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하는 뉴욕에 소재한 이 병원의 직원식당에 가면 스시와 롤 코너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캘리포니아 롤이라고 알았던 이 일본음식은 마치 한국의 김밥과 비슷하지만 내용물이 밥과 더불어 오이, 아보카도와 같은 야채와 새우, 게살등 해산물로 주로 채워지고 단무지나 고기류는 자주 들어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나마 한국음식과 비슷하게 여겨져서 자주 먹는 이 롤은 김밥과 비교해서 너무 비싸고 양도 적고 맛도 너무 심심합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맛이 좋아서 그런지 건강식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잘도 사먹는 음식이고 매진도 잘 되기 일쑤입니다.
예전에 동양인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미국 중부 지방에 살 때도 미국 대형 식료품점에서 스시와 롤 코너가 마련된 곳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런 곳은 한인마트에 마련된 스시 코너처럼 한국인등 동양인을 위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본토박이 미국인을 위한 곳이죠. 이런 것을 보면 마음속으로 샘이 날 때가 많습니다. 왜 일본음식은 이렇게 미국인에게 대중화되었는데 우리 음식은 아직 이들에게 알려지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죠.
다국적 미국인들이 말하는 김치
해마다 설날이 되면 텔레비전에서는 한국 음식에 관한 특별 다큐멘터리를 하는데 보신 분들 있으실 겁니다. 대개 내용은 대개 한국음식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건강식품이고 외국인에게 대중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미국의 저명한 의사(정확히는 미국당뇨학회 회장)가 집에서 부인과 함께 집에서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내용을 본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한국음식이 외국인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누구나 친숙해지기 쉬운 불고기 등의 음식에나 해당되는 것이고 김치 등 특유의 냄새와 자극적인 맛이 있는 음식은 그 자체로서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이런 음식을 외국인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은 약간 비효율적인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텔레비전에서 아무리 외국인들이 김치를 좋아한다고 나와도 별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 많은 미국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친절하게도 제가 어디로 가서 무엇을 사야 할지도 모를 때 생활필수품을 빌려주기도 하고 아예 주기도 했던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그 해 연말이 되어 그 중에 가장 고맙게 느꼈던 Dr. Jeliazkova와 Dr. Huntington에게 선물을 좀 해주기로 하고 뭘 선물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 한국음식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고 아내가 수고를 해서 갈비찜과 겉절이 김치를 만들어서 주었습니다. 혹시나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요.
그런데 불가리아 출신의 여의사인 Dr. Jeliazkova는 놀랍게도 두 가지 요리를 다 아주 맛있게 먹었으며 특히 김치는 자기가 알던 맛하고 조금 다르지만(겉절이여서 그랬을까요) 아주 맛있게 먹었다라고 했습니다. 특히 자신의 남편이 김치를 너무 좋아해서 어디서 구할 수 있는가하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그 지역의 미국 그로서리에도 김치를 구할 수 있어서 안내를 해준 기억이 있습니다. 뉴욕 북부 출신인 Dr. Huntington은 불고기는 맛있었는데 겉절이 김치는 매워서 먹느라고 혼났다고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알게 되었던 미국인 C는 뉴욕 맨해튼의 레스토랑에서 요리사(Chef)를 하다가 한국에 쉬러 왔다는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는 자신이 젊었을 적에 주한 미군으로 왔다가 김치에 맛을 들인 이후로는 김치 없이는 아무것도 못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뉴욕에서 지낼 때는 처음에는 한국 식료품점에서 김치를 사다먹다가 너무 값이 비싸고 빨리 먹어치우는 통에 자신이 직접 김치 공장에 가서 큰 유리병으로 든 대용량을 사온다고 하였었습니다. 이 친구는 햄버거도 김치가 필요하고 스테이크도 김치가 있어야 되는데 자신의 집에 초대받은 미국인들도 김치의 냄새에 처음에는 기겁을 했지만 나중에 뭘 먹자고 초대하면 김치도 있느냐고 먼저 물어본다고 했었습니다.
