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이어서 열 세 번째로 정관사의 쓰임을 알아보자면 정관사와 형용사가 결합해서 명사를 만드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the와 형용사인 old가 결합하면 명사로 노인이 되고 the와 young이 결합하면 젊은이가 됩니다. 너무나 상식적인 내용이라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다 아시리라고 믿습니다만 설명의 일관성을 위해서 잠시 언급하자면 ‘너와 내가 아는 바로 그’로 뜻이 되는 ‘the’가 ‘old’라는 형용사와 만나면 이런 개념이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과 제가 아는 ‘늙은’ 이라는 형용사를 연상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서는 간혹 ‘늙은 닭’이나 ‘늙은 고양이’같은 것을 떠올리시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거의 대부분은 ‘늙은 사람’을 떠올리실 것입니다. 그래서 the old라는 것은 너와 내가 아는 개념에서 늙은 그 어떤 것인데 그것은 바로 ‘늙은 사람’ 일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형용사에 정관사를 붙여 놓으면 그 형용사가 묘사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연상이 잘 되는 그 것이 바로 그 단어의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열 네 번째로 앞에 이미 언급된 것을 지칭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I saw a bus and the bus was yellow.’라고 했다면 앞 문장에서는 상대방이 모르는 어떤 버스를 언급하는 것이므로 ‘한 버스’를 보았다고 했고 두 번째 문장에서는 이미 그 버스가 언급이 되었으므로 ‘너와 내가 아는 그 버스’라는 의미로 the가 사용되었습니다. 저는 이 열네 번째로 언급한 앞에 지칭된 것을 언급하는 의미의 ‘the’를 모든 ‘the’의 의미가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생각합니다. 누차 언급한 ‘너와 내가 아는 바로 그’의 의미가 바로 이 용법에서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열 다섯 번째인 정황상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경우에 the를 사용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사무실에서 출입문 바로 앞의 책상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데 B라는 사람이 ‘Can you close the door?’라고 했다고 합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문’이 무슨 문인지 이 요청을 하는 B라는 사람이 명확히 한 적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 요청을 듣는 A의 바로 앞에 출입문이 있으므로 그 출입문을 닫아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은 아주 명백합니다. 만약 출입문이 여러 개가 열려 있고 A라는 사람이 그 중간의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서 무슨 문인지 말하는 것인지 서로 모를 것 같은 상황에는 절대로 이런 표현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다른 예로서 아이가 거실에서 놀고 있고 엄마는 주방에서 뭔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는데 아마 우체부라도 온 것 같습니다. 문을 계속 두드리는 소리가 나니까 엄마는 아이에게 말합니다. ‘John, answer the door!’(존, 가서 누가 왔나 보렴!) 여기서 the door는 지금 누가 두드리고 있는 그 문이라는 사실은 엄마와 John 모두에게 아주 명확한 사실입니다. 만약 엄마가 a door라는 표현을 썼다면 매우 이상할 것입니다. 서로 그 문 밖에 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어떤 하나의 문을 열어보라고’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드디어 길고 긴 정관사의 활용과 이 정관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의미인 ‘너와 내가 아는 바로 그’가 이 여러 가지 활용에 다 적용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그 전에 배웠던 관사를 쓰지 않는 상황과 부정관사를 쓰는 상황을 종합해서 이제 제 이론이 맞는지 검증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글은 Arnold Lobel이라는 유명한 동화작가의 <Frog and Toad together>라는 동화책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인 <Dragons and Giants>라는 이야기의 일부를 가지고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Frog and Toad were reading a book together.
개구리와 두꺼비가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개구리와 두꺼비는 일반적인 동물의 이름이지만 잘 보시면 두 단어가 모두 대문자로 시작합니다. 즉, 이 단어는 단지 보통명사가 아니라 각각의 동물들의 이름 자체가 그러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이름이 ‘개구리’라는 개구리와 이름이 ‘두꺼비’라는 두꺼비가 있었는데 이 두 친구가 책을 함께 읽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삽화에서 개구리와 두꺼비 그림이 없었다면 저도 이게 사람의 이름인지 동물의 이름인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만 저는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보아서 이 동화의 주인공이 되는 두 동물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이름이므로 이 책의 내내 Frog와 Toad는 정관사나 부정관사가 없이 쓰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이야기가 막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무슨 책을 읽었는지 독자가 모르므로 book 앞에는 ‘어떤 하나의’의 의미를 가지는 ‘a’가 나옵니다.
