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한번이라도 나가 보신 분이라면 느꼈을 수도 있는 감정일 수 있습니다. 외국의 도로를 거닐다가 한국산 자동차를 보거나 한국의 상품 광고를 보면 느껴지는 자부심 말입니다. 지금은 약간 무덤덤해졌지만 뉴욕의 타임스퀘어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엘지의 광고판을 처음 보았을 때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한국 기업도 이렇게 일본, 미국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구나 하고 말이죠.
제가 7년 전 처음 미국 중부의 도시 세인트 루이스에 내렸을 때도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돌아다니는 현대의 EF 소나타랄지 기아의 리오와 같은 차를 보게 되면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아주 드물게 보이는 스즈키의 베로나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대우의 매그너스를 보아도 반가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미국을 잠시 방문하는 사람이 아닌 아예 눌러서 사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집니다. 살다 보면 한국 기업들이 바로 한국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경우가 많아서 미국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한국의 상품이 좋더라 하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지고, 한국 상품을 샀는데 고장이 나서 산 것이 후회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쩐지 죄스럽고 미안해지는 경우가 반복되다 보면 한국 기업의 성공이 어쩐지 한국이라는 나라의 성공과 직결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한 때 자동차 이야기를 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이야기를 많이 했더니 조금만 장점을 많이 이야기하면 현빠로 몰려서 비난을 받고, 조금만 단점을 이야기하면 현까로 몰려서 비난을 받았던 지라 아마 삼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같은 반응이 나올 것 같기는 합니다만 제 생각은 삼성이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행했던 불공정과 총수일가의 반칙 행위가 너무 쉽게 미화되고 용서되는 것이 아쉽게 생각되면서도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올린 그 공로는 인정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한 제 동료 미국인 A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그 양반 ; 나 컴퓨터 한대 사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까?
나 ; 글쎄 요즘은 다 좋은 거 아닌가?
그 양반 ; 삼성을 살까 싶은데.
나 ; (‘그래서 나에게 말을 꺼낸 거구나’ 생각하면서 겸손모드로) 삼성도 나쁘지 않겠지.
그 양반 ; 넌 뭐 쓰냐?
나 ; 난 사실 노트북은 소니를 쓰는데 그냥 보통이고, 데스크톱은 애플 아이맥을 쓰는데 괜찮긴 해.
그 양반 ; 나도 애플에서 나온 노트북 컴퓨터를 찾아봤는데 삼성(노트북 컴퓨터)이 평점이 더 좋던데.
나 ; 정말이야?
그 양반 ; 아마존에 그렇게 나오더라고.
그러면서 그 미국인 동료가 아예 자신이 프린트한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 나오는 삼성 컴퓨터와 애플의 맥북 소비자 사용 후기를 제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짧은 대화를 하면서 제가 느낀 것이 한가지는 예전에는 삼성, 엘지를 다 일본 기업으로 아는 사람이 많더니 이제 한국 기업으로 아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나 보다 하는 느낌과 삼성의 노트북 부문이 그렇게 강세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친구는 왠 일인지 삼성과 애플 두 가지만 놓고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또 다른 한 친구 B는 휴대폰을 사면서 애플과 삼성을 놓고 비교하고 있었고 저에게 삼성의 휴대폰이 어떻느냐고 물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꼭 삼성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으나 제가 아이폰을 사기 전 제 동료 C는 제 엘지의 폴더형 휴대폰을 보더니 세상에 한국 사람이 이런 휴대폰을 쓰냐며 놀리기도 했습니다. 그 놀림의 속 의미는 온갖 첨단 제품이 다 만들어지는 한국에서 온 사람이 스마트폰도 안 쓰고 이렇게 시대에 뒤떨어졌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삼성 이건희 회장이 미국의 전자제품 양판점 체인이 베스트바이를 방문했을 때 삼성의 제품들이 뒤편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상심하여 직원들에게 분발을 당부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hansafx.net에서 가져옴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뒤집어 졌습니다. 베스트 바이든, 월마트든, 시어스 백화점이건 삼성의 텔레비전은 가장 좋은 위치에 여러 대가 진열되어 있고, 실제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도 삼성과 애플이 전체 이익의 90%를 독점하며 양 강의 체재를 이루고 있다는 뉴스를 이미 보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인터넷 댓글들과 소비자 후기를 통해서 삼성이 가지고 있는 위상을 조금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방금 적은 삼성과 애플의 양 강 구도를 전한 기사에 이런 댓글이 있었습니다.
