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시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병원에 방문할 필요는 못 느낀다 하더라도 눈의 통증, 두통, 손이나 팔꿈치, 어깨와 목 부위의 통증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마음 속으로는 이런 증상에 대해 불안하게 생각하면서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그냥 참는 경우가 많습니다. 컴퓨터를 오래해도 건강을 해칠 수 있을까요?
10년도 훨씬 더 된 이야기입니다. 맨해튼에 월가에 있는 큰 청동 황소 상으로 유명한 유수의 투자은행 Merrill Lynch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직원들이 컴퓨터 모니터의 도입 이후에 집단적으로 목과 어깨 근육에 통증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무슨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으로 생각한 회사에서는 이 질환의 심각성을 느끼고 당시 제가 근무하는 대학병원에 왜 이런 질환이 발병하는지 역학조사를 의뢰했습니다. 당시 조사를 나갔던 닥터 토마스는 컴퓨터 모니터가 하나같이 천장에 매달려 있어서 직원들이 고개를 과도하게 들고 근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이의 시정을 조언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는 이런 환자가 줄어들었음은 물론이고요. 소위 인체공학(ergonomics)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지 했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습니다.
먼저 눈의 통증, 눈물, 충혈, 시야가 흐려짐, 심지어는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이런 증상을 초래하므로 한 마디로 원인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집중을 해서 뭔가를 보게 되면 눈의 깜빡임이 줄어들어 눈이 건조해지고 충혈될 수가 있고 눈이 근거리를 계속 주시하게 되므로 렌즈 역할을 하는 안구내의 수정체가 긴장된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되게 됩니다. 밝은 빛 자체도 오랜 동안 노출되면 망막에 자극이 됩니다. 다른 눈의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이런 경우 유일한 해결책은 자주 쉬어주는 것인데 1 시간 작업에 5-10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문제는 일단 열중하게 되면 쉬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작업에 대한 몰입과 집중에 잦은 휴식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쉬지 않고 일을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데 위의 증상이 있는 분들은 자신과 동일한 조건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증상이 단지 남과 비슷한 정도인지 훨씬 심한지를 따져보고 자신의 증상이 통상적인 정도를 넘어선다면 다른 사람은 휴식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자신은 쉬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증상이 쉬어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병원에 가서 다른 의학적 문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음은 물론입니다.
제가 환자들에게 권하는 한 가지 방법은 일을 하면서 녹차, 홍삼차 등 건강에 좋은 차를 항상 옆에 두고 마시면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차 자체도 좋겠지만 화장실을 자주 이용해야 하게 되는 관계로 억지로 컴퓨터를 잠시 떠나게 되니 일석이조가 되겠습니다.
둘째로 목과 어깨의 통증이 있는 경우인데 대개 조이는 듯 하거나 뻐근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많은 환자들이 목 디스크에 대한 염려를 하게 됩니다만 실은 근막통증 증후군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는 근육 섬유가 과도하고 지속적인 경직으로 다시 이완될 능력을 잃어 생긴다는 학설이 널리 인정받고 있으나 근육을 덮고 있는 근막이 수축되어 생긴다는 설도 있습니다. 결국 잘못된 자세 혹은 바른 자세라 할지라도 한 가지 자세를 너무 오래 유지하는 경우 생길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아픈지 아니면 좀 쉬고 나면 좋아지는지가 치료를 결정하게 되는데 쉬고 나면 좋아지는 경우 스트레칭과 휴식이 해결책이지만 쉬어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셋째로 팔을 움직일 때(특히 들어 올릴 때) 생기는 어깨 관절의 통증은 오십견이나 이와 유사질환(건염, 점액낭염, 충돌 증후군 등)일 수 있는데 마우스의 위치가 너무 작업 위치에서 멀거나 높은 위치에 있으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하루 이틀의 작업은 대개 문제가 되지 않으나 몇 달 몇 년을 잘못된 자세로 작업을 한다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역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증상의 악화를 막는 방법입니다.
넷째로 팔꿈치의 통증인데 심하면 키보드가 몸에서 너무 가까운 경우 팔꿈치 통증뿐만이 아니라 요골신경이 눌러 손에 힘이 없어지는 수도 있고, 키보드가 너무 낮다면 테니스엘보라는 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또 팔꿈치가 책상에 닿아서 일을 계속 하게 되면 점액낭염이 생길 수도 있는데 증상은 역시 통증입니다.
다섯째로 비교적 유명한 수근관 증후군이란 게 있는데 키보드가 너무 낮거나 높은 경우, 키보드의 위치는 적절해도 키보드 작업이 너무 많은 경우 손에 감각이 마비되거나 저리는 증상이 생깁니다. 특히 밤에 증상이 심해져서 손을 주물러야 간신히 잠을 잘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 지적한 안과적인 문제를 제외한 목에서 시작해 손의 통증을 일으키는 여러 증후군들은 치료가 비슷한데 투약, 물리치료, 주사요법 등이 사용됩니다. 일단 인체공학적인 면을 교정하고 자주 휴식을 취하면서 스트레칭을 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을 찾는 게 좋겠습니다.
인체 공학적인 작업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실 회사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바꾸어줘야 하므로 쉽지는 않지만 개인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일단 모니터는 약간 내려다 볼 수 있게 시선보다 20도 정도 낮게 위치해야 하고 거리는 50센티 정도가 좋습니다. 키보드는 팔꿈치 관절이 90도 정도 각도가 될 수 있는 높이로 위치해야 하고 손목은 구부리지 않고 편 상태로 작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필요하면 손목 밑에 받치는 쿠션을 써도 되는데 쿠션 때문에 손목의 각도가 굽어지면 쿠션이 없는 게 낫습니다. 또한 키보드는 모니터 바로 앞에 놔야 하고 마우스도 같은 높이에 있어야 합니다. 의자는 허리를 받쳐주는 것이 좋고 의자 높이는 높지 않게 해서 무릎이 90도 정도 각도가 되어 발바닥이 완전히 지면에 닿게 해야 합니다. 책상이 높으면 의자도 높아야 하는데 이 경우 발이 약간 공중에 뜰 수 있는데 이를 교정하기 위해 필요하면 발받침(각종 박스라도)을 놓고 작업하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책상은 모니터와 키보드 등을 충분히 수용하고도 눈에서 거리가 유지될 정도로 앞뒤 길이가 길어야 하는데 대개 1미터정도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자파의 위해는 동물 실험 등에서 이미 입증된 바가 있고 전자파 때문으로 추정되는 여러 가지 암의 발병이나 유산 등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지만 실험실 환경이 아닌 일상 생활 중에서 컴퓨터 혹은 모니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정말 인체에 해롭느냐는 질문은 아직 확실히 대답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의사나 과학자들이 해롭다는 학문적 증거가 없다고 하지 위험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여기서 가장 상식적인 판단을 해야 합니다. 안전하다고 밝혀질 때까지 안전하지 않다고 간주하고 가급적 전자파에 덜 노출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컴퓨터 사용 시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컴퓨터 앞을 떠나 적절한 시간 휴식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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