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자극적일지 모르겠습니다. 주식 해도 망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을 줄 압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적은 이유는 이 글을 읽으실 독자들이 저와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입니다. 즉, 주식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즉 기업분석을 업으로 하시든가 펀드매니저로서 펀드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아닌, 그냥 아마추어로서 투자의 효율을 높이는 목적으로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서 큰 수익을 내보자고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람은 주식 하면 망합니다. 망한다는 것은 패가망신하고 개인 파산한다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투자한 돈에서 이익은 커녕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당장은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더라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여기서 주식을 한다는 것은 직접 투자로 한정해서 말하겠습니다.)
개인의 주식투자라는 것의 실상이 믿어지지 않는 생초보를 위해서 개인이 하는 주식투자가 얼마나 허망한지 아래 기사를 잠깐 보시겠습니다.
주식카페 운영자들 알고 보니… '증시 알거지' (기사 원본)
기사 내용은 아마추어 주식 투자자들에게 고급 정보를 제공해준다고 돈을 받아 챙긴 소위 주식 고수들이 알고 보니 주식으로 망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번 글에서 한때 주식으로 대박을 냈어도 이런 대박은 약간의 개인적 능력과 대부분의 운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대신 이렇게 운이 좋았던 사람은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개인들에게 주식 투자의 비법을 전수한다는 식으로 또 한번 이삭줍기 식의 수익창출에 나서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위에 신문기사에 나온 주식고수들은 이런 운조차도 없었던 분들이었던가 봅니다. 주식으로 한번 크게 부를 축적하지조차도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주식시장에서 쌓았던 경험이 있기에 자신의 처지를 숨기고 자신의 비법을(?) 자문료를 받고 팔 수 있었나 봅니다.
결국은 주식으로 대박을 냈던 고수든, 주식으로 쪽박을 찼던 고수든 간에 양자간에 차이는 없습니다. 과거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미래에는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대박’을 내는 비법이라는 것을 전수하려고 하고 있었다면요. 다만 바람직한 주식투자의 정석을(혹은 아주 원론적인 기본을) 가르치고 있었다면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주식투자에 관한 책 한 권만 정독해도 알 수 있는 기본지식이기는 하지만 분산 투자하라던가, 기업의 가치에 주목하라든가, 장기투자 하라는 등을 가르치고 있다면 그나마 이런 교육은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박의 비법이라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렇게 ‘대박의 비법은 없다’고 하면서 ‘주식 하면 망한다’는 무식한 주장을 단정적으로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는 정상적인 경우 비전문가는 전문가를 이길 수 없다는 아주 상식적인 판단에 근거합니다.
병원에서 일을 하니까 별의별 환자를 다 보았습니다. 한국과 미국, 시골과 대도시에서 다양한 환자를 겪어본 저는 경험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어느 한국 의사 못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환자 중에서 의학적 지식이 아주 풍부한 사람을 가끔 보게 됩니다. 의학의 전문가라는 의사의 뺨을 치게 똑똑하고, 다양한 의학적 지식을 가진 이들을 보면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오히려 제가 배워야 할 것이 있을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은 아주 아주 아주 드뭅니다.
이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은 소위 헛똑똑이 같은 사람들입니다. 자신은 지적으로도 의사에 미치지 못함이 없고 나름대로 질병에 대해서 공부도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자기 병이니까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를 모르는 편향된 의견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본인의 건강을 망치기 쉬운 사람들 말입니다. 아예 아는 것이 없으면 그나마 의사의 의견을 따르면 중간을 갈 텐데 어설프게 아는 것이 많은 나머지 의사의 의견도 무시하고 자기 자신이 치료의 방향을 앞장서서 결정하고 결국은 자신의 꾀에 자신이 넘어가게 됩니다.