http://www.androidauthority.com/samsung-apple-profits-q1-2012-95418/
What's ironic is that the most important components in the Apple products are made by Samsung.
아이러니한 것은 애플의 제품의 핵심 부품은 삼성이 만들었다는 것이지.
(사실에 대한 약간의 왜곡은 있습니다만 결국 애플이 돈을 잘 벌어도 결국 삼성기술이라는 생각을 하는 미국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I would to see Samsung sales q2 after the galaxy s3 release I bet it will reach 50 million
삼성이 2사분기에는 갤럭시 S3덕분에 5천만대는 팔걸.
(기사 본문에 삼성이 4천3백만대, 애플이 3천5백만대를 팔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네티즌은 삼성의 성공을 크게 낙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삼성의 갤럭시 S3가 미국에서 공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에서 삼성의 미국 진입을 막기 위해 법원에 판매 금지 신청을 했다가 기각된 기사를 보셨을 것입니다. 이 뉴스가 미국에 전해졌을 때 한 언론에서 애플의 삼성 갤럭시 판매 금지 신청에 동의하나 반대하나 하는 인터넷 여론 조사를 했는데 93%가 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은 이랬습니다.
Thank you Samsung for defending us the consumers.
우리 소비자들을 보호해주는 삼성에 감사를..
Typical nonsense from a large USA Corporation that will endeavor to bend the rules to outlaw competition in order to get or maintain an advantage.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경쟁자들을 불법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전형적인 미국의 대기업의 행태다. (우리가 한국에서 삼성을 욕하는 것과 표현이 비슷해서 놀랍습니다.)
Apple are so f*****ng greedy. If they launch the iPhone5 like They promise then most people would probably get one.
애플은 너무 탐욕적이야. 만약 그들이 약속했던 것처럼 (훌륭한) 아이폰 5을 공개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사줄 거야.
(왜 좋은 물건을 만들 생각은 안하고 소송으로 경쟁자를 누르려는 생각을 하느냐는 의견입니다.)
결국 애플은 자국의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애플에 대한 불만이 많고 삼성을 응원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제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거의 5대 5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사는 상대적으로 삼성에 호감을 가진 사람이 많이 볼 확률도 있고 워낙 소비자 주권이 강한 나라라 애플이라는 한 회사가 일방적으로 시장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지라 여론조사는 삼성에 압도적인 우위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미국 정식 발매가 되기 전인데도 외국에서 수입해서 삼성 갤럭시 S3 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사후 보증수리 등의 걱정으로 많이 팔리는 것 같지 않은데 몇 명의 열혈 팬들은 무려 699불을 주고 구입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제품 후기에 10명이 만점인 별 다섯 개를 주었는데 한 명이 별 두 개를 주었습니다. 후기를 읽어보니 현재 아이폰 사용자이고 삼성 갤럭시를 생각은 해보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입을 안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상품의 정보를 얻으려 아마존에 온 다른 소비자들이 화가 났나 봅니다. 이 후기 아닌 후기에 무려 91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사지도 않은 제품을 가지고 리뷰를 하느냐고 항의하는 사람이 많았고 상당수는 글쓴이가 삼성 갤럭시S3의 스펙을 잘 모르고 있다고 구체적인 내용을 반박하고 있었습니다.
I don't own the Galaxy S3 yet but based on your way of rating products this is a 5 star without a doubt. Like the people at CNET.com stated: "Galaxy S3 is the Ferrari of Androids".
