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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예쁜 발, 잘생긴 발을 만드는 법

많은 사람들이 외모에 신경을 점점 더 쓰게 되면서 얼굴로 한정되던 관심의 영역이 가슴과 허리, 엉덩이를 넘어서 다리에 까지 넓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겉모습에 발은 속하지도 않았는데 직업상 환자들의 발을 자주 보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예쁜 발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발의 질환 중에서 가장 유명한 무좀을 예로 들면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냥 무좀을 가지고 살았지 굳이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겉보기는 흉해도 별로 증상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가을부터 봄까지는 잘 지내다가 여름이 오면 반짝 증상의 악화를 경험하고 또 참고 지나가면 한 해가 가고 이런 식으로 그냥 견디었던 것 같습니다.


두꺼워진 발톱도 치료가 된다면서요

참다 참다 병원에 오게 되면 대부분 가려움증이나 진물, 각질이나 피부가 갈라지는 증상 등을 호소하였는데 요즘은 좋은 치료제가 많아서 잘 치료가 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2000년 중반에 제가 한국에서 병원에 근무할 때 발톱 무좀에 대한 치료의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제약회사의 마케팅이라는 변수가 작용하기는 했지만 발톱무좀이라는 병이 의사와 환자 양쪽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이죠.

“발톱 때문에 왔는데요.”
“발톱이 어떠신데요?”
“여기 보시면 발톱이 두꺼워졌는데 이런 것도 치료가 된다면서요.”
“그럼요. 어디 한번 봅시다.”

이런 대화가 당시 제가 많은 환자들과 나누었던 전형적인 대화입니다. 즉, 두꺼워진 발톱이 치료의 대상일수도 있다는 것을 점점 더 많은 환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조금 지식이 있는 환자들은 두꺼워진 발톱을 보여주면서 “무좀인데요 치료 좀 받으려고요.”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려오셨지만 사실 두꺼워진 발톱이 다 발톱무좀 때문만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난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쌩얼에도 매니큐어는 필수라는 미국여성들

미국에서 살다 보니 한국과 미국의 여러 가지 문화적 차이를 많이 보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미국 여성들의 손발톱 관리에 대한 관심이 한국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한국에도 네일아트니 네일샵이니 해서 주로 손톱을 관리해주는 미용업이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만 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성업중인 유망직종입니다. 특히 이 직종은 많은 한인여성들이 특유의 섬세함과 기술로 인정을 받아서 상당히 많이 미국 사회에서 각광받는 자영업으로 인정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환자를 볼 때 이런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얼마 전에 본 60대의 흑인 여성은 발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서 발을 꼭 봐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발이 아파서 왔는데요.”
“그러세요. 그럼 발 좀 보여주세요.”
(쑥스러운 표정으로) “발톱에 매니큐어도 못 칠했는데 어쩌나.”
“어휴, 괜찮아요. 걱정 말고 보여주세요.”

(발톱은 페디큐어지만 그냥 일반적으로 쓰는 말로 번역을 했습니다.) 이 대화에서 눈치를 채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여성환자가 의사에게 발톱을 칠하지 못한 발을 보여주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발톱관리가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어떤 환자들은 마치 양치하지 않고 치과에 가는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국보다 훨씬 일반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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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들은 젊으나 나이가 있으나 화장을 안 한 맨 얼굴로도 자연스럽게 밖에 나가지만 손톱만큼은 꼭 칠하고 다니고 발톱도 정성스럽게 칠한 사람을 보는 것이 아주 흔한 일입니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화장은 꼭 하지만 손발톱을 칠한 경우는 그리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다가 봉숭아 물을 들인 경우만 좀 보았지요.


손톱이 정말 길었던 여자 은행원 이야기

이렇듯 미국 여성들이 손발톱 관리에 정성을 들이니 네일샵(손발톱 관리해주는 미용업소)가 미국에서 성업중인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하도 많이 보면서 사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익숙해졌습니다. 한번은 은행에 갔는데 여자 은행원이 손톱이 어찌나 긴지 돈을 잘 세지 못할 정도로 길었습니다. 아마 손가락 끝에서 1.5센티미터는 더 나온 것 같았는데 진짜 자기 손톱인지 붙인 손톱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긴 손톱에 무슨 그림까지 그려있어서 정말 관리에 정성이 많이 들어가겠구나 짐작을 했습니다.

