니다. 몰랐을 때는 안보이던 것이 알면 더 많이 보이게 된다는 말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의 진리

제가 전에 영어책을 읽으라는 것은 이렇게 제대로 발음을 하면서 읽으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노력을 해도 미국사람과 똑 같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은 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발음과 게으른 발음은 우리가 듣기에는 비슷해도 미국사람이 듣기에는 다른 소리입니다. 왜냐하면 입술과 혀의 위치가 그 소리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완벽한 발음은 미국사람과 똑 같은 발음이라면 정확한 발음은 정확한 입술의 모양과 혀의 위치를 가지고 소리 내는 발음이라고 저는 정의합니다. 완벽한 발음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정확한 발음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단지 한국인의 액센트가 들어가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정확한 발음을 가지고 단 한 시간이라도 영어책을 읽어보신 분이 얼마나 계실까요. 읽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조금만 읽어도 목이 타고, 입이 마르고, 목이 쉬게 됩니다. 전에 제가 리 양이라는 중국인의 크레이지 잉글리쉬를 칭찬한 글을 보신 분 계시는 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이렇게 영어책을 읽다 보면 미친 사람처럼 하게 됩니다. 어지간한 노력으로 하기 힘들지요. 쉬운데도 어렵고 어렵지만 쉽습니다. 쉬운 것 같지만 해보면 어렵다는 말은 이해가 가실 것이고, 반대로 왜 어려운데 쉽다고 하는 것일까요.

해보면 점 점 쉬워지는 이유는 이런 발음이 처음에는 어색하고 혀도 잘 돌아가지 않지만 friend라는 단어를 수십, 수백 번 발음해보면 이제 노력하지 않아도 입이 자연적으로 정확한 발음으로 작동하여 소리 내는 법을 깨우치게 됩니다. 즉, 두뇌의 작용과 소리를 내는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조해서 그냥 무의식적으로 쉽게 발음해도 정확한 발음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단어마다 문장의 위치 속에서 연음의 관계로 소리가 조금씩 다르게 날 수도 있는데 이런 관계도 읽다 보면 자연히 깨우치게 됩니다.

정확한 발음은 영어 실력 향상에 기여한다

전에 영어의 발음기호를 쓰지 말고 한글로 영어 발음을 적자고 주장하신 분도 있었는데 이 분 말씀이 일리가 있기도 한 것이 그냥 한글로 적은 발음기호대로 발음해도 미국인들이 잘 알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한국내의 원어민 강사들처럼 한국인 특유의 발음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파이팅’이라고 해도 ‘fighting’이라고 제대로 알아들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정확한 발음을 하게 되면 남이 하는 소리도 더 잘 들리고 잘 들리면 들은 내용이 기억에 남아서 자신이 써먹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언어학습의 선 순환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이 영어실력 향상에 훨씬 유리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가 전에 언급했듯이 테이프가 딸린 책으로 구입해서 반드시 원어민이 읽는 것을 수십번이상 들어보고 발음을 익힌 다음 정확한 발음을 내도록 노력하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영어공부에서 발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라고 제목에 제가 물었습는데 발음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결론 내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하게 됩니다. 미국 사람과 똑 같은 발음이 나오지 않는다고 부끄러워하지도 좌절하지도 마세요. 영어는 의사소통의 도구일 뿐입니다. 미국에서는 거지도 영어발음 좋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원어민과 똑 같은 완벽한 발음이 아니라 외국사람들이 귀담아 듣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실력을 쌓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발음을 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이 안되므로 정확한 발음을 위한 노력은 영어공부의 기본조건이면서 영어실력을 빨리 향상시키는 비결입니다. 여러분 모두다 영어 잘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파이팅 입니다.(파이팅은 윗니로 아랫입술 물고….^^)




ko.USMLELibra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