“The people in this book are brave,” said Toad. “They fight dragons and giants, and they are never afraid.”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용감하구나 하고 두꺼비가 말했습니다. 그들은 용들과 거인들과 싸우네. 그런데도 절대로 두려워하지 않아.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용감하다’라고 두꺼비가 말했는데 people은 뒤에 나오는 in this book(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로 의미가 한정이 됩니다. 그래서 the가 붙어야 합니다. 그래야 (책을 함께 읽었으니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바로 그) 사람들이 되니까요. ‘그들은 용들과 거인들과 싸운다. 그리고 그들은 절대로 두려워하지 않아.’라고 문장이 이어지는데 dragon과 giant이 단 하나씩이 아니고 여럿이 등장했었을 것이므로 복수로 표현이 되어서 ‘하나의’ 의미를 가지는 부정관사가 붙지 않았습니다.
“I wonder if we are brave,” said Frog.
Frog and Toad looked into a mirror.
나는 우리도 용감한지 참 궁금해 하고 개구리가 말했습니다. 개구리와 두꺼비는 거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 a mirror가 나오는데 거울은 여기서 언급이 된 적이 없이 새로 나오므로 하나의 어떤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는 의미이므로 부정관사가 쓰였습니다.
“We look brave,” said Frog.
“Yes, but are we?” asked Toad.
Frog and Toad went outside.
“We can try to climb this mountain,” said Frog. “That should tell us if we are brave.”
Frog went leaping over rocks, and Toad came puffing up behind him.
우리도 용감해보여 하고 개구리가 말했습니다. 그래. 근데 정말 우리가 용감할까 두꺼비가 물었스비다. 개구리와 두꺼비는 밖에 나갔습니다. 개구리는 말했습니다. 우리가 이 산을 오르면 우리가 용감한지 알 수 있을거야. 개구리는 바위들을 넘어 ㄸ면서 갔고 두꺼비도 숨을 몰아쉬면서 뒤따랐습니다.
마지막 문장만 보시면 rock이 복수로 쓰이면서(당연히 의미상 바위 하나만 건너 뛰면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개의 바위를 넘어야 하므로 복수입니다.) 부정관사를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보아도 부정관사의 진정한 의미는 ‘하나의’가 맞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They came to a dark cave. A big snake came out of the cave.
그들은 어두운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한 커다란 뱀이 동굴에서 나왔습니다.
첫 문장에서 a가 쓰인 이유는 이 글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동굴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정관사가 쓰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에서 cave는 정관사가 쓰였습니다. 이미 첫 문장에서 언급이 되었던 ‘바로 그’ 동굴이기 때문입니다.
Snake은 어떻습니까. 처음 등장했습니다. ‘어떤 한 마리의’ 뱀이 (직전에 언급해서 너와 내가 아는 바로 그) 동굴에서 나왔습니다.
“Hello lunch,” said the snake when he saw Frog and Toad. He opened his wide mouth.
안녕, 점심들아! 뱀이 개구리와 두꺼비를 보고 말했습니다. 그 뱀은 그 큰 입을 벌렸습니다.
이번에는 the snake입니다. 윗 문장에서 a big snake라고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너와 내가 아는 바로 그 뱀이므로 정관사가 쓰였습니다.
Frog and Toad jumped away. Toad was shaking.
“I am not afraid!” he cried.
They climbed higher, and they heard a loud noise. Many large stones were rolling down the mountain.
개구리와 두꺼비는 깡총깡총 뛰면서 도망쳤습니다. 두꺼비는 벌벌벌 떨었습니다. 난 두렵지 않아. 두꺼비는 소리쳤습니다. 그들은 더 높이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커다란 소리를 들었습니다. 수많은 큰 돌들이 산위에서 굴러내려오고 있었습니다.
a loud noise에 주목해주세요. 이 글에서 처음 나옵니다. 그리고 한 개의 소음입니다. (소음을 어떻게 셀 수 있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와 아이가 우는 소리가 동시에 들리면 두 개의 소음입니다. 여기서는 바윗돌이 산을 굴러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단일한 소음이 있으므로 부정관사가 쓰였습니다.
“It’s an avalanche!” cried Toad.
산사태다! 두꺼비가 소리쳤습니다.
산사태도 처음 나오고 또 하나의 산사태이므로 a가 쓰였습니다. 만약 몇 번에 걸친 산사태를 표현하고 싶다면 복수도 가능하겠습니다만 여기서는 개구리와 두꺼비가 목격하고 있는 당시의 한 가지 상황을 일컫으므로 부정관사가 쓰이는 것이 맞습니다.