그 후로도 많은 미국인들과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한두 가지 한국음식을 알고 있었고 대부분은 호의적인 반응이었으며 김치 역시 제 예상과는 다르게 다들 맛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뉴요커들이 말하는 한국 요리
뉴욕에 이사 오고 나서 알아본 바로는 뉴욕이 역시 국제도시답게 상당수의 뉴요커들이 중부지역의 미국인들에 비해서 한국음식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고 호의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음식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먹어본 적도 없는 자마이카 요리, 브라질 요리, 베트남 요리 심지어는 네팔 요리가 맛있더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외국음식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가 기대하는 한국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식의 반응을 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좋아하는 한국음식의 범위는 단지 고기요리 몇 가지에 한정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부모를 둔 중국계인 미국 의대생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저에게 자기가 한국 음식의 엄청난 팬이라면서 추운 겨울날 먹을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순두부찌개를 하는 한국 식당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Dr. C는 한국 식당에 멋모르고 갔다가 자기가 시킨 요리가 맵고 입맛에 맞지 않아서 자그마치 다섯 가지 요리를 시켰다가 하나도 못 먹고 그냥 나왔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응을 보면 아시아계라고 특별히 한국음식에 호의적인 것도 아니고 유럽계라고 덜 호의적인 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한번은 병원 직원들과 한인 타운에 식사를 하러 간 적이 있는데 원래는 스시(초밥)를 먹으러 나갔습니다. 저만 한국 사람이고 나머지는 폴란드에서 이민 온 백인, 미국 백인, 중국계 미국인 한 명이었는데 그런데 단골로 다니던 스시 전문점이 문을 닫아서 그냥 가까운 한인이 경영하는 반찬 가게 겸 식당에 갔었습니다.(뉴욕 한인 타운에는 반찬도 팔고 음식도 파는 이런 곳이 많더군요. 약간 덜 고급스럽지만 값이 싸서 종종 애용합니다.) 다행히 스시와 비슷한 김밥이 있어서 값도 참 싸네 행복해 하면서 김밥을 시키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젊은 한국 남녀 커플이 무슨 양념 통닭 같은 것을 시켜서 음식이 나왔는데 어찌나 냄새가 좋은지 김밥을 먹던 우리 테이블의 사람들이 다들 저거 정말 맛있겠다 하면서 우리도 시키자고 의기가 투합했습니다. 결국 시킨 김밥은 다 먹고 양념 통닭이 나왔는데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었어도 저도 정말 맛있었고 다른 동료들이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참 기분이 좋더군요. 다들 먹으면서 상당히 감동한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으로는 다양한 구성의 다국적 미국인들이 누구도 불만족 없이 최초로 의견의 일치를 본 음식이 바로 양념 통닭으로 남아있습니다.
작년에 미국에 한국계 양념치킨 체인점들이 상륙해서 성업 중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껏 돌아본 뉴욕 퀸즈나 뉴저지, 버지니아의 한국에서 온 양념 치킨 전문점들은 주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고 위치 자체도 미국인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값이 좀 비싼 것이 흠이었지만 반찬가게에서 파는 통닭보다 훨씬 더 맛이 있었기 때문에 왜 미국인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장사를 해보지 못할까 궁금해 한 적도 많았습니다.