나는 갤럭시 S3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너 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평가할 것 같으면 갤럭시는 별 다섯 개다. 씨 넷과 같은 매체에서 ‘갤럭시 S3는 안드로이드폰의 페라리’라고 했잖아.
(즉, 소유해본 적도 없으면서 제품을 평하려면 차라리 언론의 평가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I think hank may be an iPhone fanboy trying to mess with the ratings. He must have been coddled by Apple for far too long.
내 생각에 행크(글쓴이)는 아이폰의 오빠부대로서 갤럭시의 평점을 끌어내리려고 노력하는 중인 것 같아. 아마도 애플의 품 안에서 너무 오래 논게 아닐까?
(한국도 그렇지만 ‘빠’도 있고 ‘까’도 있는데 애플이 유독 ‘빠’가 많다는 욕을 먹고 있습니다.)
즉, 객관적인 정의감으로 엉터리 리뷰를 쓴 것에 대해 반발한 사람이 많습니다만 겨우 열 명이 구입해서 후기를 쓴 것에 비하면 한 개의 엉터리 후기에 무려 91명이 댓글을 달았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의 제품이 인식이 좋은 편일 수도 있다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예 관심도 없으면 누가 댓글을 달겠습니까. (예를 들어 박근혜/노무현과 같은 정치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해당 정치인에 대한 왜곡된 기사가 나왔을 때 사실 관계가 틀렸다고 댓글을 달아 주겠습니까?) 어쨌거나 삼성의 위상이 이젠 상당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마존에서 삼성 말고 다른 회사의 TV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의 의견을 보겠습니다. 어차피 삼성 제품을 산 사람들은 좋다는 사람이 많은데 타사의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이 삼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파나소닉의 평면 텔레비전을 구입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구매한 텔레비전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한데 삼성이나 LG의 보급형 제품이 차라리 낫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The budget Samsung and LG TVs look pretty decent in my opinion, but this one missed out.
한 사람은 중국의 하이얼에서 나오는 평면 텔레비전을 구입했는데 예상외로 꽤 좋아서 놀랐다고 하면서도 소니나 삼성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예전에 삼성의 텔레비전을 산 사람이 예상외로 좋아서 놀랐는데 아직 소니나 파나소닉 정도는 아니라고 하던 말이 생각납니다.
would this TV compare to a high definition TV such a Sony or Samsung? I would say no, but you would pay much more for one of those TV's.
어떤 사람은 도시바의 평면 텔레비전을 샀는데 너무 좋다면서 삼성과 소니의 수준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I can say with a clear conscience that the picture quality of this set is on par with what I've seen from Sony & Samsung.
이런 평가들을 보면 다른 제품을 샀는데 좋으면 삼성만큼 좋다고 좋아하고, 나쁘면 역시 삼성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면서 프리미엄의 기준이 삼성이 된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후기를 종합하면 휴대폰에는 이런 경향이 특히 강하고 텔레비전도 못지 않은 듯 합니다. 대신 냉장고나 세탁기에서는 LG의 제품의 강세가 눈에 뜨이는데 오늘은 삼성을 이야기하는 날이라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평가가 특히 놀랍고 격세지감인 것이 제가 처음 미국에 온 2005년만해도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과 5-6년 만에 판세가 이렇게 변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참 물이 오른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명성이 얼마나 지속할지 아니면 일제가 그 영광을 잃고 있는 것처럼 언젠가 중국산에 힘을 잃고 물러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영광이 오래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삼성이 말로만 정정당당을 외치지 말고 진짜로 정정당당하게 행동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뉴욕, 그리고 미국 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비슷한 미국과 한국의 경제가 어려운 이유 (79) | 2012.08.28 |
---|---|
한국 음식이 도대체 뭐라고 (59) | 2012.07.23 |
월가 점령 시위가 결국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51) | 2011.11.17 |
세계를 향해 바로 서라 (37) | 2010.12.06 |
30대와 40대, 노후준비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45) | 2010.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