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좋아하는 것에 비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로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지는 못하는 저로서는 극장에 갈 때는 상당히 신중하게 영화를 고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거의 매 주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었기 때문에 당시 히트작은 거의 다 보았지만 직장일로 바쁘고 어린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극장에 가기가 상당히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말이 필요없는 올해 최고 화제작 다크나이트와 정반대편의 영화, 맘마미아 뉴욕 브로드웨이의 맘마미아 공연장 스웨덴의 맘마미어 프리미어에 모인 배우들과 아바의 멤버들
얼마 전에 그래도 어렵게 결심하고 극장에 가서 본 영화가 ‘배트맨 다크나이트’ 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무래도 제 컴퓨터의 웹 브라우저의 시작페이지로 되어 있는 미국 포털 야후에서 우연히 흥미로운 뉴스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때가 지난 7월 말이었는데 미국 전역에서 개봉한 다크나이트가 개봉 첫 주말 역대 흥행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는 ‘스파이더맨3’를 누르고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는 것과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타이타닉’을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깨가는 다크나이트
개봉할 때마다 꼬박꼬박 극장에서 보아주었고 나름대로 좋아하는 ‘스파이더맨’을 누르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절대 지존(?)인 ‘타이타닉’을 누를지도 모르는 영화라면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평론가들의 호평과 일반 관객들의 칭찬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 꼭 보고 지나가야 할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어쨌거나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그것도 개봉 2주차에 말이죠. 평일 저녁이었는데 극장에 들어가기 전부터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영화 시작 30분 전인데도 극장 밖에 매표를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삼성동의 메가박스에 자주 갔었는데 이런 도심의 극장이야 극장 로비에 사람이 북적북적한 것이 하나도 신기한 일이 아니었죠. 하지만 이런 뉴저지 시골의(?) 극장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늦게 들어간 죄로 제일 첫 줄에서도 코너로 몰린 열악한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극장은 대부분 지정좌석이 없습니다.) 아주 불편한 각도로 고개를 들고 영화를 보았지만 약 2시간 반의 러닝타임이 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영화는 잘 보았습니다. 한가지 문제라면 이 영화가 제가 읽었던 평단의 격찬(미국과 한국 모두)을 다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재미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영화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를 가벼이 여길 생각도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결론은 ‘이게 도대체 왠 호들갑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내 생애 최고의 영화였어!!
영화 말미에 고담시 경찰국의 고든 경감의(게리 올드만) 나래이션을 배경으로 배트맨이 오토바이를 타고 새벽의 도시로 사라지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자막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 앉아있던 백인 여자가 함께 온 남자친구에게 그러는 것을 우연히 들었습니다. “Oh, my god, this is unbelievable. This is the best movie I’ve ever seen!!” 해석은 안 해도 다 아시겠지만 너무나 훌륭한 영화였다며 감격해 하는 것이 아닙니까.
솔직히 배트맨이야 말로 제가 좋아하는 모든 요건을 갖춘 영화입니다. 코믹스가 주는 환타지적 영웅이야기에다가 감독부터 시작해서 배우까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 일색입니다. 일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와 인섬니아 같은 영화(둘 다 개봉하자마자 극장에서 보았습니다.)에서 받은 감명이 있었기에 이 감독 영화는 일단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한국에서는 그다지 흥행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배트맨 비긴스’도 배트맨이 스승인 헨리 듀카드와 싸워야 하는 기괴한 플롯이 적응하기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저평가된 작품이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배트맨이자 부르스 웨인 역의 크리스천 배일도 2005년 배트맨 비긴스와 2006년작인 프레스티지에서의 인상적인 연기 덕분으로 제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리스트에서 순위가 급상승한 배우입니다.