인기가 점점 높아가는 한국 요리
한번은 한인 슈퍼마켓 앞에서 서 있는데 일단의 흑인 가족이 신라면을 박스째 사서 나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신라면이 히스패닉과 흑인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제가 요즘 자주 가는 한국 식료품점에서는 미국인들이 뻥튀기를 사먹는 것을 보고 말을 걸어본 적이 있는데 어린 딸에게 뻥튀기를 사주는 엄마 말이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고 칼로리도 높지 않아서 참 좋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이야기 할 때 어느 나라 음식이 더 맛있나 하는 경쟁에서 이겨야만 한국음식이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음식의 선택에서 맛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본 대다수의 외국인은 이미 한국음식의 맛에 대해 인정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좋은가 엄마가 좋은가 하고 질문을 해서 어린 아이를 곤란에 빠뜨리듯이 이들에게 한국음식이 좋으냐 다른 나라 음식이 좋으냐하고 선택을 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음식은 다 고유의 맛과 전통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중국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물론 미국화된 중국음식이긴 하지만 맛도 훌륭하고 값도 저렴합니다. 별 맛도 없는 밋밋한 일본 음식도 상당히 고급 음식 대접을 받으며 미국 사회의 구석구석 뻗어 있습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이들 나라의 음식문화를 따라잡고 미국 사회 혹은 전 세계에서 세계인이 한국음식을 즐기도록 만들 수 있도록 하려면 맛 말고 뭔가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어야합니다.
한국 음식의 마케팅 포인트는 건강!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음식이 외국음식과의 경쟁에서 선택되는 길은 한국 음식이 세계 제일의 건강식이라는 것입니다. 김치의 유산균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진 것이지만 튀기거나 구운 외국 요리에 비해 찌고 삶은 한국의 요리는 전체 지방 함량은 물론 트랜스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함량이 훨씬 적어지는데 이는 유방암, 췌장암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고 한국 음식은 풍부한 야채가 항상 고기요리에 따라 오는데 섬유소가 많은 음식이 대장암을 예방한 다는 사실도 미국인에게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암 중에 하나가 유방암과 대장암인데 음식이 원인일 수 있다는 보고가 이미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죠.
미국인들이 일본 음식을 건강 요리로 꼽는 중요한 이유는 칼로리가 적을 것처럼 보이고 비만은 미국인들의 최고의 공포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에서야 미국식 일본음식(스시나 롤)등의 칼로리가 사실은 그냥 미국 음식에 비해 칼로리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이미 일본음식을 건강식으로 일반인에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음식의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으로 요리된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일본의 요리도 좋지만 발효과정을 통해 영양가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는 한식이야말로 건강과 맛을 겸비한 더욱 훌륭한 음식이라는 것을 세계인에게 홍보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예상치 못했던 뻥튀기, 라면, 김밥, 양념치킨, 김치, 순두부, 불고기 등 참 다양한 한국요리가 사랑받고 있는 것도 보면서 정부와 민간이 조금만 더 노력해주면 한국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그나마 한국음식과 비슷하게 여겨져서 자주 먹는 이 롤은 김밥과 비교해서 너무 비싸고 양도 적고 맛도 너무 심심합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맛이 좋아서 그런지 건강식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잘도 사먹는 음식이고 매진도 잘 되기 일쑤입니다.
예전에 동양인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미국 중부 지방에 살 때도 미국 대형 식료품점에서 스시와 롤 코너가 마련된 곳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이런 곳은 한인마트에 마련된 스시 코너처럼 한국인등 동양인을 위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본토박이 미국인을 위한 곳이죠. 이런 것을 보면 마음속으로 샘이 날 때가 많습니다. 왜 일본음식은 이렇게 미국인에게 대중화되었는데 우리 음식은 아직 이들에게 알려지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말이죠.
다국적 미국인들이 말하는 김치
서울시의 김치소개에서 가져왔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한국음식이 외국인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누구나 친숙해지기 쉬운 불고기 등의 음식에나 해당되는 것이고 김치 등 특유의 냄새와 자극적인 맛이 있는 음식은 그 자체로서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이런 음식을 외국인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은 약간 비효율적인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텔레비전에서 아무리 외국인들이 김치를 좋아한다고 나와도 별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 많은 미국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친절하게도 제가 어디로 가서 무엇을 사야 할지도 모를 때 생활필수품을 빌려주기도 하고 아예 주기도 했던 동료들이 많았습니다. 그 해 연말이 되어 그 중에 가장 고맙게 느꼈던 Dr. Jeliazkova와 Dr. Huntington에게 선물을 좀 해주기로 하고 뭘 선물을 해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 한국음식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고 아내가 수고를 해서 갈비찜과 겉절이 김치를 만들어서 주었습니다. 혹시나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요.
