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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고 미국 생활 이야기

미국에서 돈 잘 버는 대학 전공 BEST 10은?

얼마 전에 뉴욕 타임즈지를 보다가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Do Elite Colleges Produce the Best-Paid Graduates?

라는 제목이었는데 의역하면 좋은 대학 나오면 돈을 더 많이 벌까?’ 하는 내용입니다. 저 자신도 궁금해져서 잠깐 시간을 내어 읽었는데 좋은 대학이라고 알려진 대학교의 졸업생들의 월급을 조사한 payscale이라는 사이트의 통계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결과가 뻔할 것 같기에 
흥미가 없을 뻔 했지만 그래도 한번 통계를 보니 조금은 예상을 빗나가는 면이 있었습니다. 우리 생각에는 그래도 가장 유명한 하버드 대학이 당연히 돈 잘 버는 졸업생을 배출할 것 같은데 의외로(?) 3등에 그치고 있었고 그 위에 2등은 MIT입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일등을 했는지 보니 Dartmouth 대학교입니다.
 


표에도 나오지만 표를 보는데 약간 주의해야 할 점은 그래프가 두 개가 보이는데 초봉은 갈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경력직 사원으로서의 봉급을 파란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 다트머스 대학교의 졸업생의 경우 상위 20개 대학의 중간 이하의 월급으로 시작을 하지만 경력직으로는 1등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다트머스 대학교는 아이비리그의 8개 명문대학 중에서 유독 한국인에게는 덜 알려진 학교였다가 지난 7 1일 김용 박사가 한국인으로서뿐만이 아니라 아시아계로서 아이비리그의 대학에 첫 취임함으로써 갑자기 관심을 받게 된 바가 있다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또 특이할 만한 사실은 MIT는 자랑스럽게도(?) 초봉과 더불어 경력직 월급도 조사대상에서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하버드 대학교의 초봉은 그리 높지 않아서 상위 20개 대학에서 중간 정도인 6만불 정도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눈에 더 띈 사실은 MIT와 더불어 초봉과 경력직 급여에서 둘 다 최상위를 차지한 Harvey Mudd College라는 학교입니다. 제가 워낙 아는 것이 없어서 구글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캘리포니아의 Claremont에 위치하고 있는 공학, 기초과학, 수학에서 인정을 받는 사립대학교라고 합니다. 학생의 1/3이 국가 장학생(National Merit Scholarship)이고 미국 내 최고 수준인 졸업생의 40%가 박사학위를 따는 학교라고 합니다. 이렇게 상위 3개의 대학 말고도 그 뒤를 프린스턴, 스탠포드 대학 등이 잇고 있습니다.

제가 더 관심이 갔던 것은 사실 대학별 랭킹보다는 전공별 랭킹이었습니다
. 미국의 대학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한 줄로 주욱 세울 수 있는 서열화가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위에서 보듯이 그래도 유명한 대학 졸업생이 더 벌겠지 하는 예상에서 그다지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전공은 지금 어떤 학과가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지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한국의 미래의 모습을 가늠해보는 가치가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아래 통계를 보시면 다음과 같이 순서가 정해집니다.

DESCRIPTION

1; 항공 공학

2; 화학 공학

3; 컴퓨터 공학

4; 전기 공학

5; 경제학

6; 물리학

7; 기계 공학

8; 전산학과

9; 산업공학

10; 환경공학


얼마 전에 미국 야후에 메인으로 소개된 기사 중에 최고 연봉의 직장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화학공학 관련 직장은 미국의 석유화학 산업과 관련이 있기도 하고 요즘 미국 내 유전개발 수요가 폭증하면서 관련 전공자가 많이 부족하다고 본 기억이 납니다. 어쨌든 상위 10개 학과를 쭉 살펴보면 경제학과와 물리학과만 빼놓고는 다 무슨 무슨 공학과라는 점이 특이하고 그나마 경제학과 물리학과를 포함해서 10개 학과를 다 아우르는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수학과 관련이 깊은 학과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속설에 수학을 많이 쓰는 과에 가야 돈을 번다고들 하는데 이 속설에 딱 들어맞는 통계로 보입니다. 혹시 이 통계를 보시면서 의대나 법대는 다 어디로 갔나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 통계는 대학과 학부과정에 관한 통계로서 대학원이나 박사 과정에 들어가는 의대, 법대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럼 돈과 가장 관계가 먼 전공
10개를 연이어 보겠습니다.

DESCRIPTION

하위에서부터 순서를 정리하면 사회사업과, 초등교육, 신학, 음악과, 서반아어과, 원예학과, 교육학과, 관광학과, 미술, 연극영화과(?) 순서입니다. 화학공학과 졸업생의 초봉이 7만 불에 육박하는 것을 생각하면 35천불에 불과한 하위 10개 학과의 월급은 참 불공평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한걸음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돈을 잘 번다는 학과와 못 번다는 학과는 수학과 관련이 있느냐 하는 것 외에도 한가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돈 잘 버는 전공은 그 어떤 것도 그 자체가 취미가 되기가 어려운 것이지만(아마 물리학이 취미인 사람은 없겠죠) 하위 10개 전공은 대부분 (음악, 미술, 연극, 하다못해 원예까지도) 전공이 취미일 수 있는 학과라는 것입니다. 물론 취미도 직업이 되면 즐기기가 어렵다고 하긴 합니다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이 전공을 선택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선택했을 것이기 때문에(미국이니까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이지만 삶의 보람은 충분히 느끼고 살지 않겠느냐 하고 맘대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source; pentagram.com

미국의 사회 시스템을 보다 보면 때로는 경멸이 느껴질 정도로 형편없는 것도 있고, 때로는 질투가 느껴질 정도로 잘 되어 있는 것도 봅니다. 이번 학과별 졸업생 수입의 통계를 보면서는 후자 쪽의 느낌이 강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만 해도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과학자가 꿈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로봇이나 미래사회가 나오는 만화영화를 보면서 그런 꿈을 키웠는지도 모르지만 국가적으로 과학기술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는 정권 차원의 인식이 있었던 것도 분명히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고 어떻게 보면 환경오염이나 자원고갈 등의 문제로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공계가 홀대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걱정이 많이 되곤 합니다.

 

일부에서는 끊임없이 터지는 우리나라 기업체 기술인력이 중국의 산업 스파이가 되어 수조원대의 기술이 유출되었다는 사건이나 의대의 대입 커트라인이 지나치게 높아져 서울과 지방의 의대가 다 채워지고 나서야 서울대 공대에 순서가 돌아온다는 우스개 소리도 다 이런 사회적 풍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저 자신도 의사지만 의대에 대한 지나친 관심도 걱정이고 이공계에 대한 사회의 처우도 그 중요성에 비추어 조금은 부족하다는 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 아시듯이 선진국은 대개 과학기술 강국이고 과학 기술 강국은 구호로만 이루어지지 않음은 분명합니다. 과학 기술 전공자가 현저하게 대우를 받는  상황을 보여주는 미국의 통계는 과학기술 강국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힌트를 주는 것 같습니다. 혹시 아래 뉴스기사 보셨습니까?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할 기회에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첨단기술, 일본이 한국의 9배

기술선진국 멀었다..中에 추월되기도 


물론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도 오래 전부터 나온 말이고, 예술과 같은 분야에도 사회적 지원이 워낙 없어서 예술가는 배고픈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이 사회에서 이공계만 홀대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현대와 같은 무한경쟁의 시대에는 아무래도 국부의 주요 기반은 과학기술 경쟁력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보니 그래도 이공계 전공자에 대한 처우와 사회적 신망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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