예전에 마을마다 한 집에만 텔레비전이 있었던 시절에는 무슨 인기드라마라도 하는 시간이 되면 온 마을 사람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앉아 드라마를 함께 시청했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악인역할을 하는 사람이 나오면 다 함께 분개하고 또 주인공이 당하는 고초를 함께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요. 분명히 당시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현실과 혼동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영악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그만한 몰입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지요. 그런데 제가 ‘프레스티지’를 보면서 크리스천 배일에 대해서 약간의 분노를 느낄 정도로 이 친구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어쩌면 더 좋아하는 연기자인 휴 잭맨의 라이벌이라는 설정 때문에 이런 감정이입이 일어났을 수도 있지만 이 배우는 어쨌든 이 영화로 저에게는 확실히 인정을(?) 받았습니다. (저에게 인정을 받으면 개봉작의 박스오피스 매출이 5불 가량이 늘어나는 혜택이 있습니다. ^^;;)
정말 화려한 다크나이트의 배역진들
그 후로도 ‘3:10 투 유마’ (2008)에서 크리스천 배일 덕분에 복장이 터지는 경험을 한 번 더 하게 되고(강도지만 스타일이 사는 러셀 크로에 비해서 너무 우직하고 답답한 이 캐릭터는 끝까지 사람을 미치게 하더군요.) 어찌 보면 나무토막처럼 뻣뻣하지만 그래도 영화 속의 캐릭터에 110% 맞는 사람이었기에 영화에 몰입을 쉽게 해주는 좋은 배우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이미 그 스스로 전설적인 대배우인 마이클 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능청맞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는데 이 할아버지 배우는 맡은 역할마다 그 누구도 그 자리에서 더 잘해낼 수 없이 아주 멋지게 배역을 소화해내는 것 같습니다. 이 배우에 제가 개인적으로 더 애착을 갖는 이유는 (스파이더맨의 토비 맥과이어와 ‘몬스터’와 ‘노스컨트리’로 눈부신 미모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연기력을 보여준 샤를리즈 테론이 대중적으로 크게 뜨기 전에(?) 주연했던) 1999년작 ‘사이더 하우스’에서 약간은 냉소적이고 비관적이면서도 자애로운 산부인과 의사인 라치 박사 역에서 보여준 대배우적인 무게감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에 이런 중량감을 갖는 능구렁이 같은 배우로(이런 이상한 표현이 이해가 안 되시는 분은 마이클 케인의 작품을 몇 편 보시면 조금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딱 맞는 사람이라면 최불암이나 변희봉 같은 분이 떠오르는 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게리 올드만도 말이 필요 없는 대배우라고 봅니다. 1994년 작 레옹에서 보여준 괴팍하고 신경질적인 형사반장의 이미지가 맡는 역할마다 오버랩 되는 것이 조금 성가시기는 하지만 한국으로 따지면 안성기나 설경구 정도로 믿음이 가는 배우입니다. 또 모건 프리먼도 두말이 필요 없는 대배우지요. 최근 ‘버켓리스트’(2007)를 보신 분이라면 이 분이 요즘 암 투병 중이 아닌가 걱정을 하셨을 지도 모르고,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한 ‘원티드’(2008)을 보셨다면 철썩 같이 믿음이 가는 사람도 의외로 배신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 분명합니다.
다크나이트, 대단한 영화. 진짜?