Frog and Toad jumped away. Frog was trembling.
“I am not afraid!” he shouted.
They came to the top of the mountain.
개구리와 두꺼비는 다시 뛰어 도망쳤습니다. 개구리도 덜덜 떨었습니다. 난 두렵지 않아. 그는 소리쳤습니다. 그들은 산의 정상에 도달했습니다.
마지막에 top은 of the mountain에 의해 한정이 되는 것이므로 the가 쓰였고 mountain이라는 단어도 역시 앞에서 언급된(개구리와 두꺼비가 현재 오르고 있는 바로 그) 산이므로 the가 쓰입니다.
The shadow of a hawk fell over them. Frog and Toad jumped under a rock. The hawk flew away. (후략)
한 마리의 매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들을 향해서 내려왔습니다. 개구리와 두꺼비는 큰 바위 밑에 숨었습니다. 그 매는 그냥 날아가버렸습니다.
Shadow는 of a hawk에 의해 한정이 되니까 정관사가 쓰이고 a hawk는 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대상이므로 부정관사가 쓰였습니다. 개구리와 두꺼비가 뛰어서 바위 돌 아래에 숨어들었는데 이 돌은 처음 나오는 것이고, 하나의 돌이므로 부정관사가 쓰였고 만약 바윗돌들의 아래로 들어갔으면 복수가 쓰였을 겁니다. 그리고 매가 날아갔다는 마지막 문장에서는 이미 등장했던 매이므로 the hawk라고 표현이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전에 관사의 사용과 관련해서 한국인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몇 가지 되짚어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식사시간이 되었는지 승무원이 음식을 담은 카트를 밀고 오더니 묻습니다.
“Would you like chicken or fish?”
닭으로 하실래요 생선으로 하실래요?
그러니까 승객이 묻습니다.
“Do you have beef?”
혹시 쇠고기 요리는 없나요?
이런 상황이 있다고 가정하면 앞에 chicken, fish 그리고 beef 모두가 관사가 없이 쓰였다는 것을 주목해보세요. 여러분이 음식카트를 밀고 온 항공기 승무원에게서 chicken이라는 말을 들으면 펄펄 날아다니는(혹은 뛰어다니는) 살아있는 닭을 연상하십니까 아니면 닭고기 요리를 연상하십니까? 당연히 후자일 것입니다. 첫 번째 글에서 이미 이야기했지만 그 단어가 연상시키는 고유의 속성이 사용되는 상황에서 그 단어가 사용이 될 때는 관사가 쓰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식으로 언급되는 이 단어들은 다 관사가 없습니다.
관사가 붙으면 a chicken은 한 마리의 닭이고 a fish는 한 마리의 물고기가 되는 것입니다. 단 소는 a cow 든 a bull이든 상황에 맞게 써야 하겠고 a beef는 소를 말할 때 쓰지 않습니다. 마치 pork는 돼지고기이지만 살아있는 돼지는 a pig로만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Do you have a beef?’라고 한다면 여기서 beef는 불만이나 뭔가 배알이 꼴리는 상황이란 뜻이 있으므로 해석은 ‘뭐 떫으냐?’ 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
같은 원리로 아래 문장을 풀어보겠습니다.
I like dog.
I like dogs.
관사가 없는 첫 문장은 개고기라는 뉘앙스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 개고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애완동물로서 개를 좋아한다면 두 번째 문장과 같이 표현해야 합니다. 의문문으로도 당연히 ‘Do you like dogs?’라고 해야 자연스럽습니다. 참고로 아래와 같은 문장을 쓴다면 원어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I am having a dog.
비록 dog에 부정관사를 써서 개를 개고기가 아닌 한 마리의 개로서 규정을 하고 있으나 이 경우 have를 현재 진행형으로 쓴 것이 문제가 됩니다. Have는 가지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경우 현재진행형으로 쓸 수 없으나 eat의 의미로는 현재진행형으로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나는 한 마리의 개를 통째로 먹고 있는 중이다.’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이 문장을 ‘나는 애완견 한 마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제대로 쓸려면 그냥 ‘I have a dog.’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로서 다섯 번에 걸친 이야기로서 영어에서 가장 어렵다는 관사를 되도록 쉽게 풀어보는 작업을 마무리 합니다. 본 블로그나 제 책에서도 누누이 강조했지만 영어의 기본 뼈대의 구성은 책을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영어문장의 문법적 구성을 익히는 것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나중에는 보다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문법을 익히는 것이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 문법책을 가까이 두고 조금씩 읽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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