저 자신도 포함이 됩니다만 우리들은 제도권의 전문가 보다는 재야의 고수들에게 더 관심이 가고 쉽게 열광하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제 문제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한국에서는 미네르바와 같은 분이 있겠고 미국에서는 뉴욕대의 루비니 교수와 같은 분이 있겠습니다.(이미 뛰어난 학자인 이 분을 제도권의 전문가가 아니고 재야의 고수로 보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다른 99%의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정했습니다.)
우리는 IMF 시기를 겪으면서 나라가 거의 망할 뻔한 위기까지 갔었음에도 불구하고 IMF 구제 금융 요청 직전까지도 대통령과 정부에서도 그랬고, 언론도 그랬고, 학계에서도 그랬고 모두들 펀더멘탈이 괜찮으니 걱정 없다고 상황을 낙관하며, 누구 하나 위기라고 상황이 나빠지기 전에 수습해야 한다고 경고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들의 마음에 제도권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자리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미네르바와 같은 사람이 등장해서 리먼브러더스의 부실과 파산을 경고했고 이는 그대로 되었습니다. 국책 은행인 산업은행에서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했으면 다시 한번 국가 부도 사태가 났었을 것이라는 사람조차도 있는데 어쨌거나 이런 사태는 피해졌고 이를 예견한 미네르바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더 열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99명이 문제 없다는데 한 명이 나서서 문제 있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미쳤거나, 뭔가를 모르거나, 다른 99명을 뛰어넘는 통찰과 직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보게 되면 처음에는 미쳤다고 생각하고, 나중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만 많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색다른 주장이 맞게 되면 이 사람의 통찰과 직관을 인정하고 열광하게 됩니다. 성경에도 보면 거짓 선지자가 있고 진짜 선지자가 나옵니다. 과거에 대해서 말하면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가 거짓을 말하는지 가릴 수 있고 검증이 가능하지만 미래에 대해서 말하는 경우는 진짜와 거짓 선지자를 가리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다시 주식 투자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주식투자에도 전문가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항상 맞는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미래를 맞추기가 어려우면 2000년 월가의 전문가들과 원숭이, 아마추어 투자가가 주식투자 수익률을 겨루었는데 원숭이가 수익률 1위를 했겠습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구를 많이 한 사람도 다 맞추지는 못하니 아예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게 더 승산이 있다는 식으로 판단이 오도되어서는 안됩니다. 한국 최고의 과학자들이 인공위성 추진 로켓 개발에 번번히 실패한다고 고등학생들에게 일을 맡길 수가 있겠습니까?
또한 더 큰 문제는 비전문가들이 전문가처럼 행세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위에 주식 카페의 고수 분들이 이런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결과가 어떨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합니다. 또한 아마추어가 오로지 무식과 용감으로 무장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는 어떻습니까. 운이 한번 두 번은 좋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망하게 됩니다. 운이 몇 번 좋았을 때 빨리 손을 떼고 나오면 괜찮은데 자신의 능력을 오판하고 계속 게임 속에 남아있게 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털리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돈을 벌기가 얼마나 힘든가 잘 알고 있습니다. 통닭집 사장님은 밤 12시 혹은 1시까지 손님을 맞으며 통닭을 튀기고 몇 천원을 받습니다. 직장인들은 매일처럼 상사에게 질책을 받으며 시간 당으로 따지면 1만원 조금 넘는 월급을 받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회식에 접대에 끌려 나가기도 합니다. 이런 것에 비하면 싼 값일 때 주식을 사서 기다렸다가 비싼 값에 팔기만 하면 되는 주식 시장은 돈 벌기가 아주 쉬운 곳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의 비법에 관한 책 몇 권만 독파하면 다 되는 것 같으십니까?