제가 조금 덜 친숙한 배우가 있었다면 하비덴트 혹은 투 페이스 역의 에론 에크하트와 조커 역의 히스 레저입니다. 혹자는 이 두 캐릭터야 말로 ‘배트맨 다크나이트’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하고 이들의 연기에 상당한 만족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사랑의 레시피(No reservation, 2007)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에론 에크하트에 대해서는 기억이 너무 희미했습니다. 또 히스레저는 ‘브로큰백 마운틴’(2005)에서의 열연으로 이른 나이에 오스카와 골든 글로브 남우 주연상 노미네이션이라는 금자탑을 이미 세운데다가 ‘배트맨 다크나이트’에서의 조커 역할이 정말 신들린 연기라는 소식이 개봉 전부터 들려서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해주었는데 올 초 수면제와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는 허탈한 뉴스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어쨌거나 스토리, 감독, 배우 어느 하나 빠질 것 없는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입니다만 그렇다고 금세기 최고의 작품이라는 월계수관을 씌워 주고 싶은 정도는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저에게는 영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다크나이트’에 상주기 경쟁을 하는 세간의 과대평가 신드롬이 문제였던 영화입니다. 화려한 캐스트들의 완벽한 연기는 분명히 별 다섯 개 감입니다. 하지만 조커에게 학살당하는 시민들은커녕 연인도 구하지 못했던 배트맨이 조커의 목숨은 철저히 구해주는 스토리는 권선징악적 결말에 익숙해져 있는 저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 터 영화 팬들에게 의아스러움과 답답함을 안겨주었는데(이게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하기도 합니다만, 절대 선이 없는 세상의 절대악의 등장과 자신이 완벽한 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실존적인 고민을 하는 배트맨, 정의의 사도에서 악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투 페이스 등을 보면 영화의 철학적 깊이에 감탄을 해야 하는데 초등학생적으로 ‘영화가 뭐 이래’하고 반응하게 되는 죄송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트리스’에서 보여준 사이버스페이스와 현실에 대한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해석이라든지, ‘엑스맨 3, 최후의 전쟁’에서 보여준 전 시리즈를 아우르는 완벽한 기승전결의 구조라든지 ‘식스센스’에서 본 복선이 마지막 10초에 순식간에 해소되며 영화가 끝나고도 머리 속에서 다시 정리를 하느라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게 했던 천재성이 이 영화에 있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농구로 따지면 아마 저 같은 사람은 샌안토니오스퍼스의 경기가 미국 프로농구 드림팀의 경기보다도 재미있는 사람이라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대다수 영화 팬들의 열광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삐딱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더라고 그냥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맘마미아의 진부한 스토리
반면에 최근에 본 ‘맘마미아’는 저에게 영화 보는 진짜 재미를 선사한 영화였습니다. 캐스트 탄탄하지만 스토리 신선하고 창의적인 구석은 별로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모르고 엄마와만 살던 그리스의 외딴 섬의 처녀가 결혼을 앞두고 엄마의 처녀적 일기장에서 찾아낸 엄마의 연인이었던 세 명의 아버지 예상 인물을 결혼식에 초대해서 진짜 아버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물론 같은 내용의 영화는 없었으니까 다른 데서 들어봤을 리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다 아는 스토리일 것 같은 영화 맞습니다.
뮤지컬로 이미 성공하여 흥행성이 확실한 것은 알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 소개에서 시놉시스를 읽어보면 엄마의 정숙하지 못했던 과거를 따라 올라가는 딸의 이야기는 어쩐지 우리 정서상 이해해주기가 상당히 불편한 내용입니다. 이런 스토리라인으로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면 다니엘 헤니 주연의 ‘마이파더’ 뺨치는 슬픈 영화가 나왔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밝고 긍정적입니다. 만화적 배경의 고담시에서 만화 주인공인 배트맨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선과 악에 대한 철학적 고뇌를 하고 있는데, 이 세상 그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법만 아버지 없이 자란 딸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 속의 주인공들의 세계는 약간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밝고 따뜻합니다.