손톱이 예술적인 것은 좋은데 문제는 일을 잘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긴 손톱을 다치지 않게 일하려니 돈을 세는 것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천천히 세고 컴퓨터 자판을 누를 때도 손톱을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누르는 것을 보니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터질 지경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런 직원은 경고라도 받을 것 같은데 이런 직원은 슈퍼마켓 계산대에도 있고 백화점에도 있고 하여간 미국은 희한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야기가 옆길로 샜는데 본론으로 돌아와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이 밖에 다닐 때 더 이상 양말이나 스타킹을 신지 않던데 샌들 형태의 신발을 신게 되면 아무래도 발과 발톱이 노출이 많이 됩니다. 아마 이런 것도 발과 발톱의 외모에 대해 더 신경을 쓰게 되는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예쁜 발의 구성 요소

예쁜 발을 가꾸려면 일단 발의 형태가 예뻐야 하고 피부가 고와야 하며 발톱도 좋은 모습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상적인 발의 형태를 생각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해야 하는 것이 바로 무지외반증이라는 질환입니다. 학문적으로 밝혀진 원인은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사람이 근육과 신경, 골격계의 이상의 영향으로 생기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만 의사를 비롯한 많은 일반인들이 앞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착용의 악영향에 대해 많은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하이힐 등의 잘못된 신발이 이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쨌거나 발의 건강에 좋은 신발은 미관상 그리 아름답지 않더라도 폭과 길이가 충분한 스니커즈 형태의 신발이기 때문에 이런 신발을 자주 신는 습관을 들여서 발의 통증이나 변형을 미리 예방하는 것도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예방조치가 되겠습니다. 이미 발의 변형이 온 사람의 경우는 발의 보조기 착용이나 수술적인 조치가 필요하기도 한데 어떤 치료의 옵션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전문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각질과 굳은 살, 무좀 일수도

발의 피부도 미관상 중요한 인자입니다. 대개 피부질환이 없는 발은 그 자체로 좋은 인상을 주지만 지나친 각질이 있다거나 티눈, 굳은 살, 사마귀 등은 미관상 문제가 될 뿐만이 아니라 통증 등을 가져오므로 치료가 필요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질환입니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발의 무좀입니다. 많은 일반인들도 발에 생기는 무좀이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은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발의 무좀이 네 가지나 되는 형태로 나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발의 피부에 붉은 반점형태로 나타나면서 가려움증을 동반하고 때로는 아주 작은 물집을 만드는 염증형과 발가락 사이에 살이 두꺼워지고 갈라지는 지간형은 설명이 필요 없는 무좀입니다. 그런데 발등은 괜찮은데 발바닥 특히 발뒤꿈치의 피부가 두꺼워지는 형태의 무좀은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치료가 가능한 무좀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조금 신경을 많이 쓴다면 그저 각질을 부지런히 다듬는 정도는 많이들 하시지만 근원적인 치료가 있다는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각질이 다 무좀은 아닙니다.) 궤양 형의 경우는 무좀이 심해져서 살이 무르고 터진 것인데 이 정도까지 가기 전에 대개 병원을 찾게 되므로 위험하지만 여기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발톱이야기는 서두에서 언급했습니다만 다시 요약하자면 두꺼워진 발톱은 무좀일 수 있으며 치료로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대개 항진균제 복용으로 수개월이 소요되지만 긴 노력의 대가로 정상적인 발톱을 찾으신 분들께서는 정말 기뻐하시더군요. (한국에서 아주 드물지만 가끔 페디큐어를 하신 분들을 보는데 이 페디큐어의 목적이 무좀으로 보기 싫어진 발톱을 감추느라고 하신 분들이 많더라는……)

노출의 계절 여름에 발도 어쩔 수 없이 노출이 됩니다. 병원은 원래 멀리해야 좋다고들 하지만 예쁘고 잘생긴 발을 위해서 나도 한번 병원에 가봐야 할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뉴욕에서 의사하기 오백만 방문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