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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우는 영어말고 이해하는 영어

이정희의 “월스트리트 비즈니스 영어회화”를 읽고 든 이런 저런 생각들

저는 여러 가지 장르의 영화를 두루 좋아하지만 나는 전설이다.’, ‘레지던트 이블’, ‘28일 후와 같은 대재앙에 관한 영화와 월스트리트’, ‘마진콜’, ‘컴퍼니맨과 같은 기업이나 경제를 다른 영화를 특히 좋아합니다. 개개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만 내가 이렇게 끌리는 이들 영화에 혹시 공통점이 있나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뉴욕이라는 곳이 등장하는 영화들이라서 그런가 하다가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고(‘28일 후는 무대가 영국입니다.), 재앙에 관한 이야기인가 했는데 꼭 그런 것도 역시 아니었는데(‘컴퍼니맨은 기업 재건의 희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굳이 한가지를 생각해낸 것이 이들 영화에서 병으로 인해 좀비처럼 변해서 이건, 대기업이나 금융회사라는 커다란 시스템에 종속되어서 이건, 모든 대중은 티끌과 같은 가치 없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인데 제가 영화를 보면서 이런 철학적인 생각을 했을리도 없고, 인간이 일개 나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즐기지도 않는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도 다시 들었습니다

 

요즘 제 블로그에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 뉴욕 월가의 회계법인에서 중역으로 일하는 이정희님의 최신 저서인 <월스트리트 비즈니스 영어회화>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이 나오기 전에 추천서를 부탁 받고 1독을 했고, 추천서를 쓰고 나서 한 번 더 읽었는데 이제 책을 받고 나서 읽고 있으니 세 번째 읽는 것입니다. 통상 저는 아무리 재미있는 책도 한 번 이상은 잘 읽지 않습니다만 이 책은 그냥 재미로 읽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려고 있는 것이라서 세 번째 읽고 있는 것인데 아직도 필요한 내용을 아직 다 흡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 가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가끔 미국에서 직업을 가지고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글이 자주 올라옵니다. 그런데 미국 현지에서 이미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 대답이 현재 미국의 경기 상황도 썩 좋지는 않아서 미국에서 공부를 마친 미국의 젊은이들도 일자리를 못 구해서 고생들인데 미국 직장에서 알지도 못하는 한국의 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기본적인 의사소통의 도구인 영어도 불완전한 사람을 거주 신분의 문제로 인해서 비자 등을 스폰서 하는 수고를 감당하면서까지 미국의 회사에서 외국인을 구태서 채용하고 싶어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말도 통하고, 학력도 통하고 신분의 문제도 없는 한국에서 열심히 해서 꿈을 이루는 것이 낫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한국의 구직자들에게는 미국의 직장은 머나먼 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꿈을 꾸는 젊은이들이 있고 그 중에는 분명 꿈을 이루는 사람도 있습니다. 직업의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저 자신도 그런 사람(외국 학교 졸업, 영어 불완전, 비자의 문제)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고요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다른 꿈을 혼자서 꾼다는 것은 불편하고 외로운 일입니다. 지금은 의미가 좀 달라졌겠습니다만 과거 사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두고 신림동의 고시원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사법고시 준비생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당장 눈 앞의 현실은 조그만 감옥과 같은 방에서 법전과 씨름하면서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시험을 준비하는 마음에는 불안감이 가득할 것입니다. 고시공부를 시작한 사람의 몇 퍼센트나 고시에 합격했는지 통계를 본 적은 없으나 확률이 그리 높은 도전을 아니었을 것입니다미국에 와서 직장을 잡아 보겠다는 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이 한국에서 직장을 얻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을 때 외국에 가서 직장을 잡아 보겠다는 것은 꿈을 이루면 멋지겠지만 그 과정은 고통의 연속일 것입니다. 이 고통의 끝에 결국은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는 보장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제 생각으로는 이런 꿈을 이룬 사람도 확률상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꿈을 한번 가져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꿈을 향해서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을 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소수 중에서도 꿈을 이룰 정도까지 운과 실력이 따라주는 사람은 더 적겠지요. 하지만 꿈을 이루는 사람들은 꿈을 가졌던 사람들이고, 꿈을 가져보지도 못한 사람은 이룰 꿈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꿈을 꾸어보고 목표를 세우는 것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진정 목표를 이루려면 그 목표 자체가 자신의 환경과 능력에 비추어 현실적일수록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제가 전에 쓴 첫 번째 저서 뉴욕의사의 백신영어에서 한 말 중의 하나가 영어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영어공부로 도달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를 냉정히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현실적인 이루지 못한 목표를 설정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절망감과 현실과 목표와의 괴리에서 오리는 피로감이 결국 중도포기를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말을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나도 몇 달만 독하게 하면 원어민처럼 될 수 있다.’라는 것은 (소수의 언어천재를 제외한 보통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크나큰 착각이므로 나도 몇 년을 독하게 하면 원어민에 비슷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정도로 눈높이를 내려 달라고 한 것입니다.

