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씨가 녹화된 동영상을 하나 보았는데 이 분이 시민들에게 다가오는 경제적 대 붕괴를 대비해서 물과 식량, 총기류와 금을 사 모으라고 하고 있었습니다.(관련 동영상은 밑에 있습니다.) 일각에서 경제 붕괴에 대한 경고가 꽤 오랫동안 있어왔지만 이 분까지 이렇게 이야기할 정도로 이런 공포가 퍼져가고 있는 것은 몰랐습니다. 오늘은 두 편에 걸쳐서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미국의 GDP변화, http://budiansky.blogspot.com 달러의 구매력 하락, 미 노동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minefund.com에서 만든 표를 재인용
여러분의 옆 집에 이런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이 가족의 일년 소득은 2800만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일년 소비는 4000만원 정도를 합니다. 이런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이 아니라 꽤 오랫동안 이렇게 하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꼭 사치스럽게만 살아서 그런 것은 아니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도 매달 돈도 보내드리고, 가족 중에 아픈 사람도 있어서 병원비도 들어가고 그랬다고 합니다.
그래도 집도 좋고, 차도 좋은 것을 보면 헤프게 쓰는 것이 분명하고 거기다가 뭐가 그렇게 지킬 것이 많은지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도난 경보 시스템도 설치하고 그랬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가정의 빚이 무려 1억 5천 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소문에 따르면 소득의 1/4은 원금도 아니고, 빚에 대한 이자를 갚는데 쓴다고도 하니 도대체 돈이 어디서 생기는지 참 궁금합니다.
이 집안이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입니다. 2012년 세수가 2.6조 달러, 세출이 3.7조 달러, 부채가 14조 달러 정도되니 한국 사람의 일반 가정에 빗대어 한번 상황을 정리해본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적자 예산인데 이렇게 나라가 돈을 많이 쓰고, 빚을 많이 지고도 계속 유지되는 것이 신기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아마 미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있는 것일까요? 네, 있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은행이 바로 그렇습니다. 미국의 통화인 달러는 전 세계의 상거래에 이용되는 기축통화입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 한국의 한국은행에 남산만큼 쌓인 한국 돈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고, 국제 거래에서 사용이 되는 진짜 돈인 그 달러가 없었습니다. 몇 푼 안 되는(?) 달러를 차입하기(210억 달러) 위해 굴욕을 당했던 이유가 바로 이 달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필요에 따라서 달러를 얼마든지 찍어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거위인데 알을 낳는 속도가 맘껏 조절이 가능한 초특급 거위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도대체 이렇게 돈을 막 찍어내도 되는 것인가 걱정이 되어야 맞을 것입니다. 사과 하나가 열리는데도 농부의 일년간의 수고와 땅과 비료, 햇빛과 물이 필요한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무에서 유가 창출이 되는가, 과연 부작용 같은 것은 없느냐는 것이죠. 당연히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을 많이 찍어내면 재화는 비교적 정해져 있는 양이 있는데 돈만 늘어나므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1930년대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는 1차 대전 패전 이후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하는 베르사이유 조약에 따라 배상에 허덕이게 되었고 안 그래도 전쟁 중에 진 빚에 배상금까지 외국에서의 차입에 의존함으로써 마르크화가 약세에 있었습니다. 전쟁 중 달러당 9마르크 정도이던 환율이 전쟁 직후 1919년 말에는 47마르크가 되었고, 1921년 초에는 넘어서면서 60마르크가 되었습니다. 영국에 거액의 배상금을 물었던 1921년 말에는 330마르크가 되고 집권 세력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증세와 재정 긴축에 대해 좌우익에서 모두 반대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돈을 한없이 찍어내기 시작하자 인플레이션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되면서 1922년 말에는 달러당 8000마르크의 환율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바이마르 공화국은 붕괴하고 히틀러가 집권하는 단초가 제공되게 됩니다. 당시 빵 1파운드에 30억 마르크, 고기 1파운드는 360억 마르크였다고 하니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최근까지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짐바브웨의 경우 2009년 4월 자신의 짐바브웨달러를 공식적으로 포기하고 미국 달러를 공식 화폐로 사용하기 직전인 2009년 2월 환율이 짐바브웨 300조 달러당 미화 1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종이로 돈을 찍어내면 처음에는 무한한 부가 저절로 창출되는 것 같지만 결국 그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므로 돈이 가치가 없어진다는 역사의 교훈입니다. 그럼 이런 역사의 교훈이 황금알을 낳는 특급 거위를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미국의 경우에도 적용이 가능할까요?