그런데 불가리아 출신의 여의사인 Dr. Jeliazkova는 놀랍게도 두 가지 요리를 다 아주 맛있게 먹었으며 특히 김치는 자기가 알던 맛하고 조금 다르지만(겉절이여서 그랬을까요) 아주 맛있게 먹었다라고 했습니다. 특히 자신의 남편이 김치를 너무 좋아해서 어디서 구할 수 있는가하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그 지역의 미국 그로서리에도 김치를 구할 수 있어서 안내를 해준 기억이 있습니다. 뉴욕 북부 출신인 Dr. Huntington은 불고기는 맛있었는데 겉절이 김치는 매워서 먹느라고 혼났다고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알게 되었던 미국인 C는 뉴욕 맨해튼의 레스토랑에서 요리사(Chef)를 하다가 한국에 쉬러 왔다는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는 자신이 젊었을 적에 주한 미군으로 왔다가 김치에 맛을 들인 이후로는 김치 없이는 아무것도 못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뉴욕에서 지낼 때는 처음에는 한국 식료품점에서 김치를 사다먹다가 너무 값이 비싸고 빨리 먹어치우는 통에 자신이 직접 김치 공장에 가서 큰 유리병으로 든 대용량을 사온다고 하였었습니다. 이 친구는 햄버거도 김치가 필요하고 스테이크도 김치가 있어야 되는데 자신의 집에 초대받은 미국인들도 김치의 냄새에 처음에는 기겁을 했지만 나중에 뭘 먹자고 초대하면 김치도 있느냐고 먼저 물어본다고 했었습니다.
그 후로도 많은 미국인들과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한두 가지 한국음식을 알고 있었고 대부분은 호의적인 반응이었으며 김치 역시 제 예상과는 다르게 다들 맛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뉴요커들이 말하는 한국 요리
뉴욕에 이사 오고 나서 알아본 바로는 뉴욕이 역시 국제도시답게 상당수의 뉴요커들이 중부지역의 미국인들에 비해서 한국음식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고 호의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음식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먹어본 적도 없는 자마이카 요리, 브라질 요리, 베트남 요리 심지어는 네팔 요리가 맛있더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외국음식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었기에 우리가 기대하는 한국음식이 가장 맛있다는 식의 반응을 끌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좋아하는 한국음식의 범위는 단지 고기요리 몇 가지에 한정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부모를 둔 중국계인 미국 의대생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저에게 자기가 한국 음식의 엄청난 팬이라면서 추운 겨울날 먹을 수 있는 가장 맛있는 순두부찌개를 하는 한국 식당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Dr. C는 한국 식당에 멋모르고 갔다가 자기가 시킨 요리가 맵고 입맛에 맞지 않아서 자그마치 다섯 가지 요리를 시켰다가 하나도 못 먹고 그냥 나왔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응을 보면 아시아계라고 특별히 한국음식에 호의적인 것도 아니고 유럽계라고 덜 호의적인 것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한번은 병원 직원들과 한인 타운에 식사를 하러 간 적이 있는데 원래는 스시(초밥)를 먹으러 나갔습니다. 저만 한국 사람이고 나머지는 폴란드에서 이민 온 백인, 미국 백인, 중국계 미국인 한 명이었는데 그런데 단골로 다니던 스시 전문점이 문을 닫아서 그냥 가까운 한인이 경영하는 반찬 가게 겸 식당에 갔었습니다.(뉴욕 한인 타운에는 반찬도 팔고 음식도 파는 이런 곳이 많더군요. 약간 덜 고급스럽지만 값이 싸서 종종 애용합니다.) 다행히 스시와 비슷한 김밥이 있어서 값도 참 싸네 행복해 하면서 김밥을 시키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 젊은 한국 남녀 커플이 무슨 양념 통닭 같은 것을 시켜서 음식이 나왔는데 어찌나 냄새가 좋은지 김밥을 먹던 우리 테이블의 사람들이 다들 저거 정말 맛있겠다 하면서 우리도 시키자고 의기가 투합했습니다. 결국 시킨 김밥은 다 먹고 양념 통닭이 나왔는데 배가 부른 상태에서 먹었어도 저도 정말 맛있었고 다른 동료들이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참 기분이 좋더군요. 다들 먹으면서 상당히 감동한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제 기억으로는 다양한 구성의 다국적 미국인들이 누구도 불만족 없이 최초로 의견의 일치를 본 음식이 바로 양념 통닭으로 남아있습니다.
