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사람들은 전자 제품이 어떤지도 모르고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하면 따라서 사고, 전자 제품 회사가 어떻게 영업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도 그냥 신문에서 보고 들은 것이 다이기에 시장의 상황이랄지 전망이라는 것도 사실 피상적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자꾸 삼성 관련 뉴스들이 눈에 보이고 일부는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꽤 있어서 걱정이 됩니다.
첫 번째 뉴스.
김용철 변호사라는 분이 쓰신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최근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이 나온다는 뉴스는 언뜻 보았지만 관심이 없었기에 그냥 지나쳤는데 조금 우스운 뉴스를 나중에 보게 되었습니다. 다름아닌 이 책을 펴낸 사회평론이라는 출판사에서 책 광고를 실으려고 했는데 조중동 등 주요 일간지들이 광고를 실어주지 않았다는 기사입니다.
김용철 변호사는 2007년 10월 이른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던 분인데 검찰 특수부 검사를 지내다가 삼성의 구조본에 입사해서 법무팀장까지 올랐다가 퇴사했었습니다. 이후 삼성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폭로를 하여 삼성 특검이 시작되었고 이는 이건희 회장의 일선 퇴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 분의 폭로의 동기에 대해 순수성을 의심하게 하는 뉴스를 본적도 있지만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르기에 감히 언급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이렇게 책 한 권의 광고도 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이를 삼성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이라고 봐야 하는지 아니면 언론사와 기업의 유착이라고 봐야 하는지 혼란스러웠습니다.
두 번째 뉴스
이런 불미스런 사건으로 삼성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건희 회장은 이런 조세포탈 행위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2008년 6월 스스로 IOC 위원직을 사퇴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에 대해 온정인 입장이었던 같습니다. 삼성의 비자금이나 조세포탈도 따지고 보면 기업을 하면서 어쩌면 피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었는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고 국가 정의를 세운다는 입장에서 유죄를 선고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삼성이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이 문제를 너무 크게 확대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또한 국가 원수급의 명예가 따르는 직분인 IOC위원장을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닌데 사퇴를 했다는 것은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책임을 무겁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그럴 필요까지 있었나 싶어서 아쉽기도 했고요.
그런데 작년 말 대한체육회와 사회 일각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들어 이건희 회장의 사면복권을 제기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지난해 12월 이 회장을 특별사면해주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상황까지도 이 회장이 어느 정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만큼 이제라도 국가를 위해서 도울 것이 있으면 돕도록 허락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IOC 집행위원회는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결정하면서 동시에 그의 비리에 대한 징계로 견책과 5년동안 분과 위원회 활동 금지를 내리게 됩니다.
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390871
세번째 뉴스.
저도 일반적인 전화만 쓰다가 소위 스마트폰이라는 애플의 아이폰을 써보니 완전히 세상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VCR 플레이어를 이용해 영화 E.T.를 보면서 과학기술이라는 것이 이다지도 놀라운 것이구나 하고 감동을 느낀 이후 정말 신기한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과학기술을 목격하는 것도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이젠 어지간한 전자제품에는 더 이상 놀라지도 감동을 느끼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그 편의성과 아름다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에 비디오 플레이어를 보고 느꼈던 것 이상의 감동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한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되었고 삼성의 옴니아 시리즈로 대변되던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삽시간에 아이폰의 폭발적인 인기에 휩쓸려버렸습니다. 그런데 어제 우연히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놀라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http://jsksoft2.tistory.com/238
위 블로그 기사에 의하면 삼성은 최초가 되는 것이 두려워 구글의 스마트폰 제작 요청을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설령 이런 소문이 사실이 아니다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의 소문이 돌 정도로 삼성의 기업문화가 후진적이고 진취성을 잃었다는 사실이 실망스럽습니다. 스마트폰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삼성의 매출액의 반도 안 되는 애플이 삼성보다 순이익이 더 많이 나는 것을 보면 스마트폰이 대단한 것 아닙니까?
예전에 삼성의 휴대폰 관련 뉴스를 보면 대개 내용이 노키아는 개도국에서 저가시장을 잡고 있고 삼성은 선진국에서 고가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므로 삼성이 저가폰에 조금만 신경쓰면 노키아도 따라 잡을 수 있다 이런 풍이었습니다. 그런데 고가폰인 스마트폰에서 이렇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면 삼성의 미래가 아름답게 잘 그려지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현대자동차라는 정말 연구대상인 기업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알듯이 전 세계 시장에서 5위의 대기업인데 외국에서는 박리다매로 차를 팔면서 국내시장에서만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고가 정책을 폄으로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지탄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한국인이다 보니 어찌보면 현대차의 처지가 딱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면도 있어서 현대차가 스스로 태도를 바꾸어 한국인들에게 존경 받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삼성이 현대처럼 압도적인 점유율로 국내 소비자에게만 바가지를 씌운다는 이야기를 별로 듣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작년 말에 뉴스를 보니 삼성이 대학생들의 입사 선호 기업 1위라고 합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working/392026.html
과거 미국의 GM 자동차의 CEO 찰스 윌슨은 미국 국방장관으로 임명 동의를 위한 청문회에서 1953년 당시 가치로 250만불이 넘는 GM의 주식을 팔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과연 그러한 GM자동차와의 금전적 연계고리를 가진 그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GM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은 것이고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라는 명언(?)을 하게 됩니다.
“Because for years I thought what was good for the country was good for General Motors and vice versa."
그의 불경함과 거만이 편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분이 계시겠지만 한 국가의 기간 산업을 책임지는 기업의 이미지가 그 국가의 이미지가 되어가고 기업의 부흥이 국가 부흥과 함께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만큼 삼성이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삼성에 불리한 뉴스는 주요 언론에서 약속이나 한 듯이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심하다 싶습니다. 좀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삼성의 위기 관리라고 본다고 해도, 기업 삼성도 아니고 이미 삼성의 경영 일선을 떠난 이건희 전회장에 대한 국익과 관련한 뉴스도 볼 수가 없다는 것은 조금 심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삼성이 기업을 넘어서 또 하나의 성역이 되어가면서 동안 한편으로는 과거의 진취성을 잃고 세계 시장의 변화에 방관자가 되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삼성이 무슨 책이 나오던 신경 안 쓸 정도로 떳떳한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대기업의 오너에 관한 뉴스더라도 국익과 관련한 뉴스는 신문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삼성이 쌓아놓은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기업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한번으로 감히 판단해서는 안되겠습니다만 자국민들의 실망과 해외 소비자들에게 감명을 주지 못하는 기업의 미래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이익과도 같다던 GM도 망했는데(뉴GM으로 작게 다시 태어났지만요.)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기업으로서 이만큼의 성과를 이룬 삼성이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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