 

달성 가능한 목표가 세워진 다음에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자신만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면 그 목표 달성은 더 쉬워질 것입니다. 이정희 이사는 이런 한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자원하여 멘토가 되어서 그 희박한 가능성을 최대한 실현 가능한 목표로 만들어 주기 위해 <한 권으로 끝내는 뉴욕취업>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월스트리트 비즈니스 영어회화>는 미국 취업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단 매일 매일 일상적인 직장 생활에서 사용되는 영어표현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직장 속에서의 예절과 문화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미국 취업 뿐만이 아니고 글로벌 비즈니스가 일상화된 지금은 한국의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도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내용을 보다 보면 각종 음악 이야기, 스포츠 이야기, 테이블 매너와 와인 이야기까지 저자의 엄청나게 넓은 지식과 관심사에 감탄이 나오고 미국의 기업에서 성공하려면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알짜배기 상식을 책 한 권으로 거저 배운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게도 느껴집니다

 

 

이 책을 공부하다 보면 월스트리트에서 쓰는 말이라는데 상당히 쉽다는 느낌을 가질 분도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글로 쓰여진 영어 표현과 대화를 보면 수능 영어 수준을 뛰어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은 글로 쓰여진 것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 가장 쉬운 것이고 내가 말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입니다. 더욱이 미국 사람들이 들어서 어색하지 않고, 의미가 분명히 전달되는 말을 창작으로 만드는 것을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국 사람들과 통하는 말을 하는 방법은 그들이 쓰는 표현을 그대로 쓰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쓰인 현지 영어야 말로 제대로 된 비즈니스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최상의 자료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무슨 자료를 보내주세요.’하고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라고 하면 한국인들은 대개 ‘please send me ~’, ‘Can you give me~?”하는 식으로 의문문을 쓰는데 이 책을 보면 ‘I want to obtain ~.’하는 식으로 평서문을 쓰면서도 원하는 내용을 정확히 요구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또 어떤 사업의 현재 진행 상황을 묻는 말로서 한국 사람들은 흔히 ‘How is ~ going?’이런 식으로 모호하면서도 지나치게 격식없는 표현을 쓰는데 이 책에서는 ‘Where do you stand on ~?’하는 식으로 약간은 사무적이지만 분명하면서도 물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표현은 들어보고 말해보면 써 먹을 수 있지만 들어보지도 못하고 말해보지도 못한 사람이 창작해서 만들기는 극히 어렵습니다

 

제가 Apocalypse(세상의 종말)에 관한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좋아하는 이유는 세상의 종말을 바라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세상의 종말이 그런 식으로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영화를 보면서 저는 안전하고 희망이 있는 현실을 더 즐길 수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만약 내가 좀비들이 들끓는 가상의 세계에 실제로 살고 있다면 이런 영화를 절대로 즐길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월가나 비즈니스 세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즐기는 이유는 아마도 제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바탕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표면적으로는 제가 이런 영화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것 같은데 지금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이 이렇게 동떨어진 장르의 영화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외롭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나마 자기의 중심을 잃지 않고 생존을 위해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차피 인생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데 이 싸움은 무척 외롭습니다. 다시 말하게 되는데 뭔가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만들어 차근차근 성취를 해나가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혹시 그 목표가 비즈니스 영어를 잘해보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정희님의 <월스트리트 비즈니스 영어회화>가 꽤 괜찮은 지침서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