작년에 미국에 한국계 양념치킨 체인점들이 상륙해서 성업 중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기사를 본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껏 돌아본 뉴욕 퀸즈나 뉴저지, 버지니아의 한국에서 온 양념 치킨 전문점들은 주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고 위치 자체도 미국인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값이 좀 비싼 것이 흠이었지만 반찬가게에서 파는 통닭보다 훨씬 더 맛이 있었기 때문에 왜 미국인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장사를 해보지 못할까 궁금해 한 적도 많았습니다.
인기가 점점 높아가는 한국 요리
한번은 한인 슈퍼마켓 앞에서 서 있는데 일단의 흑인 가족이 신라면을 박스째 사서 나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신라면이 히스패닉과 흑인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제가 요즘 자주 가는 한국 식료품점에서는 미국인들이 뻥튀기를 사먹는 것을 보고 말을 걸어본 적이 있는데 어린 딸에게 뻥튀기를 사주는 엄마 말이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고 칼로리도 높지 않아서 참 좋다고 하더군요.
NY Times의 한국치킨 관련 기사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중국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물론 미국화된 중국음식이긴 하지만 맛도 훌륭하고 값도 저렴합니다. 별 맛도 없는 밋밋한 일본 음식도 상당히 고급 음식 대접을 받으며 미국 사회의 구석구석 뻗어 있습니다. 이미 자리를 잡은 이들 나라의 음식문화를 따라잡고 미국 사회 혹은 전 세계에서 세계인이 한국음식을 즐기도록 만들 수 있도록 하려면 맛 말고 뭔가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어야합니다.
한국 음식의 마케팅 포인트는 건강!
제가 생각하기에 한국음식이 외국음식과의 경쟁에서 선택되는 길은 한국 음식이 세계 제일의 건강식이라는 것입니다. 김치의 유산균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진 것이지만 튀기거나 구운 외국 요리에 비해 찌고 삶은 한국의 요리는 전체 지방 함량은 물론 트랜스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함량이 훨씬 적어지는데 이는 유방암, 췌장암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고 한국 음식은 풍부한 야채가 항상 고기요리에 따라 오는데 섬유소가 많은 음식이 대장암을 예방한 다는 사실도 미국인에게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암 중에 하나가 유방암과 대장암인데 음식이 원인일 수 있다는 보고가 이미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죠.
미국인들이 일본 음식을 건강 요리로 꼽는 중요한 이유는 칼로리가 적을 것처럼 보이고 비만은 미국인들의 최고의 공포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에서야 미국식 일본음식(스시나 롤)등의 칼로리가 사실은 그냥 미국 음식에 비해 칼로리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이미 일본음식을 건강식으로 일반인에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음식의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으로 요리된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리는 일본의 요리도 좋지만 발효과정을 통해 영양가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는 한식이야말로 건강과 맛을 겸비한 더욱 훌륭한 음식이라는 것을 세계인에게 홍보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 살면서 예상치 못했던 뻥튀기, 라면, 김밥, 양념치킨, 김치, 순두부, 불고기 등 참 다양한 한국요리가 사랑받고 있는 것도 보면서 정부와 민간이 조금만 더 노력해주면 한국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날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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