가끔 뉴스 같은 곳에서 보면 투자은행의 펀드매니저들이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하는 봉급을 받는다는 것이 나옵니다. 저도 무척 부럽고 시샘이 나고, 이렇게 돈을 가지고 장난하는(?) 사람들이 땀 흘려서 일하는 사람보다 수백 수천 배의 연봉을 받는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현실은 인정해야 합니다. 이 사람들의 월급이 그렇게 많은 이유는 이 사람들이 회사를 위해서 그만한 돈을 벌어준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주식 거래로 돈을 버는 주식 시장은 그만큼 단단한 경험과 지식으로 무장하고 엄청난 시간을 시장과 기업 분석에 투자하면서 적당한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잡는 전쟁터입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축구로 말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팀의 선수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한국에는 FC서울이나 인천 유나이티드에 해당하는 주식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개미들의 대부분은 동네 조기 축구 회원들일 수도 있고 축구를 관전만 할 줄 말지 드리블 조차도 못하는 초보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뒤엉켜서 축구를 하다 보면 루니도 자책골을 넣을 수가 있고, 동네 조기 축구 회원이 기적의 골을 넣을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이 경기가 길어질수록 동네 축구와 세계 정상팀 간에는 격차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젠 운이 아니고 실력만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나면 결과는 99.99999%의 경우 맨유의 선수들은 의기양양하게 승리의 컵을 들고 나가게 되고, 동네 축구팀은 실력 차를 절감하면서 패배의 쓴 맛을 보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면 참 간단한 것 같은데 주식 시장의 게임의 룰이 간단해서 인지 아니면 행운의 골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아서 인지 개인들은 돈을 가지고 들어와서 처절하게 얻어맞고 돈을 빼앗기고 울면서 경기장을 나오는 경우가 끝없이 반복됩니다. 남들은 다 잃어도 나만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기대를 하기 때문입니다. 운이 한 두 번 좋은 수는 있지만 끝없이 좋을 수는 없고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실력뿐인데도 자신의 실력과 맨유의 선수들 혹은 FC서울 선수들의 기량에 차이가 나리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코스피 사상최고 빚내는 '개미들' 손실우려 (기사 원본)
위와 같은 뉴스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해마다 보는 뉴스 같습니다. 매년 주식시장을 결산해보면 기관과 외국인은 돈을 벌었고 개미는 잃습니다.
다시 저의 질문으로 돌아와 봅니다. 왜 주식을 하면 망합니까. 개인은 전문가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전문가만큼 시간투자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운이 몇 번 좋을 수는 있어도 영원히 좋을 수는 없습니다. 가짜 전문가를 따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은 망합니다. 제도권 전문가들의 주장이 다 옳지도 않으며, 미래를 보는 혜안이 없을 수도 있고, 자질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아닐 수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들은 실패의 확률이 낮은 사람들입니다.
그럼 누가 개미들을 부추겨서 주식 직접 투자에 뛰어들게 합니까. 그들은 개미들의 자산을 땔감 삼아서 모닥불은 지펴 자신들을 따뜻하게 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이 세력은 주식거래로 세금을 거두려는 정부가 될 수도 있고, 주식중개 수수료를 챙기려는 증권사가 될 수도 있고, 주식투자 비법을 판다는 책 장사가 될 수도 있고, 신문 광고를 파는 언론사가 될 수도 있으며, 하다못해 혼자만 불 섶에 뛰어들기가 두려워서 친구가 필요한 직장 동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동기로 주식 시장에 뛰어들게 되었건 결국은 여러분들은 실력 차 때문에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그 예외에 대해서는 나중에 논하기로 합니다.)
운은 때로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운만으로 투자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집니다. 결론입니다. 꾸준하고 안정적인 투자가 목적인 개인은 되도록이면 주식 시장에 직접 뛰어들지 말아야 합니다. 나중에 투자의 선택을 이야기할 때 전문가를 이용해서 투자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박경철 선생님의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에서 개인의 주식 투자에 관한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칩니다.
“초기에 성공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운에 도취되어 그것을 실력이라고 믿기 시작할 때, 그리고 움츠리고 두려워하며 시작했던 조심스러운 초보자의 모습에서 거만하고 도도하며 승리자의 기름진 표정으로 바뀔 때 쯤이면, 행운의 여신은 어느새 사라지고 파국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시간에는 부동산 투자에 관해 조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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