어느 초등학생의 아바의 추억
제가 아직은 초등학생 때였을 때입니다. 지금은 대학에 졸업해서 회사에 다니는 사촌동생들이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제가 신혼의 고모 댁에 놀러 갔었을 때입니다. 친구가 없어서 따분해 하고 있던 중 하루는 거실에 있는 전축(그때는 오디오라고 부르지 않았습니다.)에 놓여있는 LP판 앨범에 눈길이 갔습니다. 여러 장의 앨범이 있었는데 모두가 다 ABBA라고 써 있었고 네 명의 서양인 가수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지 전혀 무방비로 음판들 턴테이블에 올렸습니다. 지금도 기억하는 첫 곡의 제목은 대곡예단이라는 뜻의 ‘super trouper’였습니다. ‘”super trouper beams are gonna blind me, but I won’t feel blue ~” 하고 환상적인 화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생전 처음 들어본 이 팝송이 어린 제 귀에는 정말 천상의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요보다도 가요를 좋아하는 꼬맹이들을 봐도 뭐라고 나무랄 수가 없습니다. ^^;;)
그래서 그 음반과 다른 음반들을 번갈아 가며 고모 댁에서 지내는 며칠간 듣고 또 들었습니다. 고모도 그 당시로서는 의식이 상당히 진보적이셨던 게 어린 제가 이 팝송에 약간은 병적으로(?) 집착하는 것을 별로 제지하지 않으셨습니다. 아직 사춘기는 한참 멀었고 프로이드로 따지면 잠복기고, 피아제 발달이론으로는 방금 전조작기를 넘어서 구체적 조작기에 들어선 꼬마의(쉽게 말해서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 마음에 평생 기억될 음악이 각인된 것입니다. 그 후로 고모 댁을 떠나서 십 수년 이상을 아바의 노래를 들어볼 기회가 없었지만 아바의 노래는 언제나 마음에 남아있었습니다.
아바의 힘, 맘마미아의 힘, 그리고 추억의 힘
1999년 뮤지컬 제작자 주디 크레이머 덕분에 맘마미아는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런던 관객의 열광적인 호응을 바탕으로 2001년 브로드웨이에 상륙해서는 공연역사상 최고액의 수익을 벌어들이고 2002년 토니 상에서 다섯 개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제가 맘마미아 소식을 들은 것은 아마 2005년(정확하지는 않습니다)경 우리나라에서 맘마미아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던 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주위에 간혹 아바의 팬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제 동기들은 아바를 모릅니다. 아바는 아무래도 30대 후반인 저보다 더 위로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 이들이 왕성하게 활동한 것이 1970대이니 이 때 사춘기였던 분들이 아마 가장 큰 팬이 되겠지요. 그래서 뮤지컬 맘마미아가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있을까 하고 궁금해하기는 했지만 아바에 대한 짙은 향수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러 갈 구체적인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맘마미아의 힘은 바로 아바의 음악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셀 수도 없는 아바의 명곡들이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쉬지 않고 계속 됩니다. 마치 정말 먹을 것 많은 잔치에 초대된 즐거움이라고나 할까요. 또한 뮤지컬 배우도 아닌 영화 배우들이 보다 실감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불러줍니다. 진짜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 준 것이죠.
제가 이 영화를 보았던 업스테이트 뉴욕의 한적한 극장에서는 평일 대낮이라서 그랬는지 관객이 다 미국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었는데 노래가 나오면 박수도 치고 노래도 따라 부르며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서 온 젊은 세대인 저와 지구 반대편 뉴욕에서 나고 자라온 70대의 그들이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대중문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었습니다.
방금 뉴스를 보니 국내 흥행에서 맘마미아가 의외로 1위를 했다는 소식과 맘마미아 OST가 일주일 만에 주문이 일만 장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리는군요. 아바를 아는 세대일 것 같은 40-50대의 이 전 세대들이 아바의 음악에 얼마만큼 공감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결국 아바의 음악은 세대를 초월하는 힘을 가진 음악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배트맨 다크나이트는 분명히 잘 만들어진 대단한 영화였습니다만 화려한 폭력과 파괴의 향연과 암울한 세상에 대한 모호한 해석으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해주었다면 맘마미아는 현실에 가까운 인물들과 배경이지만 어렸을 적 느꼈던 동화적인 행복한 경험을 어른들에게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억압받는 사람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잊게 하고, 이성을 마취시키는 자본주의사회의 영화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일상에 지친 제가 왕복 4시간에다가 만원에 가까운 돈을 쓰면서 얻고 싶었던 것은 선과 악에 대한 철학적 성찰보다는 즐겁게 추억을 떠올리고 세상으로 나갈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이었나 봅니다.
맘마미아, 모든 영화 팬과 아바의 팬에게 권합니다.
아참,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씀 드리면 저 맘마미아 영화의 홍보의 대가로 아무것도 받지 않았습니다. ^^;;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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