통계에 의하면 약 100년 전인 1900년 경의 1달러의 구매력에 비해서 현재의 1달러는 3센트 남짓의 구매력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을 거듭 찍어낸 나머지 그 가치의 97%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최근의 데이터를 보니까 1900년에 대비해서 1970년 달러의 가치는 20센트 정도인데 현재 3센트 정도라고 합니다. 1970년에서 2010년까지 미국의 GDP는 1조 달러에서 14조 달러로 변했습니다. 즉, 달러로 표시되는 나라 전체의 경제 성장률은 달러 가치의 하락을 상쇄한 이상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일인당 GDP로 따져보면 역시 같은 기간 24000불에서 54000불로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서 2.25배의 성장을 보이는 것 같기는 한데 1900년의 달러 구매력으로 계산하면 1970년에는 24000달러 x 0.2 달러면 4800달러의 구매력이 있었고 2010년에는 54000불 x 0.03으로 1620 달러로 구매력이 오히려 줄어든 것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자신의 부모님들 세대에는 가정에서 가장 한 명만 일하고도 방 세 개인 단독주택에서 차 2대를 굴리고, 자식들을 교육시키면서 여유있게 살 수 있었는데 왜 지금은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하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되는지, 또 돈을 더 많이 버는데도 집도 빚이고, 차도 빚이고, 빚을 갚고 나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는 팍팍한 삶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에 제가 예시한 달러의 구매력을 따져보면 이런 상황이 별로 놀랍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를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세금’이라고 합니다. 월급에서 직접 제하는 직접세와 물건 등에 붙는 간접세와는 달리 인플레이션 세금은 조세 저항이 가장 없는 세금입니다. 하지만 국가에서는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재정을 감당하고, 대신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국가가 진 빚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됩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때 발권력을 동원하여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낮추어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디플레이션’을 막으려고 했었습니다. 이 때 전 세계가 들고 있어나 반발을 했지만 가장 심하게 반발한 나라가 중국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미국의 채무의 8%에 해당하는 1.16조 달러의 채권을 가진 나라인데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 가만히 앉아서 돈의 가치를 도둑맞는 결과가 초래되게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두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는 전 세계의 실물의 가치의 폭등을 가져왔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최근 얼마나 상품 가격이 올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면화입니다.
이하 indexmundi.com에서 캡춰
설탕입니다.
원유입니다.
철광석입니다.
금입니다.
달러의 팽창으로 인한 구매력의 상실은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미국 국민만의 손해가 아니라 중국이든 어디든 전 세계적인 손해를 가져옵니다. 어차피 우리나라도 국제 시장에서 달러로 물건을 구입하기 때문에 물건 가격의 상승은 보유하고 있는 달러의 가치의 하락을 의미합니다. 여담인데 최근 한은에서는 금을 다량 구매하여 외환 보유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고 하고 있는데 금의 경우 지난 100년간 구매력을 계산해보면 구매력이 오히려 상승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서 왜 금 값이 역사상 최고인 지금 시점에 금을 살 수 밖에 없었느냐는 시기적인 측면에서 비판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봅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은 희한하게도 미국의 소비자 물가의 폭등을 아직 가져오지는 않았습니다. 미국 시민들의 체감 물가는 조금 다르지만 적어도 정부에서 발표하는 바로는 그렇습니다. 주된 요인이 아직은 중국에서 값싼 소비재가 계속 수입되고 있다는 것이고, 미국에서 풀린 돈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통해 중국, 한국 등의 외환 보유고로 편입 되고 있다는데 있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의 금융권에 흘러 들어간 돈은 다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증시 등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일부에서는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도 각국의 주가는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전의 상황을 거의 회복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 글이 다음에 이어집니다. 너무 길어서 두 편으로 나눕니다.
** 위에 두개의 테이블의 출처를 알려주시는 분이 계시면 올리겠습니다. 오래 전에 캡채해두어서 링크를 잃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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